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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황제의 밀명을 받은 위소보 이튿날 그가 조회에 나아가니 강희는 성지를 내려 위소보의 벼슬을 올 려주고 그를 장백산으로 보내 하늘에 제사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그 발 표가 있고 황제가 물러가자 왕공대신들은 다투어 축하해 주었다. 색액 도는 그와 교분이 남달라 특별히 자작부로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위소보가 의기소침한 것을 보고 말했다. [형제, 장백산으로 가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물론 국물이 많은 자리는 아니지. 운남으로 가서 평서왕을 두들겨 한밑천 잡는 것과 비교 한다면 천지 차이가 있으니 그대가 흥이 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닐 세.] 위소보는 말했다. [형님, 이 아우는 남방 사람이라 추위를 많이 탑니다. 관외의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땅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몸이 떨려와요. 오늘 밤에는 세 개의 화로를 갖다놓고 따뜻한 불을 실컷 쪼여야 하겠습니다.] 색액도는 껄껄 웃으며 위로의 말을 던졌다. [걱정 말게. 내가 화초(火招)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구해 주겠네. 교자에 몇 개의 숯불을 피운 향로를 넣어 두면 별로 춥지 않을 것이네. 형제, 관외로 나가도 역시 돈이 생길 구멍은 있을 것이네.] 위소보는 말했다. [요동 지방은 사람의 코가 얼어붙는다는데 어떻게 재물을 긁어 모을 수 있겠어요? 저는 형님에게 가르침을 받아야겠어요.] [요동 지방으로 말하면 세 가지의 보물이 있네.] 위소보는 말했다. [그래요? 세 가지의 보물 가운데 한 가지만 얻어도 실컷 쓸 수 있겠군 요?] 색액도는 웃었다. [우리 요동에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보겠는가? 그것은 ' 관동에 삼보(三寶)가 있는데 인삼,초피(貂皮), 오랍초(烏拉草)로다'라 는 말이 라네.] [그런 말은 들어 본 적이 없군요. 인삼과 초피는 모두 귀중한 물건입니 다. 그런데 오랍초는 어떤 보배입니까?] [오랍초는 형편없는 보배이지. 관동지방은 추워서 땅이 얼어붙는다네. 가난한 사람들은 초피 가죽으로 만든 옷도 입지 못하고 가마를 탈 수도 없다네. 사람들의 발이 모두 얼어터진다면 그 누가 위형제의 교자를 들 어 주겠는가? 오랍초는 관동지방 곳곳에 있네. 그저 한 응큼 뜯어서 햇 빛에 말린 후 신발 속에 집어넣으면 발이 매우 따뜻해진다네.] [아, 그렇군요. 오랍초라는 보물은 우리에겐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 고. 하지만 인삼은 몇 지게 정도 마련해야 되겠고 초피 역시 천 장 정 도는 장만해서 친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쥐야겠어요.] 색액도는 껄껄 웃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친위병이 와서 보고 했다. 복건성의 수사제독(水師提督)인 시랑(施琅)이 인사하러 왔다는 것이다. 위소보는 그날 정극상이 한 말이 떠올랐다. 시랑은 무이파의 고수이고 정극상에게 무공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후에 대청나라에 투항 한 인물이라고 하였다. 위소보는 시가가 정극상의 부탁을 받고 자기를 괴롭히러 온 것이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석범이 그토록 흉악한 것을 보면 이 시가라 는 사람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닐 것 같아 친위병에게 말했다. [그가 왜 찾아왔지? 나는 만나지 않겠네.] 그 친위병은 대답하고 나가 손님을 거절했다. 위소보는 여전히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 다른 한 명의 친위병에게 말했다. [빨리 가서 아삼(阿三)과 아륙(阿六) 두 사람을 부르도록 하게.] 아삼과 아륙은 바로 반두타와 육고헌의 가명이었다. 색액도는 웃었다. [시정해(施靖海)는 위 형제와의 교분이 어떠한가?] 위소보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시.... 시정 뭐라구요?] [시 제독의 작봉(爵封)은 정해 장군(靖海 將軍)일세. 위 형제는 그와 잘 모르는 사이인가?]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반두타와 육고헌 두 사람이 다가와 등 뒤에 섰다. 위소보는 등 뒤 에서 이대 고수가 보호하자 약간 마음이 놓였다. 친위병이 대청으로 들 어오더니 쟁반을 받쳐들고 말했다. [시 장군께서 자작대인에게 드리는 예물이랍니다.] 쟁반 위에는 뚜껑이 열려 있는 비단 상자가 놓여 있고 상자 안에는 백 옥으로 만들어진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 그릇에는 몇 줄의 글자 문양 이 있었다. 옥으로 만든 그릇은 매우 깨끗했고 따뜻했으며 윤기가 나는 것으로 보아 옥의 질이 지극히 상품인 것 같고 세공도 정교한 듯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나에게 예물을 주는 것을 보니 나를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로구 나. 