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영화의 호환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이미 게임을 통해 대중들과 친숙한 이야기가 다시 영화로 만들어진 [툼 레이더]나 실사 영화와 거의 흡사한 3D로 제작되어 미래 영화의 한 방향을 제시한 [화이널 판타지]처럼 영상문화의 양대 축인 게임과 영화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두 장르 모두 시각적 비주얼과 청각적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환경 속에서 극적 서사구조가 전개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신을 직접 상황이나 캐릭터에 몰입시키기 용이하다는 점에서는 게임이 훨씬 더 앞서 있다. 다만 아직은 영화가 구현하는 실사의 배경이 익숙하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맹주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 그 자리가 게임으로 이전되는 순간은 곧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영화 [용이 간다] 역시 먼저 컴퓨터 게임으로 출시되어 대중들의 검증을 받은 후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다. 2005년 12월 8일, 플레이스테이션2의 전용 게임으로 출시된 [용과 같이]는, 야쿠자가 등장하는 성인용 게임으로서 종래의 액션 어드벤체 게임의 개념과는 다른 세계관과 리얼리티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딱 1년 뒤인 2006년 12월 7일 발매된 [용과 같이2]도 1편을 뛰어 넘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대중들의 지지에 힘입어 영화 제작 프로젝트가 가동되었고, 그 결과 [오디션]으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비평가상을 받으며 국제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한 [용이 간다]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게임과 영화를 낱낱이 비교하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영화는 영화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초보자였지만 감독으로 결정된 후 사흘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용과 같이] 게임에 빠질 정도로 흠뻑 빠지며 재미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용과 같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친다. 그들이 벌이는 액션신이나 다이나믹한 영상은 게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줄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들은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10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도지마의 용] 키류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키류의 캐스팅에 영화의 성패를 걸었던 제작진들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여러 편의 영화에서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기타무라 카즈키를 캐스팅했다. 기타무라 카스키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만든 [일본 흑사회]로 키네마 순보 남우신인상을 받았고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에도 출연했으며 국내에도 소개된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에도 출연했다. 키타무라 카스키라는 이름 자체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지어준 것이다.
전설적인 아쿠자 키류가 10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에 터진다. 은행으로 수송 중이던 100억엔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키류가 사랑했던 여인 유미도 사라지고 은인인 카자마도 사라진다. 야구방망이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야쿠자 마지마 고로(키시타니 고로 분)는 키류의 목숨을 노린다. 키류는 어머니를 찾는 소녀 하루카(나츠오 분)와 함께 자신을 노리는 야쿠자들을 물리치면서 하루카의 어머니를 찾아주려고 한다. 이런 이야기의 뼈대 속에 은행 고객들을 인질로 삼고 강도질을 하려는 덤앤더머 2인조 강도도 등장하고, 엉겹결에 강도가 되었다가 비극적인 순간을 맞는 어리버리 커플도 있다. 그 사이에 한국어를 쓰며 등장하는 한국인 킬러(공유 분)까지 등장한다.
게임 [용과 같이]와 영화 [용이 간다]의 가장 큰 외형적 차이점은, 시간적 배경이 바뀌어져 있다는 것이다. 원작 게임에서는 겨울로 배경이 설정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무더운 한 여름의 열대야로 되어 있다. 덥다 뜨겁다 거리도 인생도 바뀌었다, 이런 컨셉이 확장되면서 계절이 바뀌게 되었는데 무더운 여름의 저위가 캐릭터들의 내면에 영향을 미치는 힘은 있지만 그래도 게임의 겨울풍경이 주는 스산함과 추위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신주쿠의 가부키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실제로도 그곳에서 촬영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핵심인 카무로쵸 거리는 셋트로 완벽하게 만들어져 흥미를 준다. 그 거리를 걸어가던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각각 다른 이유로 사건에 연결되면서 인간군상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펼쳐진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과장된 액션,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연출로 게임 속의 캐릭터를 스크린 속으로 불러냈다.
그러나 게임은 유저들의 정서적 몰입이 용이해야만 한다. 따라서 게임 캐릭터들은 복잡한 내면을 갖고 있지 않다. 보편성이 떨어지면 유저들의 이용이 제한되고 상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관객들은 관찰자의 시점에서 스크린을 지켜본다. 따라서 게임이 영화로 매체를 바꿀 때는 캐릭터의 변모가 필수적이다. 게임 캐릭터는 다양한 사람들의 정서적 몰입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그것이 그대로 영화로 연장된다면 관객들은 대단히 멍청하고 단순한 캐릭터의 단점 때문에 지루해지기 쉽다. 그것을 즐기는 것은 당신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