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남들 발렌타인 데이다 뭐다 할때, 그런거에 별로 연연해 하지 않는 저로선(아니 연연할수가 없는;;)조조할인으로 어머니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러 갔습니다.
일단,태극기 휘날리며는 하얀전쟁 이후 한국영화로는 드문 본격 전쟁영화입니다.뭐 어떤 분들은 군인 나오고 총격신 나오면 전쟁영화 아니냐는데 전쟁영화는 가상이던 현실이건 어떠한 전쟁 상황하에서의 인간을 다룬 영화이니 액션에 비중을 둔 액션영화와는 그 본질부터가 다르죠.(공동경비구역 JSA가 전쟁영화는 아니지 않습니까?그냥 군인영화일 뿐이지.)
뭐,아침이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러온 사람들은 많더군요.영화 자체도 상당히 잘만들어진 수작이고,보면서 제법 눈물 흘릴만한 요소들도 많이 가진 작품입니다.
그럼,한번 태극기에 대해서 나름대로 감상을 해보겠습니다.
1.태극기 휘날리며-도전, 그리고 성공
한국전은 일단 역사 자체가 잊혀져 버린 전쟁이죠.어디선가 사상적인 문제 때문에 학습이 거의 금기시 된 부분이라고 하시던데,뭐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라면 일반인들이 보기엔 너무 아프고 치부와 같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보통 아픈 기억은 쉽게 잊어버리고 다시 생각하기 싫어하는 성향이 비교적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한국전쟁-동족상잔이라는 비극은 더욱 크게 다가올수 밖에 없었죠.(보통,한민족 이런거 강조하다가 자기네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면 참,그렇죠;;;;본격적인 내전이라던가 분쟁의 역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거기다 세계전사에서도 사상과 이념의 첫 본격적인 대립인데다 군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에도 세계에서 가장 거대했던 2차 세계대전과 미디어의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베트남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그냥 잊혀져 갔죠.
태극기 휘날리며(이하 태극기..)는 이러한 잊혀진 역사를 재발굴해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합니다.
잊혀졌던,그러나 잊어선 안되는 역사에 대해서 먼지묵은 도서관 한구석에서 1000만 관객도전한다고 큰 소리 칠정도로 대중 앞에 내세울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이미 큰 도전이고,300만을 넘은 이 시점에선 그 도전은 성공이라 봐야 겠죠.
태극기..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바로 역사적 사실일 겁니다.
전쟁영화에서 고증이란 부분은 어찌보면 가장 크게 차지하죠.그러나 하나 간과한 것이 전쟁영화라고 군사고증이 전부는 아니란 겁니다.전쟁영화라는 것이 전쟁 상황에서의 "인간"의 모습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니 만큼 군사고증이란 전쟁영화에서 중요한 위치이지 전부가 아니란 것이죠.
극중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대를 바라보던 엘리트인 진석만이 가끔 말하면서 영어단어를 섞어 얘기하는 것이라던가(많은 분들이 오해하실 부분일지도..)군인들이 밥먹고 생활하는 모습,그리고 전쟁이 발발하기전 진태의 구두닦이 신분이 당시엔 구두장인이 되는데 가장 빠른 길이었다라는 거나 당시 가장 흔한 먹거리였던 시장통의 국수가게(너저분한 정체모를 식당이나 잡화점이 아닌)등이 가끔씩 나오는 장면등은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려 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어찌보면 전쟁영화에서 군복의 색과 사용된 총기보다도 더 중요한 부분이겠죠.
적어도 가장 최근의 모 드라마의 한국전쟁영화처럼 머리에다 별네개 붙힌 의용대장이 학도병을 이끌고 싸우는 그런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기 보단 말이죠.
2.태극기..절반의 완성
제목이기도 한 태극기..의 문제점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위와 같은 한국영화로선 보기드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존 한국영화의 구테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전쟁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살아있지 못하다는 것이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라이언 일병 구하기(이하 라이언..)와 비교를 하시는데,아직 태극기..가 라이언..과 비교되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라이언..은 전쟁 상황하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인데 비해 태극기..는 그 주장르를 본인들의 노력과 달리 스토리 상의 맹점을 감수하면서도 멜로로 전환하여 버렸다는 거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쟁영화에는 사람들이 살아있어야 합니다.라이언..의 두 주인공 밀러 대위(톰 행크스)와 라이언 이병(맷 데이먼-이병 맞습니다.국내 개봉명이기에 일병이라 표기한 겁니다.)외에도 다른 조연들 역시 적어도 자신들만의 이야기에선 보는 관객들이 납득할 만큼 충분히 설득력있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가옵니다.예를 들자면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에서 부터 밀러대위와 함께 해온 호바스 중사라던가 비록 금방 나오지만 충분히 뇌리에 남는 카파조 일병,위생병 웨이드 상병등...
