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대장의 연락이 있었다.
" 행님 이번 AT 참석인원이 한 15~16명 정도 되겠십니다 "
"우짠일로 이번에 참석인원이 제법되네 ... 강회장이 덕이 있어서 그런갑다. 차량이랑 공동장비 잘 챙겨라. 비도 올지 모리겠고"
출발 몇일전의 상황이었다
2014. 7. 12 토요일 오후 두시 청구아파트 앞
박배낭을 짊어진 산님들이 모여들었다.
도두 9명, 고성IC에서 합류하기로 한 푸우,현호를 합치면 모두 11명의 인원이다.
화개동천엔 여름 장사준비하고 있는 일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산대사께서 잠시 머물렀다는 신흥사 옛터를 비켜지나 오른 범왕마을 계곡도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16:10경 허황후와 일곱 왕자들의 이야기가 깃든 칠불사의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 산행 시작전 환한 모습의 도반들 ... >
칠불사 능선길은 동다송을 지은 초의선사부도탑 뒤로 열려있다.
칠불사능선은 칠불사에서 토끼봉까지 약5km 남짓한 능선길로 중간에 참샘이 있고, 국공들의 간섭이 비교적 설한 곳으로
올해 초봄에 들렀던 곳이다. 인적이 드물어 막영하기에 괜찮아 보였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파른 초입길을 헉헉되며 땀방울을 쏟아내다 바람살랑이는 곳에 앉아 첫 휴식을 가졌다.
< 칠불사 옆으로 이어진 능선길을 오르는 님들 >
< 첫휴식 .... 열 받은 선배를 위해 열씸 부채를 흔들어대는 착한 후배의 모습 ... >
< 반듯히 잘 만들어 놓은 참샘 >
< 윗 참샘을 향해 오르는 님들 >
< 윗 참샘에 도착한 님들 >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 잠시 땀을 식히고 순한길을 느긋하게 걷다보니 어느새 참샘이다.
참샘은 주능선상에서 약간 벗어난 안부에 있고 수량이 풍부하였다.
돌을 반듯히 쌓아 올린 샘은 과거 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이 애용했던 곳이 아니었나 싶었지만 잔돌이 많아 막영하기에는
부적당했다.
뒤쳐진 온 막내가 올때까지 기다리다 일부 회원들은 윗참샘으로 먼저 이동하였다
참샘에서 윗참샘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고 평퍼짐한 능선에 물길이 있어 막영하기에 좋았다.
친구 남숙이 샘물에 손을 넣으니 손이 시리단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고 녹음이 짙어 산속에 어둠이 빠르게 찾아들었다.
11명의 인원에 텐트 7동, 타프 1동을 쳤다.
예전같으면 4~5인용 텐트 2동이면 다 잘수 있고, 등짐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요즘은 잠자리는 개별적으로 하는 추센가 보다
어쨌던 전원주택의 로망이 산중에서 이루어졌다.
< 장사들이 등지지고 온 먹거리 ... 막걸리, 맥주, 소주`s 그리고 참가재미, 미기찜 ... 그 밖에 명함도 못내민 음식들 >
< 산행의 꽃이 막영이라 해도 땀흘리지 않은 산행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
< 무착대 주변에서 횡재한 구상나무 상황에다 30도 짜리 알콜을 부어 3년간 우려낸 상황주 ... >
< 무욕의 땅, 분별심도, 애착심도 내려 놓은 무욕의 시간 >
순도 높은 행복이 가득한 공간 - 시원한 산바람만 있어도 즐거운 시간.
원문고개를 벗어나지 못하고 통영이란 좁은 곳에서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제대로 마음 나눌 기회가 없었던 친구를 만나 옛추억의
퍼즐을 맞추었다.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아 산책겸 능선길을 올라 안개속에 랜튼 불빛이 희뿌옇게 빛나는 막영지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혼자 존재하는 것은 없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서로의 관계속에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1:30경 타프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거칠어진다.
" 푸우야 인자 고마 자자 "
....
텐트 프라이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늦게 잔 만큼 아침이 늦다.
