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24 [세월호 참사 100일 기획] 안산 합동분향소 현지 르포
[세월호 참사 100일] 안산 와동일치의모후성당·합동분향소 현지 르포
“그리스도인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드는데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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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7월 24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 위치한 와동일치의모후성당.
성당 첨탑의 흰 십자가 바로 아래 벽면의 본당 주보 ‘일치의 모후’ 성모상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굽어보고 있다. 그 성모상 아래 화단 앞에는 본당 부설 성모유치원의 ‘가브리엘’, ‘미카엘’, ‘라파엘’ 등 석 대의 노란색 승합차가 유치원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유치원 차량 너머 성당 벽에는 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의 현수막이 적막함 속에 도드라져 보인다. “주님,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이들을 기억하소서!”
성모동산에 올라 내려다보니 저 건너 나무 울타리에 ‘2014 주일학교 초등부 여름신앙학교’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시편 70,5)
성당 정문 왼편에는 유치원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이 대여섯 명이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즐거이 뛰놀고 있다.
성모동산 계단을 내려와 성당 1층 교육관에 들어서니, 본당 노인대학 사물놀이 팀이 장구채를 휘두르며 연습에 한창이다.
노인대학 봉사자 박영이(크리스티나·58·와동일치의모후본당) 씨는 “세월호 참사로 16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본당공동체가,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여 평상으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다”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 시대 이 나라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한 주님의 메시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당 정문을 걸어 나오다 문득 돌아보니 ‘일치의 모후’ 성모상 바로 밑에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성구가 확연히 보인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오후 5시.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
분향소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영정 사진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인다. 희생자들의 유언을 떠올리니 울컥하며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되게 하소서!”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왼쪽을 바라보니, 40대의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서로 얼싸안으며 통곡한다. 영정 아래에는 그 학생이 평소 좋아했던 과자와 사탕 그리고 편지들이 수북이 놓여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이날,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가있어, 이곳 합동분향소에는 평소보다 인적이 뜸하다. 출구에서 돌아보니 분향소 안 조문객 다섯 명이 보인다.
오후 5시 30분 합동분향소에서는 안산시청 공무원들의 ‘태풍 피해 대비 모의 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 이날까지 안산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43만 4천여 명에 이른다.
출구 근처에는 ‘수습 및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대가 놓여있고, 그 너머 “엄마 아빠 제주여행 잘 다녀왔습니다!”의 ‘꿈으로 가는 제주여행’ 글귀를 보니 감정이 복받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합동분향소에서 야외음악당에 이르는 길 양쪽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랑, 검정 리본들이 줄지어 걸려 바람에 휘날린다.
매일 오후 8시에 미사가 거행됐던 야외음악당은 주변 숲속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만 들릴 뿐 휑하다. 지난 7월 16일부터 미사 장소를 합동분향소 앞 ‘천주교 수원교구’ 부스로 옮겨 매일 같은 시각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천주교 수원교구’ 부스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100일 추모미사’에는 25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수원교구 사제단과 공동 집전으로 이날 미사를 주례한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직후 형성된 ‘사람이 먼저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라는 국민적 합의가 한 발짝도 진척된 게 없다”며 “그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들 각자의 ‘의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 제55항을 들며 “우리는 돈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효 주교는 끝으로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저 건너편 유가족 부스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지금 우리 사회를 향해서 다시금 일깨워주는 간절한 절규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날 미사가 마무리되는 오후 9시가 가까울 무렵, 안산의 한 고등학교 학생 300 여명이 합동분향소에 줄지어 들어갔다. 교복 차림에 노란빛 손전등을 휴대한 이 학생들 중 몇몇은 분향소 안에서 조문 내내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성기화 명예기자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미사(안산합동분향소) 강론 전문>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오늘로 100일이 됩니다.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오후 8시에 세월호 참사로 우리 곁을 떠난 모든 분들과 그 유가족들을 위해서 이곳 안산합동분향소에서 함께 기도해주신 우리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에게 유가족을 대신해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100일을 맞이하는데도 여러분이 이미 알고 계시듯이 조금도 우리 사회는 바뀐 것이 없습니다. 저 건너편 유가족 부스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지금 우리 사회를 향해서 다시금 일깨워주는 간절한 절규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현실이 그러하지만 다시금 우리의 마음을 그러모아서 하느님께 간청 드리도록 하십시다.
아직까지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아니지만,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분명 그러한 사회를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다시금 우리 마음을 가다듬어서 정성껏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오늘 미사에 참례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안산대리구 각 본당에서 오신 줄로 압니다. 조금 전 합동분향소 안에서 명동주교좌본당 신자 한 분을 뵈었는데, 몇몇 분들이 안산 말고도 다른 여러 본당에서 오신 것 같습니다.
