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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06
#1. 회사 로비 (D)
고운 : (미안한 듯) 언니 남편분. 짤리셨대요. 좀전에 결정 났다던데?
지애 : (앞이 캄캄하다) 뭐...? 말도.. 안돼...
봉순 : 어찌됐든, 그동안 수고했다. 잘 가라. (가려는데)
지애 : 봉순아~!!
하더니. 봉순 앞을 가로막으며 무릎을 털썩 꿇는다.
지나가는 사람들 웅성대면서 보기도 하고.
봉순 : (주변 의식하며) 너 뭐하니 지금. 안 일어나?
지애 : (손까지 모으고) 안돼. 우리 남편. 짤리면. 안돼. 도와줘 봉순아. 너는 힘 있잖아. 내가 더 잘할께.
니가 도와만 주면... 더 잘할 수 있어!
이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오던 달수. 그 뒤로 태준. 두 사람 모두 지애를 본다.
달수, 눈에서 불이 날 것 같은데. 차마 나서질 못하겠다.
봉순 : 니가 날 너무 오래 쫓아다녔나봐!
지애 :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다)
봉순 : 내가 도와준다고, 니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애?
지애 : (표정 위로)
봉순 : (야멸찬) 너는 천지애야. 양봉순이 아니구. 이제 그만. 니 남편이랑 니 자리로 돌아가.
그리구. 니 주제에 맞는 꿈을 꿔. 감히 기어오를 생각 하지 말고!
지애 : (부릅뜬 눈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태준 : (표정)
달수 : (그 모습 보며 파르르.. 눈가가 벌개지는 표정)
지애 : (입술을 깨물고, 힘들게 말한다) 그래도.. 어떻게 안될까. 니가 나 미워하는건 잘 아는데. 우리 남편 일은 별개잖아.
이렇게 부탁할께! 니 남편한테 얘기해서...
달수off : (OL) 됐어! 그만해!
지애 : (놀라서 보면)
달수, 들고 있던 상자를 바닥에 탁 놓더니 저벅저벅 걸어나온다.
무릎 꿇고 있는 지애의 팔을 확 낚아채 일으키고.
달수 : 일어나!
지애 : (창피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달수 : 니가 왜 여기 이러고 있어! 니가 뭘 잘못했다구!
지애 : (고개 돌리고 있고)
달수 : 집에 가자.
지애 : (가만 있으면)
달수 : 가자구! 우리 집으로!
지애의 팔을 확 당기더니, 어깨를 폭 싸안듯이 감싸서 나간다.
봉순 : (그 모습 보는데, 통쾌하긴커녕 왠지 지애가 부럽다)
태준, 뒤에서 모습 보고 있는 표정. 문득 내동댕이쳐진 달수의 상자 안을 본다.
칫솔이며 볼펜이며 수첩 같은 잡동사니들 위에 지애,정원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보인다.
집어드는 태준 표정.
#2. 공원 (D)
지애가 먼저 가고. 그 뒤를 달수가 간다. 둘 다 말이 없고.
달수 : 여보. (하고 팔 잡으면)
지애 : 놔.
달수 : 여보! (하고 좀 강하게 잡아서 돌려세우면)
지애 : (금방이라도 울음 터질 듯)
달수 : ..... 미안하다.
지애 : (참았던 울음 팍 터지고, 애처럼 소리내 엉엉 울면)
달수 : (눈 벌개져서 보다가, 마음 아파서 확 끌어안는다)
지애 : (안겨서 마음껏 엉엉 운다)
#3. 사장실 (D)
태준 앉아서 가족사진 보고 있는데. 홍식이 들어온다.
사진 엎고. 고개 들어 홍식 보는 태준.
홍식 : 찾으셨다구요.
태준 : (표정 있다가) 아까 아침에 말이에요. 회의실에 난입한 여자.
홍식 : 아. 그거요? 신경 쓰실 거 없습니다. 소비자만족팀에서 알아서 해결할 겁니다.
태준 :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봐 주세요.
홍식 : 네?
태준 : 찾아왔던 여자. 의도가 순수한지 어떤지도 아직 모르는 거고.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홍식 : 아 그럼요. (미소) 오랜만에 사장님께서 회사 일에 관심을 가지시니. 제 마음이 참 좋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아시면 흐뭇해하실 겁니다.
태준 : 되도록 빨리 보고해 주세요.
#4. 영숙 집 거실 (N)
영숙 무릎 베고 누워 있는 홍식. 영숙이 오이맛사지 해주고 있다.
영숙 : (멈추고) 그랬어요?
홍식 : 건방진 놈. 내가 지 비서야? 내가 지 아버지 앞에서 개처럼 엎드려 발등이나 핥고 앉았으니까,
지한테도 그럴 줄 아는거야 뭐야!
영숙 : 개 노릇하는 게 뭐 어려워요?
홍식 : 뭐?
영숙 : 개가 발등을 핥기만 하는 거 아니잖아요? 비위 틀리면 제 주인 발뒷꿈치를 물어뜯어 피를 보게 할 수도 있는 거라구요.
홍식 : (표정)
영숙 : 이제 다 돼 가는데. 뭘 그렇게 조바심을 내요. 그러지 마요, 당신 피부만 꺼칠해져.
동안의 기본은 맑은 피부라고 몇 번을 말해요. (하며 오이 계속 붙여주는)
#5. 지애 집 주방 (N)
커다란 양푼. 나물이며 남은 반찬들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에. 쓱쓱 비비고 있는 지애. 맛있어 보인다.
지애 : 여보! 정원아! 밥 먹어!!!
달수와 정원이 들어온다.
달수 : (왠지 눈치 보이고) 당신... 괜찮아?
지애 : (언제 울었냐는 듯, 숟가락 세개를 비빔밥 위에 푹푹 꽂는다) 배고팠지! 얼른 먹어.
김장김치 익은 거랑 같이 비벼놓으니까 맛 죽여.
달수 : (표정 있다가 숟가락 들고)
지애 : (한입 가득 입에 넣는) 음~ 역시 예술이야! 여보두 먹어봐 빨랑.
달수 : (먹는다)
지애 : 어때?
달수 : (눈물겹지만, 지애가 고맙고) 우리 마눌님 비빔밥이 세상에서 젤 맛있다!
지애 : 그지그지? 우리딸두 먹어.
정원 : 응! (맛있게 먹고 혀 내밀고) 아 매워. 매운데 맛있다. (히히 웃는다)
세사람 따뜻해 보이는 주방 조명 아래 옹기종기 앉아서. 서로 숟가락 부딪쳐 가면서 맛있게 양푼 비빔밥 먹는 모습.
#6. 지애 집 외경 (D)
새벽이다. 그 위로. “잘살아보세” 시계 알람음 -
#7. 지애 집 안방 (D)
지애, 자동적으로 눈을 반짝 떴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달수를 흔들어 깨운다.
지애 : 여보! 일어나. 출근해야지.
달수 : (자기도 모르게 부스스 눈뜨고) 어. 가야지. (하며 일어나는데)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두 사람. 동시에, 상황이 그게 아님을 깨닫는다.
순간 둘 다 동작 정지.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지애 : (어색) 아침.. 해야겠다. 좀 더 잘래?
달수 : 아니야. 나두 일어나야지.
#8. 지애 집 거실 (D)
달수, 츄리닝 차림으로 아침 드라마 보고 있다.
유치원복 입고 나오는 정원. 그리고 지애.
정원 : 엄마. 오늘은 아빠 출근 안해? 왜 넥타이 안 맸어?
달수 : (큼..)
지애 : (얼른) 응. 아빠가 회사에서 일을 너어무 잘했다구. 사장님이 좀 쉬었다 오라 그랬대.
정원 : (좋아하며) 우와. 그럼 아빠 상 받은거네?
달수 : (쓴웃음) 응..뭐..
정원 : 오예! (하며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 쳐들면)
달수 : (힘없이 마주쳐주고, 텔레비젼을 틱 끈다)
지애 : (표정) 정원이 오늘은 엄마랑 유치원 같이 가자.
#9. 유치원 앞 (D)
노랑 앞치마 입은 유치원 선생님 서 있고. 정원 시무룩.
지애 : 선생님. 죄송해요. 사정이 좀 생겨서요. 좀만 쉬었다가 다시 보낼께요.
선생님 : 네에.. 그런데 선생님 그동안 우리 정원이 보고 싶어서 어쩌지?
정원 : ....(시무룩)
지애 : 선생님께 안녕히 계세요 해야지.
정원 :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들어가면. 지애와 정원 돌아서서 나온다.
정원 : (진지) 엄마. 내가 간식을 안먹는 거 어떨까?
지애 : 뭐?
정원 : (나름대로 심각) 내가 평소에 간식을 좀 많이 먹었거든? 그런데 조금만 먹으면 유치원에 돈 조금만 내도 되지 않아?
지애 : (가슴 콱 막히지만 되려 큰소리) 넌 누가.... 돈 없어서 이러는 줄 알어?