그러나 방비하지 않을 수 없다.) 색액도는 웃었다. [이런 예물은 정말 대단하군. 시가는 적지 않은 심혈을 기울였군.] 위소보는 물었다. [아니 뭘 보시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옥 그릇에 노제(老帝)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가관진작(加官晋爵)이라 는 넉 자가 새겨져 있지 않은가? 그 아래쪽에는 권만생시랑경증(眷晩生 施琅敬贈)이라는 글이 있군.] [그 사람은 나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이토록 깍듯하게 대해 주다니, 좋지 않은 뜻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색액도는 웃었다. [늙은 시가의 속셈은 더없이 명백하네. 그는 한마음 한뜻으로 대만을 공격하여 부모와 처자의 복수를 하려는 것일세. 이 몇 년 동안 그는 우 리들에게 늘어붙어 황상에게 말씀을 올려 달라고 했네. 이 일 때문에 쓴 은자만도 십오만 냥은 족히 될 것일세. 그는 형제가 황상에게 가장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길을 터 볼 속셈이겠지.] 위소보는 마음이 놓여 말했다. [아, 그랬군요. 그는 어째서 대만을 공격하려는 것이지요?] [늙은 시가는 정성공의 부하 대장이었지. 후에 정성공이 그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의심하여 그를 체포했는데 그는 도망쳐 버렸지. 정성 공은 화가 나서 그의 부모와 처를 모조리....] 그는 오른손을 왼쪽으로 휘둘러 목을 베는 시늉을 했다. [이 사람은 물 위에서 싸움하는 재간이 대단하지. 대청나라에 항복한 후 정성공과 싸운 적이 한 번 있는데 놀랍게도 정성공을 패배시켰다 네.] 위소보는 혀를 쑥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정성공 같은 영웅호걸도 그의 손에 패한 적이 있다니 이 사람을 만나 보지 않을 수 없군요.] 그는 친위병에게 말했다. [시 장군이 아직 가지 않았으면 내가 곧 나간다고 여쭈게.] 그는 색액도에게 말했다. [형님, 우리 함께 나가서 만나 보도록 하지요.] 그는 반두타와 육고헌 두 사람의 보호를 받고 있었으나 시랑에 대해서 두려운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색액도가 조정의 일품 대신이니 그가 옆에 있는 한 시랑도 감히 경솔하게 손을 쓰지 못하리라 생각되었 다. 색액도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대청 으로 들어갔다. 시랑은 가장 아래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발걸음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이 내당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보자 즉시 앞으로 몇 걸음 다가와 인사를 하고 낭랑히 말했다. [색 대인, 위 대인, 비직 시랑이 인사드립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대는 장군이고 나는 조그만 도통에 불과한데 어찌 그와 같은 인사를 차리시오? 어서 앉으시오. 너무 겸손해 하실 것 없소이다.] 시랑은 공손히 말했다. [위 대인께서 이토록 겸손하시다니 정말 탄복했습니다. 위 대인께서는 일등 자작이시며 작위에 있어서 비직보다 훨씬 높습니다. 더군다나 위 대인께서는 젊어서 작위를 받으셨으니 공작이나 후작에 봉해지는 것은 문제없는 일이며 십 년 안에 왕에 봉해질 것입니다.] 위소보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그대의 그 말씀 덕분이겠죠.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구려.]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시형, 북경에서 몇 년 머무르는 동안 입에 발린 소리를 많이 배우셨구 려. 처음 북경으로 왔을 때처럼 걸핏하면 남에게 반감을 사던 때와는 전혀 달라졌구려.] 시랑은 말했다. [비직은 거친 무부(武夫)라 법도를 모릅니다. 비직은 이미 옛날의 과오 를 크게 뉘우쳤습니다.] 색액도는 웃었다. [그대는 이제 요령이 좋아졌구나. 놀랍게도 위 대인이 황상에게 가장 총애받는 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니 말일세. 이쪽 길을 뚫는다면 그 야말로 다른 열 분이나 백 분의 왕공대신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나을 것 이네.] 시랑은 공손히 두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말했다. [모두 두 분 대인이 돌봐 주신 덕택이지요. 비직은 영원히 그 은덕을 잊지 않겠습니다.] 위소보는 그 사람을 훑어보았다. 나이는 오십 세 정도였고 근골이 튼튼 해 보였으며 두 눈에는 형형한 안광이 빛나는 것으로 보아 무척 똑똑하 고 용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얼굴이 초췌한 것이 풍상을 겪은 빛이 역력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시 장군께서 나에게 준 옥그릇은 귀중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오. 