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같이 인연을 맺어 말로만 듣던 내린천도 구경하고, 래프팅이란 것을 처음 해봤습니다. 오늘 겪은 일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후기 적어 올립니다.
# RAS 카페와 인연을 맺다
복날 만난 여름이. 래프팅을 한단다. RAS라는 모임에서.
참 이 친구는 하는 것도 많다. 지난 겨울 팔 부러진 것도 이 카페 모임이었다고.
여름엔 래프팅, 겨울엔 보드. 철따라 재미있게 노는 곳이군.
카페 사람들에 대해 여름이의 칭찬이 계속 이어진다.
“너도 이번 일요일에 래프팅 같이 가자. 카페 한 번 둘러보고 생각있으면 가입해.”
그런데... 가입하지 않으면 카페를 한 번 둘러볼 수 없는 구조다. 가입했다. ㅡㅡ;
그 주 일요일은 래프팅이 취소되었다. ‘다행이다’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 게시판에서 나를 보다
8월 2일 수요일.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는 시간, 네이트온이 깜빡인다. 여름이다. 이번 일요일에 래프팅 같이 가잔다. 이번 일요일은 일이 없네. 그래, 카페도 가입했는데, 한 번 가봐야지. 공지사항같은 준비해야 할 것을 여름이가 줄줄 늘어놓는다. 같이 가자고 했지만 걱정은 많이 되나보다.ㅋㅋ 특히 제 1 지시사항으로 강조한 것. ‘절대 나이 공개하지 않기’
카페 신청란에 신청하고, 입금하고, 점심먹고, 카페에 다시 들어와보니.
신청글에 답글이 달렸다. ‘↑이 인간 잘 좀 부탁드려요ㅋㅋ’ 그러면서 닉네임 설명은 자유게시판에 있다고. 뭐지? 자유게시판의 글. ‘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뭘까?
클릭하는 순간.... @.@ 헉! 나다!! 내 사진이다..... 나를 이런 곳에서 볼 줄이야.
아니, 남들이 보면 진짜 사귀는 줄 알겠네. 여름이만의 독특한 환영방식이겠지, 뭐.
근데 내용이 무섭다. 답글도 그렇고. 소화가 안되는 것 같다.
그날 이후, 각종 악몽에 시달렸다. 공개재판받는 꿈, 여러 사람들에게 쫓기는 꿈. 사람들에게 많이 시달렸다. 이 악몽은 래프팅가서 내린천에 씻어내야 하나부다.ㅠㅠ
→ 꿈 중 한가지. 학교에서 어떤 친구하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름이가 찾아왔다. “소이부답, 잠깐만 와봐. 잠깐이면 돼.” 손목을 잡고 어떤 골목같은 곳으로 끌고갔는데, 골목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다. 그 중 왕언니같은 사람이 일어나 나에게 심하게 뭐라뭐라한다. 사람들은 웃고있고. 내가 뭔 잘못을 한 것 같긴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욕 엄청먹다 지쳐 내가 나중에는 등을 돌렸다.(왕언니 차림이 긴 생머리에 검은 색 상의. 오늘 본 케이디 님하고 비슷했다.ㅋㅋ 케이디 님 보는 순간 그 꿈이 떠올랐으니.^^;; 케이디 님 죄송. 오늘 같은 배도 탔는데.)
# 잠실로
토요일 잠들기 전에 다시 한 번 ‘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확인. 역시 무섭다.ㅡㅡ;
물 엄청 먹겠군. 까짓거, 자유게시판에서 유명인이 된 것 같은데, 그만큼 보답해줘야지. 점심 먹고 싶지 않을만큼 물배를 채우리라. 불끈~. 언제 내린천 물 마셔보겠어.