정원 : (말똥말똥) 그럼?
지애 : 엄마는...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 맘에 안 들 뿐이야. 거 뭐냐... 주입식 교육. 그런 거. 난 아주 딱 싫단 말야!
정원 : 난 괜찮은데...
정원 팔을 억지로 끌고 가는 지애. 아픈 맘 애써 감추고.
#10. 영숙집 거실 (D)
영숙 우아하게 앉아 있고. 그 앞에 봉순 이슬 정란 고운 향숙 등등 앉아 있다.
영숙 : 우리 이사님께 얘긴 들었어.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구?
봉순 : 네 사모님. 천지애씨가 개인적으로 시식회를 해서 사고를 일으킨 모양이더라구요.
영숙 : (찻잔 내려놓으며) 다음번 공식모임 때 얘기하겠지만. 앞으론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해요.
아니 무슨 개인이 회사신상품 시식회를 해? 평강회에 보고도 없이?
봉순 : 내부 게시판 통해서 공지사항 올리겠습니다.
영숙 : (한숨 폭) 나두 참 큰일이지.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이슬 : 사모님께서 워낙 순수하셔서 그렇죠.
영숙 : 그래서 우리 그이두 늘 내 걱정이잖아. 늘 물가에 내논 애 같다면서. (차 마신다) 참! 자기들은 종교가 어떻게들 돼?
이슬 : 저는 교회 다녀요.
정란 : 저두요.
고운 : 저는 성당요.
향숙 : 저두 성당.
봉순 : 저는 무교에요 사모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영숙 : 실은 내가 다니는 절에서 이번에 연등행사를 하는데. 혼자 가기 그래서, 누구 같이 갈 사람 있나.. 그랬지.
그 얘기 듣는 여자들의 표정 위로.
(E) 댕댕댕.... 산사의 종소리
#11. 절 (D)
(E) 종소리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 절의 마당.
두소 곱게 합장한 채 탑돌이하는 영숙, 봉순, 정란,이슬,향숙,고운까지.
#12. 공양간 (D)
영숙과 봉순 등등의 여자들. 둘러앉아서 밥 먹는다.
이슬 : 참.. 이런 데 와서 맑은 공기 마시니까 기분전환도 되고 좋네요.
영숙 :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구.
정란 : (얼른) 사모님 혼자서 오시지 말구, 앞으로도 꼭 저 불러주세요.
이슬 : (얼른) 저두요.
영숙 : (흐뭇하고) 식사는 입맛에들 맞구?
봉순 : 맛있는데요?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게.
영숙 : 이런 덴 조미료 같은 거 전혀 안넣고. 자연재료만 사용해서 만드니까.
봉순 : (끄덕이며 반찬 먹어보는 표정)
#13. 점집 (D)
지애 들어오면. 화투패 뜨고 있던 화자, 고개 들어서 본다.
화자 : 니 남편 회사 잘 다니고 있지?
지애 :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앉는다)
화자 : (확신에 찬) 야. 걱정마. 당분간 아무 일 없이 잘 다녀. 걱정 마.
지애 : 우리 남편 짤렸거든?
화자 : (헉!) 진짜? 왜? 왜 짤렸어?
지애 : 너는 기지배야 간판 떼! 뭐 하나 맞추는 것도 없고. 왜 맨날 나한테 물어봐!!
화자 : 아 짤렸으면 다시 붙여놀 생각을 하지. 왜 나한테 시비야.
지애 : 어떻게 다시 붙여놓는데?
화자 : 부적 하나 할래? 반품 들어온 거 싸게 줄께.
지애 : 아 됐어!! (하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표정 있다가 급하게 일어선다) 야 나 가야겠다.
화자 : 어디 가는데?
지애 : 신끼가 없으면 눈치로라도 좀 때려맞춰봐라!! 으이구, 저 짝퉁!!!
화자 : (씨이.. 저게...)
#14. 퀸즈팰리스 앞 (N)
지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준혁이 퇴근하는 길인 듯 걸어오다가 지애를 본다.
준혁 : 니가 여긴 웬일이냐.
지애 : 물어 볼 게 있어서.
준혁 : 나 만나러 왔다구?
지애 : 찾아왔다는 그 여자, 연락처 좀 알고 싶어서.
준혁 : 그걸 왜 나한테 와서 물어?
지애 : (자존심 상하지만)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그래.
준혁 :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지애 : 뭐?
준혁 : 니가 그렇게까지 해줄 만큼, 니 남편이 대단히 가치있는 사람이냐는 뜻이야.
지애 : 너 진짜 웃긴다? 내 남편의 가치? 나는 있지, 너같은 애 백트럭 아니 천트럭 갖다 줘도 내 남편이랑 안바꿔.
그게 나에게 있어 내 남편의 가치거든?
준혁 : 너 보는 눈이 그렇게 형편없었냐? 몰랐다.
지애 : 맞아. 나 보는 눈 없어. 그러니 한때나마 너 같은 앨 만났던 거 아니겠어?
준혁 : (표정) 나 같은 애?
지애 : 취향도 그지 같고. 배신도 쉬운 애.
준혁 : (어이없고) 뭐? 뭐가 쉬워? 누가 할 소릴...
지애 :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홱 돌아서 간다)
#15. 봉순 차 안 (N)
봉순이 들어오는 길이었던 듯, 차 안에 앉아 있고. 저만치에 지애와 준혁의 모습이 보인다.
질투에 차서 노려보고 있는 봉순.
#16. 퀸즈팰리스 앞 (N)
지애 몇걸음 가는데. 저벅저벅 오더니 앞을 막아서는 준혁.
준혁 : 전화기 줘.
지애 : 왜.
준혁 : 그 여자 연락처 달라며!
지애 : 됐어. 딴 데 가서 알아볼거야.
준혁 : 딴 데 어디! 나 말고 알아볼 데 있어?
지애 : ...
준혁 : 전화기나 줘! 번호 찍어줄테니까.
지애 : .... (표정 있다가 못이기는 척 전화기 내주면)
준혁 : (안주머니에서 명함 정도 크기의 종이 꺼내 보면서 핸드폰에 번호 찍어주며) 그 여자가 남기고 간 전화번호야.
지애 : (받는다)
준혁 : 고맙단 말도 안하냐?
지애 : (눈도 안마주치고) 너어무 고맙다. (하고 홱 돌아서서 간다)
준혁 : (그 모습 한참이나 보고 있다가 돌아서 건물로 들어간다)
#17. 퀸즈팰리스 앞 다른 일각 (N)
지애 전화번호 들여다 보며 걸어가는데.
지애 앞으로 또각.. 서는 봉순.
지애 : (보면)
봉순 : 잘 지내지?
지애 : (굳어있다가 이내 미소로) 그럼. 아주 잘 지내고 있지.
봉순 : 그래. 다행이다. 마음은 더 편할거야. 몸에 안 맞는 과분한 옷 입고 있을 때보단.
지애 : 니가 모르나본데. 내가 워낙 옷빨이 죽여서 어떤 옷을 입어도 소화가 잘 되거든? 별 걱정을 다한다 진짜. (확 가려는데)
봉순 : (팔을 탁 잡고 싸늘) 너 왜 남의 남자 앞에서 알짱대니? 뭐 얻어갈 게 있다구.
지애 : (확 뿌리치며) 뭐?
봉순 : 물론. 크게 신경 쓰이는 건 아니야. 상대도 상대 나름이니까.
지애 : (보는)
봉순 : 그냥. 너의 그런 몸부림이 안쓰러워서. 친구로서 충고해주는거야.
더 이상 추한 꼴 보이지 말구. 우리 앞에서 깔끔하게 사라져 달라구.
지애 : (차갑게 미소) 그래. 나 몸부림 치는 거 맞어.
봉순 : (피식)
지애 : 근데 난, 우리 남편을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어서 몸부림 치는 거거든?
그치만 넌, 니 남편 잃어버릴까봐 무서워서 몸부림 치는 걸로 보인다. 그게 더 불쌍한 거라는 거. 너도 잘 알지?
봉순 : !!!!
지애 : 너무 겁먹지 말구. 지금 너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져봐. 뭐가 그렇게 두렵니? 너도 뭐.. 그 정도면 많이 괜찮아졌어.
(미소 지어주고 가 버린다)
봉순 : (분해서 파들파들 노려보고)
#18. 거리 다른 일각 (N)
도도하게 또각또각 걸어오다가. 모퉁이 돌자마자. 홱 뒤돌아본다. 아무도 없자 몸에 긴장 탁 풀리는 지애.
지애 : (가슴 탁탁 치며 꺼억..) 어후. 이제 소화가 좀 되네. 웃기는 지지배야 증말! (좀 시원해진 듯 가뿐하게 간다)
#19. 준혁 서재 (N)
일하다가 문득 딴 생각하는 준혁.