그러 나 한 가지만은 좋지 않소.] 시랑은 즉시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비직이 멍청하여 그 옥그릇에 어떤 잘못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대인께 서 가르쳐 주십시오.] 위소보는 웃었다. [잘못은 없소. 하지만 너무나 훌륭한 명기라서 밥을 먹을 때 손에 들면 두 손이 벌벌 떨릴 것이고 잘못하다가 떨어뜨려 밥 그릇을 깨뜨릴까봐 두렵소. 하하하하!] 색액도는 껄껄 웃었다. 시랑은 옆에서 헛웃음을 몇 번 터뜨렸다. 위소 보는 물었다. [시 장군은 언제 북경으로 오셨소?] [비직이 북경에 온 지 삼 년이 되었습니다.] 위소보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시 장군은 복건의 수사제독인데 복건으로 가서 군사를 이끌지 않고 북 경에서 놀고 있으니 그것은 무엇 때문이오? 아, 알겠소. 시장군께서는 북경에서 어떤 색시를 알게 돼서 떠나기가 아쉬웠던 게로군요?] 시랑은 말했다. [위 대인께서는 농담을 잘하시는군요. 황상께서는 비직을 북경으로 부 르셔서 대만을 평정할 수 있는 책략을 물으셨습니다. 그러나 비직은 언 변이 없고 멍청하여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비직은 북경에 머 무르면서 바로 황상의 성지를 삼가 기다리는 중입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황제는 매우 똑똑하다.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큰일은 삼번 을 평정하는 일 이외에도 어떻게 대만을 공격하여 손에 넣을까 하는 것 이다. 네가 말주변이 없었을지라도 좋은 방법이 있다면 황상께서는 반 드시 응낙해 주셨을 것이다. 이에는 반드시 달리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는 색액도가 한 말을 생각하고 다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워서 매우 교만방자해졌을 것이다. 황 상께서 그를 북경으로 부르셨을 때 그는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 고 뻣뻣하게 나왔기 때문에 권세 있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서 많은 사람 들이 일부러 그를 괴롭히는 것일 게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황상께서는 총명하기 이를 데 없소. 만약에 시 장군으로 하여금 북경 에서 성지를 기다리도록 하셨다면 반드시 깊은 뜻이 있을 것이외다. 그 대는 너무 성급히 생각하지 마시오. 서둘러 봐도 쓸모없는 일이외다.] 시랑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위 대인께서 이렇게 가르쳐 주시니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비 직은 삼 년 동안 줄곧 마음속으로 황송하게 여겼으며 그저 황상의 뜻을 거슬리지 않았는가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황상께서 따로 깊은 뜻이 있다니 비직은 이제 안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 대인께서 이토록 깨우쳐 주시니 정말 그 은덕을 어떻게 감사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비 직은 이제부터 밥도 먹을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소보는 아첨을 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에게 아첨하는 말은 곧 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아부하니 역시 흐뭇 했다. [황상께서는 사람이 너무 교만해지면 쓸모가 없어지므로 반드시 그 교 만한 기운을 꺾어 놔야 한다고 하셨소이다. 황상께서 그대의 벼슬을 강 등시키지 않았으니 다행이거니와 설사 그대를 군졸로 만들거나 뇌옥에 감금하더라도 그것은 그대를 키우겠다는 뜻에서일 것입니다.] 시랑은 연신 그렇다고 말했다. 색액도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소. 위 자작 나리께서는 정말 말씀 한번 잘했소. 옥은 깎지 않으 면 그릇이 되지 않소. 그대가 선물한 그 옥그릇 역시 갈고 닦지 않았다 면 그저 조잡한 돌멩이에 지나지 않아 아무런 쓸모가 없었을 것이 아니 겠소?] 시랑은 대 답했다. [예,예.] 위소보는 말했다. [시 장군, 어서 앉으십시오. 소문을 들으니까 그대는 옛날 정성공의 부 하로 있었다는데 무슨 일로 그와 사이가 나빠지게 되었나요?] [대인께 말씀드리죠. 비직은 본래 정성공의 부친인 정지룡(鄭芝龍)의 부하였습니다. 후에 정성공의 통솔하에 있게 되었지요. 정성공은 군사 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켰는데 비직은 사태를 잘 알지 못하고 멍청하게 정성공을 따라 일을 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음, 그대가 반청복....] 그는 반청복명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할 뻔했다. 평소 천지회의 형 제들과 자리를 함께할 때 그런 말을 종종 했기 때문에 하마터면 입버릇 대로 그 말을 할 뻔하다가 다행히 재빨리 멈출 수 있었다. 