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에 선 그 순간부터 93인 그들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였다.
서로를 격려하며 때론 독려하고 그렇게 한발 한발 고성으로 향한다.
무엇을 얻고자 고난의 길을 자청하는지, 무엇을 찾으러 그 고통을 감내하는지....
지금 몸은 비록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도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종단게시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낯익은 배번과 이름들이 나오면 안타깝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완주를 기원한다.
3주전(지구력을 길러라)
5월은 훈련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산청대회와 월광소나타100 대회만 치렀다.
6월 12일 성산슈퍼맨대회 이후 몇 일 휴식을 취한 후 2주동안 지구력 위주의 훈련으로 훈련에 임했다.
훈련기간은 짧았지만 4월까지의 꾸준한 훈련으로 기량은 거의 회복이 되었다.
1주전(몸무게를 늘리자)
육류 위주의 식사로 몸무게를 늘리려 했지만 64㎏을 넘지 않는다.
서서히 입을 옷들을 챙기고 물품들을 챙긴다.
목적지로의 등대가 되어줄 지형지물이 적힌 인쇄물을 축소 코팅 ㎞별로 정리..
밤에 먹을 특별식 선식과 꿀, 홍삼절편, 진통제, 비옷, 바르는 모기약, 바세린, 파스, 테이프~~~~.
45ℓ 가방이 터질 듯하다.
1일전(빠진것이 없는지)
13:50분경 운동장 도착 회원님들의 뜨거운 환송식을 받고 땅끝으로 향했다.
버스로 이동하려 했으나, 판때기가 동행해 줬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 말듯... 당장 몇 분 앞의 기상을 예상치 못하게 했다.
약 3시간 만에 숙소인 푸른회관에 도착 배번을 받고 저녁식사를 했다.
마지막 만찬이라도 되는 느낌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숙소로 왔는데 약 12명 정도가 같이 자야 될 것 같다.
이런 또 잠을 설치게 생겼다.
2년전 춘마때 처럼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당일(끝까지 가보자)
03:30분이 되니 사람들이 일어나 움직인다.
정신이 멍한 상태로 테이핑을 하고 배낭을 꾸렸다.
일단 100㎞ cp에서 야간물품을 보급 받으면 되니 간단히 챙긴다고 챙겼는데
왜 이리 무거운지 다시 한 번 봐도 꼭 가져가야 할 물건들이다.
4:30분 된장국에 아침 식사를 했다.
무슨 맛이 있겠냐만 그래도 억지로...
0~50㎞
약 1.5㎞ 떨어진 출발지인 땅길 전망대로 이동.
이곳은 2년 전 가족들과 여행을 왔던 곳이다.
그 땐 신축된지 얼마되지 않아 바닥이 고르지 않았는데 지금은 잔디가 예쁘게 자리를 잡고있다.
판때기, 고무신, 쭈니도 벌써 와있다. 기념 촬영을 몇 장 하고 출발 카운트를 했다.
다들 편안한 표정들이다. 언제쯤이면 나에게도 저런 여유가 생길까?
출발지가 산꼭대기라 다들 걸어서 내려왔다.
날씨는 구름이 맑고 간간히 몇 방울씩 비를 뿌리지만 부담은 되지 않는다.
판때기가 계속 따라오며 사진을 찍는다.
아직까진 무리가 이어져 표지판을 보지 않고 앞 사람만 따라가도 될 정도다.
약 10㎞쯤 왔을 때 마산 3.15클럽 정왕기님을 만났다.
강동섭 부회장님으로부터 그 분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었기에 조심스럽게 뒤를 따르며 인사를 나눴다.
생각보다 레이스가 너무 늦은 느낌이다. 그리고 오르막은 무조건 걸으며 간식을 먹는다.
준비도 다양하게 한 것 같다.
홍삼 액기스, 홍삼 절편, 육포, 건과, 과일 후르츠 내가 준비한건 파워젤과 홍삼밖에 없는데...
19-20㎞ 지점쯤 되었을까. 판때기와 작별 인사를 했다.
천천히 뛰려고 하니 더 피곤한 것 같다. 대신 내리막은 자연스럽게 빨리 달렸다.