<플래쉬>
- 학창시절. 봉순이 지애 딴 남자 만나러 갔다고 거짓말하는 부분.
- 달수와 데이트하는 지애를 보는 군인 준혁.
<플래쉬> #14씬
지애 : 맞아. 나 보는 눈 없어. 그러니 한때나마 너 같은 앨 만났던 거 아니겠어?
준혁 : (표정) 나 같은 애?
지애 : 취향도 그지같고. 배신도 쉬운 애.
준혁. 그게 무슨 소릴까. 문득 궁금하다.
이때 커피 가지고 들어오는 봉순.
봉순 : 커피 마셔요.
준혁 : 어. 고마워. (하고 커피잔 드는데)
봉순 : (표정 있다가) 당신 혹시 최근에 지애 만난 적 있어요?
준혁 : (흠칫 놀라지만 둘러대는) 내가? 내가 지애 만날 일이 뭐 있어. 온달수씨도 회사 그만 둔 마당에!
봉순 : 하긴... (하며 준혁 표정 살핀다)
준혁 : (일하는 척)
봉순 : (표정) 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당신 내가 혁찬이 임신 안했어도, 나랑 결혼했을까요?
준혁 : (부산스레 일하는 척) 미안한데. 나 지금 급하게 할 일이 있거든?
봉순 : (표정 있다가) 그래요? 그럼 일해요.
#20. 봉순 집 주방 (N)
주방의 온 그릇들을 다 꺼내다가 닦고 있는 봉순. 그릇을 닦는 표정 위로.
준혁OFF : 지애야! 지애야!!!! 사랑한다 지애야!!!!
#21. 술집 (N) - 회상
90년대식 호프집.
군복 입은 준혁. 술에 취한 채 봉순 붙들고 하소연중.
못난이 봉순, 어쩔 줄 몰라한다.
준혁 : 봉순아. 나 지애한테 좀 데려다 주라. 우리 지애 좀 만나게 해주라.
봉순 : (울먹) 준혁씨. 지애 남자친구 있잖아. 지애가 준혁씨 만나기 싫다는데 왜 자꾸 그래.
준혁 : 나는 천지애 죽어도 못잊어. 죽을때까지 못잊어!!! 지애야!!!
봉순 : (서러움에 눈물 맺히는데)
준혁 : (갑자기 봉순을 보며) 봉순아.
봉순 : (표정)
준혁 : 봉순이 니가 지애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있는 게 너 아니고, 지애였으면.... 지애야....
(하더니 고개를 푹 꺾고 정신 잃으면)
봉순 : (울음이 터지고, 안경 벗고 눈물 닦으며 꺽꺽 흐느낀다)
#22. 성형외과 병원 (D) - 회상
의사(카메오)와 상담중인 봉순.
봉순 : (사진 꺼내며) 이렇게 되고 싶어요. 이 여자처럼요. (하는데 눈물이 흘러내린다)
의사 : 정말... 이렇게요? 공사가 커질 것 같은데.
봉순 : 꼭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봉순이 꺼낸 사진 속. 지애가 예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23. 봉순 집 주방 (N)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그렁한 봉순. 분하고 서러운 표정으로 울음 삼키며 반짝이는 그릇을 열심히 닦는다.
#24. 지애 집 외경 (D)
#25. 지애 집 거실 (D)
달수, 예전처럼 츄리닝 입고 앉아서 벼룩시장 신문 보면서 열심히 빨간 동그라미 치고 있다.
어디론가 전화해 보는 달수.
달수 : 여보세요? 승리학원이죠? 네. 강사 찾는다고 하셔서. 제가 서울대 의대 다녔거든요. (반응 괜찮은 듯) 아 그럼요. 하하하!
그럼 당장 면접 보러 가겠습니다. (멈칫) 졸업증명서요? 네... 제가 서울대 의대를 다니긴 다녔는데 졸업은 못했...
여보세요? 진짜 다녔거든요? 저희 동네에 플래카드도 막 걸리고.. 여보세요? 여보.. (끊긴 듯하다)
이때 방에서 인형 들고 뛰어 나오는 정원.
정원 : 아빠. 나 배고파.
달수 : (다른 데에 동그라미 치며) 그래? 잠깐만 있어. 이것만 하고 밥먹자.
정원 : 아니. 그거 말구. 나 자장면 사줘~
달수 : (표정) 자장면?
#26. 지애집 안방 (D)
달수, 삼십센티짜리 자로 장롱 밑을 열심히 쓸어내고 있다. 동전 몇 개가 나오는데. 백원짜리 십원짜리 동전들 뿐.
다시 한번 쓸어보는 달수. 어쩌다 오백원짜리가 나온다. 왕건이라도 발견한 듯한 달수 표정.
달수 : 앗싸!!
달수, 표정 있다가. 장롱 문을 열어서, 겨울잠바나 코트 같은 옷들 주머니를 뒤진다.
천원짜리 만나자, 몹시 기뻐하는 달수.
#27. 지애집 거실 (D)
달수 앞에 쌓인 동전과 천원 지폐 한 장.
달수 : 저.. 만리장성이죠. (속삭속삭) 자장면이 4500원 맞죠. 죄송한데요. 좀 덜 담아주셔도 되니까 4000원에 어떻게 안될까요.
지금 돈이 좀 부족해서. 에이 저희 단골이잖아요. (하고 있는데)
달수 앞에 척 놓이는 천원짜리.
헉 놀라고 감격스런 달수, 고개 들어보면. 정원이 서 있다.
달수 : (감격이지만 애써 티 안내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정원 : 저번에 할머니가 주셨어. 보태라구.
달수 : (갑자기 힘이 나서) 곱빼기 얼마죠? 오천원? 그걸로 갖다 주세요! 아저씨, 내 단무지 스타일 알죠? 듬뿍 갖다줘요!
(큰소리 땅땅 치는데서)
<컷튀면>
정원, 자장면 열심히 먹고 있고. 달수는 보고 있다.
정원 : (입가에 다 묻힌 채 보며) 아빠두 먹을래?
달수 : 아니? 아빠는 아까 뭐 많이 먹어서 배부르.. (표정 있다가) ..지만 니가 그렇게까지 권한다면. 한 젓가락만 먹어볼까?
정원 : (내키지 않지만 젓가락 내주면)
달수 : (먹으면서 맛있다. 면발 안끊고 계속 후루룩거리면)
정원 : (표정 찡그려지는데)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리고. 달수가 문 열면. 지애모가 들어온다.
달수 : 어? 장모님.
지애모 : (입가의 자장면과 츄리닝 입은 꼴 보며 한심하고) 지애한테 얘긴 들었네.
달수 : 네. 그게 참... 면목.. 없게 됐습니다.
지애모 : 자네가 뭐 이런 일이 한두번인가? 새삼스럴 것도 없네.
달수 : (표정)
지애모 : 정원아. (보곤) 자장면 같은 걸 먹고 있음 어떡해. 한참 클 때 밥을 잘 챙겨먹어야지.
정원 : 맛있는데...
지애모 : 일어나. 니 엄마한테 전화왔었어. (달수 들으라고) 무슨 일이 그렇게 바쁜건지, 너 좀 데려가 밥 멕이라구.
달수 : (표정)
지애모 : (정원 입가 닦아주고 손끌고 나서며) 가자. (들으라고) 어이구 내 팔자. 딸을 미스코리아 뺨치게 낳아놓고두,
이게 웬 고생이람!! 사위자식 강아지 자식이라더니!!!! (확 나간다)
달수 : 살펴 가세요 장모님! (해놓고도 시무룩해진다)
#28. 까페 (D)
지애,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잠시 후 나타나는 식중독 사건의 여자. 지애를 보고도 두리번거린다.
지애 : (일어나며) 혹시.. 퀸즈푸드에서..
여자 : 아~ (싸가지없이 앉으며) 사람을 왜 오라가라야? 우리애 죽일 뻔 했음 됐지. 무슨 보상이라도 해주게?
지애 : 그전에 먼저 사실을 알아봐야죠. 아이가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데요? 그리구.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지...
혹시 진료기록 있으면...
여자 : 그건 회사하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지애 : 저하고도 얘기해주세요.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걸. 삼백명 다 되는 사람들이 먹었지만. 아무도 그런 일이 없어서.
여자 : (발딱 일어나며) 그런 일이 일어났잖아! 우리 애가 거기서 그걸 먹구! 내가 뭐 사기라도 친다는거야 뭐야?
지애 : ....
여자 : 이제 난 당신하고 할 얘기 없고. 회사랑만 얘기할거야. 그러니까 다신 이렇게 불러내지 마.
확 경찰에 신고해서 일 크게 만들기 전에!!!
지애 : (뭐라고 더 하려는데)
여자 : (가 버린다)
지애 : (표정)
#29. 봉순 집 거실 (D)
여자,고운,봉순 앉아 있다.
여자 : 회사랑 얘기하겠다고 해도. 어찌나 자꾸 들러붙으면서 집요하게 캐묻는지, 아주 혼났다니까요?