그는 말을 돌려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그 해에 정성공은 복건에서 싸움을 하게 되었지요. 그의 근거지는 하 문(厦門)이었는데 대청나라 군사가 갑자기 기습을 가해 와서 하문을 함 락시켰습니다. 정성공은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후퇴할 수도 없 는 진퇴양난의 낭패한 꼴을 당했지요. 비직은 그때 만번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습니다. 그야말로 왕사(王師)에 충성을 해야 된다는 것을 모 르고 군사들을 이끌고 하문을 공격하여 다시 탈환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정성공을 위해 큰 공을 세운 것이 아니오?] [정성공은 그 일이 있고나서 비직의 관직을 올려주었으며 적지않은 보 물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후에 사소한 일로 층돌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일이오?] [비직의 부하 가운데 소교(시木) 한 명이 있었는데 비직은 그를 보내 적정을 염탐해 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자로서 밖으로 나간 후 산에서 며칠 밤을 잔 다음 돌 아와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였습니다.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이 뭔가 잘 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자세히 물어 진만상을 조사해 내어 그를 가두고 이튿날 참수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소교는 교활하기 이를 데 없었 습니다. 야밤에 정성공의 부중으로 도망쳐서 정성공의 부인인 동 부인 에게 내가 그에게 억울한 죄명을 씌웠다고 울며 하소연했습니다. 동 부 인은 인정에 약했지요. 사람을 저에게 보내 그 소교를 용서하라는 것이 었습니다. 사람이 필요한 이때 함부로 부하들을 죽여 병사들의 사기를 꺾어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소보는 동 부인이라는 말을 듣자 진근남의 말이 생각났다. 동부인은 두 번째 손자인 정극상을 좋아하여 몇 번이나 그를 세자로 세우려 했던 것이다. 위소보는 노기층천해서 욕을 했다. [늙은 갈보 같으니! 군중의 일을 계집년이 뭘 안다고 그래? 제기랄! 천 하의 대사는 바로 이와 같은 늙은 갈보들 때문에 망치고 만단 말이야! 부하 장수가 군법을 어겼다는데도 참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군법을 어기게 될 것인데 그래 가지고서야 어찌 군사들을 이끌고 싸움을 할 수 있겠소? 그 늙은 갈보는 멍청하기만 한 것이 멀쑥하게 생긴 남자들만 좋아하는 모양이군.] 시랑은 그가 이토록 분개하자 지기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어 무릎을 치 며 말했다. [위 대인의 말씀이 더없이 옳소이다! 위 대인께서도 군법이 산과 같이 무거워야 적을 제압하고, 군율이 엄해야 승리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군요.] [늙은 갈보의 말을 그대는 아랑곳할 것 없소. 소교이든 노교이든 간에 잡아서 목을 싹둑 잘라야 했소.] [비직의 생각도 위 대인과 똑같았습니다. 저는 동 부인이 파견한 사람 에게 시가는 국성야의 부장이라 그저 국성야의 명렁만 받들 뿐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동 부인의 부장이 아니니 부인의 명을 받들 수 없다는 것이었죠.] [지극히 옳은 말씀이오. 그 누구든 늙은 갈보의 부장이 된다면 그야말 로 운수가 불길해 지는 셈이죠.] 색액도와 시랑은 그가 동 부인을 늙은 갈보라고 크게 욕하는 것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생각했다. 그들이 어찌 위소보에게 사사로운 감정이 있다 는 것을 알 수가 있겠는가? 시랑은 말했다. [그 늙은....동 부인은 비직의 말에 화가 나서 그 소교를 부중의 친위 병으로 삼고 사람을 보내와서 재간이 있으면 그 소교를 잡아가 죽여 보 라는 것이었습니다. 비직은 일시 성질을 누르지 못하고 직접 가서 한칼 에 그 소교의 목을 잘라 버렸습니다.] 위소보는 손뼉을 치며 크게 칭찬의 말을 했다. [잘 죽였소! 정말 멋지게 죽였소! 정말 깨끗하고도 속시원하게 죽였구 려.] [비직은 그 소교를 죽인 후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깨닫고 정성 공에게 가서 사죄했습니다. 저는 제가 큰 공을 세웠고 또 부하가 군법 을 어겼으니 그를 죽인 것에는 큰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성공은 부인의 말을 듣고 제가 윗사람의 위엄을 거슬리는 죄를 지었 다면서 즉시 저를 감금시켰습니다. 저는 국성야께서 영웅이시고 호방하 시니 일시 화를 내어 나를 며칠간 감금하더라도 곧 풀어 줄 것으로 생 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르자 저의 아버지와 동생, 그 리고 처까지도 모조리 잡아들여 뇌옥으로 처넣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되자 저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정성공이 나의 목을 자르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리하여 지키고 있는 사람이 방비를 소 홀히 하는 틈을 타서 도망쳤습니다. 