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골드러시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9월 27일 오전 일과 후, 명절 기차를 못 구해서 버스로 상경한다. 현장에서 입주 예정자 대표단이 추석 명절 잘 쇠시라며 햄 세트 선물을 줘, 입주자 대표에게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10월 4일 첫차로 내려가기까지 읽을 책이 1권 남았으니 부족하다. 마고 여사는 칠십이 넘어도 제사 음식을 한다고 큰 집으로 갔으니, 점심도 때울 겸 머리도 깎고, 배낭을 메고 교보로 나섰다. 지하철에는 온통 외국인 근로자들이 진을 쳤다. 인도계인지 방글라데시인지 덩치가 큰 사람들과 좀 작은 동남아인들이 모두 끼리끼리 않아서 각자의 언어로 모바일을 쳐다보고 있다. 책을 7권을 사, 우편으로 부치려니 10일 이후에 도착할 수 있단다. 너무 기일이 길으니 우선 가벼운 책을 둬 권 메고 시청을 건넌다. 뭔 천막이 많아 길도 이리저리 막았다. 왜정 시 지은 청사는 도서관인 줄 처음 알았다. 길을 건너니 덕수궁에 사람들이 장날 북새통이다. 월대가 준공돼서 사람을 끌어들인다. 따라 들어가다 보니 석조전 왼쪽 국립현대미술관에 ‘장욱진 화백의 회고전’이 열린다.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나도 줄서니, 내 줄은 쉽게 소진되고 예약도 안한 놈이 들이대고 보니, 미예약자는 왼쪽으로 서란다. 쉽게 티겥을 얻어 입장한다. 사진도 찍게 하니 천천히 감상한다.
장욱진 선생은 충남 연기군 동면 송룡리에서 장기용, 이기재의 차남으로 태어나신 모양인데 생가가 대단한 고가로 부잣집, 아마 천석꾼 대지주 집 도령인 모양이다. 음력은 1917년 11월이고 양력은 1918년 1월생이니 나의 아버지와 무오생 말띠 동갑이거나, 박정희 대통령과 동갑이다. 선생은 깨친 부모를 만났는지, 소학교 졸업 후 경성제2고보 현, 경복중 고에 입학하여 여기서 미술의 대가, 선생을 만나 입체파와 피카소의 미술 세계를 배운다. 그리고 일본인 역사 교사에 항의하다 4학년에 퇴학당하신다. 4년 뒤. 늦게 20살에 양정고보 3학년에 편입하여 제2회 ‘선전’에 ‘공기놀이’로 최고상을 받는다. 그림이나 그린다는 천대가 ‘선전 최고상’, 100원의 상금으로 천시를 면하고 마음 놓고 그림에 전념한다. 그림에 매료되어 1~4관을 살피고 다음에 다시 그림을 좋아하는 마고와 같이 와 감상하려 마음먹고 걸어 나온다. 덕수궁 앞에서 숭례문 시위근무자 교대 병력이 ‘구 군복 군악대’를 앞세우고 북을 치면서 교대 의식을 치르려 떠나는 모습을 구경한다. 염천교를 건너 한적한 길을 따라 귀가한다.
소설은 상상의 창작 예술이니 어떤 소재이든 작가가 표현하기 나름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으니 요즘 작가의 줄거리나 표현이나 단어들이 시원치는 않은 것은 내가 늙은이려니 하면서 읽어간다. 인간의 삶은 인과응보의 과정이고 갑자기 얻은 복은 당대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려면 크게 덕을 쌓아야 함을 그린 작품인 듯하다. 주인공 최인찬의 할머니는 김사끝으로 평양에서 자경으로 6만 평을 경작하는 지주의 막내딸인 모양이다. 표현은 만석꾼이라 하는데, 도지를 받으면 그리되나, 6만 평은 300마지기로 그냥 거두면 6~7백 석 정도다. 앞의 장욱진 선생네 정도는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김사끝의 아버지가 1946년 12월에 붉은 완장을 찬 이삼태에 맞아 죽을 때 62세니 1884년 생이다. 호색하여 첩을 들이는데 26에서 21세로 점점 젊어진다. 그는 80여 명의 솔거노비, 외거노비 등의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해방한다. 만약을 대비하여 금괴를 모았던 지혜도 있었으나 김사끝이 야뇨를 위해 변소를 가다 아버지가 외양간 앞에 고무로 만든 가방에 금괴를 끙끙거리며 묻고 그 위에 붉은 황토 흙을 덥는 것을 숨어서 목격한다.