고운 : 연락처는 또 어떻게 알아낸건지. 사람이 아주 질긴 거 있죠.
봉순 : (표정 있다가) 그러게 뭐하러 만나줘요?
여자 : 전 피해다니면 오히려 의심 살까봐...
봉순 : (고운에게) 자기도 그래. 여길 데리고 오면 어떡해?
고운 : 죄송해요 사모님. 전 사모님께 상의드려야 할 거 같아서.
봉순 : (냉정) 그만큼 도와줬으면 뒤처리는 알아서 해야하잖아.
고운 : (쫄아서) 네.. 사모님.
봉순 : 그만 가봐.
#30. 퀸즈팰리스 앞 (D)
고운의 차가 주차장에서 나온다. 보조석엔 여자가 앉아 있고.
기둥 뒤에서 쓱 나오는 지애. 아무래도 미행해 온 듯 싶다.
뭔가 냄새가 난다는 듯, 눈썹을 꿈틀하는 지애.
다음 순간 다다다 전력질주를 해서 고운의 차 뒷꽁무니를 쫓아간다. ‘고운씨! 정고운씨!’ 부르며.
하지만 고운 눈치 채고 최고 속력으로 도망가고.
지애, “야!! 이 나쁜 것들아! 거기 안 서?‘ 하면서 쫓아가 보지만 소용 없고 헉헉댄다.
#31. 기획실 (D)
준혁의 자리. 준혁, 김과장에게 보고 받고 있다.
준혁 : (기막힌 표정) 그게 정말입니까?
김과장 : 예. 회의실에 난입해서 식중독 소동을 벌였던 조수경이라는 여자가 공영민씨의 부인인 정고운씨와 대학 동창인 것으로
조사가 됐습니다. 최근에 두 사람이 만난 적도 있구요.
준혁 : 그럼, 정고운씨의 부탁을 받고 그런 일을 벌인 거라는 겁니까?
김과장 : 아직 단정짓기는 그렇습니다만. 시식회가 있었던 당일.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 중이었던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최소한 시식회에 갔었다는 건. 거짓말인 게 확실합니다. 최근에 애가 입원을 한 적은 있는데.
진료기록 보니까 식중독이 아니고 독감 때문이었구요.
준혁 : (표정)
김과장 : 그런데....
준혁 : 뭡니까 또.
김과장 : (망설이다가) 그 일이 사모님하고도 연관이 좀...
준혁 : (표정) 우리 집사람?
김과장 : 세 분이 만난 걸 본 사람들도 있고.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런 얘기가 있어서.
준혁 : (표정) 알겠습니다. 일단 이 내용은 위로 보고하지 마세요.
김과장 : 예. 저도 왠지 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진 않았습니다.
준혁 : 잘했어요. 이사님껜 내가 보고드릴께요.
#32. 놀이터 (D)
지애모가 정원 손을 잡고 온다.
지애모 : 여기서 좀 놀고 있어. 할머니, 요앞 마트 가서 과일 좀 사올께.
정원 : (둘러보며) 다 모르는 애들밖에 없는데?
지애모 : 이 동네 애들은 지들끼리 놀때도 영어로 논대드라. 너두 수준높은 애들이랑 좀 어울리구 그래봐. 응? (하고 간다)
정원 보면. 혁찬, 3부에 나왔던 여자아이,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다.
혁찬은 고급스런 옷차림.
여자아이 : (못되게) 야! 너 그거 잠깐 줘봐. 혁찬이랑 나랑 엄마아빠 놀이 할거야.
여자아이2 : (인형 숨기며) 싫어.
여자아이 : 우리 아빠한테 이른다? 그럼 니네 아빤, 우리 아빠한테 혼나는거야! 니네 엄마도 우리 엄마한테 혼나구! 너 그래도 좋아?
여자아이2 : (울먹하더니, 할 수 없이 인형 주는데)
그 모습 보던 정원이 척척 걸어간다. 여자아이가 가지고 있던 인형을 확 뺏는다.
여자아이 : 야! 너 뭐야?
정원 : (인형을 여자아이2에게 주며) 니가 뭔데 남의 인형을 뺏어가니?
여자아이 : (찬찬히 보더니) 야! 너 지난번에 운동회 왔던 애 맞지?
정원 : 그래! 맞다!
여자아이 : (거만) 너 그때도 내가 얘기했지만! 우리 아빠 부장님이야! 혁찬이 아빠도 부장님이구! 니네 아빤 뭐니?!
정원 : 우리 아빠?
여자아이 : 그래. 니네 아빤 뭐하냐구!
정원 : (표정 있다가) 우리 아빤. 사장님한테 상타서 집에서 놀고 있다 어쩔래!
여자아이 : (약간 밀린다) 상?
정원 : (의기양양해서 몰아부치는) 그래! 니네 아빤 집에서 놀아?
여자아이 : (말 못하면)
정원 : (혁찬에게) 니네 아빤?!!
혁찬 : (아니라며 도리도리)
정원 : (기 살아서)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까불구 있어. (혁찬에게) 그리구 너! 무슨 남자가 그렇게 비겁하냐?
얘가 인형뺏는 거 보면서도 가만 있구!!
혁찬 : (헉!! 충격받고)
정원 : 난 비겁한 남자가 제일 싫어!
여자아이 : (정원에게 확 달겨들며) 야! 너 니네 아빠가 놀면 다야? 니가 뭔데 우리 혁찬이 욕해?
정원 : (여자아이 배로 확 밀어버리고)
이때 쇼핑봉지 들고 달려오는 지애모.
지애모 : 아이구. 니들 왜 싸워. 애들이랑 잘 놀아보라고 데려다놨더니 쌈박질이나 하구. (정원 팔 잡으며) 가자!
여자아이 : (자빠진 채 분해서 으앙 우는데)
혁찬 : (왠지 굴욕스럽다)
#33. 봉순 집 혁찬 방 (N)
봉순 들어오는데. 불 꺼진 방. 불을 탁 켜면.
방 구석에 앉은뱅이 책상 하나 갖다 놓고 앉아 있는 혁찬. 무릎 하나 든 채 거기에 팔꿈치 기대고
머리칼 안에 손 넣고 어른처럼 고민하는 포즈인 혁찬. 책상 위엔 우유가 담긴 컵.
봉순 : 혁찬아. 너 뭐해?
혁찬 : (괴롭게 우유를 한 모금 마신다)
봉순 :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혁찬 : (천천히 고개 들더니) 엄마. 나 비겁한 남자야?
봉순 : 뭐라구?
혁찬 : 아니야. 그런 게 있어. (한숨 푹 쉬더니 다시 우유를 마신다)
봉순 : (왜저래? 표정)
#34. 봉순 집 서재 (N)
봉순 들어온다. 준혁은 컴퓨터 켜놓은 채 눈감고 있고.
봉순 : 여보? 들어가서 편하게 자요.
준혁 : (눈 뜬다. 자고 있었던 게 아닌 것 같다) 당신. 공영민씨 와이프랑 무슨 일 꾸몄어?
봉순 : 일..이라뇨?
준혁 : 조수경이라는 여자. 공영민씨 부인이랑 같이 만난 적 있어 없어.
봉순 : (딱 잡아떼는) 그런 일 없어요.
준혁 : (표정 있다가) 잘했어.
봉순 : (? 보면)
준혁 : 지금처럼 그렇게 끝까지 잡아떼! 절대 들키지 말라구.
봉순 : (표정)
#35. 지애 집 거실 (N)
지애 힘없이 들어오는데. 신발 신는 달수.
지애 : 당신 어디 가?
달수 : 어. 대식이가 아프대서 금방 갔다 올께.
지애 : 대식씨가 아퍼? 왜?
달수 : 과로래.
지애 : (궁시렁) 백수가 무슨 과로는 과로...
달수 : (약간 발끈) 백수도 과로할 수 있지 뭘. 갔다올께. (나간다)
#36. 족발집 앞 (N)
달수, 뛰어온다. 족발집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저씨(카메오)에게 다가가는.
달수 :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오빠달려 대리운전에서 나왔는데요.
아저씨 : (고개 들며 일어나는데 멀쩡해 보인다) 늦었네. 한참 기다렸잖아.
달수 : 죄송합니다. 키 주십시오. (키 받고) 차는 어디 있으세요?
#37. 차 안 (N)
달수 운전하면서 가고 있고. 아저씨는 뒷자리에 앉아 있다.
아저씨 : (멀쩡한) 요새 많이 힘들지?
달수 : 예? 아닙니다. 다들 힘든 때 아닙니까. 하하.
아저씨 : 그래도 젊은 사람이 고생하네.
달수 : 감사합니다.
아저씨 : 이거 별 건 아니지만... 넣어둬.
아저씨, 뭔가 쓱 내밀어 달수 주머니에 넣어준다.
달수 : 예?
