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4. 강촌의 전원에서 살아가기(1) 오고 보니 오길 잘 했네~!
첫닭의 울음소리, 반가운 까치들의 노래,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도 그립고 반갑지만, 잔디밭에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집 앞 단풍나무도 강촌 마음에 꼭 드는 목록이다.
집 앞에 나서면 mbc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전원일기'의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안개 낀 산너머엔 팔당땜이 있단다.
고요한 마을이다. 낯선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않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울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사람 사는 번잡한 세상과는 돌아 앉은 것 같다.
보름 전에 시작하게 된 채마밭, 이사 와서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좀 늦은감이 있어 모종을 구해다 심고 씨앗 묻는 일을 서둘렀다. 100 여평 남짓한 밭에 서른가지 정도의 모종과 씨앗을 묻고 또 묻었다. 묻어두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며 희망을 가지겠는가. 심어두고 묻어두고 그리고 그들의 맑은 얼굴을 마주하며 마중 할 마음의 준비를 하리라.
파프리카 빨강 두포기, 노랑 2포기, 피망 두포기, 매운 고추 여섯포기, 오이, 가지, 수박, 참외 토마토, 딸기 땅콩, 옥수수, 들깨 ~~등등.... 휴우~~!
미니 미나리꽝에다가 부추밭,셀러리, 정경채...
뜰에는 수국과 명자꽃이 울을 만들고 있다.
어찌 꽃씨 묻기를 소홀하게 했으랴, 과꽃, 백일홍, 코스모스, 채송화 봉선화.... 꽃이 피면 자연 알게 될 모습들.....
휴일에 일촌과 아들의 일촌들이 머물렀던 자리가 오늘은 말끔하다. 어쩌면 그들에겐 흙동산이 귀하지 않으랴.
힘차게 흙을 뚫고 올라오는 저 파란 머리는 땅콩 싹이다. 열무와 배추는 씨앗을 묻은지 보름쯤 되고 보니 벌써 속잎이 네잎이나 돋았다. 신기하다. 정말 신기하다.
씨앗을 묻어 둔 자리에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안까님인 듯 힘들게 머리를 쳐들고 올라와 확인을 시켜주고 있다.
거짓과 허영이 없다. 오만과 거만함이 없다. 땅콩을 심은 데는 땅콩 싹이 나오고 파를 심은곳에는 가녀린 파 줄기가 올라온다.
순수하다. 기특하다. 약속을 지켜주는 그 모습들이 편안하고 고맙다. 반가이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그들을 고이 쓰다듬어본다.
바로 이것이 강촌이 그리도 원하고 벼르던 전원 삶의 밑그림이 아니던가.
감동의 어제와 오늘이다.
아마도 잡풀은 누구누구 무서워서 발도 못 붙일 태세다. 그 기간이 얼마나 갈 지는 모르지만,...ㅎㅎ
사십 수 년간 살아 온, 그의 청춘과 장년을 송두리채 묻어두게 되었던 대구, 따라서 제 2의 고향이 되어버린 대구를 떠날 수 없노라고 정든 금호강과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골목 골목들, 그리고 그 정든 지기들 어이두고 떠나라 하느냐고 강인하다고 생각했던 그 답지않게 울먹이기까지 하던 그,
그러나 당신이 함께 하지 않으면 나 혼자라도 가겠노라고 내 인생의 마지막 카드인 이것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노라며 맞서는 강촌을 못말리겠음을 인지하게 되자 퇴직 일 년을 지나고 등 떠밀려 오게 된 전원의 길,
그는 오늘도 잔디밭의 풀을 말끔하게 뽑고 또 뽑고 호미로 채마밭의 북을 돋우고 잔풀을 긁어주면서 차츰 여유로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처음으로 보게 된 농부 모습의 그는 오늘 나에게 어려운 입을 열었다.
' 오고 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 |
출처: 강촌의 전원일기 원문보기 글쓴이: 강촌
첫댓글 전원생활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선생님, 조,조,조기~채소가 넘 귀엽습니다~
이렇게 소식 주시니 선생님을 뵙는 듯합니다. 건강, 행복하시길요~^*^
네, 동그라미님, 고맙습니다.
늘 수고많으시죠,
야채 태어나고 크는 재미가 큽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하기에 코스모스 모종을 했다요.
그런데 여기는 비가 오지않아 물 주느라도 허겁지겁했죠.ㅎㅎ
그리 삽니다.
동그라미님 늘 열심히 사는 모습 만나기를 희망하며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림같고 수필같아요.
저도 작은 텃밭이 있는데...
문학기행 때의 맛있는 떡 생각이 나네요.
건강, 건필하시길...
아 아~~! 그렇구나,
김샘에게도 텃밭이 있었구나,
그럼 강촌 마음 이해하고도 남겠네.
그리 보아주니 고마워요.
김샘 텃밭에는 어떤 야채들이 크고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노하우 있으면 조언 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맨트 해 주어서 고마워요.
늘 건강하고 건필하세요.
아름다운 집과 목가적인 주변 경관을 보니 절로 감탄을
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넓은 잔디밭, 농사지을 밭을 바라보니 강촌의
즐거운 고생이 눈 앞에 선하여 내처 기쁘기만 한게
아니니 이 속 마음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요?
나도 오래전부터 귀거래사를 읊어 대면서도 꼼짝않고
눌러 있노라니 참 그렇네요.잘 가셨다니 다행이고, 강촌의 그이께서
오긴 잘 왔다는 말에 무척이나 안심이 되네요.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자주 방문하세요.
이제 털고 일어나셨습니까. 남평 선생님,
떠나올 때 뵙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서운합니다. 죄송하고요.
건강은 건강 하실 때 잘 보존 하셔야죠,
무리하신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그렇죠, 염려하시는 선생님 마음 짐작합니다.
그러나 걱정 마세요.
이익을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강냉이는 많이 심어 놓았는데요.
그런데 옆지기가 얻어온 정보에 의하면 강냉이는 카치밥으로 대부분 날아가 버린다나요.
우 하하~! 어찌하나요. 아침마다 창가에 날아와 노래 불러주는 반가운 저 까치와의 전쟁이라니...
따뜻하게 손 잡아주심 감사합니다.
늘 건강 보존하세요.
강촌선생님 떠나실 때 뵙지 못해 서운 했습니다. 언제 박지평선생님이랑 한 번 놀러 가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 산쟁이 -
늘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호호
놀러 오신다면 강촌이 기른 새싹 비빔밥으로 아름다운 대접을 할 수 있겠습니다.
바쁘게 열정적으로 살아가시는 이병훈 선생님,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