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 수호지 - 수호지 97
섭귀로 변장한 연청이 진관 앞에 꿇어 엎드려 아뢰었다.
"강 건너서 온 섭귀라 하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진관이 위아래를 훑어보며 물었다.
"누가 보낸 사람이오?"
"성주 여사낭께서 보낸 사람입니다. 전날 지배인 오성으로부터 밀서를 받고 성주께서 기뻐하시며
대왕에게도 보고를 드렸습니다. 대왕께서는 칙서를 내려 진관 어르신을 양주 군수로 명하셨습니다.
그리고 두 분 자제분은 성주께서 만나 본 뒤에 관직을 내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배인 오성이
뜻하지 않게 갑작스런 병이 나 소생이 성주의 분부를 받잡고 군기 3백 개를 가져왔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양곡 실은 배를 윤주 강가에 대도록 당부 하셨습니다."
변장한 연청은 능청스럽게 말하고 곧 칙서와 공문서를 꺼내 진관 앞에 내놓았다.
진관은 기뻐하며 아들 진익과 진태를 불러 연청과 인사까지 시켰다.
연청은 해진과 해보에게 군기 3백 개를 안채 대청으로 옮기도록 했다.
진관이 연청과 해진, 해보에게 술을 권했다.
"저는 술을 못 합니다."
연청이 사양했으나 굳이 권하므로 할 수 없이 한 잔을 받아 마셨다.
진관의 두 아들이 오늘을 기념해 축배를 들자고 했다.
연청은 그 틈에 해진과 해보에게 눈짓을 했다.
해보는 얼른 술병에 독약을 넣었다.
연청이 일어나 공손하게 말했다.
"저도 축하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제 잔을 받으시고 더욱 강녕하시기를 바랍니다."
연청은 넘치도록 술을 따라 진관에게 권했다.
그리고 해진과 해보도 각각 진익과 진태에게 한 잔씩 따랐다.
뿐만 아니라 뒤에 있는 진관의 심복들에게도 술을 권했다. 이리하여 진관 부자를 비롯해 심복들까지
독술을 마시고 쓰러지자, 해진은 곧 밖으로 나가 불을 놓고 대포까지 한 방 쏘았다.
그러자 대포 소리를 신호로 숨어 있던 두령들이 일시에 우르르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뛰어든 두령은 노지심, 무송, 사진, 양응, 이규, 황충, 이곤, 포욱, 양림, 설영 등이었다.
대문에 서 있던 하인들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모두 다 맞아 죽었다. 그 중에 하인 하나를 사로잡아 강가로
안내를 하라 하였더니, 과연 그곳에 이미 3, 4백 척의 배에 양곡을 가득 싣고 떠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강은 진관을 죽였다는 보고를 받고 곧 군사를 움직이기로 했다.
군사인 오용이 말했다.
"3백 척의 배에다 방랍이 보낸 깃발을 꽂고, 군사 1천에게 역시 남군의 군복을 입히고, 그 외 2만의 병력을
배 안에 숨겨 두고 목흥은 진익으로, 이준은 진태로 변장시켜 여사낭을 만나러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1 선박은 목흥, 이준이 지휘하고 목흥 밑에 항충, 이곤, 포욱, 설영, 양림, 두천, 송안, 추연,
추윤이 타기로 했다.
이준 곁에는 동위, 동맹, 공명, 공량, 정천수, 이립, 이운, 시은, 백승, 도종왕이 함께 돕기로 결정했다.
제2 선박은 장횡과 장순이 지휘하고 장횡의 배에는 조정, 두홍, 공왕, 정득손 등 네 사람의 두령이 타고,
장순의 배에는 맹강, 후건, 탕융, 초정 등이 타기로 했다.
제3 선박은 사진, 뇌횡, 양웅, 유당, 채경, 장청, 이규, 해진, 해보, 시진이 탔다.
이리하여 이들 3백 척에 42 명의 두령들이 나눠타고 강을 건넜다.
이때 북곡산 위 윤주성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들이 보니 건너편 후미진 곳에서 3백 척 가량의 배가 일제히
출발하는 것이 보였다.
선두에는 양곡 호송선이라는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있었다.
성주 여사낭은 열두 명의 장수들에게 빈틈 없이 무장을 갖추게 한 다음 몸소 강으로 나가 정찰했다.
먼저 출발한 1백 척의 배가 강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배에는 우두머리 되는 장사 둘이 좌우에 호위를 받으며 딱 버티고 서 있었다.
목흥과 이준은 여사낭을 보고 머리 숙여 깍듯이 인사를 했다.
먼저 닿은 1백 척이 닻을 내리고 한 줄로 서자, 뒤를 따라온 나머지 2백 척도 왼쪽에 백 척, 오른쪽에 백척,
이렇게 세 줄로 늘어섰다.
여사낭 쪽에서 물었다.
"어디서 온 배냐 ?"
목흥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진익이라하고, 아우는 진태라 하읍니다. 부친 진관의 분부를 받잡고 백미 5만 석, 배 3백 척,
군사 5천을 바치러 왔습니다."
"성주께서 보낸 섭귀는 왜 보이지 않소?"
"예, 그분은 배멀미를 너무 심하게 해 뭍으로 오겠답니다. 여기 관인이 찍힌 공문서가 있으니
보시기 바랍니다."
문서 다루는 관리가 여사낭에게 보고를 했다.
"양주 정포촌 진관의 두 아들이 식량과 군사를 헌납하러 왔습니다."
여사낭이 보니 오성에게 준 공문서가 분명했다.
"그들을 데려오라."
목흥과 이준이 강둑에 오르니 부하 장수 스무 명이 따라 올라왔다.
"자네 부친께서 어찌하여 직접 오시지 않았는가?"
"아버님께서는 양산박 송강 일당이 닥친다는 소문 때문에 혹시나 하여 못 오시었습니다."
"그런가? 양곡은 어찌 실었는가?"
"큰 배에 3백 석, 작은 배에 2백 석을 실었습니다."
"같이 온 군사들을 내가 직접 검사를 해보겠네!"
"성주께서 의심을 하시다니요."
그때 한 관리가 여사낭에게 급한 보고를 했다.
"대왕께서 보낸 칙사가 왔습니다."
여사낭은 목흥과 이준만 데리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둥희라는 칙사가 여사낭의 귀에 대고 무엇인가 소근소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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