" 푸우야 일 나라. 밥 묵자 "
< 가득고인 퇴적물을 퍼내자 >
< 침전물에 막혀있던 파이프에서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터져나왔다 >
< 해장술 찾으시는 교주님 ... >
< 올라갈 사람, 내려갈 사람이 정해진다 .... 지원조로 간택된 교주님과 강회장님은 차를 돌려 심원마을로 향하고, 오뤤쥐 오버트라우즈를 입은 푸우님을 비롯한 9명의 산님들은 토끼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출발전 오뤤쥐 오버트라우즈의 마지막 모습 ... ㅠㅠ >
< 한없이 즐거운 모습 ... 푸우님 >
< 막내 영구 .... AT 첫산행 오랫동안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
< 동운님 유미님. AT 고통의 순간 .... 담에 힘들 때 한번씩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
< 갑작스런 일로 함께오지 못한 임원장이랑 담에 같이 지리산에 함 더 듭시다 >
< 구름속에 천왕의 보금자리 >
08:30 우중산행이 시작되었다.
부들운 능선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낮게 깔린 흰구름 위로 지리주능선이 꿈틀거리고 있다.
놀랍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 명선봉 넘어 삼각고지 그 넘어 형제봉 ... >
< 그 넘어 운해에 휩싸인 촛대봉 >
< 걸어 온 길, 칠불사능선 혹은 토끼봉능선 >
< 토끼눈을 뜨고 조심스럽게 금단의 땅을 넘어 선 현호님 >
10:10경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가뿐한 마음으로 토끼봉 울타리를 넘어 섰다.
지나 가야할 반야봉이 거대한 모습으로 구름속에 버티고 있다.
< 하늘의 날씨는 개일듯 말듯 간간히 비방울을 뿌려 댄다 . 토끼봉에 오른 토끼들 ... >
< 반야봉의 엉덩짝이 보인다 >
< 가자 화개재로 >
< 안개낀 화개재 >
< 화개재에 만난 맘좋은 전라도분들, 뒷모습이 슬프보이는 푸우 >
지리산에 찻길이 뚫히기 전, 갱상도 하동땅과 절라도 인월 땅을 이어주었을 화개재에 도착하니 맘씨 후덕한 전라도 말씨의
일행분들이 아점을 드시고 계셨다.
비가 잠시 그치고 있어 판쵸의를 벗고 나무테그에 앉자마자 미나리를 넣은 가오리회무침에 귀한 소주를 권하신다.
" 어여 다는 못주겠고 먹고싶은 사람은 빨랑 와 "
연세 많으신 노장분이 권하시길래 손사래치기도 어려워 한잔 받아 마셨다.
아침 산행전에 속을 말끔이 비운터라 알콜의 순수한 맛이 찐하게 느껴진다. 아주머니가 권하는 가오리회무침도 맛이 좋다.
넙죽 넙죽 혼자 받아 먹기 미안스러워 푸우를 쳐다보니 침울한 표정이다.
" 어이 부라더 여기와 같이 묵자" 는 얘기에도 말이 없다.
근데 오버트라우즈 색깔이 바꿨네 ... 아침에는 오뤤쥐색이었는데 ...?
삼도봉 오르막길은 나무계단길이다.
칼로리 높은 소주가 금새 열로 전환되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산소소모량이 많아 졌다.
< 삼도봉에서 등을 맞대고 앉아있는 어느 부자의 정겨운 모습 ... >
< 뭐 삐낀일이 있나, 푸우가 말없이 등을 돌려 앉아 있다 >
삼도봉에서 반야봉 허리를 가로질러 노루목에 다닿았을 때 푸우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 푸 ~ 우 ... 행님 오버트라우즈를 이자삐심니다.... 푸 ~ 우 .... 50만원 짜린데 "
" 뭐라꼬, 오데서 ... 빨랑 찾으로 가자"
" 아임니다. 아침에 칠불사 능선길에서 흘린 거 같은데, 너무 늦었심다 "
" 아이다 니는 칠불사쪽으로 도로 돌아가고 나중에 우리가 차를타고 그쪽으로 가모 안되나"
" 됐심다.. 그냥 포기할랍니다"
" 하긴 니는 또 잘 줏는다 아이가 ... 지난번 계방산에서 비싼 오클로 고글도 줏고 안했나"
" 그렇지예 ... 근데 그것도 이자삤심다 "
.... 헉 !