일단 지갑부터 준비. 나이공개하지 말라고 했으니, 각종 신분증 빼놓고. 혹시 신용카드에도 생년월일 적혀있을 지 모르니 빼놓고.^^;
일요일, 결전의 날이다.ㅡㅡ; 5시에 일어나 새벽밥 챙겨먹고, 몽블랑 님 만나러 출발. 몽블랑 님 차 타니, 역시 자유게시판 글 얘기. 좀 더 가서 보거스 님과 마크툽 님 탑승.(마크툽 님은 핑클 막내라고 하지만 느낌은 이진이 더 가까운 듯.^^;) 타면서 “어~ 소이부답~” 헉! 5시에 먹은 새벽밥의 밥알들이 뱃속에서 요동을 치는 듯하다. 그들에게서 살기를 느꼈다. 소화가 안된다. 신경성... 머리도 아파오고, 안경 도수도 갑자기 안맞는 듯. 조용한 차 안에는 살기만 감돌았다.ㅡㅡ;
# 내 친구의 배는 어디인가?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군대시절 노래로만 듣던 그 강원도 인제.ㅋㅋ
지금 나는 이곳에 놀러왔다.^ㅇ ^// 내린천 물이 참 맑고 푸르다. 오랜만에 보는 계곡이다.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여름이의 추천으로 펀약이란 작은 배를 타고.
키잡이 - 보거스 님. 중간 - 케이디 님. 맨앞 - 소이부답.
보거스 님은 단단하게 생긴 것 만큼 체력만땅에 판단력도 빠르고 베테랑의 기량을 가졌다. 여름이가 차타고 가는 도중, 해적 중의 해적으로 수달 보거스 님을 꼽았는데 일단 우리편이다.ㅋㅋ 물귀신이라면 대책없지만.
출발지 다리 밑에서 배 뒤집혔을 때의 대처법을 연습할 때 내린천 물을 처음 먹어봤다. ‘물 맛이 생각보다 괜찮군. 이 물로 차를 달여 마시면, 어떤 차가 어울릴까? 이런 맑고 파란 계곡물에는 보이차보다 향이 진하면서도 달콤하고 깔끔한 철관음이 어울리겠지.’ ㅋㅋ 물 마시다 별 희한한 생각도 해봤다. 아직 덜 마신게지.
패들 젓는 연습 한참 하다보니, 다른 배들이 안보인다. 우리가 제일 빨리 온건가? 알고보니 우리가 제일 늦은 거였다. 보거스 님이 해적질을 하고 싶어도, 목표물 배는 한 척밖에 없었고, 나에게 해적질할 배도 사람도 없었다. 보거스 님은 해적으로 배를 떠나고, 케이디 님은 캐년닝 한다고 배를 떠나고. 나 혼자만 배에 남았다. 패들은 그냥 손에 쥐고 물결에 배를 맡겼다. 유유자적(悠悠自適). 바로 이런 것이군.ㅋㅋ 생각지 못한 여유였다. 제목 그대로 내린천유람기.^^ 누구신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를 가리키며 물멕여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그들은 그냥 물살따라 떠내려가고 있었다. 여름이는 한참 앞으로 갔나보군.(오늘, 배에 탄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보거스 님의 노련한 운영으로 한번도 뒤집히지 않고 잘 가다가... 피아시라는 곳이었나? 잘 내려가다 배가 바위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뒤집혔다. 배가 나를 덮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바위에 낑겼다.(표준어는 아니지만 이 표현이 어울릴 듯.^^) 한참 물속에 있다보니, 이대로는 죽겠구나하는 느낌도 들고.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기다리는 건 빠른 물살. 바위를 타고 서려했지만 그대로 흘러가고, 중간에 나무잡고 서려했지만, 역시 흘러가고. 어떻게 흘러가다 물이 낮은 곳에 서게 되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살았다하는 안도감. 헷, 이런 것도 경험하는구나. 생명의 위협을 한 번 느낀 후론 평탄한, 그냥그냥 흘러가다 마감. 배타고 내려온 길이 생각보다 짧았고, 물살도 생각보다 세지 않았다. 아마 생명의 위협을 한 번 느끼고 나서 그렇게 느껴진듯. 이것으로 나의 첫 번째 래프팅은 끝.
