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 가을모임을 끝내며(山行記)
작성자:전제웅
작성일
2005.10.24 22:41
47회동창회 가을모임이 10월22일과 23일, 양일간에 걸쳐서 연풍면 은티리에있는 은티 산장에서 있었어. 48명의 많은 동창생들이 참석해 주어서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지.
친구들간의 우정을 확인한것은 정말 가슴 벅차고 큰 소득이었지.
은티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해가 일찍 지는 산골동네야. 좌측에 희양산, 중앙에 구왕봉, 우측에 락희봉(아키봉)등의 유명한 산이 모두 은티마을을 둘러싸고 솟아있어서 그야말로 큰 둥지같은 지형을 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지.
지영이 어머님이 시골마을서 기른 토종닭에 몸에 좋다는 오가피나무와 밤, 그리고 마늘등을 넣고 푹 삶은 토종닭 백숙이 익어갈 무렵 친구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지.
먼저온 친구들은 장작불이 활활타는 화덕옆에서 이야기꽃을 피웠어. 도시에서 자란 친구인줄 알았더니 조규일도 곰지골 촌놈이었어. 곰지골서 김재용이네집 바로뒷집이 규일이네 집이었대.
근대 국민학교때 하교길에 김규*이에게 빵을 뺏긴 사건을 얘기해서 한참을 웃었어. 하하하...김규*이시키...산적이잖어?하하하...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친구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어. 35년만에 나타난 친구들은 서로 바라보고 야아~소리만 했지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를는것 같았어.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서로 손을잡고 부둥켜 안기도 하고...하지만 제일 반가운 친구는 안온다고 해놓고 갑자기 나타나는 친구였어. 얼마나 반가운지...
40여명이 산장에 북적대니 정말 무슨 잔치집 같았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리를 바꿔가며 정담을 나누고 서로 이름 불러주고...사실 우리나이에 국민학교 친구들 만큼 정겹고 정이가는 친구나 모임이 있을까? 열시가 넘고 열한시가 넘어도 노래와 춤과 정담은 그칠줄을 몰랐지.
그래도 다들 기본 예의는 지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아무런 사고없이 밤을 샐수가 있었어.
나도 모르게 깜박 잠들었는데 어디선가 중얼중얼...노래같기도하고 책읽는 소리같기도 한 소리가 나길래 눈을 떠 보았더니 다들 자는데 몇몇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고 있었어. 이런, 니들은 잠도없냐?
술먹고 기운이 없어서 목소리도 간신히 나오는데 노래한다고 중얼거리는 폼이라니...하하하...그때가 새벽 4시였으니 누가봐도 맛간사람이라고 했을거야...하하..
아침에 눈을뜨니 7시였어.
부지런한 친구들은 벌써 세수하고 은티동네를 한바퀴 돌고 왔어.
밖에 눈이 왔다길래 내다보았더니 차 유리에 두텁게 얼음이 얼어있었어. 뉴스에는 2~3도랬는데 얼음이 얼었으니 기상대 인간들 예상이 빗나가도 한참을 빗나갔어. 47회 친구들이 얼어죽지 않았으니 내가 참지 아니면 아작을 냈을거야...
희양산쪽에서 떠오른 찬란한 태양은 먼저 서쪽의 제일높은 산인 락희봉을 비추어서 락희봉이 황금빛으로 서서히 변하는 모습이란 정말 장관이었어. 절반은 한낮이고 절반은 아직 어두운 그런 신비한 느낌을 주는 해돋이였어. 개짖는소리...수탉우는 소리...경운기소리...모든게 귀에 익숙한 시골의 모습이라 어릴적 고향에 온것같았지. 몇몇 친구들은 장작불이 불타는 화덕 옆에서 어젯밤 맛있게 먹었던 토종닭백숙을 한그릇씩 퍼서 먹고 있었어. 고기가 완전히 풀어져서 곰탕이 되었는데 정말 약이될것 같아서 큰 대접으로 한그릇이나 먹었어. 이러다 회장이 끓여오는 해장국을 못먹을까봐 양을 다 채우진 않았지. 부산에서 처음 참석한 김인*이란 여자친구는 눈 비비고 나오자마자 막걸리를 달래서 두대포를 하더라구...남자 친구들은 몸사리고 있는데...하하하...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어. 정말 멋지더라구...
9시쯤에 김관용회장이 충주에서 수송해온 콩나물 해장국과 햅쌀로 지은 햅쌀밥이 도착했어. 다들 모여서 한두그릇씩 해치우니 이제서야 살겠다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왔어. 회장 사모님이 새벽부터 수고를 했을터인데...고마워서 어쩌나...회장 마누라 못해먹겠다고 하지나 않았는지...하하하..."잘 먹었슴다~감사함다~"
아침을 두번이나 먹어선지 어젯밤에 술을 너무 먹어선지 속이 영 아니여...
방*라도 시원하게 나왔으면 속이 안정되련만 그것마저 인력으로는 안되니 답답했어.ㅋㅋㅋ공업사에 가서 가스밸브라도 달아겠어.ㅋㅋ
산행준비를 하고 출발을 해야 하는데 인원이 여러명이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어. 등산복 차림으로 기념촬영을 하는데 어젯밤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 무슨 방법으로 술을 깨는지 다들 딴사람이 되어 있더라구...방법이 있을법도한데 얘길 안해주니...그것도 무슨 대단한 노하우라고...하하하...
희양산...