40㎞ 지점에서 왼쪽 새끼 발가락이 따끔 거린다.
정왕기님도 발가락이 아프다며 점검을 하고 가잔다. 벌써 물집이 잡혔다.
그다지 크진 않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 물집은 초기에 조치를 해야 된다고 했다.
42㎞ 지점부터 물이 떨어졌다. 4차선 도로에 주변에 인가나 가게가 없어 물을 보충 할 수가 없었다 정왕기님의 도움으로 빈병에 물은 200cc 정도 얻었다.
50㎞ FA/S까지 그 물을 아끼며 무사히 도착했다. (11시 51분)
50~100㎞
40㎞ 지점에서 점심식사를 해야 했는데 그만 놓쳐 식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FA/S에서 바나나 몇 개로 배를 채우고 출발 7-8㎞ 뒤에 휴게소가 있다고 한다.
계곡 휴게소에서 순두부를 먹고 물도 보충하고 간식거리를 채우고 나니 또 배낭 무게가 무거워졌다.
전혀 서두르지 않는 보폭으로 한발 한발 옮겨갔다.
도로 표지판이나 갈림길이 나오면 어김없이 확인을 해야했다.
100㎞ cp에서 2시간 쯤 자고 가잔다.
길거리에서 보다 cp가 잠자기에 좋다고 하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어둠이 서서히 내렸고 야간 전멸등을 작동시켰다.
저녁식사를 하고 100㎞ cp에 도착했다.(20시 30분)
물품들을 교체하고 정비하고 나니 시간이 1시간 30분이 지났다.
정왕기님은 벌써 끝내고 1시간 째 자고 있는데...
30분 이라도 자려고 누웠는데 모기 때문에 도저히 잘 수가 없다.
100~150㎞
그냥 먼저 출발하려는데 정왕기님도 일어나 가겠다고 다시 같이 출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졸음이 쏟아진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더워서 비옷도 입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나주를 지나고 광주에 접어들었다.
출발하여 최초 광주 표지판이 128㎞ 였는데...
송정부근에 제법 헤맸다. 비가 폭우로 변했다.
11일 04:30분 경 24시 식당에서 감자탕을 먹으며 발을 재정비했다.
물집이 여러 곳에 잡혔다. 지나던 주자들도 대부분 들어왔다.
그래도 내 발은 양호한 편이다. 지나다 이런 폭우를 피할 수 있는 곳을 만나 잠시 쉴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다.
광주를 빠져 나와 장성으로 접어들었다.
전주 104㎞ 표지판이 보인다. 언제쯤 저곳을 지날 수 있을까?
9:30분경 장성소방파출소에 마련된 150㎞ FA/S를 지났다.
150~200㎞
장성댐이 보이고 이곳은 빛고을울트라 코스로 낯이 익은 거리다.
곧 갈재를 오른다. 정상에서 약 5분간 스트레칭을 하고 내려갔다.
내리막은 계속 뛰었다. 이곳에서부터 무릎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동반주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다. 상대방의 페이스를 뺐지 않으려면 가끔씩 자기 몸에 무리가 와도 페이스를 늦출 수가 없다. 이것이 누적되면 부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쉬는 것도 장소를 잘 모색해야 한다.
가능한 식사를 하면서 씻을 수도 있는 곳, 주로 주유소를 많이 이용한다. 그 곳은 거의 탈수기가 있다. 옷도 간단히 헹궈 탈수를 해서 입으면 마른 옷이나 마찬가지 느낌이다.
갈수록 왼쪽 무릎에 통증이 심해진다.
자연히 다리를 끌게 되고 오른쪽 다리에 많은 힘을 주게 된다.
정읍을 지나 태인 삼거리 200㎞ cp에 도착했다.(19시 42분)
정왕기님께 더 이상 동반주가 힘들겠다고 먼저 갈 것을 권유했다.
내 무릎을 보고 더 이상 동반주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200㎞를 오면서 졸릴땐 서로 구호를 붙여가며 뛰면서 의지가 됬는데...
200cp에서도 정왕기님을 몇 분 내로 정비를 끝내고 11시 까지 자고 출발할 것이라 한다.
