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품-
-노자규-
시골 한적한 마을에
친구라곤 오직 할머니뿐인
6 살배기 수빈이가 있습니다
혼자 밭언덕을 뛰어나니며
멀리서 풀뜯는 염소와
손흔들며 인사하고
친구라곤 풀과 입술을 다문 하늘 뿐입니다
혼자 깡충깡충 뛰어놀다
넘어져도 씩식하게
일어나 손에 묻은 흙돌맹이를 털어낼수 있는건
뛰어가 안길 할머니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손에 피났어요”
84세인 할머니는
황급히 약통을 꺼내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입니다
아픔에 들썩이는 수빈이에게
호~호 ~ “입김 불며 이제 다나았다”하십니다
수빈이는 그제서야 환하게
웃어며 할머니에게 안기어
먼지 가득한 슬픔을 내려놓습니다
앞마당에서 수빈이랑 할머닌
축구를 합니다
힘에 부치신 할머니는 멀리 공을 보내버리고 주우러 가는 수빈이
몰래 방으로 숨어버립니다
집안구석 구석
할머니를 찾는 수빈이 눈에
다리가 아픈 할머니가 힘들어서
그만 자리에 누워있습니다
일찍 철이든 수빈이는 할머니
다리를 조물락 거리며
할머니의 고단함을 사랑으로
채워가는 법을 아는 수빈이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일하러 못가게 가방을 꼭 품고잠든 수빈이 때문에 가방을 놓고
일하러 가버린 아빠
일주일 에 한번만 볼수 있는 아빠
돈이 없어 3년동안
차에서 생활하며
어느날에는 24시간 어린이집에 생활해야 할때도 있었답니다
결핍의 설원을 지나
결국 할머니 집으로 오게된 수빈이
힘든 할머니등에 매달리고
어리광을 피웁니다
수빈이는 놀다가 짬이 생기면
늘 아빠생각을 합니다
수빈이가 이렇게 분산 스러운건
오늘이 아빠가 오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아빠에게 얼싸안겨
떨어질줄 모르는 수빈이는
아빠랑 널어논 빨래속에서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워댑니다
따뜻한 봄날
할머니는 호미메고 아빤 삽을 파고 수빈이는 깡충깡충
발목이 시리도록
밞아보는 이땅을 비추는
식지않는 태양이 있고
아직 여물지 못한 아픔을
빛과 온기로 감싸주는
하루가있는 날입니다
지쳐 잠든 수빈이를 바라보다
손가락을 물어뜯어 아픔이 각인된 생채기가 난 손을 만지작 거립니다
이게다
늘 아빠 기다리다 생긴버릇‥
견뎌야 하는 서글픔이 몰려와
오늘도 아빠는 그렇게
두어줄 눈물이 납니다
눈물 훔치고 서둘러 어머니방에 들어가봅니다
방바닥에 손을 대어본다
논두렁처럼 갈라지고 거칠어진 어머니발을 두손으로 매만지며
단순한 현실의 무게감이 아닌
까닭없는 눈물을 또 흘리는 아빠
곤한잠 주무시는걸보구선
아궁이 부뚜막에 걸터앉아
애꿋은 장작불만 밤새도록 피워댄다
희나리 연기속에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아프다는 말도 먼저 하지않는 어머니
아버지없이 홀로7남매를 하나같이 키워내신 억처같은 분이시다
그런 어머니의 고단함앞에 또짐을 지어버린 못난자식 인지라
송구함이 물안개로 피어나는 밤
아빠가 일하러 가는 인기척에
헤어지기 싫어 새벽잠 뒤로하고
잠을깬 수빈이
아버지 가방에 울며 매달리는 딸아이를 뒤로하고
새벽 까만밤
걸어가는걸음걸음마다
딸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칩니다
할머니는 울다지친
수빈이를 말없이 안아줍니다
울다지쳐 또 그렇게
할머니품에서
또다른 잠을 자는 수빈이
매일 유치원에 가는
수빈이를 위해 세수시키고
이빨닦이고 머리묶어주고
옷을 입힙니다
40년만에
하는 육아가 쉬울리 없는 할머니
벌목하는일
수빈이 아빠가 하는일입니다
힘들지만 놀때를 생각하면 이일도 고마울뿐이라는 아빠
점시시간
80노모가 새벽같이 사주신 보온도시락
김치찬으로 햐얀밥지어
내놓어신 어머니
도시락 맨밑둥에 쵸코파이
한봉지가 보입니다
파란 색종이 뒷면에 곱게내려진 글
“아빠 힘내셔요
수빈이가 아빠 마니마니 사랑해요“
삐뚤빼뚤하고
맞춤법이 틀려도
심장에 문패가 되어버린 나의 딸
