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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에서 최근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했다. 학부생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라는 문제였다. 익명으로 공개된 아이디어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동일한 문제를 챗GPT에게 내본다면 어떨까? 학생들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더 짧은 시간에 생성해내는 건 당연하겠지만, 흥미롭게도 소비자들은 기계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평균적으로 더 높은 구매 의향을 보여줬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학생들과 챗GPT가 제안한 모든 아이디어들 중 가장 높은 점수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아이디어 대부분은 생성형 AI가 제안한 제품과 서비스였다는 것이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생각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덕분에 편파는 적지만,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는 발견하기 어렵다. 반대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결과물은 극대극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아이디어와 지극히도 진부한 아이디어를 동시에 만들어내니 말이다. 와튼 스쿨 연구진은 그렇기에 인공지능이 대량생산한 아이디어를 인간 전문가가 검증하고 선택할 경우 가장 훌륭하고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결론 내린다.
이제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육체적 노동을 넘어 인간의 지적 노동력까지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더 이상 SF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와 비교해보자. 잔디에서 뛰는 11명 선수들은 그들보다 더 나이 많고, 체력도 떨어지는 감독이 지휘하고 선발한다. 우리의 미래 모습도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은 기계보다 더 빨리 일할 수도,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 하지만 기계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검증하고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어야 한다. 미래 인공지능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만들어낸 거스 히딩크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