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 큐슈 전역을 사업 영역으로 하는 JR큐슈는 나름 괜찮은 패스를 내놓고 있다. 유학비자로 일본에 와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JR큐슈 유학생 패스'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JR큐슈패스'와 거의 비슷하고(지정석 이용만 안됨) 신칸센도 탈 수 있어 필자도 한번 사볼까 고민하고 있다.
얼마전 일본 모 증권사 지점장분과 연이 닿아 같이 식사를 한 일이 있다. 그러다 "방학때 뭘 할지"라는 질문을 받아 "큐슈라도 한 번 다녀올까 한다"고 답했다. 이전에 수차례 다녀온 일이 있지만 철도 여행하기가 좋다는 얘길했다.
지난해 이뤄진 JR큐슈의 도쿄주식시장 상장 얘기가 나왔고, 지점장분은 "대표로 있는 사람이 정말 일을 제대로 한다던데"는 말을 덧붙였다. 투자할 종목으로서도 나름 매력적이라는 얘기였다. 대화끝에 회사 자체에도 관심이 생겨 어떻게 성장해온 회사인지 한 번 보고싶어졌다.
다른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JR은 과거 국철이다가 87년 민영화로 회사가 지역별로 분할됐다. 도쿄+도호쿠의 JR히가시니혼(東日本), 나고야를 중심으로 하는 JR도카이(東海), JR홋카이도, 간사이권의 JR니시니혼(西日本), JR시코쿠(四国), 그리고 JR큐슈다.
이 가운데 그나마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됐고, 실제 그리된 것은 JR히가시니혼과 JR도카이, 그리고 JR니시니혼이었다. 대도시를 끼고 있고 요금이 '과도하게' 비싸 알짜사업인 신칸센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JR홋카이도와 JR시코쿠는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낡은 열차가 여전히 달리고 있고 그나마도 편수가 적다.
특히, JR홋카이도는 다양한 불상사와 인구감소로 폐선마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민영화 이후에도 보조금을 받고 있다. JR히가시니혼과 통합설이 계속 나오지만, 주주들이 찬성할리가 만무해 가능성은 굉장히 적어보인다.
신칸센(현재는 하코다테까지)도 개통했지만, 도쿄에서 간다면 LCC보다 2배이상 비싼 관계로 수익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미지수다. 아래 초록색선은 폐선된 구간이다.
JR홋카이도의 안습한 상황
JR큐슈도 독립할 때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철도사업은 적자투성이였다. 87년 기준 영업수익(매출)은 1298억엔에, 영업적자가 288억엔이었다. 영위하던 철도사업이 280억엔 적자여서 사실상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로부터의 보조금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JR큐슈 민영화 당시의 광고.
JR큐슈가 발벗고 나선 건 다른 사철과 마찬가지로 유휴부지를 활용한 다양한 부동산 사업이었다. 버블 붕괴로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어진 만큼, 부동산 거래로 돈을 벌기는 힘들었다. 그랬기에 주요 도시 터미널역을 중심으로 쇼핑몰 등을 짓고 사업자를 유치했다.
직접 주택(아파트)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드럭스토어를 사들였다. 심지어는 음식점 체인도 큐슈 밖 지역에 전개해나갔다. 2014년엔 '큐슈를 체험할 수 있다'는 모토로 도쿄 신주쿠에도 호텔을 열었다.
철도 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던 JR큐슈는 다른 부분으로 점차 커버하기 시작했다. 영업이익도 확대됐다. 철도 사업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적자투성이의 이미지는 벗어버린 셈이다.
아래 영업손익 표를 보면, 빨간색은 정부보조금을 굴린 데서 나오는 운용수익, 초록색은 철도 외 사업 수익, 파란색은 철도사업손실이다(삼각형 표시는 마이너스의 의미). 보조금 수익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최근에는 철도 외 이익이 커버하고 있다.
아래는 부문별 손익이다. 부동산 사업 수익이 가장 좋다. 하카타역, 고쿠라역, 가고시마추오역 등의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이다. 단순히 큐슈 사람들이 많이 쇼핑한다기 보다는, 한국인,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이런 정도 수준의 경영이라면 그저 다른 사철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 활용을 통한 사업 다각화라는 건 일본 철도회사의 일반적인 모델이니 만큼.
JR큐슈 경영진은 본연의 사업인 철도, 그 중에서도 열차 디자인에 주목했다. 단순한 열차를 굴리기보다 '이야기'가 있는, 한 번 보더라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열차는 '큐슈'를 대표해야 했다.
그리하여 다른 지역에는 드문 정말 모양 자체가 특이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열차들이 속속 등장했다. 심지어 과거 증기기관차를 되살린 열차도 달리기 시작했다(한국에서 단기비자로 간다면 이 모든 열차를 JR큐슈 패스로 '간단히' 탈 수 있다).
아래는 JR규슈의 관광 열차들이다.
그 가운데 규슈 전역을 달리는 나나츠보시(ななつぼし、7星)는 '달리는 특급호텔'로 3박 4일 코스 중 가장 비싼 게 95만엔이라고 한다. 한국 코레일 '해랑'의 일본판 버전인데, 고급스러움이 한층 더하다. 한 언론에 따르면 비싼데도 승객들의 탑승 경쟁률이 20대 1을 넘어, 추첨으로 정한다고 한다.