눈물
기다림
보고픔이 모아진 딸아이 앞에
삶의 이유와 이정표를 한걸음에 하나씩 만들어갑니다
모처럼 할머니와 수빈이는 시장나들이를 합니다
할머니 유모차 앞으로 수빈이는 달려나갑니다
먼저 달려간 수빈이가
걸음을 멈춰 가만히
무언가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수빈이가 제일 좋아하는 빨간 딸기“
돈이 모자라
그냥 지나치는 그런 할머니를
아무 말없이 뒤따라 오는 수빈이
너무나 일찍
체념을 알아버린 손녀에게
미안한 할머니는 맹물에 국수를
삶아 김치를 얹어줍니다
그릇 바닥이 보일정도로
한그릇 뚝딱 비어내는 수빈이
할머니의 미안함이 국수 한그릇에 담겼있습니다
급히 전화벨이 울립니다
일하다 나무에 애기발가락이
다쳤다는 아들의 전화
엿들은 수빈이는
“애기발가락이 뭐야”자꾸 묻는다
할머니는 놀랠 수빈이걱정에
대답없이 설거지만 합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할머니‘
“아무것도 모르는 수빈이”
“ 버스정류장에서
깁스한 다리를 매만지며
당장 아픈것보다 내일 생계가
걱정인 아빠“
얼음위를
걷는 것 같은 세상살이가 맵다
비워도 돋아나는 아픔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아내기가 맵기만 하다
아빠 오기전 다친모습을 보이지않으려 재우려는 할머니
좀처럼 아빠를
기다리며 잠들지않는 수빈이
그런사이 아빠가 깁스한 다리를 앞세우고 방으로 들어선다
아빠가 다친게
마음 아파진 수빈이는
그러니깐
“일 안하면 되잖아”
“새벽에 일 나가지말고
늘 같이 있으면 안 다치잖아“
얼마나 더 견뎌야
비천한 하루를 살기위해 천일을 견뎌야 하는 이 설움의 끝일까
삶의 목마름에 지쳐 잠이든 아빠
깁스한 다리에 아끼든 반짝이 스티커를 여기저기 붙이는 수빈이
그리고 그발에 뽀뽀를 하며
아빠를 위한 기도를 한다
그렇게
서로를 위한 사랑은
바람과 같아 볼수는 없지만
느낄수는 있나 봅니다
일을 못하는 아들 대신에
공공 환경근로일을 하러
나오신 어머니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 대신에 집안일을 합니다
이불빨래
장작패기
텃밭 울타리 고치기
바쁜 하루해는
갈라진 담장틈으로 설익은 어둠이 되어 사라져갑니다
할머니는 일당으로 수빈이가
좋아하는딸기를 사왔습니다
어릴적 아빠가
기대어 산 할머니의 품
그품에서 이제는
수빈이가 사랑을 배워갑니다
-당부의말씀-
위글을 옮기실땐
“출처:노자규”를 꼭 밝혀주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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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할머니의 품
롱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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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4 05:3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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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침부터 슬프네
동행 TV봤는데 수빈이를 사랑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계속적으로 도와준다고 하네요.
@롱다리 다행이네~
슬픔~~
슬퍼도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주세요.KBS동행 보시면 수빈이를 보시면 됩니다.
슬퍼요ㅜㅜ
슬퍼두 어쩔수 없네여.사회가 그러니..ㅠㅠ
수빈이, 고생하시는 어르신인데 작은 손길이나마 맘을 꼬옥 전달하겠습니다
넵.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