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강정, 용산 등 우리 사회엔 아픈 곳이 참 많습니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생겨날까? 어제 주일 말씀들에 답이 잘 나왔었는데요. “들어라 이스라엘아, 너희가 내말을 들으면 너희가 죽지 않고 살 것이다. 약속의 땅을 차지 할 것이다.” 하느님 말씀을 잘 듣지 않아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슬픈 일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우리가 말씀·사람보다 물질·마몬이라는 우상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원인으로 저희 지역에선 조금 다른 일들이 벌어집니다.
저는 경북 영덕군에 살고 있습니다. 본당에 온 지 만 1년입니다. 본당 구역엔 명사 20리라는 멋진 백사장과 해수욕장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와 달리 교통이 나빠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입니다. 덕분에 오염이 덜 되긴 합니다. 이렇게 바다를 끼고 있지만 영덕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입니다. 시장에서 수산물 거래가 많긴 하지만 농업과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할 수 있죠. 유명한 게 영덕대게인데 작년 말 한수원 덕분에 또 하나가 생겼습니다. 바로 신규 핵발전소 예정지라는 것입니다.
그전 안동에서 살 때는 핵이란 게 뭔지를 몰랐습니다. 작년 봄 후쿠시마 핵사고가 났을 때도 저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고, 뉴스 보도를 보면서도 피폭이란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깐, 장난이 아닙니다. 지금 4대강이 많이 아픈데 보를 철거하면 눈에 띄게 회복하겠지요. 하지만 핵·방사능은 보이지도 않고 오염되면 회복도 어렵다는 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산물을 거의 안 먹습니다. 바다가 방사능에 엄청 오염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사능은 정상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서도 조금씩 새어나와 주변과 동해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또 후쿠시마 핵사고로 태평양 전체가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은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폭되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근처 아이들의 1/5은 갑상선에 이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지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다른 생산지로 속여 팝니다. 그래서 우리 밥상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핵발전소 주변 농수산물도 조금씩 오염되고 있습니다. 핵이 밥상에 올라오는 것이지요. 과거에 ‘오염’하면 농약이 심각했죠. 얼마 전부턴 GMO라는 것이 밥상을 위협합니다. 거기에 방사능까지 올라옵니다. 뭘 먹어야 할까요?
영덕군은 89년부터 핵폐기장을 세 번이나 막아낸 유서 깊은 지역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지 않습니다. 작년 후쿠시마 사고로 반대여론이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대책위 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반핵 세력의 압력이 많기 때문입니다.
2005년도 세 번째로 핵폐기장을 막아낼 때 경주와 유치경쟁을 했었습니다. 이때 영덕 군수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서 유치 신청을 했습니다. 공무원들 동원해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강요해서 찬성표를 던지게 했습니다. 농민회를 비롯한 소수의 주민들이 열심히 반대를 했습니다. 그 결과 찬성률에 있어서 경주에 졌습니다. 경주가 90%대, 영덕이 80% 넘게 찬성했습니다. 엄청난 찬성률이었지만 핵폐기장은 경주로 가게 되었습니다. 유치를 하려다 못하게 되니 저놈들 때문에 우리 지역 망했다, 죽일 놈들이다, 라며 원망을 했습니다. 식당을 하면 불매운동과 위생검열 등 불이익을 주고 왕따를 시켜 동네에서 살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방사능 보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민들이 핵발전소를 나서서 막지 못하고 결국에는 숨죽이는 상황입니다.