그날 1946년 12월 아버지는 마음 느티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외거노비의 아들 리삼태에 맞아 죽고, 큰 오빠 총 맞고, 둘째 오빠는 죽창에 찔려 창자자가 나와 죽는다. 그런데 셋째 오빠 ‘평양고보’ 학생 김 삼억 이는 동갑인 리삼태와 남자와 남자로 맞선다. 그러나 리삼태가 제압하면서 내가 널 죽이지 않는 것은 나의 누이가 널 사모해서였다. 그 누이는 아버지가 소실 외 그냥 간식거리로 치근대면서 궁둥이를 더듬자 분하여 느티나무에서 목메 죽었는데 여기에 열을 받은 리삼태가 혁명을 하면서 삼억을 그냥 둔 것이다.
평양 여자 고등보통학교 학생 17세 김사끝은 그날 목숨을 구하려 공산 치하를 벗어나 남한으로 내려왔다. 낙혼 한 남편 여의고, 아들 내외는 교통사고로 잃고 그녀는 손자 최인찬과 손녀 최인지를 키운다. 그리고 황금 금괴 비밀을 외손자에게 늘 말했으나 손자는 반신반의한다. 그리고 운명 전에 자기의 수의는 안방의 농짝 맨 밑 서랍의 분홍 보자기에 싼 저고리로 입혀달라는 말을 유언한다. 입관 전 생각이 난 최인찬은 집으로 가보니 운명의 옷이 보자기에 있었고 그것을 수의로 할머니에 입혔는데, 마지막 인사를 상주가 하란 말에 할머니를 보자 눈물이 쏟아져 옷의 동정을 적시고 동정에 깨알 같은 글씨가 있었다. “평안남도 평양부 신양리 4통 7반, 외양간 앞” 할머니가 금괘 이야기는 노래했지만, 장소는 말하지 않았는데 동정에 그리 적은 것임을 경찰의 후각으로 알아챈 손자 ‘경사 최인찬’은 즉시 머리에 입력한다.
김일성 빨치산의 군대에 입대한 리삼태는 혁명 열사가 되어 북한의 귀족이 되었고 그는 혁명열사릉에 안장된다. 그리고 아들은 북한의 엘리트 의사의 딸을 얻는다. 손녀가 평양 모란봉 악단의 가수 리손향이다. 그는 현송월이 이끈 악단으로 문재인 정부의 평창동계올림픽에 공연을 왔다. 여러 장면이 텔레비전에 잡혔고 인터뷰도 했다. 그로 인해 모함에 걸려 김정은이 진노하고 리손향의 아버지는 교화소에서 죽고, 손향과 모친은 수용소로 이송된다. 어머니가 손향을 먼저 탈출시킨다. 리삼태 가족이 풍비박산이 난 이유는 빨치산 가문이란 배경을 믿고 김정은에 대한 말을 불경스럽게 한 이유와 리손향이 재미동포인 이** 라 자칭하는 리삼태의 형과 인터뷰에서 제 동생의 아들이 김일성대학 나와서 외국어대 나온 여자와 결혼하고 딸은 노래를 잘해 예술단원인데 리손향이 제 남동생 얼굴을 빼 박았으니, 이것을 어디에 물어봐야 하느냐는 인터뷰가 문제가 된 것이다. 당과 조국을 배반한 놈. 장군님의 은혜를 입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놈, 미제 앞잡이와 결탁한 놈이 된 것으로 역사극의 역적이 됐으니 그 아비인 리삼태도 열사 능에서 부관참시하여 파탄을 초래한 것이다.