얼마 후 들은 소식에 의하면 정성 공은 저의 전 가족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였다는 것입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모두 동 부인이라는 그 늙은 갈보의 잘못이오.] 시랑은 이를 부드득 갈며 말했다. [정씨 집안과 저는 바다같이 깊은 원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정성공이 너무 일찍 죽어 이 원한을 갚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비직은 눈물을 삼키며 맹세했습니다. 언젠가는 저 역시 정씨 집안의 전 가족을 잡아서 모조리 몰살시키겠다고 말입니다.] 위소보는 시랑이 정씨 집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하자 자연 그의 큰 적수 인 정극상까지 포함하는지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죽여 마땅하오. 죽여 마땅하오. 그대가 그 원수를 갚지 않는다면 영웅 호걸이 아니오.] 시랑은 강희에게 부름을 받아 북경으로 온 이후 황제를 딱 한 번 만났 을 뿐이었다. 그 후로 북경에서 한가한 세월을 보냈는데 벼슬은 여전히 복건성의 수사제독이었고 작위 역시 정해 장군이었다. 그러나 북경에서 하는 일 없이 향은만 받아 먹고 있을 뿐 부하가 없는 형편이어서 순천 부(順天府) 아문(衙門)의 졸개의 위세보다도 못했다. 웅심이 큰 사내가 이와 같이 매일 하는 일 없이 놀고 먹으니 뜨거운 손 위의 개미처럼 안 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삼 년 동안 며칠에 한 번씩 병부(兵部)로 가서 알아보곤 했다. 그 리고 선물을 보내기 위해 돈을 적지 않게 쓴 까닭으로 그 동안 축적해 온 은자를 모조리 북경의 관계(官界)라는 밑 빠진 독에 쏟아붓게 되었 다. 그러나 황제는 여전히 그를 부르지 않았고 복건성으로 돌아가서 직 책을 다하라는 유시도 내리지 않았다. 나중에 명부에서는 시랑의 이름 만 들어도 골치아파했다. 시랑이 궁해지고 돈이 없어 선물도 하지 못하 자 그 누구도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 위소보가 자기 마음에 맞는 말을 하자 그는 대뜸 복건성으로 돌아갈 희망이 생겼다고 느껴 얼 굴에 흥분의 빛을 띠었다. 색액도는 말했다. [시 장군, 정성공이 그대의 전 가족을 다 죽인 것은 잘못이오. 하지만 그대 역시 그로 인해서 전화위복이 되고 어둠에서 벗어나 밝음을 찾게 되지 않았소?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는 지금까지 대만에서 대청나라에 항거하면서 반역도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일을 돕고 있었을 것이오.] 시랑은 말했다. [색 대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정성공이 그대의 전 가족을 몰살시키자 그대는 분노하여 대청 나라에 귀의하게 된 것이오?] [그렇지요. 돌아가신 선제께 태산과 같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비직이 의거를 일으키자 선제께서는 저를 복건으로 보내 일을 처리하게 하셨습 니다. 비직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몸을 돌보지 않았으며 약간의 공을 세운 결과 복건의 동안부장(同安副將)으로 승진하였지요. 그때 마 침 정성공이 군사를 이끌고 공격을 해와 비직은 그와 목숨을 걸고 싸웠 으며 선제의 홍복 덕택으로 대승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선제는 크게 은 혜를 베푸시며 저를 동안총병(洞安總兵)으로 벼슬을 올려주셨습니다. 그 후에 하문과 금문(金門), 그리고 오서(梧嶼)를 공격하여 함락시키고 다시 한 때의 홍모병들과 연합해 배를 타고 서양 총과 서양 포를 이용 하여 정성공을 공격해서 정성공이 황망히 바다로 도망치도록 만들었지 요. 이에 선제께서는 비직을 복건성 제독으로 올려주셨으며 다시 정해 장군에 봉하셨습니다. 기실 비직의 공로는 반 푼도 없습니다. 첫째는 우리 대청나라 황상께서 복이 크시고, 둘째로는 조정의 여러 대인들이 제대로 가르치신 덕택이었지요.] 위소보는 미소했다. [그대는 옛날 정성공의 군중에 있었고 복건성에서 그와 몇 번 크게 싸 움을 벌였으니 대만의 사정을 잘 알겠구려. 황상께서 그대를 부르시어 대만을 공격할 책략을 물었을 때 그대는 어떻게 말씀하셨소이까?] [비직은 황상에게 말씀을 올렸죠. 대만은 바다를 격하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수비하기는 쉬워도 공격하기는 어렵다고 했지요. 대만의 장수와 군사들은 모두 정성공을 따라 수백 번 싸움을 치른 정예병들이니 대만 을 공격하려면 군사를 통솔하는 사람은 전권을 위임 받아야 하며 제동 을 거는 사람이 없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대 한 사람만 호령을 내리도록 해달라는 것이오?] [비직은 감히 그토록 건방진 마음을 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만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그들이 방비하지 않는 틈을 타야 합니다. 