하고 주머니 보면. 커다란 족발이 주머니에 꽂혀있고. 달수 황당.
아저씨 : (멀쩡) 부담 갖지 말고. 힘내고. 넣어둬.
달수 : (황당)
아저씨 : 그냥 가려니까 심심하네. 노래나 좀 들을까?
달수 : 씨디나 테이프 같은 거 어딨습니까?
아저씨 : 그런 건 없구. 난 쌩라이브를 즐기는 편이라.
달수 : 예?
아저씨 : 곡명은 아빠의 청춘. (달수 머리를 딱 때리며) 플레이!
달수 : 아야!
아저씨 : 아 뭐해! (다시 딱 때리며) 플레이!!
달수 : (우씨.. 아픈데)
아저씨 : (또 손을 확 쳐들면)
달수 : (또 때릴까봐 얼른) 이 세상의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 딸이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아저씨 : (함께 고래고래 따라부르는) 마음으로 빌어주는 박영감인데!!
달수,아저씨 : (주먹까지 흔들며 합창하는) 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마라!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38. 한산한 도로 (N)
차가 지나가는 위로. 달수와 아저씨 노래하는 목소리.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39. 지애 집 거실 (N)
지애, 한숨 쉬며 패턴 뜨는 일 하고 있다. 잔뜩 늘어진 거실.
띵동 벨소리에. 지애, ‘당신이야?’ 하고 문 열면. 시모가 서 있고.
지애 : (놀라서) 어머니.
시모 : (들어온다)
달수 : 아직 퇴근 안했냐?
지애 : 네? (얼버무리는) 네..
시모 : 아이구. 우리 달수가 지 식구 먹여살리느라 애쓰는구나. 사골 좀 고아왔다. 우리 달수 얼굴도 볼 겸.
시모, 거실에 늘어진 것들 보며 눈살 찌뿌린다.
시모 : 얘. 너는.. 아직도 이런 거 하니? 그 좋은 대기업 다니는 잘난 남편 두구. 왜 이런 지지리 궁상을 떨어?
지애 : (답답하지만) 네. 뭐 그냥요. (치운다)
시모 : 남자가 바깥일 하고 돌아왔을 때. 집안이 깔끔해야 하는거야. 그래야 편히 쉬지!
아유, 우리 달수. 큰일 하고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겠어~
#40. 시 외곽 일각(N)
한적한 시 외곽 어느 전원주택 앞. 남자는 비틀대면서 들어가고.
‘안녕히 가십시오’ 인사한 달수. 돌아가려는데 좀 막막하다. 앞이 깜깜하고.
할 수 없이 핸드폰 불빛 비춰가면서 걷기 시작하는 달수.
#41. 국도변 (N)
달수, 열심히 걷고 있는데. 힘도 들고. 다리도 아프다. 손 흔들어 보지만. 그냥 지나쳐 가는 차들.
힘들게 다시 걷는 달수. 앞이 잘 안보이는 나머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아후... 아파하면서 일어나 보면. 손바닥이랑 다 까졌다.
절룩이면서 걷는 달수.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트럭 한대 오는 거 보고 손 흔들어 본다.
의외로 멈춰주는 트럭. 그러나 앞자리에 벌써 세사람이 탔다.
달수 : 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트럭 : 어쩌나. 그러고 싶긴 한데. 만석이라.
달수 : 뒤에 짐 싣는 공간이라도 상관 없는데요.
#42. 냉동 짐칸 (N)
생선박스 등이 실려있는 냉동칸.
그 사이에 달수, 허옇게 얼어붙은 채 담요 같은 거 하나 뒤집어 쓰고 달달달 떨고 있다.
#43. 지애 집 거실 (N)
지애와 시모, 어색하게 앉아서 텔레비젼 보고 있다.
시모 : 정원인 왜 니 친정에 갖다 맡긴건데?
지애 : 제가 일을 좀 하느라.
시모 : 꼴랑 잘난 무슨 짝퉁백 만드는 것도 일이라구. 남편이 대기업 사원이면. 그 부인답게 좀. 품위있게 처신해!
지애 : (뭔가 말하려다가 참고 말지 싶은데)
이때 벨소리 나고. 지애 나가면.
달수가 꽁꽁 얼어 절룩이며 들어온다.
지애 : 여보.
달수 : (족발 내밀며) 여보. 이거 먹을래?
시모 : (뛰어 나오며) 아니. 너 꼴이 왜 그러냐?
달수 : 어? 엄마. 언제 왔어?
시모 : 이게 웬일이야. 너 술마셨니? 얘가 무슨 오밤중에 돼지족발을 들고.. (수선스럽게 몸 만져보더니) 너 몸이 왜 이렇게 차거워.
(손과 손등 팔목 등 보며) 이건 또 왜 이렇게 홀라당 다 까졌어. 어떻게 된거냐구.
지애 : (난처)
시모 : 너 회사 갔다오는 거 맞어? 어디 딴 데서 오는거야? 응?
달수 : (뭐라고 말 못하고 눈치만)
시모 : (지애를 홱 째려보며) 니 남편이 왜 이 꼬라진거야? 제대로 말 못해?
달수 : 엄마. 이 사람한테 그러지 마요. 내가 다 말할께. (표정)
<컷 튀면>
시모, 설명 다 들은 듯 기막혀하고 있다.
시모 : 그래서! 너 지금 회사에서 짤리고. 대리운전 뛰다 온거야?
지애 : 당신.. 정말 대리운전 했어? 그런 말 없었잖아!
달수 : 놀면 뭐해. 정원이 유치원비라도 벌려구...
시모 : 아니 너! 내가 너 대리운전이나 하라고 서울대까지 보냈는 줄 알아?
(지애 보며) 너는 도대체 얘를 얼마나 들볶고 구박을 했길래 애가 이런 짓까지 하냐? 응?
이때 문 확 열고 들어오는 지애모. 옆엔 정원.
지애모 : 아니 왜 이렇게 시끄러워?
지애 : 엄마. 왜...
지애모 : 얘가 잘 놀다가 잘 때 되니까 지 에미 찾드라. (딱딱) 안녕하세요 사돈.
시모 : (마뜩찮게) 네 오셨어요 사돈.
지애모 : 아니 그런데 밖에서 듣다보니까 우리애한테 뭐라 그러시는 것 같던데요.
시모 : 네! 제가 며늘애한테 한마디 했습니다! 얼마나 지 남편을 못살게 굴었으면 우리애가 밖에 나가 대리운전까지 합니까?
지애모 : 대리.. 운전요?
시모 : 우리애요, 학교 다니는 내내 전교1등 한번 놓쳐본 적이 없는 고급인재입니다. 그런 애를 얼마나 들들 볶아먹었으면.
밖에 나가 그런 일을 하고 오겠냐구요!
지애모 : 아 가장이 지 마누라 지 새끼 먹여살리려면, 대리운전 아니라 뭐라도 해야죠. 그게 뭐 그렇게 안타까운 일이라구 그러세요?
지애 : 엄마아.. (잡으면)
지애모 : (뿌리치며) 우리앤 뭐 못나서 이러고 삽니까? 우리앤 결혼해달라고 쫓아다니던 남자들을 한줄로 세우면
운동장 열세바퀴는 됐을 겁니다. 그런 애를 데려다가 이게 뭡니까? 7년을 그렇게 놀고 먹었음 됐지.
이번엔 좀 좋은 회사 취직해서 잘 다니려나 했더니. 한달도 안돼서 덜커덕 짤려가지고.
시모 : 그게 우리아이 잘못입니까?
지애모 : 아 그럼 누구 잘못입니까?
시모 : 남자 성공은 여자할 탓이라구요. 여자가 안에서 내조를 잘해야, 남자 바깥일도 잘 되는 겁니다!!
지애모 :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요. 사돈 어른은 그럼 왜 하시는 사업마다 족족 망하셔서. 집팔고 땅팔고 하셨는데요?
그건 안사돈 내조가 영 시원찮아서 그런 거랍니까?
시모 : (부르르) 뭐에요!!
지애모 : (맞장뜰듯 확 다가서며) 왜요!
달수 : (못참고 버럭) 그만요!!
일동 : (놀라서 보면)
달수 : 그만 하세요. 다 제 잘못입니다.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지애 : (표정)
달수 : (90도로 꾸벅) 죄송합니다. (하더니 나가 버린다)
지애모 : 아우 뭘 잘했다구..
시모 : (찍 째려보고)
지애모 : (흥! 하고)
지애 : (한숨)
#44. 거리 (N)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걸어가는 달수.
#45. 갤러리 (N)
어두운 갤러리. 책상 위를 정리하는 소현. 일어나서 둘러보면 정적만 흐르는 어두운 갤러리.
잠깐 전화기를 열어서 이름들을 검색해 보는 소현. 아무도 불러낼 사람이 없다.
그냥 일어나 몇걸음 나가다가 다시 들어오는 소현. 핸드폰 전화번호를 검색해. 달수 이름 찾아내고.
