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BTN(불교TV)에서 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을 강의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볼일을 보는데 국제전화가 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귀국한지 어느덧 6년2개윌이 되어가지만 현지인들은 내게 소식을 물어옵니다
현지에서도 그랬지만 그들은 일단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전화벨 소리가 확인되면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리지요 통화료는 수신자 부담이 아닌 한 건 쪽에서 내는데 전화번호가 찍혀 있으면 으레 아쉽고 궁금한 쪽에서 겁니다
나는 전화를 받으려다 말고 일부터 보기로 했습니다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우선 적성검사를 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는 동안에 부재중이 한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이나 찍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급한 전화가 분명했습니다
오후 3시 반쯤 절에 도착한 뒤 가사 장삼도 정리하지 않은 채 나는 탄자니아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로, 마스터!" "잠보 브와나. 하바리 가니?" 대충 수인사가 끝났다 생각했는지 내 인사는 듣는둥 마는둥 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2007년12월 한 창 더울 때 탄자니아 경제수도 다레살람에서 13명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지요 내가 삼은 아프리칸 아들 중에는 거리의 악사도 있었고 거리의 화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13명 중 8명이 지체장애자들이었습니다
전화 내용은 그 때 인연 맺은 아이 중에서 알리가 세상을 떴다는 거였습니다 알리는 무슬림으로 한 쪽 다리를 잃었는데 거리에서 잡화를 팔던 중 교통사고가 가져온 비극이었지요 그는 당시 열서너살이었는데 쾌활하고 늘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겨우 스무살의 젊은 친구가 바로 어제 그 시간,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경에 말벌에 쏘여 세상을 떴다는 겁니다 8시경이면 이른 아침인데 그때 무슨 벌에 쏘였느냐 했더니 벌에 쏘인 것은 그제 오후였답니다 열대지방 말벌들이 제 사는 집을 건드렸다면 떼거지로 날아와 사력을 다해 공격했을 것입니다
아프리카 말벌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독하랴마는 일반적으로 말벌의 독성은 꿀벌의 500배 정도라고 하니까 무섭긴 무서운 녀석들입니다 사람이 말벌을 비롯하여 벌에 쏘여 죽는 것은 말벌의 독소 때문이 아니라 벌에 쏘인 사람이 지니고 있는 벌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벌독 때문에 바로 죽는 일은 드물다고 합니다
벌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10만여 종이나 되는데 독성을 놓고 보면 산성酸性Acidity과 염기성鹽基性Alkalinity이지요 염기성은 원어를 그대로 써서 알칼리성이라 부르고들 있습니다
우리에게 꿀을 제공하는 꿀벌Honey-bee과 일반 벌은 침독이 산성이면서 독액 주머니가 밖으로 튀어나와 한 번 쏘고 나면 더 쏠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한 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침독이지요 그런데 말벌Waspe 종류는 침의 독성이 염기성 곧 다시 말해서 알카리성이지요 말벌과 꿀벌은 크기와 생김새부터 완벽하게 차이를 두고 있기에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것은 인터넷에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말벌은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성이어서 한 마리 벌이 쏘고 쏘고 또 쏘더라도 벌침이 그대로 몸에 붙어있습니다
꿀벌이나 일반벌에 물렸(쏘였)을 때는 암모니아 수나 된장을 바르면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는데 말벌에게 쏘였을 때는 반대입니다 만약 암모니아수와 같은 알칼리성 액체를 바르면 알칼리성에 알칼리성을 보태므로서 더욱 독성이 강해지기 때문에 절대 바르면 안되지요 오히려 식초라든가 레몬쥬스 같은 산성으로 된 액체를 발라야 합니다
아프리카에 머물 때 가장 무서웠던 것이 정글에서는 독사 살모사 등이고 메마른 땅에서는 전갈입니다 나무 아래서는 말벌이 무서웠고 땅벌은 떼거리로 달려들어 무서웠지요 킬리만자로와 같은 고지대에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없지만 저지대에는 꿀벌이나 말벌 땅벌이 엄청납니다
나는 절에 들어오기 전 13살부터 22살까지 한참 공부해야 할 어린 나이에 십년 동안 농삿일에 매달렸습니다 당시 시골에서야 요즘과 달리 농약을 잘 치지 않았으니 벌들이 더욱 살기 좋았겠지요 걸핏하면 벌에 쏘여 울면서 집으로 달려오곤 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는 대체로 된장을 발라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였습니다 나는 꼴을 베러갔다가 나무에 매달린 말법집을 건드려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시속 40~50km의 벌의 비행속도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벌의 항법Navigation은 현대과학이 채용하여 자동차마다 쓰고 있지 않습니까 벌에게 죄를 지었다면 지구 끝 어디든 찾아와서 징벌할 테니까요
얼굴이 방탱이가 된 나를 보신 어머니가 부억으로 달려가 된장을 사발로 퍼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된장을 바른 천으로 얼굴을 감싸시려다 말고 다급하게 물으셨습니다 "야야, 땡삐냐 말벌이냐?" 내가 대답했지요. "어무이 이거 말벌이래유!"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시더니 부엌으로 다시 달려가 식초병을 통채 들고 오셔서 얼굴에 손으로 쓱쓱 찍어 바르셨습니다
나는 써먹었지요 아프리카에 체류하고 있을 때 꿀벌이나 말벌에 쏘인 현지인들을 소금물이나 식초로 치료해 준 적이 좀 있습니다 그때마다 현지인이 물었습니다 "마스터는 의사세요?" 그때 나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응 나는 의사가 아니야 우리 스승님이 뛰어난 의사시지."
내게는 두 분의 뛰어난 의사가 계십니다 자식사랑 전문의專門醫 어머니와 중생사랑 전문의 부처님이십니다 그런 내가 나의 무슬림 아들 알리 곁에 함께 있어주지 못한 이 아픔을 나는 이 편지를 쓰는 내내 함께 울면서 안타까워합니다
아들아! 사랑하는 알리야! 네가 나를 알고 내게서 부처님 얘기를 들으며 그렿게 호기심을 가졌었는데 부디 그 극락세계에 잘 가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