지금 삼척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을 소환하려는 주민 소환제 요건이 거의 충족되어 가려하자 용역 등을 동원해서 서명을 많이 취소시켰습니다. 어째든 주민 투표까지 가겠지만 용기 있게 시장을 반대할 만한 사람이 적어졌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민 참여라는 것, 이런 큰일에 있어서 민주적인 과정이 없는 일들이 21세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중세 봉건사회를 사는 듯합니다. 시골에는 이장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요. 물론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지만, 이장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협박하는 일도 합니다. 관에서 하니깐 합시다, 라고 합니다. 이장이 주민들 도장을 가지고 있답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도장을 거두어서 찍기 힘드니깐 미리 모아서 이장이 필요할 때는 알아서 도장을 찍는 황당한 일이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대형 국책사업은 지역 분열을 조장합니다. 시골에는 농업 말살 정책으로 젊은이들이 다 떠나고 어른들만 남았습니다. 그 어른들은 지역이 발전하려면 국책사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수 천 억 원의 지역 발전금이라는 당근으로 지역주민들을 유혹합니다. 어른들은 미래 후손들이 어떻게 되던, 우리 땅이 어떻게 되던 지원금 받아서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들입니다. 마몬이라는 것에 너무나 중독이 되어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건설 사업은 커다란 지역 차별을 초래합니다. 대도시에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사용하지 않는 지역에 핵발전소를 짓습니다. 지역 주민을 피폭 당하게 하고 지역 사람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와 연계되어 불거진 문제가 송전탑 문제입니다. 멀리 외딴곳에 핵발전소를 지어놓고 전기를 끌어 오겠다며 송전탑을 산에 세우고 있습니다. 100m, 140m 높이의 엄청난 철탑 주변에는 생명들이 살기 힘듭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는 마을 옆으로 지나가게 송전탑을 세우고 있습니다. 강제수용법이라는 희한한 법이 있어서 나라에서 필요하면 주민 땅을 뺏을 수 있습니다. 공시지가의 돈만 주면은. 공시지가는 실거래가의 1/10 수준밖에 안됩니다. 거의 강제로 주민의 땅을 약탈해서 송전탑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업을, 백해무익한 사업을, 세계적으로 사향 산업을 왜 이렇게 강력하게 고집하는 걸까요? 엄청난 이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소 한 기를 짓는 데만 수조원이 들어갑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거기서 절반이 남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4대강보다 더한 최고의 삽질이 핵발전소 건설입니다. 울산에서는 중고 부품 사용이나 납품비리 등으로 수십 명이 구속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워낙 폐쇄적인 산업이라 드러나지 않은 비리가 더 많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핵발전소의 수명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가 수명이 다했는데, 이것은 폐쇄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기준을 완화시켜 가며 억지로 돌립니다. 폐쇄에 들어간다 해도 수십 년 이상 걸리고, 안전하게 처리할 기술이나 능력이 없습니다.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며 그것은 발전단가 상승의 요인이 됩니다. 안전하지도 않은 데다 가장 싼 에너지라고 속여 온 것이 들통 나게 되는 것입니다.
수명이라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원자로(핵반응로)라는 게 쇠로 만드는데 나이를 먹으면 약해집니다. 새것의 수명이 30년인데, 우리나라에 있는 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쓰던 중고나 예전에 만들어 놓은 오래 된 것들을 가져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명이 지나버린 거죠. 거기다 현재 핵발전소는 출력최적화라는 것을 합니다. 기본용량보다 50% 더 많이 생산합니다. 자동차의 기본속도가 100Km라면 150Km로 전력 질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계가 탈이 날 수밖에 없겠죠. 상하고 약해지는 건 당연하겠죠. 그래서 우리의 핵반응로는 생각보다 훨씬 약하고 깨지기 쉬운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언제 큰 사고가 나도 폭발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리는 정말 운 좋게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 부정적인 시각이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핵은 생명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태초에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혼돈의 시대에 방사능이 많았다고 합니다. 수십 억 년이 흘러 그것이 점점 줄어들어 드디어 생명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교만이 하느님의 배려를 무시하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입니다. 인류의 기술로는 제어할 수도, 무해하게 만들 수도 없는 물질을 계속 만들면서도 뻔뻔하게 녹색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만 해도 답답한데, 고맙게도 경북도지사는 동해안에 핵단지를 건설하겠답니다. 현재 동해안의 핵발전소 수는 전국에서 최고 많습니다. 그기에 핵발전 뿐 아니라 수출을 위한 여러 연구시설 등을 들여놓겠다는 것인데, 핵단지의 핵심은 재처리시설입니다. 다른 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1%의 플루토늄을 추출합니다.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입니다. 이것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경북 동해안 핵단지 계획입니다. 핵연료를 폐기하면 당연히 고준위 핵폐기장도 따라오게 됩니다. 경주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핵폐기장도 완공을 못하고 몇 차례나 연기했습니다. 고준위 핵폐기장은 세계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아직 성공 사례가 없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힘든 사업입니다.
이런 핵단지를 막아 보려고 그저께 대구경북탈핵연대가 출범했습니다. 대구에서 노동이외의 의제로 그렇게 많은 이가 모여 가두 행진을 벌인 것은 대구에서 처음이라고 합니다. 경찰 추산 150명, 실제로도 그 정도였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도민들의 많은 관심이 모아져야 합니다.
독일과 일본이 핵발전소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정책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끊임없이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한번 집회 할 때마다 수만, 수십 만 명이 모여서 탈핵을 요구했습니다. 우리도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광우병 촛불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쇠고기만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핵이라는 중요한 문제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 마몬의 우상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여러분의 힘을 더욱더 많이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탈핵신문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번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꼼꼼히 읽으시고 구독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호를 외치면서 마치겠습니다.
사랑한다면 탈핵해요!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탈핵해요!
자신을 사랑한다면 탈핵해요!
이웃을 사랑한다면 탈핵해요!
세상을 사랑한다면 탈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