나 역시 3일동안 잠을 못자서 잠시 자려고 누웠는데 주변에 도착과 출발하는 사람들로 잠을 잘 수가 없다.
200~250㎞
10시 30분경 혼자 먼저 출발했다.
이내 곧 잠이 쏟아진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인적 없는 거리를 한없이 뛰고 걷고 졸릴땐 이상하게도 바깥쪽으론 나가지 않고 중앙선 쪽으로 이동된다. 잠시 잘 곳을 찾아도 들판 가운데로 통과하는 길이라 비를 피하며 쉴 곳이 없다.
마을이 나오면 버스 승강장이라고 찾아야겠다.
11㎞쯤 갔을까 승강장에서 비옷을 덮고 2시간 가량 오랜만에 단잠을 잘 수가 있었다.
02:40분경 일어나 다시 출발 체온이 떨어져 한참을 뛰어 체온을 올렸다.
전주시를 지나 우석대 앞에서 국밥을 먹고 250 FA/S로 향했다.
비는 그치고 이젠 햇빛이 강하게 쏟아 붙는다.
주위엔 아무것도 없는 직선 4차선 도로, 지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릎 통증으로 계속 뛸 수가 없다.
뜨거운 태양볕에 노출된 피부가 붉게 익어가는 느낌이다.
걸으면 어김없이 잠은 쏟아지고 잘 뚫린 도로로 차들은 질주 하고 바짝 정신을 차려보지만 어쩔 수 없이 비틀거린다.
대형차량이 지나가면 위험하지만 차라리 바람을 일으켜 시원해서 좋다.
혼자서 노래도 부르며 구호도 붙여가며 잠을 쫓았다.
여신주유소에 마련된 250FA/S에 도착했다.(10시 40분)
정왕기님은 내가 도착하자 출발했다.
닭죽을 먹고 약 20분간 잠을 자고 다시 출발했다.
250~300㎞
논산 연무대 앞을 통과했다. 내가 훈련받은 논산 훈련도.
날씨가 정말 덥다. 등줄기로 흘러내린 땀이 엉덩이로 스며들어 따갑다.
바세린을 부지런히 바르지만 그래도 쓸리고 아프다.
275㎞ 논산교 부근에서부터 무릎통증이 극에 달했다.
이젠 아예 뛸 수가 없다. 아직 진통제는 먹지 않았는데, 통증이 없어질 런지 걸었다.
그 때 판때기에게 전화가 왔다. 근처에 와 있단다.
마침 식사를 할 때도 됬고 식당에서 보자고 했다. 주로에선 어떤 도움도 받을수가 없다.
한참을 돌았는지 마침 만나서 식사를 같이 했다. 김동진 회장님과 물대포 형님 그리고 고무신과 쭈니, 먹을것 들과 약등 많이 챙겨왔다.
솔직히 자리가 남았으면 같이 가고 싶다는 말이 목까지 올라 왔으나 이곳까지 찾아주신 정성에 그럴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약 10분간 눈을 붙이고 잘 가시란 인사와 함께 다시 출발했다. 물품들은 300cp 부탁을 드렸다.
날은 어두워지고 285㎞지점부턴 계속 걸었다. 무릎에 각도를 많이 줄수록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온다. 이제 진통제를 먹어야 겠다.
약효가 몸에 퍼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것 같다.
이상하게 많이 졸린다. 약 때문일까. 커버길엔 개나리나무가 우거져 갓길을 덮고있어 아주 위험했다.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고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300㎞cp 도착 (10:25분)
앞에 약 30명의 주자들이 출발했다고 한다.
무릎이 많이 부어있다.그리고 열도 많이 난다. 얼음 찜질을 하고 부항을 떴다. 진통제 때문인지 통증은 없다.
정형외과 의사 한 분이 다른 주자의 물집을 치료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물었다. 현재 무릎에 물이 차고 있는 중이란다.
결론은 뛰어도 되는지, 치료가 가능한지만 알면 된다.
가능한 뛰지 말고, 뛸려면 조심하란다.
결론은 내가 내려야 했다.