최 경사와 최인지는 결국 브로커를 동원해 평양에 잠입한다. 브로커와 꽃제비의 도움으로 금괴를 발견한다. 그러나 브로커의 배반으로 총구가 최 경사의 머리에 겨눠지고 방아쇠가 당겨진다. 그러나 총알은 없고 진짜 총알이 있는 권총은 꽃제비가 가지고 있어 금괴 가방을 꼬마들 10명을 동원 탈취해 도주한다. 어둠이 가고 새벽이 올 때 최 경사는 지하철역에서 브로커를 색출하고 도주극을 벌이는 그를 경찰의 실력으로 체포하여, 브로커와 같이 꽃제비를 찾으러 떠난다. 사연 많은 꽃제비를 잡지 못하고 최인찬 남매는 귀국한다. 돌아와 화병을 앓고 있는데, 할머니 장례식에서 고모들이 수군대든 농협 통장에서 최근에 3천만 원이 인출된 것을 발견하고, 노인네가 ‘보이스 피싱’을 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의 오빠 김삼억이 이북에 있는 것을 알고 그를 남한으로 구해오기 위해 브로커에 보낸 것이었다.
국경선에 도착한 리손향도 탈출을 기다리다, 그녀를 체포하러 온 사실을 알고 도주하면서 우연의 일치인가! 김삼억을 만난다. 김삼억은 산속에 의거하면서 우리의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살았는데 산속에서 기진맥진한 리손향을 보고 그녀를 체포하려는 사람을 등에 비수를 던져서 구해 준 적이 있는데, 손향은 생명의 은인인 김삼억을 기억한 것이다. 한편 꽃제비들은 금괴를 리어커에 싣고 강을 건어 탈북하다 모두 사살된 상태에서 김삼억이 발목을 다쳐서 걷지 못하자 리손향이 김삼억을 싣기위해 찾던 도구 손수레가 발견된다. 그 손수레엔 검은 고무 가방에 금괴가 그대로 쌓여 있었고 김 삼억은 그냥 봐도 금괴인 줄 아는 대지주의 아들이었다. 결국 돌고 돌아서 여동생 김사끝의 비밀을 믿고, 외손자 남매가 북한 평양까지 가서 찾은 금괴가 중간에 생으로 먹으려던 브로커가 놓치고, 의외로 나타난 꽃제비들이 제 어미를 찾고 착복하려 운반해, 국경을 넘기는 했는데, 최종의 임자였던 원주인에게 돌아온다. 그런데 김상억은 리손향의 얼굴에서 자기를 짝사랑했다던 리삼태의 누이 얼굴이 그래로 보였단다. 이 무슨 운명의 인연인가? (나도 가끔 손주들의 얼굴에서 나와 마고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식성과 성격이 나와 빼닮았다. 형과 아우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보인다.)
내 것이 아닌 것은 욕심을 내지 말라는 말이 맞는다. 그 얘기의 금은 현재 가격 112억이라 작가는 계산했다 1킬로에 7,500만 원으로 가정해 150킬로 150개만 가정해 보면 112억이다. 토지의 최부자도 아씨 별당의 반닫이 받침대에 금괴를 깔았다. 금 150킬로는 금 40관, 관당 3억으로 보고 120억 정도다. 과연 소설다운 가정이고 이야기다. 112억에 두 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걸었고, 도중 북한 주민들이 몇 사람 죽거나 망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것이 평양의 골드러시 줄거리인가! 그 정도가 러시인가? 작가가 순진한 나 같은 독서를 즐기는 쟁이를 낚았지만, 그의 도량이 너무 작고 북한을 멸시하는 것 같아 나는 냉소적이다. (할아버지가 산, 땅이나 찾으러 북한 가는 사람 이야기나 써, 보시라오 동무들)
2023.09.30. 추석 휴무엔
평양의 골드러시
고호 지음
댈피노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