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일이
열차를 운전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은 똬리굴로 바뀌어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위치백이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보았던 이곳은 열차가 다니지 못하고 화차만 로프로 연결하여 끌어 올리고 내렸던 인크라인이 있었다.
영동선 통리역(해발 680m) 과 나한정역(310m)은 표고차가 너무 심하여 열차가 다닐 수가 없었다. 여객들은 전역에서 하차하여 통리재를 걸어서 올라오거나 내려가 다른 열차를 갈아타야했다. 화차는 통리역에 설치한 거대한 윈치시설(강삭철도)로 로프에 연결하여 끌어 올리고 내려 보냈었다. 이를 인크라인이라 불렀다.
교관이 되어 등용기관사반을 이끌고 설악산 극기 훈련을 다녀 올 때 스위치백으로 변경된 흥전, 나한정 구간에서 내가 느낀 것은 이곳을 운전하는 기관사들의 허세가 허풍이 아니 였다는 것이다.
일행을 태운 동차는 한차례 뒤로 갔다 앞으로 올라갈 즈음 엔진이 과열되어 도중에 정차하였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상상은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했었다. 아스라이 내려다 보이는 동해바다와 도계읍은 천길 낭떠러지 밑에 있었다.
이 구간의 스위치백 시설은 2012년 6월 27일 솔안 터널(17.8 km, 똬리 굴)의 개통으로 폐선 되었으니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기상천외한 시설이 지하철 4호선이 끝나는 남태령역과 과천선이 시작되는 선바위역간에 있다. 4호선과 과천선을 연결하여 주는 일명 트위스트 터널이다.
이런 꽈배기처럼 꼬인 선로를 일반 승객들은 모른다. 간혹 관찰력이 예민한 승객은 열차의 운행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 챘을 정도다. 관악산 땅속에서 일어난 일이니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런 현상은 단순이 운행방식의 차이 때문에 생긴 일이다. 4호선은 서울시 산하 지하철에서 관리 하는 전철이므로 우측 선로로 운행을 하고 과천선은 코레일 소속으로 좌측 운행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수도권 전철은 어느 부서에서 관리 하느냐에 따라 선명도 다르고 운행 방식도 다르다. 경부선이나 경인선처럼 지명이 붙으면 코레일 관할이고 1호선에서 8호 선처럼 아라비아 숫자가 붙은 선로는 서울시 산하 지하철에서 관리하는 전철이다.
사용하는 전기의 종류도 다르다. 시청 지하철은 직류DC 1500V를 사용하고 코레일은 교류AC 25000V를 사용한다. 그래서 또 이해 못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곤 한다.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공급 받다 보니 일정 구간을 나누어 변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변전소간 전력선은 일정구간 떼어 놓아야 하는데 이 구간을 사구간, 전기가 없는 구간이라 말한다.
하물며 성질이 다른 구간이 교차하는 구간은 필수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떼어 놓아야 하는데 청량리 지하구간이나 서울역 지상구간이 시작되는 곳이 대표적이다.
전동차가 이 구간에 진입하면 객실등이 꺼지고 희미한 미등이 켜진다. 축전지 전원으로 비상등을 켜는 것이다. 그리고 차체 밑에서 요란하게 나던 소리가 순간 조용해진다. 전동차가 절연구간을 통과하는 중이다.
이때 전동차의 기기는 변환장치를 통하여 성질이 다른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받을 준비를 하게 된다. 초창기에는 이 변환 과정을 기관사들이 수동으로 취급 하였으나 몇 차례 사고를 거치면서 지금은 자동으로 변환된다.
74년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전철이 도입된 이래 시설과 차량이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중소 도시까지 전철화가 되었다. 차량은 물론 시공기술 까지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구간은 기관사 없는 무인 전동차가 운행하기도 한다.
강삭철도가 스위치백이 되고 나선형 선로가 개통되듯이 300키로의 고속열차가 500키로를 넘어서는 초고속 시대가 곧 올 것이다. 바퀴 없이 달리는 자기부상열차가 운행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얻으면 잃는 것도 많은 것 같다. 경춘선 전철화가 선로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빼앗아 갔듯이, 70키로로 달리는 내 인생은 세상사는 맛도 느끼지 못하게 지나가 버릴 것이다.
첫댓글 철도에 얽힌 얘기,미롭군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 기다리겠습니다.
오랫만에 녹전선생의 전문수필을 감상했습니다. 폐선 예정소식 듣고 춘천에서 승용차로 원주까지 내려가 스위치백 시설을 이용 강릉에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철도 이야기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