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Jean-François Millet ,『삼종기도 The Angelus』, 1857-59, 55.5×66cm, 오르세미술관
머.얼.리 예배당이 보인다. 종소리에 맞춰 예배당에선 사람들이 모여 기도할 것이다. 저녁 종이 울리도록 예배당이 있는 마을로 돌아가지 못한 부부가 일을 멈추고 멀리에서 들리는 종소리를 듣고 기도를 바친다. 하나님께서는 종소리 희미한 곳에서 울리는 기도 소리를 크게 들으실 터다.
손수레에 감자 부대가 실려 있고, 두 번째 부대가 아직 채워지지 않아 입구를 묶지 않았다. 캐낸 감자를 담은 바구니도 아직 차지 않았다. 남자의 발치에 캐던 감자가 남아 있는 걸로 보아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지만 부부는 일을 멈추고 기도한다. 남편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아내는 손을 모으고 코가 가슴에 닿도록 고개를 꺾어 기도한다. 하나님께서는 부부가 고개 숙인 자리를 허리 굽혀 지키실 터다.
석양이 내릴 때까지 감자 수확을 했다면 수레는 이미 가득해야 하지만, 땅에 남은 감자알을 찾아 하루 종일 쇠스랑으로 땅을 갈아엎으며 바구니에 주워 담은 것이라 별 소득이 없다. 부부가 서 있는 밭은 부부의 소유가 아닐 것이다. 다른 이의 땅에 남은 감자를 줍다가 기도를 올린다. 이 가난한 부부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눅 6:20).
나는 믿는다. 부부가 서 있는 곳에서 예배당은 멀지만,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부부 가까이에 계시다.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도 가난한 부부 가까이에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그는 하나님의 초점을 캔버스 위에 실현했다.
밀레가 태어난 1814년에 증기기관차가 발명됐다. 마차를 타면 하루도 걸리고 이틀도 걸리던 곳이 기차를 타면 몇 시간 만에 닿았다. 먼 데 있는 멋진 풍경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도시의 귀족과 중산층들은 기차를 타고, 보고 온 풍경을 집안에 들이고 싶어졌다. 그래서 19세기에는 유독 풍경화가 많이 팔렸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에서 화가들은 모여 살기도 했다. 밀레도 바르비종(Barbizon)이라는 숲에서 풍경화 화가들과 이웃하며 그림을 그렸다.
밀레는 동료 화가들과 달랐다. 풍경보다 사람을 그렸다. 풍경을 배경으로 사람을 크게 그리고는 했다. 비경이라야 그림을 팔기 수월할 텐데, 귀족이나 중산층들이 구매하지 않을 게 뻔한 가난한 사람들을 그렸다. 낱알을 줍는 나그네, 양을 치는 소녀, 키질을 하거나 땔감을 나르는 농부를 그렸다. 그림을 살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귀족이나 중산층들이 농부가 주인공인 밀레의 그림을 살 리 만무했다. 당시 식용으로 재배된 게 아니었던 감자를 캐다가 저녁 종소리에 일을 멈추고 기도하는 가난한 부부 역시, 그림 시장에 팔릴 만한 건 아니었다. 밀레는 시장의 수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을 따랐다.
첫댓글 시장의 수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을 따르는 삶의 위대함 ♡
날이 저물도록 남의 밭에 남은, 식용을 목적으로 한 재배도 아니었던 감자를 캐서 모으는 가난한 부부..
그들의 삶에 희년의 성취가 이루어졌길 바라는 마음..♡
가난한 부부, 하나님 나라,
그리고 하나님의 초점과 하나님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