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부터인가 막연히 꿈꾸어 왔던 귀촌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낙엽송과 참나무 장작을 패서 한쪽에 쌓아놓았다.고추가 잘 마르고 있다.)
젊은 시절엔 그저 시골가서 살면 좋겠다 하고 막연히 생각만 하면서 생활에 왔다.
그런 꿈을 키워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옆지기인 아내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원래
서울 출신인 아내로서는 귀촌 생활을 받아들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내가 30대 초반인 어느날 아내에게 “우리 나이 들면 시골생활을 하는 것이 어때?” 하고 물으면 “혼자 가서 살아” 하고 대답 하더니, 아내가 40대 초반에는 “퇴직
후에 시골 생활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고 물으면 “이혼하고 혼자 내려가 살아”
하면서 시골 생활에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대꾸헤서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별생각없이
생활하면서 도시인이 다된것처럼 생활을 하다가 아내가 50대 초반의 어느날 “당신
퇴직 후엔 적게 받는 연금이지만 굶지는 않을 것 같으니 시골 생활 한번 해볼까?”
라면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호 쾌재라!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황토방엔 구들장을 놓고 부억엔 가마솥을 걸었다. 통닭만 있으면 펄펄 끓일수 있다.)
어렸을 적의 꿈은 어른이 되면 서울로 올라가 멋진 직장인으로서 폼나는 도시생활을
해야지 하면서 그런 이상향을 그려 왔었다, 하지만 막상 도시 생활을 하다보니
문화적인 혜택은 많이 받지만 하루 하루의 삶이 찌들고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른다. 복잡하고 각박한 도시생활 보다는 어릴적 성장기에 16년 을 보냈던
시골 생활에 대한 그리움을 떨칠 수 없었다. 가끔은 내가 루저인가 하고
고민한적도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내의 태도 변화에 나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뜨고 홀가분 해졌다. 농사는 한번도 지어본 경험이
없지만 조그마한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취미생활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밀려왔다.
(화목 보일러. 나무만 넣어주면 화력이 대단하다.뜨끈뜨끈하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던 중에 2013년도 중반에 내가 원하던 강원도로 발령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강릉 지방으로 가서 설악산을 이곳 저곳 두루 두루
섭렵하고 싶었지만, 아내가 강력히 영월로 가기를 원하여 아내의 바람대로 영월로
발령을 받아 벌써 1년 5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내가 귀촌을 하면서 고향인 고창을
등지고 왜 강원도를 선택했는지 그이유는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강원도는 아직도 청정 지역이 많고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산이
많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수도권에서 두 시간 이내의 거리인 점과
원주 시내와의 접근성이 좋은 점도 선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시골에 살면서 가끔은 도시의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나이 들어 몸이
아플 때면 병원 진료도 받아야 하기 때문).
(조잡하지만 초보 목수가 이틀동안 직접 제작한 벤치의자. 완성후 부식을
방지하기위해 오일 스테인을 바른후 양지에 말리고 있다.)
강원도로 이사한 후 처음 6개월간 여러 개의 귀농귀촌 관련 카페에 가입하여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였고 적당한 집터를 찾기 위해 강원도와 충청도 그리고 경기도 일원을
여러 군데 직접 답사 하였다.( 단양, 괴산, 충주, 장호원, 여주,양평,가평, 원주,
횡성, 평창, 정선, 인제 등.)
처음에는 집터를 잡은 다음 직접 집을 지을 생각으로 답사를 다니다가 현재의 집주인을
우연히 알게 되어 집을 보았는데 아내가 그 집을 마음에 들어 해서 올해 초 등기를
마친 후 나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전원 주택으로서 최고의 여건은 아니지만, 해발
600에 가까운 고지이며 조적식 빨간 벽돌 구조로 단열이 아주 잘 되고 추운지역에
적합하게 잘 지어져 있어 선택하는데 별 무리는 없었다.