북경과 복 건성은 수천 리나 떨어져 있습니다. 만약 대만을 공격할 좋은 기회를 포착하였을 때 황상에게 상주하고 조정에서 천천히 허락을 내린다면 그 기회는 이미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대만의 장수들 가운데 다른 사 람은 몰라도 진영화라는 자는 지모가 크게 뛰어납니다. 거기다가 유국 헌이라는 자는 그야말로 용감하고 싸움에 능하여 실로 강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경솔하게 출병을 했다가는 필승하기 어렵습니 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씀입니다. 황상께서는 영명하기 이를 데 없으니 결코 그대의 그와 같은 말이 잘못되었다고 탓하지는 않을 것이의다. 그대는 또 무슨 말씀을 하셨소?] 시랑은 말했다. [황상께서는 다시 대만을 공격할 책략을 하문하셨습니다. 그래서 비직 은 말씀드렸지요. 대만의 군사들은 정예병들이긴 하나 수효가 많지 않 기 때문에 대청나라에서 대만을 공격하려면 마땅히 두 가지 계책을 써 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우선 이간질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내부가 서로 화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유언비어를 퍼뜨려 진영화가 군주를 폐하고 스스로 왕이 될 마음이 있으며 유국헌 과 함께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말해야 되겠지요. 정성공이 의심을 일으 켜 어쩌면 진영화와 유국헌 두 사람을 죽일지도 모르죠. 설사 죽이지 않는다 해도 그들을 중용하려 하지 않을 테니까 두 사람의 권한을 약화 시킬 수 있을 겁니다. 진영화와 유국헌은 한 사람은 재상이고 한 사람 은 장수인데 대만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지요. 두 사람이 일제히 물러 나면 말할 수 없이 좋은 기회죠. 그러나 한 사람만 없앤다 하더라도 나 머지 한 사람은 외기둥으로 큰 집을 지탱할 수는 없죠.] 위소보는 속으로 놀랐다. (제기랄! 너는 우리 사부님을 해치려 하고 있구나.) 그는 물었다. [일검무혈 풍석범은 어떻소?] 시랑은 크게 놀라 의아한 어조로 말했다. [위 대인께서는 풍석범까지도 알고 계시는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한담을 하실 때 들먹이는 것을 들었소이다. 황상께서는 대만 의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고 계시오. 황상께서는 동 부인이 멀쑥하게 생긴 손자 정극상을 좋아하고 세자 정극장을 좋아하지 않아 아들에게 세자를 바꾸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하셨소. 그와 같은 일이 있었소?] 시랑은 탄복했다는 듯 말했다. [거룩하신 천자께서는 정말 영명하시고 슬기롭군요. 정말 천고에 드뭅 니다. 깊은 궁궐 안에서도 만 리 밖의 일을 밝게 살펴보시는군요. 황상 의 그 말씀은 절대 틀림이 없습니다.] [그대는 대만을 공격하는 일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소. 한 가지 방법은 계책을 써서 진영화와 유국헌을 죽이는 것이라고 했는데 다른 한 계책은 무엇이오?] [다른 한 계책은 수군을 이끌고 공격하는 것입니다. 한 곳만 공격해서 는 쉽게 성공하기 힘드니 반드시 세 갈래로 일제히 공격을 해야 합니 다. 북으로 계룡항(鷄龍港)을 공격하고 기운데로 대만부(台灣府)를 공 격하며 남으로 타구항(打狗港)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중 한 곳만 성공 한다면 상륙하여 발붙일 수 있어 대만의 인심이 크게 동요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破竹)과 같을 것입니다.] [수군을 거느리고 바다에서 싸움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그대는 잘 알겠구 려?] [비직은 한평생을 수군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해전에 대해서는 잘 알 고 있는 편이죠.]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 정씨 일가를 몰살시키고 정극상이라는 녀석을 해치우는 것 은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정성공은 영웅호걸인데 그의 전 가족을 몰살 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더군다나 대만을 공격하는 것은 바로 나의 사부님을 해치는 것이니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이 해전 에 뛰어나다니 이번 신룡교를 토벌하는 일에 그를 파견한다면 일거양득 이 되겠구나.) 그는 색액도에게 물었다. [형님,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상께서는 영명하시고 멀리 내다보시며 세우신 방책이 빈틈이 없네. 우리 신하들은 모든 점에서 황상의 분부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될 것이 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는 정말 교활하기 이를 데 없군. 