은티에서 바라보는 희양산은 전면이 온통 허연 암벽이었어.
비가 오려하거나 하면 암벽이 허옇게 변한다니 은티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암벽의 색깔을 보고서 날씨를 알아 맞추었대.
희양산 가는 황톳길 옆에는 빨갛게 익은 사과가 어디에나 있었어.
노랗고 빨간 단풍, 빨간 사과, 파란 하늘...정말 날씨한번 기똥차게 좋은거 같았어. 총무가 누구인지 날짜잡는건 정말 잘하는거 같어.ㅋㅋㅋ
올해 총동문 체육대회에 참석하려다 사고를 당한 유남희도 희양산 정복에 나섰어. 무릎에 쇠를 박고서도 어찌나 잘 걷는지...대단혀! 유깡다구...희양산 올라가는 오솔길섶에는 산죽이라는 대나무의 일종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어. 기묘한 모양의 바위와 신선한 바람, 새소리, 물소리...정말 심신의 때가 벗겨져 나가는것 같았어.
희양산의 매력은 역시 정상의 길게 펼쳐진 바위와 연풍,괴산,문경과 대야산, 속리산, 주흘산, 월악산, 조령산 등 명산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전망이었어. 그 명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박지 않을 수 없었지.
애들이나 으른들이나 사진찍는다면 좋아서 다들 표정이 밝아지더군. 그 정상에서 김밥과 정상주를 먹는 기쁨이란...말도 말어.
희양산 정상에는 "양변기 바위"라는 곳이 있어.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을 배려한 조물주의 센스일까?하하하..패인 모습이나 크기가 좌변기랑 똑같애.ㅋㅋ 장난스런 신태규가 양변기 바위에 앉았다가 싸이즈가 맞질 않아서 다리가 너무 벌어져 쩔쩔 매더라구...하하하...크기를 보구 댐벼야지 이 미련한 친구야...ㅋㅋ
하산길은 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부류는 밧줄을 타고 내려왔고 안정과 노약자를 배려하는 친구들은 오던길로 내려왔어. 제일앞에 "최강47"이란 47회 동창회 응원기를 앞세우고...한참을 내려오니 밧줄타고 온 친구들과 삼거리에서 딱 마주쳤어. 시간이 비슷하게 걸린모양...
은티산장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어.
산행시간이 약 4시간정도 걸린것 같어.
은티산장에는 어젯밤에 참석치 못한 친구들이 몇몇이 와 있어서 우릴 반갑에 맞아 주었어. 반가웠어~ 친구들...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진 시각은 4시 30분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헤어지는데도 무척 아쉬워하고 두손을 잡고 놓을줄을 모르던 친구들...정말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친구들...
이제부터는 정기 모임이 아니더라도 자주 연락하고 안부 전해서 우정을 쌓아갔으면하는 바램이야.
올해 가을모임은 이렇게 특별했던것 같아.
성지영이 은티산장을 특별히 제공했고 지영이친구 어머님이 맛있게 만들어주신 음식도 정말 좋았어. 은티산장의 집지킴이인 진돗개 "진돌이"도 어찌나 사람을 따르는지...그날 진돌이도 희양산을 정복했어. 흔히들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들 하는데 그날 산에 못간 친구들 뭐 찔리는거 없을까? 하하하..."개만도 못한 인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우스개 소리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어.
호기심 많은 어느 인간이 달리기 선수와 개는 누가 더 빠를까를 밝히기 위해서 대한민국 육상 대표선수와 진돗개를 달리기 비교를 해 보기로 했어. 대표선수는 개에게 질수 없다며 온힘을 다해 달려서 개를 이겼으나 "개보다 더한놈"이란 소릴 들어야 했어. 분노한 대표선수는 이번에는 조금 덜 달려서 개에게 졌어. 그러자 이번에는 "개만도 못한놈"이란 소릴 들어야 했지. 열받은 대표선수는 한가지 꾀를 생각해내기에 이르렀지. 이번에는 개와 똑같이 달려서 같이 들어왔어. 그러자 이번에는..."개같은 놈"이란 소릴들어야 했어.ㅋㅋ...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고 인심좋은 은티마을의 멋진 통나무집에서 사셔서 그런지 지영이 어머님은 70이 되셨다는데 아직 정정하셔서 10년도 더 젊어보이시는것 같았어. 젊은 사람들 대화에도 참여하시고 아주 멋진 센스를 가지신 어머님이었어.
어머님이 오랜만에 집찾아온 아들딸을 대하듯 이것 저것 챙겨주시고 대화에도 참여해 주시고...우리 친구들 모두의 어머님이었어.
"어머님 감사합니다."
"성지영, 고마워"
"회장과 회장사모님, 아침 준비하신거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
"47회 친구들 모두들 고마워~사랑해~"
첫댓글 올해 가을 모임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듭시다.
그동안 어케 지내셨나?...구구절절이 화기애애한 내용들이 빼곡한데도 읽어갈수록 잼있고 또 그때를 영상처럼 머리속을 스치게 하구만..마치 우리들의 이야기를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 단편소설로 꾸며 놓은듯해서 이 담에 늙어서라도 꺼내놓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질거야..고맙네 친구..
어허 ~~~~ 참 ! 어제일만 같은디 벌써 삼년이 지났구먼~~~~~세월은 빨리가는구먼....
하두길어서 원 ... 아니여 ...... 느낀것이 만은가비네 잘했다 아주조아 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