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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2011. 5. 24. 강촌의 전원에서 살아가기 (1) 오고 보니 오길 잘 했네~!
강촌 추천 0 조회 80 11.05.24 17:26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2011. 5. 24. 강촌의 전원에서 살아가기(1) 오고 보니 오길 잘 했네~!

 

 

 

 

첫닭의 울음소리,

반가운 까치들의 노래,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도 그립고 반갑지만, 

잔디밭에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집 앞 단풍나무도 강촌 마음에 꼭 드는 목록이다.

 

 

집 앞에 나서면 mbc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전원일기'의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안개 낀 산너머엔 팔당땜이 있단다. 

 

고요한 마을이다.

낯선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않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울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사람 사는 번잡한 세상과는 돌아 앉은 것 같다.

 

 

보름 전에 시작하게 된 채마밭,

이사 와서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좀 늦은감이 있어

모종을 구해다 심고 씨앗 묻는 일을 서둘렀다.

100 여평 남짓한 밭에 서른가지 정도의 모종과 씨앗을 묻고 또 묻었다.

묻어두지 않고 무엇을 기다리며 희망을 가지겠는가.

심어두고 묻어두고 그리고 그들의 맑은 얼굴을 마주하며 마중 할 마음의 준비를 하리라.

 

파프리카 빨강 두포기, 노랑 2포기, 피망 두포기, 매운 고추 여섯포기, 오이, 가지, 

수박, 참외 토마토, 딸기 땅콩, 옥수수, 들깨 ~~등등.... 휴우~~!

 

 

미니 미나리꽝에다가 부추밭,셀러리, 정경채...

 

 

뜰에는 수국과 명자꽃이 울을 만들고 있다. 

 

 

어찌 꽃씨 묻기를 소홀하게 했으랴,

과꽃, 백일홍, 코스모스, 채송화 봉선화.... 꽃이 피면 자연 알게 될 모습들.....

 

 

휴일에 일촌과 아들의 일촌들이 머물렀던 자리가 오늘은 말끔하다.

어쩌면 그들에겐 흙동산이 귀하지 않으랴.   

 

 

힘차게 흙을 뚫고 올라오는 저 파란 머리는 땅콩 싹이다.

열무와 배추는 씨앗을 묻은지 보름쯤 되고 보니 벌써 속잎이 네잎이나 돋았다.

신기하다.

정말 신기하다.  

 

씨앗을 묻어 둔 자리에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안까님인 듯 

힘들게 머리를 쳐들고 올라와 확인을 시켜주고 있다.

 

거짓과 허영이 없다.

 오만과 거만함이 없다.

땅콩을 심은 데는 땅콩 싹이 나오고 파를 심은곳에는 가녀린 파 줄기가 올라온다. 

 

순수하다.

기특하다.

약속을 지켜주는 그 모습들이 편안하고 고맙다.

반가이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그들을 고이 쓰다듬어본다.

 

바로 이것이 강촌이 그리도 원하고 벼르던 전원 삶의 밑그림이 아니던가.

 

감동의 어제와 오늘이다.

   

 

 아마도 잡풀은 누구누구 무서워서 발도 못 붙일 태세다.

그 기간이 얼마나 갈 지는 모르지만,...ㅎㅎ

 

사십 수 년간 살아 온, 그의 청춘과 장년을 송두리채 묻어두게 되었던 대구,

따라서 제 2의 고향이 되어버린 대구를 떠날 수 없노라고

정든 금호강과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골목 골목들, 

그리고 그 정든 지기들 어이두고 떠나라 하느냐고 

강인하다고 생각했던 그 답지않게 울먹이기까지 하던 그, 

 

그러나 당신이 함께 하지 않으면 나 혼자라도 가겠노라고

내 인생의 마지막 카드인 이것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노라며 맞서는 강촌을

못말리겠음을 인지하게 되자 퇴직 일 년을 지나고 등 떠밀려 오게 된 전원의 길,

 

그는 오늘도 잔디밭의 풀을 말끔하게 뽑고 또 뽑고 호미로 채마밭의 북을 돋우고 잔풀을 긁어주면서 

차츰 여유로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처음으로 보게 된 농부 모습의 그는 오늘 나에게 어려운 입을 열었다.  

 

' 오고 보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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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5.25 06:45

    첫댓글 전원생활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선생님, 조,조,조기~채소가 넘 귀엽습니다~
    이렇게 소식 주시니 선생님을 뵙는 듯합니다. 건강, 행복하시길요~^*^

  • 작성자 11.05.26 22:30

    네, 동그라미님, 고맙습니다.
    늘 수고많으시죠,

    야채 태어나고 크는 재미가 큽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하기에 코스모스 모종을 했다요.
    그런데 여기는 비가 오지않아 물 주느라도 허겁지겁했죠.ㅎㅎ
    그리 삽니다.

    동그라미님 늘 열심히 사는 모습 만나기를 희망하며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 11.05.25 22:30

    그림같고 수필같아요.
    저도 작은 텃밭이 있는데...
    문학기행 때의 맛있는 떡 생각이 나네요.
    건강, 건필하시길...

  • 작성자 11.05.26 22:34

    아 아~~! 그렇구나,
    김샘에게도 텃밭이 있었구나,
    그럼 강촌 마음 이해하고도 남겠네.

    그리 보아주니 고마워요.
    김샘 텃밭에는 어떤 야채들이 크고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노하우 있으면 조언 좀...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맨트 해 주어서 고마워요.

    늘 건강하고 건필하세요.

  • 11.05.26 15:22

    아름다운 집과 목가적인 주변 경관을 보니 절로 감탄을
    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넓은 잔디밭, 농사지을 밭을 바라보니 강촌의
    즐거운 고생이 눈 앞에 선하여 내처 기쁘기만 한게
    아니니 이 속 마음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요?
    나도 오래전부터 귀거래사를 읊어 대면서도 꼼짝않고
    눌러 있노라니 참 그렇네요.잘 가셨다니 다행이고, 강촌의 그이께서
    오긴 잘 왔다는 말에 무척이나 안심이 되네요.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자주 방문하세요.

  • 작성자 11.05.26 22:55

    이제 털고 일어나셨습니까. 남평 선생님,
    떠나올 때 뵙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서운합니다. 죄송하고요.
    건강은 건강 하실 때 잘 보존 하셔야죠,
    무리하신 것은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그렇죠, 염려하시는 선생님 마음 짐작합니다.
    그러나 걱정 마세요.
    이익을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강냉이는 많이 심어 놓았는데요.
    그런데 옆지기가 얻어온 정보에 의하면 강냉이는 카치밥으로 대부분 날아가 버린다나요.
    우 하하~! 어찌하나요. 아침마다 창가에 날아와 노래 불러주는 반가운 저 까치와의 전쟁이라니...

    따뜻하게 손 잡아주심 감사합니다.
    늘 건강 보존하세요.

  • 11.05.28 08:12

    강촌선생님 떠나실 때 뵙지 못해 서운 했습니다. 언제 박지평선생님이랑 한 번 놀러 가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 산쟁이 -

  • 작성자 11.05.30 15:50

    늘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놀러 오신다면 강촌이 기른 새싹 비빔밥으로 아름다운 대접을 할 수 있겠습니다. 하하호호~~!

    바쁘게 열정적으로 살아가시는 이병훈 선생님,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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