전혀 책임을 지지 않으려하는구 나.) 위소보는 찻잔을 들었다. 시중을 들던 시종이 소리 높여 외쳤다. [손님을 전송하여라!] 시랑은 몸을 일으켜 허리를 굽히고 절을 한 뒤 물러갔다. 색액도 역시 한동안 농담을 하고 떠나갔다. 위소보는 궁 안으로 들어가 황제를 뵙고 시랑이 대만을 공격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강희는 말했다. [먼저 삼번을 없앤 후에 대만을 평정하는 것이 순서이다. 시랑이라는 사람은 재주있는 사람이야. 나는 그가 복건성으로 돌아간 후 에 급히 공을 세우고 원한을 갚으려고 경거망동할까 두렵네. 그렇게 된다면 오 히려 대만의 정가가 더욱 방비를 철저히 할 게 아닌가? 그래서 북경에 붙잡아 둔 것이네.] 위소보는 황연히 깨닫고 말했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시랑이 복건성으로 내려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급 히 전선을 만들고 병마를 조련시키는 등 그야말로 풀을 건드려 뱀을 놀 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대만을 공격하려면 반 드시 귀신도 모르게 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공격하지 않으리라 여길 때 갑자기 쳐서 그 정가 녀석의 손발이 어지럽도록 해야 합니다.] [용병에 있어서 허실의 도리를 잘 말했다. 내가 시랑을 북경에 남겨 둔 것은 그가 기운을 전혀 쓸 데가 없어 답답해 죽도록 만들려는 것이야. 그런 후에 파견한다면 충성을 다할 것이고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 을 것이 아니겠는가?] [황상의 계책은 제갈양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신은 정군산 (定軍山)이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는데 제갈양이 늙은 황층을 자극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도록 만든 끝에 황충이 한칼에 그 춘하추동인가 뭔가 하는 녀석을 베도록 했조] 강희는 미소지었다. [하후연(夏候淵)일세.] [그렇습니다. 황상께서는 기억력이 무척 좋으셔서 연극을 보신 후에 그 사람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강희는 웃였다. [그 사람의 이름은 책에 씌어 있네. 그런데 시랑은 그대에게 어떤 예물 을 주었는가?] 위소보는 깜짝 놀라 말했다. [황상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군요. 시랑은 저에게 옥그릇 하나를 선물했습니다만 저는 별로 기쁘지 않았습니다.] [옥그릇이 뭐가 나쁜가?] [옥그릇은 진귀하지만 때리면 깨질 것이 아닙니까. 소신이 황상을 따라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두 손으로 받쳐드는 것은 천 년이 가도 깨어지지 않고 만 년이 가도 녹이 슬지 않는 황금 밥그릇이어야 합니다.] 강희가 껄껄 웃는 것을 보고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 소신은 갑자기 한 가지를 생각해 냈습니다. 황상께서 능히 처리 할 수 있을지 한번 알아봐 주십시오.] [무슨 일인가?] [그 시랑은 수군을 통솔해 왔으며 해전에 매우 능하다고 했습니다.] 강희는 왼손으로 탁자를 한 번 두드리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다! 좋은 생각이야! 소계자, 그대는 정말 총명해. 그를 데 리고 요동으로 가서 신룡도를 공격하도록 하게.] 위소보는 속으로 아연해져서 강희를 쳐다보다가 잠시 후 말했다. [황상께서는 아무래도 신선이 속세로 내려오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소 신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바를 이미 알고 계십니까?] [아첨은 그만 떨도록 하게. 소계자, 이 방법은 아주 좋아. 나는 그렇지 않아도 그대가 신룡도를 공격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가 없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시랑은 해전에 있어서 귀신이다. 그에게 먼저 신룡도로 가서 연습을 쌓도록 해야지. 하지만 미리 소문을 퍼뜨리 면 안돼.] 위소보는 재빨리 말했다. [예,예.] 강희는 즉시 사람을 보내 시랑을 들게 하고 그에게 말했다. [짐은 위소보를 장백산으로 보내 하늘에 제사를 드리려 하네. 그는 애 써 그대를 천거하며 그대가 일을 잘 처리하니까 데려가겠다고 하는군. 하지만 짐은 그의 말을 믿고 있지는 않네.] 위소보는 속으로 웃었다. (제갈양이 늙은 황충을 자극하는구나.) 시랑은 연신 큰절을 하며 말했다. [신이 위 도통을 따라 일을 처리하는 동안 목숨을 바쳐 충성함으로써 황상의 하늘 같은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좋아, 이번에 그대를 시험해 보기로 하지. 정말 쓸모가 있다면 훗날 그대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겠네.] 시랑은 크게 기뻐서 큰절을 했다. [황상의 천은(天恩)이 망극합니다.] 강희는 말했다. [이 일은 기밀에 속하는 일로써 조정에서 위소보 한 사람 이외에는 아 무도 알지 못하네. 