하지만 태극기..는 어떨까요?주인공 진태,진석 형제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단지 두 형제의 형제애를 재 확인시켜주기 위한 도구와 배경으로서의 역활만을 수행합니다.예를 들어 진태와 진석의 소대장인 허중사가 구일본군 출신의 베테랑 군인이란 사실은 어디선가 본 시놉시스가 아니라면 도무지 알수 없는 내용이고,영화가 진행될수록 우린 진태,진석만이 눈에 들어올뿐전쟁터 속에서의 인간들이 단지두 형제를 고통스럽게 하는 전쟁의 배경으로만 쓰러져 갑니다.(실제 사람사는 세상의 인간관계와는 거리가 멀죠.)
차라리 태평양 전쟁물을 가장한 항공멜로물(?)이었던 "진주만"과 비슷한 면이있더군요.(본인은 진주만 육군버전이라 생각합니다.-물론 진주만보다는 더 잘만들었고 세련됬습니다.그건 사실입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이라면 살육의 스펙터클을 들수가 있습니다.
전쟁영화에서 보여지는 측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아무래도 전투신이 있겠죠.외국의 잘만든 전쟁영화에서 전투신에서는 감독의 역활보다 오히려 밀리터리 어드바이저들이 감독의 역활을 수행하는것은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이들은 그때만큼은 어드바이저가 아니라 디렉터들이죠.
앞서 예를 든 라이언..의 경우 초반 상륙신이 잔인하고 전쟁을 보여주는 것이라곤 해도 뭔가 분위기가 압도하는 이유는 바로 군인들의 행동에 있습니다.실제 전쟁터에서 포탄과 총탄이 나에게 날아올때 군인들이 어디로 뛰어가고 어떻게 행동하고가 진짜 군인들처럼 설득력있게 다가오죠.
그러나 태극기..에선 그런 것이 없습니다.단지 화면에 보이기 위해 감독의 명령에 따라 포탄이 떨어지던 총탄이 날아오던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니는 "배우"들이 있을 뿐이죠.
무조건 총,포탄이 날아다니고 사람의 피와 살점이 튄다고 전쟁터가 되는건 아닙니다.그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그려야 비로서 진짜 전쟁영화가 된다는 거죠.
3.국산전쟁영화의 부흥을 꿈꾸며
사실 한국산 전쟁영화라는게 보통 큰 맘먹고는 찍을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그런 어려운 도전을 했다는것 하나만으로도 태극기 휘날리며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고,영화로서의 가치도 그리 뒤떨어진다고는 볼수 없을 겁니다.
전술한 문제점이 있기는 해도 태극기..는 그러한 문제점만큼이나 볼만한 장점들도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이니 한번 보셔도 후회하실만한 영화는 아닐겁니다.
4.영화의 내용.
영화 보러 가실분도 계실테니 영화의 줄거리는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영화에서 나온 몇몇 내용에 대해 군사적으로 짚고 넘어가면
1.평양탈환(예, 탈환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싶습니다.)후 북으로 진격하던중 학살된 민간인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의 퇴각전술이 나옵니다.
시간지연을 위한 전술로 민간인들을 죽인후 국군이 수습할때 부비트랩이 터지게 하는 것이라던가,현지에서 끌고나온 의용병(주로 14~16세) 몇명에게 총 한자루를 준후 동굴,터널안에서 적을 지연시키게 하려는 것이지요.이때 국군이 그냥 버려두고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앞에 민간인 시신을 널려놓습니다.
2.진지 소탕
한국전에서의 진지소탕은 태평양전쟁때보다 드문 경우였지만 더 복잡하기도 했습니다.지반 자체가 더 단단했고 한번 축성된 터널의 경우 여간해선 무너뜨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시 가장 많이 사용한 전술은
#1.터널안으로 총을 쏜다(보통 50.구경 기관총 사용)
#2.수류탄 투척
#3.경고방송
#4.화염방사기 동원
#5.폭약가방을 투척함
이것이 보통의 경우였죠.순서는 약간씩 바뀔때가 있으나 보통 먼저 사격하여 우리쪽의 화력을 보여주거나 화염방사기로 불을 질러 연기로 적을 나오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3.콜트 커맨더?
영화에서 잘 보시면 일반적인 콜트 가버먼트 모델이 아니라 콜트 커맨더(단축형)이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4.1사단(국군 선봉대)
1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백선엽 장군이 이끌던 부대입니다.이 부대는 모든 장비와 보급이 미군수준으로 지급되던 부대였더 직할 부대 역시 미군에게서 M-46패튼 전차 중대와 적 진지를 무력화 시킬수 있는 155mm야포를 가진 부대였지요.기타 M-36잭슨 대전차자주포라던가의 장비도 충분히 지급받았던 국군의 최정예 부대였지요.
유명한 일화가 1사단의 진격속도가 미군을 앞지르자 미군측에선 선봉을 뺏길것을 우려하여 배속된 미군부대의 본대복귀를 종용합니다.그때 미군 전차 중대장의 말:"우린 지금 미 육군이 아니라 1사단이다.!"-니들이 미군 아니면 뭐냐;;;-뒀다 봐도 참 특이한 친구들이란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