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다 생긴 일들
순야 이선자
35도 씨가 넘는 뙤약볕에 길을 걸었다.
세 사람 다 너무 더워서 말도 하지 않았다.
돌재갈이 깔려있는 좁은 도로 위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아~ 이것이 고행길인가? 순례자의 길이 따로 없었다.
대장간에서 갓 달궈 낸 것 같은 붉은 태양을 정수리에 이고 걷는 기분이었다.
발은 돌재갈에 채여서 엄지발가락이 아파오고, 땀이 이마에서 줄줄 흘러서
눈을 뜨고 걷는 일도 힘들었다.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냐? 고 물을 수도 없었다.
길가에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그 나무 밑에 단 몇 분만 쉬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를 생각했다.
사막을 걷는다면 아마도 이런 기분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 사막은 그래도
모래밭이라 발톱들이 고난을 당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힘들다고 여기서 주저앉으면 더위를 마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걷기를 2시간, 멀리서 숲이 보이자 희망이 생겼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안도감과 함께 오~ 주여! 란 소리가 절로 나았다.
숲에 다 달으니 안도감이었는지, 갑자기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 동생을 불렀다.
“나 어지럽고 눈앞이 안 보여!" 동생이 달려와서 나를 부축하며,
“물 좀 마실래요?" 하며 물병을 내밀었지만, 속이 미식미식해서,
“아니, 나 지금 토하고 싶어. “그러고는 두 시간 전에 간식으로 먹은 사과까지도
다 토해냈다. 그러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제부가 말했다.
“아, 더위를 마셨네요." 하고.
그때도 단 한 가지 생각은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이곳은 구급차도 올 수 없고,
헬기마저도 착륙할 수 없는 숲 속이고,또 벨기에 땅이라는 생각이었다.
숲 속에 와서야 트레킹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때서야 우리는 알았다.
우리가 길을 잘못 택해서 이런 고행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벨기에'땅에 있는 ‘Hohes Venn’은 Moor(늪) 습지 지대로 유명한 곳인데,
독일과 국경이 가깝고 우리 집에서 왕복 4시간이면 당일치기로 트레킹 할 수
있는 곳이었다. 5-6년 전인가? 그때도 동생부부와 함께 트레킹을 갔을 때,
그늘이 많고 이끼 긴 언덕길을 맨발로 다녔을 때 너무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길로 가 보기로 했다.
Baraque Michel이라는 휴게소 앞 파킹장소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늪지대 위에
세워진 나무다리(Holzstege)를 끝도 없이 걸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가다가 간혹 나무다리 옆에 작은 나무가 있으면 다리 위에 앉아서 힐링하면서
천천히 걸으며 늪에서도 피어나는 에리카야생화도 만나서 즐거워했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9킬로미터쯤 왔을 때, 둘레길로 되어 있는 나무다리는 차단되어 있었다.
우리에게는 다시 되돌아가든지,다른 둘레길로 연결되어 숲길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란 생각뿐,우리가 자갈밭을 걸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 나무다리를 9킬로미터를 걸을때는 피곤한 줄을 몰랐습니다.
'에리카'라는 야생화가 무수히 피는 중이라 눈도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엄청난 산불로 인해 잿더미가 다 되었다고 합니다.
그날 우리들의 계획은 9Km-11Km, 소요 시간은 3-4시간으로 정했는데,
결과는 우리가 걸은 길은 모두21Km였고 소요된 시간은 6시간이 넘었다.
그런데 지난 8월 15일 날 이곳에 산불이 났다.
4,500 Hektar가 넘는 곳, 세계유산자연보호에 등재된 섭지 지대에 불이나,
속히 진압이 되지 않아서 인근의 동네는 모두 대피를 시켰지만, 독일과의 국경도
바로 옆이라, 옆동네인 독일땅 몬샤우(Monschau)라는 곳도 대피를 하네마네,
하고 요 며칠을 뉴스로 유럽이 떠들썩했다.
이탄(泥炭)이 쌓인 섭지 지대는 탄소함유량이 60% 나 되어 지표면에서 캐는
석탄이라 하여 토탄이라고도 불리며, 옛날 사람들은 석탄 대신 이탄을 수집하여
말렸다가 연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니 땅밑까지 불이 붙었으니 불은 꺼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해서
이를 진압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번 산불로 그중3,200 헥타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이를 복구하려면 수 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오늘 전문가 들은 말한다.
그래도 우리가 그날 힘들었지만, 잘 다녀왔다는 생각도 했다.
첫댓글 무더운 날씨에 큰 일 날뻔 하셨군요.
연세를 생각하여 무리한 일은 시도치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를 갈 때는 돌아오는 것도 항상 고려해서 가야합니다.
우짜든둥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이 최고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해요. 오전에는 그냥 이색적인 전경에 홀려 엔돌핀이 팽팽돌아가는기분이었어요.
오후 14.00 시가되어 땡볕에는 야곱의 길을 걷는 기분.
이런게 인생길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하면서... 항상 언니 왈 " 난 너보다 힘도세고 건강하다" 면서 작은 나를 위로해주는 격이었는데...
나이앞에 장사없다는 것을 인정한 사건. .. 앞으로는 조금더 조심할게요. 그래도 함께라서 행복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