그대는 위소보의 지시롤 받들도록 하게. 이만 내려 가 보게나.] 시랑은 큰절을 하고 물러나려 했다. 이때 강희가 넌지시 말했다. [위 도통이 그대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대는 커다란 황금 밥그 릇 하나를 그에게 선물하도록 하게.] 시랑은 대답을 했으나 속으로 크게 의혹을 느꼈다. 황상의 뜻을 몰라 곁눈질로 쳐다보니 황상은 무척 즐거운 표정인지라 속으로 결코 나쁜 일은 아닌가 보다고 생각했다. 위소보가 자작부에 돌아오니 시랑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위소보 는 말했다. [시 장군, 좀 억울하겠지만 그대가 나의 군영 중에서 조그만 참령(參 領) 벼슬을 하여 다른 사람이 이 기밀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야겠소이 다.] 시랑은 크게 기뻐서 말했다. [모든 점에 있어서 저는 도통대인의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그는 위소보가 자기에게 일을 시키면 시킬수록 더욱더 자기를 한집안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니 장래에 출세할 길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 했다. 위소보가 그를 친위병쯤으로 여기고 데리고 다닌다면 더욱 좋겠 다고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황상께서는 비직에게 황금 밥그릇을 만들어서 도통대인에게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도통대인께서 어떤 모양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알아 야 솜씨 좋은 장인에게 주문하여 밤을 새워 만들 것이 아니겠습니까?] 위소보는 웃었다. [아무려면 어떻소? 우리 신하들이 금으로 만든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 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황상의 은혜가 아니겠소?] 시랑은 연신 그렇다고 말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본래 도망을 치려고 했으며 벼슬을 버리려 했다. 그런데 나를 대 신해서 죽어 줄 사람을 찾았구나. 가장 좋기로는 네가 홍교주와 서로 싸우다 함께 죽는 것이다. 그대 두 사람의 목숨이 벌레처럼 짧기를 빌 겠다.) 시랑이 간 후에 위소보는 이력세, 풍제중, 서천천, 현정 도인 등 천지 회의 형제들을 불러와 있었던 일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이력세가 입을 열었다. [이 시가 도적은 국성야를 배반한 자이고 대만을 공격해서 총타주를 함 정에 빠뜨려 죽이려 하는데 다행히 위 향주의 손에 걸려들었으니 우리 가 그를 어떻게 요리했으면 좋겠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신룡교는 오삼계와 결탁하고 있소. 황제는 나에게 시랑을 데리고 가서 신룡교를 토벌하라고 했소. 그 시가가 신룡교와 세상이 발칵 뒤집히도 록 싸우게 해서 양쪽 다 상해를 입었을 때 우리가 어부지리로 얻도록 합시다.] 여러 사람들은 일제히 좋다고 말했다.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시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 나는 그의 힘을 빌려 신룡교를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그를 죽일 수는 없소. 여러 형제들은 조심해서 그가 어떤 빈틈도 알아내지 못하도록 하시오.] 마언초는 말했다. [우리들은 모두 효기영의 분장을 하고 평소에 그와 만나지 않도록 하겠 습니다. 만난다 하더라도 그는 오랑캐에게 죄를 짓지는 못할 것입니 다.] 이튿날 오후에 시랑은 비단 상자를 들고 자작부로 와서 뵙기를 청했다. 위소보가 비단 상자를 열어 보니 과연 커다란 금으로 만든 밥그릇으로 적어도 여섯, 일곱 냥중은 될 듯했다. 시랑은 말했다. [비직은 좀더 크게 만들려 했으나 아무래도....아무래도 도통대인께서 사용하기 불편하실 것 같아 이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위소보는 왼손으로 금 밥그릇을 손에 들어보고 웃었다. [상당히 무겁구려. 시 장군, 이 많은 글자들은 무엇이라 쓴 것이오?] 시랑은 말했다. [중간의 커다란 글자는 공충체국(公忠體國)입니다. 위의 조그만글귀는 '흠사영내시위부대신(欽賜領內侍衛副大臣), 겸효기영정황기도통(兼驍騎 營正黃旗都統), 사천황마괘(賜穿黃馬掛), 파로도용호(巴魯圖勇號), 일 등자작위소보(一等子爵韋小寶)'입니다. 그리고 아래의 작은 글자는 '신 정해장군시랑봉지감조(臣靖海將軍施琅奉旨監造)'입니다. 그 뜻은 황상 께서 위 도통대인께 내리시는 것인데 저는 다만 성지를 받들어 만드는 것을 감독했을 뿐이라는 내용입니다.] 위소보는 웃었다. [고맙소. 고마워.]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다. 이 금 밥그릇은 황상께서 내린 것이다. 네가 나에게 무슨 금 으로 만든 밥그릇을 하사할 수 있겠느냐? 이 시가는 멍청이는 아니로구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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