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교향악 축제 총평 (下)
글/김규현(본원 특임교수, 前 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작곡가)
협연자 연주 평가 17일 간의 협연은 18명이 했다. 장르가 다양했다. 피아노(8), 첼로(2), 바이올린(2), 마림바(1), 플롯(1), 클라리넷(1), 소프라노(1), 바순(1) 등이 그것이다. 외국 협연자들은 3명이었다. 대체로 국내 협연자들은 외국 협연자들을 제외하고 4,50대의 중진들이다. 대부분 국내 음악계의 지도자들이고 음악 교수들이다. 대체로 전체 협연은 무난했다. 오케스트라와의 음악적인 균형감이라든가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사운드(Unique Sound)의 구체적인 표현 접근도 그리고 작품 연주 양식 접근 등이 우수했다. 그 예가 존 오코너, 박종화, 김나영, 마르틴 가르시아, 임효선, 케빈 케너, 바이올린 김수연, 첼로 최하영, 김두민, 클라리넷 조인혁, 타악기 한문경 등이 그렇게 했다. 그리고 일부 협연자들은 일부 오케스트라 연주보다 더 수준높은 협연을 했다. 피아니스트 임효선, 손민수, 바이올린 김수연, 플룻에 조성현 등이 그들이다. 문제는 아티큘레이션의 정확한 표현 접근이나 프레이징 그리고 페달링 설정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협연자는 극소수였다. 이 점을 정확히 보여준 협연자는 외국 협연자 셋뿐이었다. 협연자들은 대부분이 고도의 테크닉과 높은 연주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작품에 따라 다르겠으나 연주를 좀 더 깊이있게 했으면 좋을성 싶었다. 특히 작곡가의 고유한 사운드의 표현접근이 빈약했다. 예를 들면 베토벤 사운드와 라흐마니노프 사운드를 차별성있게 연주한다든가가 그것이다. 많은 협연자들이 이 점을 소홀히 했다. 그러나 서울시향과 협연한 피아니스트 마르틴 가르시아와 인천시향과 협연한 존 오코너의 협연은 최고의 모범 답안이었다. 그리고 협연 중에 백미였다. 이 두 협연자들은 최고의 음악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평가했다. 좀 아쉽게 한 점은 협연자들이 연주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품 특성에 따라 연주의 폭을 넓게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부산시향과 모차르트의 모테트 “춤추어라 기뻐하라”를 협연(?)한 소프라노 서예리 연주는 기악 협연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역부족 현상을 보여주었다. 목소리 음량이 작고 고음 빈약에 어둡고 목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모차르트의 화려하고 밝은 소리를 요구하는 “춤추어라 기뻐하라”와는 안 어울렸고, 표현 접근도 빈약했다. 그리고 모차르트 사운드와 뉘앙스를 보여주지 못한 부실한 연주였다. 주최 측의 이번 협연자 선정은 일부 몇 연주자들을 제외하고 아주 잘했다.