갤러리 전화기를 들어 전화하는 소현.
#46. 거리 (N)
달수, 모르는 번호가 뜨자. 받는다.
달수 : (씩씩하게) 네! 오빠달려 대리운전입니다.
#47. 갤러리 (N)
소현 : (웃기고) 오빠달려 대리운전요?
달수off : 네. 싸고 친절하게. 서울 끝에서 끝까지 만오천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팁이나 추가요금 요구하지 않는 오빠달려입니다.
소현 : (웃음 참고) 그럼 지금 나 있는 곳에 와 주실 수 있는 거죠?
달수off : 예! 금방 달려가겠습니다!
#48. 거리 (N)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달수.
#49. 삼청동 초입 (N)
달수 뛰어오는데. 소현이 차 옆에 서 있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 달수. 헉헉대면서 소현을 한번 보고. 차를 한번 본다. 번갈아 가며 보다가.
소현 : (웃고)
달수 : (기막힌) 너였어?
소현 : (웃으며 끄덕)
달수 : (헉헉거리며 땀 닦는다)
소현 : (손수건 꺼내서 땀을 닦아준다)
달수 : (보면)
소현 : (장난) 기사오빠. 서울 끝에서 끝까진. 만오천원이구. 재미없는 데서 재밌는 데 까지 가는 건 얼마에요?
달수 : (숨이 차서 헥헥대기만)
#50. ROCK BAR (N)
흥청거리며 춤추는 사람들로 소란스러운 ROCK BAR 바에 앉아있는 달수와 소현.
소현 : (맥주 한잔 마시며) 진짜 안마셔?
달수 : (꼿꼿하다) 운전해야지.
소현 : 대리 부르면 돼.
달수 : 내가 대린데 또 누굴 부른다 그래. (물만 마신다)
소현 : (풋 웃는데)
이때 바 앞의 무대로 올라가는 MC. 반짝이 옷 입고 있는 카메오.
MC : 매주 목요일 밤. 펼쳐지는 이벤트! 이 도시 최고의 퀸카를 위한 시간! 푸짐한 상금이 걸려있는 댄싱퀸 선발대회!!
달수, 저 사람을 어디서 봤더라 싶은데. 그와 동시에 비트 강한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남자들의 환호 소리. 서너명의 여자들 무대 위로 올라가는데.
소현 : 나도 나갈까?
달수 : (깜짝) 뭐?
소현 : 나가보지 뭐. 재밌을 것 같은데. (하더니 겉옷을 벗는다)
달수 : 야... 어딜 나간다구. 야아.. (하는데 벌써 나가고 있는 소현)
블라우스에 딱 붙는 정장 치마 차림. 무대 위로 오르는 소현.
섹시한 옷차림의 여자들 가운데, 오히려 돋보이는 소현.
남자들의 시선 소현에게 쏟아지고. 조명을 받는 소현. 묘한 분위기다.
고조되는 분위기. 리듬에 맞춰 숨겨두었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소현.
환호성 커지고. 소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그 모습 보는 달수의 표정. 전혀 몰랐던 소현의 모습이다.
음악이 끝나고. 모두 소현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달수만 멍해서 보고 있다.
땀에 흠뻑 젖은 소현. 활짝 웃으며 달수를 보며 살짝 윙크한다. 매혹적이다.
달수 표정.
#51. ROCK BAR 앞 (N)
소현 살짝 추워하면서 나오고. 달수 뒤따라 나온다.
달수 : 잠깐만 기다려. 차 가지고 나올게. (가다가 다시 와서 겉옷 벗어 소현 덮어주고 간다)
소현 : (표정)
#52. 차 안 (N)
달수 옷 덮은 채 눈감고 있는 소현. 음악 볼륨을 줄이는 달수.
소현 : 내버려 둬. 좋은데 왜.
달수 : 어? 어. 자는 줄 알구. (다시 볼륨 높이면)
소현 : (눈감은 채) 좀 창피해서 자는 척 하는거야. (눈감은 채 웃는다)
달수 앞만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현의 입술이 달수 볼에 와서 살짝 닿고.
깜짝 놀라서 옆을 보면. 소현 다시 눈 꼭 감고 자는 척한다.
달수, 놀라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고. 솔직히 좋기도 했고.
#53. 지애 집 외경 (N)
#54. 지애 집 거실 (N)
문 살짝 열리고. 들어오는 달수. 거실 불은 꺼져 있다.
#55. 지애 집 안방 (N)
달수 몰래몰래 들어오는데. 벌떡 일어나는 지애.
허걱 놀라는 달수.
지애 : 왜 이렇게 늦었어?
달수 : 어. 그냥 바람 좀 쐬느라..
지애 : (농담) 바람을 핀 건 아니구?
달수 : (쿵!! 하지만) 뭔 소리야. 농담을 해도.
지애 : 아까 우리 엄마 때매 속상했었지.
달수 : 당신두.. 우리 엄마 때매 속상했잖아.
지애 : 대리운전을 왜 해 그러니까.
달수 : 장모님 말씀대로 뭘 못하겠어. 내 처지에. 내일은 이삿짐 나르러 가기로 했어.
지애 : (한숨만 난다) 얼굴 까진 데 이렇게 해 봐. 약 바르자.
연고 꺼내서 얼굴에 발라주다가. 연하게 묻은 립스틱 자국 보는 지애.
지애 : 이게 뭐야? 꼭 여자 립스틱 같은데?
달수 : (헉!!!!) 어? 아~ 아까 아줌마 손님 부축하다가. 그때 묻었나부다.
지애 : (좀 불쾌하지만 참고) 그래?
달수 : 나 씻고 올게. (얼른 나가고)
#56. 지애 집 화장실 (N)
달수 얼른 들어오며, 휴우~
달수 : 어우.. 나 애드립 늘었어. 후우.. (거울 보면 희미한 립스틱 자국이 볼에 있고. 만져보는 표정 위로)
<플래쉬> 소현이 볼에 가볍게 키스하던 장면.
달수, 내가 왜 이러나 싶고. 얼른 찬물 틀어 푸푸 세수해 버리는.
#57. 퀸즈팰리스 외경 (D)
#58. 봉순 집 앞 (D)
지애, 벨 누르면. 봉순이 나오고.
봉순 : (귀찮다는 듯) 너랑 나랑 볼일이 아직도 남았니?
지애 : 나도 그게 유감인데. 너한테 꼭 할 얘기가 있어서.
#59. 봉순 집 거실 (D)
지애 : (들어오며) 나 어제 퀸즈팰리스 앞에서 누굴 봤는지 알아?
영숙OFF : 누굴 봤는데?
지애 놀라서 보면.
영숙이 소파에 맨발로 편하게 앉아 있고. 영숙의 발밑엔 패티큐어 도구들이 놓여 있다.
지애 : 사..사모님.
영숙 : 참 무례하네. 내 앞에서랑 어쩜 사람이 이렇게 달라?
봉순 : (따라 들어오며) 이게 천지애씨의 본모습이에요 사모님.
지애 : 뭐? (하다가 영숙 눈치 보며 참고)
봉순 : (영숙 앞에 무릎 꿇고 앉으며) 나 지금 사모님 패티큐어 해드리던 중이었는데.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
지애 : 여..기서?
영숙 : 왜? 내가 있어서 불편해? 해야 할 말이라면, 누구 앞이라고 하고. 누구 앞이라고 못할 거 없잖아?
지애 : (말문 막히고)
봉순 : (영숙 발톱에 정성스럽게 패티큐어하고) 죄송해요 사모님.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해드려야 하는건데. 불청객이 찾아와서.
영숙 : 아니야. 내가 참... 인연을 너무 쉽게 믿은 게 탈이야.
봉순 : 인연이요?
영숙 : 얘기했잖아. 여기 천지애씨랑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자기 남편이 우리 회사 들어오고 싶대서.
난 그걸 귀한 인연으로 믿었었다구.
봉순 : 아.... 그거요? 지애 너 아직도 말씀 안 드렸니?
지애 : (약간 찔리고) 뭐..뭘!
봉순 : 미영이한테 정보 듣고 백화점 간거라면서. 우리 사모님 자주 이용하시는 코스까지 다 꿰뚫어서.
지애 : (!!!!)
영숙 : (!!!!) 뭐? 그게 사실이야?
지애 : 네? 아.. 그게 사실이라기보담두. 제가 그땐 너무 급해가지구. 사모님이랑 친해져 보려구요.
영숙 : 증말 상종 못할 사람이네! (일어나려다 발가락 때매 주저앉고)
지애 : 사..사..사모님.
영숙 : 이거보세요. 댁이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구. 사모님이에요?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호칭 듣는 거 아주 기분 언짢네요.
봉순 : (일어나더니) 어쩌니?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진 모르겠다만. 오늘은 안되겠다? 그만 가주면 좋겠는데.