< 용기를 잃지 마세요 푸우님 ... 산은 넣고, 사람은 많잖아요 >
< 작년 요맘 때 이 장소에서 똑같은 자세로 찍었는데 일년 새 노화현상이 급격히 진행된 것 같네 .. ㅠㅠ >
< 등산화 차에 모셔두고, 베신 신고 우중산행한 막내 영구 ... 좋은 장비는 애끼써야제 >
< 임걸령샘의 신령스런 물맛 .... 샘물을 실컷마시고 체액을 완전히 교체하여 신선이 되었다 >
< 잘생긴 노루궁뎅이 ... >
12:10 경 임걸령샘골에 접어 들었다.
크고 작은 돌무더기 사이로 길이 이어졌다가 곧장 사라진다.
비는 그쳤지만 바위는 미끄러지기 좋을 만큼 물기에 젖어 있다.
대소골 합수부쯤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의외로 진행 속도가 늦다.
뒤에서 누군가 넘어졌는지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길없는 길을 해집고 갈려니 걸음이 늦고 조심스럽다.
휴식을 취하고 대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점심식사 자리를 마련하였다.
< 머리를 발바닥에 둔 것처럼 온 신경을 발끝에 집중하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님들 >
< 13:30경 어제 먹다남은 음식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배불리 점심을 먹었지만 마지막 남은 바나나는 도저히 팔리지 않는다 >
막내의 걸음이 늦어진다.
잘 닦인 산길만 접하다가 이런 길은 처음이라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원조에게 오후 세신 네시 사이에 심원마을에 도착할거라 얘기했는데 ...
벌써 네시가 다되어 간다.
푸우가 묻는다.
" 행님 이런 길이 계속되면 랜튼 써야되는 것 아입니까 "
" 아이다 대소골 합류점에 들어서면 길이 좋아질 거다"
임걸령샘에서 대소골 합수부까지 1.5km 남짓한 하산길이 두시간 넘게 걸렸다.
< 길없는 길이 합류점에 가까워지자 순해지기 시작한다 >
< 바나나를 나누는 님들, 배는 채우고 등짐은 줄고 .... >
< 합류점에 도착하니 하늘이 열리는듯 하다 >
< 물이 불어난 대소골 .... 계곡을 건너야할 데가 곳곳에 있다 >
< 하나, 둘, 셋 ... >
< 고어텍스는 그냥 건너고 >
< 베신 신은 후배들의 도하를 위해 디딤돌을 놓고 있는 푸우님 >
< 알탕후,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씩 나누고 산채정식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
강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 행님 어딥니까 "
" 대여섯시쯤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 쪼끔만 더 기둘리라 "
하산길에 상황버섯이 두개가 눈에 띈다.
한개는 나누고 한개는 배낭에 넣었다.
비우니 차는 것 같다.
30도 쐬주에 담아서 내년 AT 때 마실까.
심원마을 산장주 박씨를 만났다.
우짜냐고 물었더니
서울서 직장 다니고 있다가, 여름 한철 내려와 있다고 한다.
1급수 청정지역을 떠나 3급수 도회지 생활이 쉽지 않을텐데 ...
그래도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다.
알탕후
그의 이모집에 들러 막걸리 한사발하고 1박 2일 AT 산행을 정리하였다.
함께 한 규환이 친구를 비롯한 강회장님, 푸우님, 그리고 새내기 산님들
지리산 기운받아 늘 생기발랄 하옵기를 ....
< 일주일간 서울출장 마치고 이제사 올립니다. 2014. 7. 20 岩 >
첫댓글 ㅎㅎㅎ 잼나게 잘봤습니다.
계속될끼다 ... ^^
시간지나니 또 다른 추억하나로 남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걍 보기만 해도 즐겁네요~~내년 요맘때는 상황주 일잔 할 수 있을라나~~
상황주 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