지휘자들의 해석과 지휘 평가 대체로 지휘자들의 바턴 테크닉 구사는 일부 몇몇 지휘자들을 제외하고 무난해보였다. 축제 35년에 한 번도 없었던 의자에 앉아 지휘하는 사건(?)이 있었다. 원로 지휘자 금난새(성남시향)가 그러했다. 이럼에도 그는 무난한 지휘를 했다. 지휘자들은 정확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오케스트라를 장악하지 못한 점도 많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만들기에 빈약한 지휘자들이 여럿 보였다. 높이 살만했던 것은 바턴 테크닉 구사력이었다. 지휘 폼도 상당히 좋았고 신선해보였다. 그리고 해석력과 설득력도 있어보였다. 그 좋은 예가 대전시향의 여자경, 강릉시향의 정민, 경기필의 김선욱, 인천시향의 이병욱, 서울시향의 데이비드 이, 제주도향의 김홍식 등이 그러했다. 이번 축제는 연주력이 높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자들이 대거 참여한 점과는 대조적으로 지휘자들이 너무 과장된 바턴 테크닉 구사로 인해 연주가 너무 시끄럽고 연주소리가 컸다. 심지어 협연자들의 연주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에 묻히는 현상까지 있었다. 이 반면에 경기필의 김선욱과 대전시향의 여자경 그리고 서울시향의 데이비드 이 등 지휘는 절제된 지휘로 섬세한 음악만들기를 잘했다. 아쉽게 한 점은 일부 몇몇 지휘자를 제외하고 연주 작품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나 사운드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점이다. 다시 말해서 작곡가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끌어내어 보여주지 못한 점이 그것이다. 바흐와 베토벤은 같은 독일 작곡가이지만 사운드와 뉘앙스는 전혀 다르다. 이 표현 접근을 많은 지휘자들이 소홀히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해석력이나 지휘력은 우수했던 반면 연주를 음악적으로 다듬어 만드는 일이 빈약했던 점이다. 음악의 본질은 음(音)의 미학이다. 연주 작품이 어떤 음악 미학을 갖고 있고 작품마다 음악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다. 라흐마니노프 음악의 미와 베토벤 음악미는 전혀 다르다. 지휘자들이 이 점을 구별해서 음악을 만들었느냐인데, 그렇지 않은 점이 대부분이었다. 경기필의 김선욱과 대전시향의 여자경, 그리고 강릉시향의 정민 등은 설득력있게 잘 보여주었다. 수원시향의 최희준도 마찬가지다. 지휘자들의 취약점은 지휘력도 있고 지휘폼도 좋은 반면 음악적 흐름과 특성과 바턴 테크닉 구사와 일치성을 갖지 못한 점이다. 연주 작품의 종결부(Coda)의 종지 지휘 패턴만 보더라도 그 종지 음형과 지휘 패턴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부 지휘자들은 종지의 최종음과 Cut-Off conducting pattern은 일치성있고 아주 좋았던 지휘자들이 많았다. 정민, 여자경, 김선욱, 김홍식, 홍석원, 데이비드 이 등이 설득력있게 잘했다. 축제 마지막 날(6월 25일) 부산시향이 말러 교향곡 9번 4악장 최종음을 연출해 단원들이 3, 4분 침묵을 했는데 악보에도 없는 긴 침묵을 지휘자 최수열이 자의적으로 해석을 한 것이다. 작년 축제에는 존 케이지의 우연성 음악인 ‘4분 33초’를 연주(?)하더니 이번에도 말러 9번 4악장 가지고 침묵 시리즈로 3, 4분간 했다. 이 침묵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축제에 제발 맞지도 않는 연출을 해서 축제가 이상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끝으로 부탁 말은 공적인 축제에 연주 도중 이상한 연출을 해서 축제를 이상한 행사로 추락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끝내는 말 이번 축제는 과거 축제들과는 달리 몇 가지 특성을 볼 수가 있었다. 첫 번째는 참여 오케스트라들을 전 지역을 고려한 균형감있게 분배한 점이다. 두 번째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협연자들을 세워 질높은 축제가 된 점이다. 이로써 최고의 음악을 낳은 감동적인 축제가 된 것이다. 세 번째는 17일 간 성공적인 청중 동원을 한 점이다. 서울시향, 경기필, 광주시향 등 연주 시에는 합창석까지 모두 청중들이 앉는 이변까지 있었다. 특이한 점은 외국 음악회 청중과 같이 노인 세대들이 축제에 많이 찾아온 점이다. 그리고 젊은 청소년 세대들도 상당히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네 번째는 일부 몇몇 지휘자를 제외하고 새로운 지휘자들이 대거 참여한 점이다. 창원시향의 김건, 강릉시향의 정민, 대전시향의 여자경, 경기필의 김선욱, 제주도향의 김홍석, 전주시향의 성기선, 공주시 충남의 정나라 등이 그들이다. 다섯 번째는 연주 작품들이 다양했고 과거에도 없던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축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 점이다. 참여 지휘자들이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 그것이다. 연주 효과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그 어느 축제 때보다도 다양한 청중들이 축제를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축제는 희망적이었다. 오케스트라, 협연자, 지휘자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청중들의 감동을 끌어내어 기립박수까지 받은 2023 교향악 축제를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내년 4월에 열리는 36회 2024 교향악 축제를 기대하겠다. (음악교육신문 7월 19일자 원고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