지애 : (울상이지만) 나 어제 정고운씨랑 식중독 사건 그 여자가 퀸즈팰리스에서 나오는 거 봤어!
어젯밤에 시식회 테입 샅샅이 다 뒤져봤지만. 그 여자는 시식회에 절대 안 왔구!
봉순 : (입막으려) 구질구질해서 더는 못 듣겠다. 사모님 안 계실 때 다시 얘기하자! (밀어낸다)
지애 : (밀려나면서도 다다다) 이상하잖니. 공영민씨 와이프랑 그 여자가 친구라면? 뭔가 있는 거잖아! 너 아는 거 없어? 내 생각엔...
봉순 : (확 밀어내고) 나가라구! (문 닫아 버린다)
영숙 표정.
왠지 눈치 보이는 봉순.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영숙 : 근데... 뭔가 있긴 있나보네.
봉순 : 네?
영숙 : 난 못들은 걸로 할테니까 잘해. 나 이깟 일로 자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 싫거든?
봉순 : (표정) 네 사모님.
영숙 : (표정)
#60. 영숙 집 거실 (D)
영숙 통화중이다.
영숙 :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밝혀지면. 사장한테 보고 잘못 올린 당신까지 오해받게 생겼어요. 그래요. 잘 처리하세요.
하곤, 발을 들어 패티큐어 마음에 드는 듯 본다.
#61. 복도 (D)
홍식과 준혁 걸어간다.
홍식 : (힐끗 준혁을 보고) 내가 자네 아끼는 거 알지.
준혁 : 예 이사님.
홍식 : 한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준혁 : 네?
홍식 : 그렇지만 말야. 난 두 번씩 거짓말하는 사람은, 안믿거든?
준혁 : (짚이는 데가 있고)
홍식 : 기껏 인턴사원 하나 살리려고, 당신 목까지 내놀거야? 그럴 건 아니지?
준혁 : (표정 있다가) 물론입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설명하려는데)
홍식 : 아아.. 들은 걸로 하고. 뒷처린 알아서 하리라고 믿지 뭐. 우리 한부장이 마무리 하난 끝내주잖아.
미적미적 안미루고, 할때 확 밀어부치는 거 그거 전문 아냐.
준혁 : (표정)
#62. 사장실 (D)
홍식과 태준 차 마시고 있다.
홍식 : (녹차잔을 들며) 윗동네만 시끄러운 게 아닌가봅니다. 아랫동네도 마찬가진가봐요.
인턴직끼리도 피가 터지고 전쟁을 하고 그러네요.
태준 :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그렇죠. 그러니까, 소동은 다 끝난겁니까?
홍식 : 네. 뭐 책임질 사람 책임지고. 제자리 찾을 사람 제자리 찾게 하라고 했습니다.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웃으며 녹차 마신다)
#63. 백화점 (D)
봉순 이옷 저옷 고르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옆엔 고운.
봉순 : 자기가 일을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어.
고운 : 네? 사모님. 전 사모님께서 시키시는대로...
봉순 : (OL) 큰일 낼 사람이네. 내가 뭘 시켜? 아끼는 사람한테 배신 당한 걸로도 모잘라, 이제 자기 죄까지 뒤집어써야 해?
고운 : 사모님...
봉순 : 자기 남편 공영민씨만 문제가 아냐. 일이 커지면. 공영민씨 외삼촌인 박부장님 목도 위험할 수 있게 됐어.
(옷을 몸에 대보기도 한다)
고운 : (파랗게 질리고)
봉순 : 모양새 좋게. 자진해서 물러나게 해. 박부장님이라도 여기 계셔야,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지 않겠어? (힐끗 보고)
고운 : 그치만...
봉순 : 조용해지면. 나도 모른 척 안할께. 사람 인연 쉽게 안끊어지잖아. 뭐가 더 자기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인지. 잘 생각해 봐.
자기 그렇게 미련한 사람 아니지?
고운 : (어쩔 줄 몰라하고)
봉순 : 예쁜 거 많네. 더 보고 와. (먼저 가버린다)
고운 : (표정)
#64. 이삿집 (D)
달수, 작은 냉장고 정도를 업으려는데. 그게 잘 안돼서. 욕먹고 있다.
아저씨 : 아 젊은 사람이 이런 것도 번쩍번쩍 못들어? 젊은 거 하나 보고 데려왔더니. 영 맹탕이네.
달수 : 잠깐만요. 너무 한꺼번에 무게를 확 실어서 그래요. (다시 업다가) 아아아.. 허리 허리... (우는 소리 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달수, 낑낑대며 받고. 여보세요? 하다가 표정 굳는다.
달수 : (톤 확 바꿔서 도전적으로) 왜요! 왜 보자는건데요!
#65. 회사 옥상 (D)
달수와 준혁이 마주보며 서 있다. 바람도 휘릭 불고. 서로 가히 감정 좋지 않은.
준혁은 달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달수 : 아 할 말 있으면 해요. 사람을 불러놓고 뭐.. 감상합니까? 왜 쳐다보기만 해?
준혁 : (갑자기 웃도리를 벗더니. 넥타이마저 푼다)
달수 : (왜 저래? 해서 본다) 뭐해요 지금?
준혁 : (시계를 풀고)
달수 : (왠지 포스에 움찔하며. 뭐냐 싶은데)
준혁 : 일단 한대만 맞고 시작하자!
달수 : 뭐라구.. (하는데)
준혁, 달수를 향해 주먹을 날리고. 제대로 맞고 뻗는 달수.
준혁 : (너무 세게 때렸는지 주먹을 턴다)
달수 : (에씨... 입에서 묻어나는 피 보고 열받고. 벌떡 일어나는) 너 뭐야! 너 아직도 내 부장이야?
사람 불러다놓고 어따대고 주먹질이야! 이런 또라이 자식!
달수, 주먹 뻗으며 달려든다. 달수의 주먹이 준혁 바로 코앞에 왔을 때.
준혁 : 복직해.
달수 : (멈칫. 주먹 뻗은 채) 뭐?
준혁 : 복직하라고. 공영민이 사표 냈어. 당신 프리젠테이션 시연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고.
식중독 사건 여자도 컴플레인 철회하기로 했어.
달수 : !!!!
준혁 : 왜. 우리 회사. 내 밑으로 다시 들어오는 데. 불만 있어?
달수 : (주먹에 힘이 스르르 빠지며) 아..니..
준혁 : (자기 코앞의 달수 주먹 내려다보며) 이건 뭐지?
달수 : (나머지 손으로 얼른 주먹 내리며) 아..아무것도...
준혁 : (노려보면)
달수 : (찔끔하며 차렷 자세로 선다)
#66. 지애 집 앞 (D)
지애 나오고 있는데. 뒤에서 ‘새댁!’ 부르는 집주인.
지애 : (흠칫 놀라서 보며 환하게) 안녕하세요. 위아랫집 살면서도 통 못뵙네요.
집주인 : 월세낼 때만 되면. 새댁이 날 죽어라 피해다니는데 무슨 수로 보겠어?
지애 : 어머, 오해세요. 그런 거 아닌데.
집주인 : 이번엔 저번처럼 서너달씩 밀려서 주면 안돼. 늦게 준다구 이자 얹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하잖아?
지애 : 네. 날짜 맞춰 드릴께요.
#67. 지애 시댁 거실 (D)
지애 앉아있고. 시모 노려보는.
지애 : 어머니. 어제 많이 화나셨죠. 죄송...
시모 : 너 그런 생각은 안드냐? 니가 니 남편 앞길 망치고 있다는 생각?
지애 : (기막히다) 아뇨. 그런 생각은 안해봤는데요.
시모 : 그러니 니가 뻔뻔하다는거야. 너 만나고 우리 달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미안한 게 없어?
지애 : (꾹 참으며) 어머니.
시모 : 솔직히 너 볼 게 뭐 있니? 학벌 딸려. 집안 별로야. 엄마 이상해.
지애 : (표정)
시모 : 니 엄만 자꾸만 니가 왕년에 이뻤다는 둥 얘기하는데. 그것도 니 엄마 착각이야. 나 젊었을 땐. 너 이쁜 건 댈 것도 아니었어!
다들 나보고 정윤희 닮았다고. 미스코리아 나가라고! 내가 그거 귀찮아 미용실 출입도 안했을 정도였어!
지애 : (표정)
시모 : 그런 나도 니 시아버지 보필 잘하고 30년 넘게 살았다. 근데 넌 뭐니. 하다하다 이젠 남편을 대리운전까지 하게 내몰고.
니가 뭔데!
지애 : (못참고 폭발) 어머니 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니세요?
시모 : 뭐?
지애 : 저 그이 만나서 못한 거 없어요! 7년동안 제대로 된 직장 한번 없었던 사람 입히고 먹이고 재운 게 누군데요?
손바닥 다 까지게 짝퉁백이나 만들어가면서! 저도 명품백 들고 좋은 옷 입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요가나 배우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던 여자에요! 제가 그이 때문에 어떤 수모까지 당했는지 아시면 어머니 저한테 이렇게 못하세요!!!