거제 이삼수님은 300㎞에서 그만 두겠다고 한다.
300~350㎞
01 시경 다시 출발 했다.
유성시에 접어들었다. 약효가 떨어지는지 통증이 다시 온다.
빈속이라 약을 먹을 수가 없어서 버스 승강장에서 잠을 청했다.
3시간 가량 잤다. 지나가는 주자들 발소리에 깨어 뒤를 따랐다.
약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올갱이 국으로 이른 아침을 먹었다. 일행 5명과 같이 먹었는데 유일한 여성주자 최란님, 최연소자 인길이도 있었다.
이들은 식당에 오자마자 잠을 잔다.
식사를 마치고 약을 먹고 혼자 출발했다.
오늘은 구름이 조금 있어 어제만큼 덥지 않아 다행이다.
320㎞지점에서 권순덕님이 뒤따라 왔다. 이어 이학준씨도 따라 붙었다.
졸리는 눈으로 자세도 금방 넘어질듯 하면서 가고 있다.
이젠 약없인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다. 약효는 약 5시간정도 갔다.
왼쪽 무릎을 신경썼더니 이제 오른쪽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충북 청원군 표지판이 보이고 다시 낯익은 거리다.
대청울트라 진입 가구거리를 지난다.
진철 송영조 부회장님이 근처에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약 때문에 기다릴 수가 없어 먼저 먹고 출발했다.
잠시 후 328㎞ 지점에서 만났다.
걱정스런 마음에 그냥 다음을 기약하자고 하신다.
다시 350㎞ FA/S에서 결정하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청주까지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스피드가 나지 않으니 시간은 더 지루하게 느껴지고 부어오른 무릎의 상태는 어떤지 정말 350㎞에선 결정을 해야겠다.
청주시내에 접어들어 시내 중앙을 지나는데 약 10㎞를 계속 걸었다.
15시 08분 350㎞ CP에 도착했다.
무릎에 얼음부터 올렸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제까지 온 거리를 생각하면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고 계속 가자니 무릎이 걸리고...
도착 주자들은 잠시 쉬었다가 출발했다.
그들을 따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멀어져가는 주자들을 바라보는것 외 할 수 있는것이 없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황영모 부회장님과 김홍규 총무가 왔다.
이제 더 이상 충주쪽을 바라보지 말자.
이곳까지 찾아주신 분들의 마음이, 지금까지 염려해주신 모든분들의 염원이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비록 완주에는 실패했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을 느끼고 얻었습니다.
먼저 회원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얻었으며 또 개인적으론 조금더 성숙된 달림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꼭 다시 도전하여 클럽의 위상을 높이는데노력하겠습니다.
참으로 그 과정에 눈물없인 읽을수가 없다. 참으로 애 많이 썼다. 다음을 기약하며 부어올라있는 맘 진정 시키길....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최선을 다했기에 웃으면서 얘기할수있는 힘이 나지 않을까? 생생한 육성으로 듣고 싶다. 하루빨리 몸의 건강을 해복하길 바라며.....
첫댓글 한걸음님 홧팅!~ 눈시울이 붉어져 혼났습니다~~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잠시 움츠렸다고 생각하시고 몸조리 잘하세요!!~~ 오빠 짱!!~
절 반이 머시고,..............그,.과정이 울매나 중요한긴데,.......! 또,.............눈시울이 붉어진다. 내두 눈물이 울매나 많은고 하니,..................//// 완주라고 성공은 아닐것인진대,...이번 승리는 분멩코 한걸음 이다,.!
참으로 그 과정에 눈물없인 읽을수가 없다. 참으로 애 많이 썼다. 다음을 기약하며 부어올라있는 맘 진정 시키길....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최선을 다했기에 웃으면서 얘기할수있는 힘이 나지 않을까? 생생한 육성으로 듣고 싶다. 하루빨리 몸의 건강을 해복하길 바라며.....
이런 경기가 있다는걸 오늘 첨 알게 되었습니다. 산사람들은 산청 웅석봉에서 지리산 능선을 따라 인월까지 무박으로 가는 약 100여km에 종종 도전하곤 합니다만,,여하튼 대단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