아래 영상은 JR큐슈 사가(社歌)다. 다양한 지역을 달리는 관광 열차가 다수 등장한다. 노래도 나름 괜찮다.
JR큐슈내 다양한 관광 열차 나나츠보시의 내장. 오리엔탈특급? 출처: 나나츠보시 홈페이지
JR큐슈에서만 30년을(1986년 국철시대 입사) 근무한 카라이케 회장과 회사 내 열차 디자인을 맡은 미토오카 두 사람의 대담기사를 간단히 옮겨볼까 한다. 카라이케 회장은 JR큐슈 내 식품 사업 적자를 몇 차례 흑자로 바꾼 걸로도 유명한데, 사실상 JR큐슈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한다.
아래는 그의 열차 철학이 드러나는 부분. 관광열차에 지역의 내력이나 특징을 알고싶어지는 이름과 디자인으로 고객을 모드는 방식이라고 한다. 대담 자체가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일본어가 가능하신 분은 읽어보셔도 좋을 듯.
카라이케 회장:
「ななつ星」(七つ星)とは、北斗七星の和名でもある。日本初の豪華寝台列車であり、鉄道会社による初の富裕層市場開拓とも評された。「クルーズトレイン」とも言われるが、実はこれ、JR九州の造語だ。
나나츠보시란, 북두 칠성의 일본 이름이기도 하다. 일본 첫 침대열차로, 철도회사가 한 첫 부유층 시장개척으로도 평가받는다. '크루즈 트레인'으로도 불리나, 실은 이것(도) JR큐슈의 조어다.
JR九州はそれまで、9本の楽しくおしゃれな観光列車を走らせていた。これ、一般には観光列車と言われているけれど、私どもは「D&S(デザイン&ストーリー)列車」と呼んでいる。「ななつ星」はその10本目。集大成だ。九州7県ひとつひとつを輝かせたいとの思いから、7つの県を星になぞらえて「ななつ星」とした。九州には温泉や自然あるいは歴史的建造物といった、7つの素敵な観光資源がある。まあ、細かくは忘れたけれど、7つあると言えばあるんです(会場笑)。ただ、当社は4年前、九州を海外の旅行会社などにPRするため上海に事務所を開設したのだけれど、ほとんどの方が九州をご存知なかった。外国では九州という地域名がほぼ認知されていないことに、私は驚いたし、愕然とした。だから、新しい列車名では「ななつ星」の後に「in九州」を加えた。そういう固有名詞だ。ありがたいことにマスコミさんは固有名詞であればいじらない。新聞もテレビも「ななつ星in九州」と出してくれる。だから海外でも‘in Kyusyu’が伝わり、今は「九州ってなんだろう」ということになっている。
JR큐슈는 이전까지 9개의 즐겁게 탈 수 있는 고급 관광열차를 도입했다. 일반에서는 관광열차라고 불리지만, 우리들은 'D&S(디자인 & 스토리)열차'라고 부르고 있다.
나나츠보시는 그 10번째. 집대성이다. 큐슈 일곱현 하나하나를 빛나게 한다는 생각에서, 7개 현을 별에 빗대 '나나츠보시'라고 했다. 큐슈에는 온천, 자연, 혹은 역사적 건조물이라는 7개의 훌륭한 관광 자원이 있다. 자세히는 까먹었지만, 7개 있다고 하면 있는 겁니다. (웃음)
다만 저희회사는 4년전, 큐슈를 해외 여행회사 등에게 PR하기 위해 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했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큐슈를 몰랐다. 외국에선 큐슈라는 지명이 거의 인지되지 않은 데 대해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새로운 열차명으로는 '나나츠보시' 뒤에 'in큐슈'를 더했다. 그러한 고유명사다. 매스컴에서는 고유명사라면 건드리지 않는다(다르게 쓰지 않는다는 뜻). 신문도, TV도 '나나츠보시 in 큐슈'라 나오고 있다. 해외에도 전해져, 지금은 "큐슈가 뭐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같은 노력끝에 정부보조금까지 털어내면서(조 규모여서 향후 어찌 될지는 미지수) JR큐슈는 2016년 10월에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구마모토 대지진이라는 악재(2016년 4월)에도, 처음 3000엔대 초반으로 출발해서 최근에는 3500엔대라는 비교적 준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1년간 결국 소망하던 운수사업에서도 257억엔이라는 흑자를 기록했다(다만, 실제 이익이 급증한 것은 아니고 회계상 철도 관련 자산을 정리해 감가상각비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라고 한다) . 2012년 1년간 75억엔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587억엔으로 뛰었다.
JR큐슈는 상장회사로서 첫걸음을 비교적 가볍게 뗀 셈이다. 나름 화제성 있는 종목으로 꾸준히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주로 평가받는 JR도카이, JR히가시니혼, JR니시니혼에 이어 JR큐슈도 좋은 관광 체험과 주주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지, 한사람의 큐슈 여행객으로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