(한호흡 쉬고) 그리구요. 저도 어머니 결혼사진 봤는데요. 어머니, 진짜 정윤희 하나도 안닮았거든요?
정윤희가 이 소리 들으면 디게 기분 나쁠걸요 어머니?
시모 : (벙쪄서 본다)
지애 : (표정, 서서히 스스로가 한 짓에 놀라며, OFF) 이건 상상이야! 상상일거야! 상상이어야만 해!!!
시모 : 너 미쳤니?
지애 : (OFF) 어떡해~~~ 상상 아니야? 이게 다 현실이야?
시모 : (싸늘) 오늘부로 생활비 끝이다.
지애 : (충격)
시모 : 니들 살림 니들 힘으로 꾸려가! 대리운전을 하든, 이삿짐을 나르든, 신문배달을 하든! 난 이제 상관 안할란다! 괘씸한 것들!
지애 : 아니 저기.. 어머니.. 전 그게 아니구...
시모 : 아 시끄러! 꼴도 보기 싫어. 가!
지애 : 어머니... 죄송.. 어우 제가 미쳤.... 어머니.... 생활비는 그래두 어머니....
시모 : 나가!!!
#68. 시댁 앞 (D)
터덜터덜 나오는 지애. 하늘을 보면 막막하다.
지애 : (울먹) 어떡하냐... 당장 월세랑 관리비랑...
#69. 사장실 (D)
태준 앉아서 지애의 가족사진을 본다.
<플래쉬> 지애, 봉순에게 무릎 꿇고 남편 도와달라고 빌던 모습.
태준 : (혼잣말) 이 아줌만 이 기쁜 소식을.. 아나? 모르나? 에이 뭐.. 알겠지 뭐.
(서류 몇장 건성으로 보다가, 안되겠는지 벌떡 일어나며 옷 주워드는)
#70. 종로 금은방 거리 (D)
걸어오는 지애. 금은방을 본다. 그리고 손가락을 본다. 손가락 위에서 반짝. 빛나는 결혼반지. 그 위로.
<결혼식장 모습 플래쉬. 달수가 끼어주던 그 반지>
지애 갈등되는 표정 있는데.
전화가 울리고. 액정 보면 <날백수>
지애 : (받을까말까 하다가 받고) 여보세요.
#71. 차안 (D)
태준, 전화하고 있다.
태준 : (느긋) 아줌마. 잘 있었어요?
지애OFF : 왜 전화했어요?
태준 : 내 돈 안갚아요? 그때 빌려준 만원. 이자가 엄청나게 붙었는데? 우리 만나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계산이나 하지!
지애OFF : 아우 치사하게! 그걸 진짜 받을라구요? 돈 만원을?
태준 : 이럼 안되지. 똥 누러갈 때랑 누고 난 다음이 다르면 어떡해 사람이.
#72. 종로 금은방 거리 (D)
지애 : (짜증나고) 에이 드럽게.
태준OFF : 똥이 뭐가 드러워. 아줌만 똥차도 잘만 몰고 다니면서.
지애 : 이 아저씨가 멀쩡한 남의 차 보구 왜 자꾸 똥차래! 끊어요!
태준OFF : 잠깐만!
지애 : 아 왜요.
태준OFF : 지금 어딘데요. 내 돈 떼먹히기 전에. 직접 만나야겠어! 어디에요 지금!
지애 : (꾹 참으며) 종로 금은방인데.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시든가! (하고 뚝 끊어버린다) 어우 별... 또라이...
#73. 차안 (D)
황당한 태준. 끊긴 전화기 본다.
태준 : 종로 금은방? 황비서. 종로에 금은방이 몇개나 돼?
비서 : (약간 황당한) 예? 글쎄... 한 이삼백개 되지 않을까요?
태준 : (이런... 젠장)
#74. 종로 금은방 거리 (D)
지애 걸어가는데. <고가매입>이라고 크게 쓰여진 집 보이고. 그쪽으로 가려는데.
또 전화 온다. 액정 보면. 날백수고.
전화기 배터리 빼버리는 지애. 그 집으로 들어가고.
#75. 회사 로비 (D)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달수. 환희에 찬 표정이다. 1번 꾹 누르는데. 마눌님. “전화기 전원이 꺼져 있어....”
달수 : (음성 녹음하는) 여보 지애야. 전화 왜 안되는거야. 나... 다시 취직했거든! 퀸즈푸드에 다시 들어가게 됐다고!!
이게 진짜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 (둘러보고 너무 좋다) 이거 들으면 빨리 전화해!
전화 끊고 미친놈처럼 하하하 웃는 달수.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야? 싶어서 보지만. 그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76. 금은방 (D)
대형 금은방이다. 손님들도 꽤 많고.
지애,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금은방 주인에게 준다.
지애 : (아쉽고 섭섭하고, 묘한 감정) 그게... 7년전에 삼백만원도 넘게 주고 한 거거든요.
다이아도 그게.. 진짜 좋은 거라고 그랬었어요. 이거 디자인도 특이해서 찾기 힘든 거라고... 나름 명품이거든요.
주인 : (감정하며) 우린 세공비는 빼고. 보석값만 쳐드리는 거라서요. 브랜드값은 여기서 소용 없어요.
지애 : 그럼 얼마나...?
주인 : (눈 떼며) 많이 쳐드려야 팔십 드리겠는데요?
지애 : (실망) 네에? 팔....십요?
#77. 태준 차 안 (D)
뒤에서 빵빵거리는 것 아랑곳 않고 천천히 가는 차.
태준은 창문 열고 고개 빼고 보석상에 지애가 있나 없나를 본다.
태준 : (안되겠는지 차에서 내리며) 근처에 있어. 전화할테니까.
#78. 종로 금은방 거리 (D)
태준, 이 가게 저 가게 문 열어보고. 확인하고. 문 닫고. 반복하다 보니 오기가 생겨서 중간에 그만 둘 수가 없다.
태준 : (땀까지 난다) 아 진짜.... 내가 왜 이러고 있냐.
하면서도 다시 뛰어가는 태준. 문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 또 열어본다. 맞나 싶으면 아니고.
한참을 그렇게 헤매는 태준. 그런데 빨간글씨로 고가매입이라고 쓰여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혹시나.... 뛰어가 보는 태준. 안을 보는데. 지애가 보인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웃음이 나는 태준. 일단 숨을 고르고. 한걸음 한걸음 다가간다.
지애가 안에서 뭔가 사정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태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79. 금은방 (D)
지애, 사정조로 설득하고 있는.
지애 : 그래두요. 명색이 결혼반진데 팔십만원은 너무하잖아요. 한 백만원만이라도 맞춰주면 안돼요?
주인 : 안된다니까 몇번을 말해요. 아 안파시려면 가지고 가세요. 우리도 밑지곤 장사 못해.
지애 : (말하려는데 약간 목까지 메어온다) 오죽하면... 이걸 갖고 왔겠어요 아저씨.
이게 우리집에서 젤 값나가는 것만 아니었어두. 안들고 왔어요.
태준 그 모습 보고 있는 표정.
지애 : 백만원이 많으면. 한 구십만원은 안돼요? 네? 부탁 좀 드려요.
주인 : 아 거참 안된다니까요. 팔십 이상은 절대로 안돼요.
지애 : 그럼 오만원만이라도 더 얹어줘요.
주인 : (손 내젓고)
태준 : (표정 있다가 조용히 문 닫고 나간다)
지애 : 그럼. 팔십만원이라도 주세요. (하며 힘없이 반지 내민다)
바깥에 선 채 지애의 그 모습을 보는 태준.
#80. 종로 금은방 거리 (D)
지애, 걷는다. 아무 것도 없이 빈손. 허전하다.
자기 손을 내려다 보는 지애. 감정이 복잡하다. 눈물 나려는 거 입술 꼭 깨물고 참으면서 발끝만 보면서 걷는데.
태준off : 어이 나일롱!
지애 : (설마 해서 돌아보면)
태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와 선다.
지애 : (경악) 태봉씨! 지금 나 찾아낸거에요? 이 종로 바닥에서? 돈 만원 때매? 태봉씨 지금 제정신이에요?
태준 : (지애 손을 탁 잡는다)
지애 : 어머어머. 왜 이래요!! 왜 남의 손을 잡구. 미쳤어요?
태준 : (손을 들어올리고)
지애 : 뭐하냐구요 지금!! 어머?
태준 : (무언가를 쥐어주고 손 접어준다)
지애 : 이게... 뭐에요?
태준 : (큼.. 하며 딴 데 보고)
지애 : 뭔데.. 이걸.. 나한테.. (해서 손을 펴보면)
지애 손바닥 위에 반짝... 하고 있는 결혼반지. 지애가 팔았던 그것이다.
지애 : 이건.... (하고 놀라서 태준을 올려다 보는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