점심먹다 발견한 목의 키스마크.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다. 피아시라는 곳에서 고생할 때 어디에 부딪힌 건지, 그 때 물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내린천의 선녀가 와서 만들어준건지.
#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
여름이와 소이부답의 성격은 정반대. 여름이를 보면 항상 활기가 넘친다. 오늘 버스 한 대를 그대로 휘어잡더군.ㅋㅋ 인생을 즐긴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미. 재미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그미가 나는 무척 부럽다. 그미는 RAS 사람들에 대해 이런 비슷한 말로 칭찬을 하는데, 그미도 그렇다. 그미도 RAS 소속이니. 이는 돈과 시간의 여유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의 여유.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덕분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손 빨리 나아라.
# 오늘 무척 즐거웠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고 같이 즐거운 시간 갖게해준 운영진 및 회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Special thanks to : 수원에서 잠실로, 잠실에서 다시 수원으로 편히 차 태워주신 몽블랑 님, 펀약에 대해 잘 알려주시고 잘 태워주신 보거스 님, 같이 한 배에 타서 호흡을 맞춘 케이디 님.
ㅋㅋㅋㅋ 여름이 말하는 여름의 거시기 친구가 누굴까 궁금해 했네요~ 후기 글 읽다가 자유 게시판의 다른 글 읽으러 가기는 지금이 처음... ^^ 후기 읽는 도중에 답 글 다는것도 또한 처음... ㅋㅋㅋㅋ (아마 다 읽음 또 하나 달리지 않을까 싶소이다.. ^^ )
어머~ 망측해라~
반갑습니다. 소이부답님. ^___^* 후기 글을 통해 느낀 점... 무척 재밌는 분이시고. 속내가 참 깊은 분 같아요. ^^
저도 반갑습니다.^^ 과분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게시판에서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실제는 재미없을 겁니다.ㅋㅋ
헉 왕언니라니...넘 하십니다. 저 나름 관광시켜드릴려구 노력했는데 ㅋㅋ 여름이님 친구신데 잘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오늘 녹화도 있다고 하셨는데 목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네요..자주 나오세요~~
꿈속의 왕언니와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왕언니와 케이디 님이 점점 한사람 같다는 거.ㅋㅋ 이제 거의 확신으로 가고 있네요.ㅎㅎ 목은 회사분의 도움으로 메이크업 베이스바르고 파우더 바르니 잘 가려졌어요.^^ 덕분에 즐거웠어요. 다음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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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으니 글이라도 써야죠.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ㅋㅋ조용한 외모에 부드러운 말씀..넘 부러붜..이놈의 나대는 버릇은 언제쯤 고칠수 있을런지..여름이 언니 안티라 그 라인일줄 알고 친하게 안지냈는뎅...180도 다른 코드더군요~~담번에 기회되믄 친해져용~~
여름에게 라스카페 얘기들으면서 처음 들은 닉이 독고다이였던 것 같네요. 담에 친해질 기회가 있겠죠.^^ 코드가 완전 달라도 친여름 라인일 수도...^^ 전 나대는 모습의 독고 님이 부럽습니다.
소이부답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청계천 8가도 잘들었어요~ 조용하시지만 빼지는 않으시네요~~ㅋㅋㅋ 선녀의 키스마크... 표현이 넘 멋진데요^^ㅎㅎ 자주 뵈었으면 좋겠네여^^/
예 저두요. 다음엔 개인적으로 인사나누죠.^^ 시키면 해야죠, 빼면 되나요.^^;; 선녀의 키스 생각나면 또 찾아가야죠. 다음에 뵈요.^^
예, 몽블랑님, 저도 반가왔습니다.^^ 그미가 김동인이 썼던 말인가요? 모르겠네요. 네이버에 물어봐야겠어요.^^; 일본어 번역어 문제를 떠나서 그녀보다는 그미가 어감이 더 좋아서요.... 다음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