(텃밭의 방울토마토. 노란방울토마토는 인기가 최고다.이유는 나도 모른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화목 보일러를 접하게 되었고 약 60여 평의 텃밭이 있어
처음으로 텃밭 농사도 지어 보았다. 주중에는 영월에서 근무하면서 관사에서 생활
하다가 주말이 되면 횡성으로 달려가 주말 농장처럼 이용하면서 집 가꾸기에
너무 너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땅콩이 잘 자라고 있다.-우리고향 고창의 특산품)
한번도 패본 적이 없는 장작을 전기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패서 집 한쪽에 쌓아놓고
집주위에는 강돌로 조경석을 설치해서 미관을 살리고 조그마한 마당에는 잔디를
직접 심고 화단도 만들었다. 텃밭에는 멀칭을 하고 부직포를 깐 다음 옥수수,
감자, 고구마, 고추, 가지,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땅콩, 수박, 참외, 포도, 양파,
상추, 들깨, 부추, 삼채, 케일, 파프리카, 무, 김장용 배추 등 조금씩 골고루 심어
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완전 무공해 식품으로 정성들여 텃밭을 가꾸었더니
초보 농사꾼 치고는 꽤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여름철에 텃밭에서
나오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 맛은 진정으로 최고의 기쁨 이었다.
(텃밭의 배추-이미 잘자라 지금은 김장을 담아서 잘 숙성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1~2년 후면 텃밭 가꾸는 요령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집 주변에 어떤 조경수를 심을 것인지, 어떤 유실수나 약초를 심어야 하는지 등 많은
고민이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천천히 준비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보다도 아내가 더욱더 텃밭 일에 열심이고 자기 개발을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노력하는 모습에 안심이 된다.
(화단에는 영월지방의 자생식물인 패랭이,꽃창포,노루오줌,붓꽃,쉬땅나무,하늘 매발톱
등을 구해서 심었다.-소박하지만 꽃들이 아름답다.)
지난 가을에는 공부삼아 재미삼아 몇몇 동료들과 함께 약초꾼 처럼 산과 들을 뒤지면서
버섯도 조금 배우고 도꼬마리, 둥굴레, 더덕, 삽주, 지치, 산수유 등을 채취하여
조금씩 담금주나 효소로 담가두었다.
(집앞의 전망)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은 직장 생활 이지만 어차피 귀촌하여 시골 생활에 정착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지인들로부터 힘내라는 응원을 받고 잡다.
(야외 수돗가-여름철엔 텃밭에 물주는데 요긴하게 이용된다.)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라는
부분이 자기 외에도 귀농 귀촌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실제로
귀농귀촌인구가 상당히 많다는데 많이 놀란다고 한다. 하지만 귀농이나 귀촌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귀촌 하는사람들을 현실도피라 여기며 도시를 떠나면 모든 혜택을
박탈당해 살수 없는것 처럼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것도 사실이지만 누구나 귀촌은
선택할 수 있는만큼 충분한 애해를 해주길 원한다.
(잔디 마당과 텃밭)
다만 도시인들이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 하고 꿈을 꾸는 것은 아무에게나 쉽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설사 실행에 옮긴다 하더라도 모든 면에서 그리
녹녹한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고 있지만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적어보았다.
(잔디밭에서 잔디를 깍고 있는 청맥-한여름엔 한달에 두번씩은 깍아주어야 한다.)
첫댓글 멋진 계획을 실행한 친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리네
나에게도 5년이내 세컨하우스로 황토우거 15평이 로망이라네
고맙네! 5년후 세컨하우스 황토 15평이라.. 그림이 그려지네. 로망을 이루길 바라네. 올 한해 동초 27을 리드하느라 수고가 맣았네. 늘 건강하시게. 해광 홧팅~~~~~~~
언제든지 함 방문해야겠네. 제2의 고향에서 멋진 인생 후반기를 준비해가는 친구와 막걸리 한잔 하고자...기다리소 친구
고맙네! 막걸리, 좋지! 언제든 환영하네. 친구는 늘 동창회에 헌신하고 있지만 게으른 나는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못해 항상 죄인으로 살고 있다네. 용서해 주시구려. 올한해도 자네한테 감사드리네. 건강하시게. 황토와 소나무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