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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의 사상과 학문 제대로 알리겠다”
10년에 걸친 남명집 정본화 사업 추진
“조식 선생께서 남긴 글은 한 편, 한 편이 현장이고 역사입니다. 그런 선생의 글들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산청에 소재한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이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에 걸쳐 ‘남명집 정본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조식 선생이 남긴 글들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수 책임연구원은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식 선생의 호는 남명이다. 합천에서 1501년에 태어나 김해, 산청 등지에서 학문을 수양했으며 오늘날 불의에 항거하는 경남정신의 뿌리로 평가받고 있다. 실천적인 학문을 중시하고, 임금에게 목숨을 건 직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는데 선생의 사후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제자들이 대거 의병장으로 궐기하는 등 뛰어난 교육자로도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3대 의병장으로 불리는 곽재우, 김면, 정인홍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남명학파를 형성하고 광해군 시절 북인으로 정권을 잡았으나 인조반정으로 몰락하게 된다.
이후 남명의 학문과 사상은 시대를 거쳐 갖은 탄압을 당했다. 남명집은 제자 정인홍의 주도로 1604년에 해인사에서 첫 간행됐다. 가장 늦게 간행된 것은 1910년 일제시기다. 그 사이 남명집은 무려 17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해석되거나 첨삭되고, 변형이 가해지는 등의 문제가 야기됐다”며 “원본의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남명학의 표준을 확정하는 ‘남명전서’를 발간하는 게 이번 정본화 작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본화 작업은 남명의 학문을 배우고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남명을 다룬 연극과 뮤지컬 등 다방면에 걸친 문화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는 점도 제대로 된 정본화가 반드시 필요한 배경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번역이 잘못돼 있거나 판본이 잘못인 것을 사실인 것처럼 연구하거나 활용하면서 이를 가공한 2차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면 남명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본을 바로 잡아야 문화콘텐츠도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정본화 4년차에 접어든 올해 남명의 시 210여 편을 해석하는 작업이 처음으로 완료됐다. 선생의 시는 해석이 매우 어려운 시로 알려져 있다. 예산과 인력 지원이 더 이뤄진다면 정본화 작업은 사업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등의 학자들과는 달리 남명선생의 경우에는 제대로 된 정본화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이번 정본화 사업을 통해 경남정신의 뿌리로 평가받고 있는 남명 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제대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임명진기자
진주시 평거동 소재 커피숍에서 김경수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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