혹시 수원 쪽에서 오신 분이 계신지요? 제가 왜 수원을 지목하는지 잘 파악이 안 되시죠! 지금 마음이 갑갑해서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어린 학생들이 우리에게 던진 유언입니다. 이는 ‘제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라는 그들의 명령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안전하게 살만한 사회로 대한민국이 거듭 나기를 바라는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0일, 이 숙제는 도무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다른 100일을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위기를 맞아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무겁습니다. 모든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고 있는 서울로 향했기 때문에 이곳이 적막함 속에 있지만, 정말 어느 때보다도 우리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부모이니까 내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그것도 안 되나 하는 유가족의 자괴감 섞인 한탄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우리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특별법 제정과 진실 규명을 촉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제로 열흘째가 됐으니 오늘 열하루 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與)든 야(野)든 양쪽 다 못 믿겠어요. 한쪽은 보상만 얘기하고 다른 쪽은 뜬금없이 의사자를 언급합니다. 유가족들은 의사자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진정으로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안전하고 실만한 사회를 위한 토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그들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정부나 정치권에 맡기면 이전의 참사 때처럼 밑에 사람 몇 명이 옷 벗고 진실은 영원히 사라져요! 기소 및 수사권이 있어야 하고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 책임인지 밝힐 것 아닌가요! 무슨 얘기만 하면 보상 운운하며 돈만 따지고 돈을 떠나 재벌 회장이나 아이들 목숨이나 소중한 건 매한가지 아닌가요?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것을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
100일 전에는 분명 이 합의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시간이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 곧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였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안에 세월호를 직시하는 계기가 되었고, 더 이상 또 다른 세월호가 출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100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4월 16일에서 한 눈금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다.
<경향신문>은 7월 23일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참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가리는 진상규명의 시곗바늘부터 작동불능 상태이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체포 작전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검경이 심혈을 기울였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에 실패한 것은 기울어가는 세월호에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사고의 원인 규명 및 피해 배상 책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인물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만도 뼈아픈 일인데 시신을 수습해놓고도 40일 동안이나 ‘유령 검거’에 국력과 수사력을 쏟아 부은 꼴이니 이보다 황당한 일이 없다.”
정말 공감이 가는 사설 내용입니다. “검경 못지않게 정치권도 무능과 무책임에 관한 한 세월호 급이다.”라고 그 논설위원은 말합니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는 지지부진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때 합의했던 특별법 제정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은 4월16일 이전의 정치권 그대로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
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들 그 이유가 보이십니까? 누가 이러한 상태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을까요? 누굴까요?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의식(意識)]입니다.
지난 6.4 지방 선거 이전에 여야를 불문하고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꼭 실천해 옮기겠다고 다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양쪽 당 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그 이후에 우리의 의식입니다. 우리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러한 사람이 중심 되는, 정녕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기 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그대로 가고 싶은, 이 의식이 바로 이러한 현재 상황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어떻게 할지 정말 방향을 잡기가 힘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그러한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자기 내면을 반성하라고 초대하십니다. 교황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돈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금송아지에 대한 숭배가(탈출 32,1-35 참조) 돈에 대한 물신주의(物神主義)라는, 그리고 참다운 인간적 목적이 없는 비인간적인 경제 독재라는 새롭고도 무자비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간 이해에 대한 심각한 결여를 보여 줍니다.”(‘복음의 기쁨’ 제55항)
정말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하느님의 아들딸입니다. 다시금 우리가 이 물신주의에 노예가 되지 않도록 이 미사 중에 하느님께 은총을 간구합시다.
그리고 나의 이익에 관계되어서 투표를 하지 맙시다. 7월 30일 재·보궐선거, 여러분도 이미 매스컴을 통해 알고 계십니다. 어떻게 될지 뻔히 보입니다. 그저 그들을 위해서 뭔가 행하는 척 하다가 보상이나 해주고 끝을 흐리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힘이 없지만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서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 사회가 사람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꼭 기도합시다.
여러분 중에서 대부분은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정말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사회에 그러한 슬픔과 울음이 없는 사회로 벗어날 수 있는지 그 목적을 가지고 투표를 행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사람이 먼저가 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꼭 투표합시다. 기도합시다!
어떻게 보면 절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다시금 희망에로 나아갑니다. 우리 서로서로를 격려하고 서로서로가 더 인내할 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면서 ‘주님의 기도’를 바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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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음으로 함께한 세월호 참사 100일
모든 이들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간 듯 하지만 여전히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 분향소에 조문객 발길 여전 참사 진실 규명 단식 농성 열려 ‘사람’이 우선인 사회 형성해야
발행일 : 2014-08-03 [제2906호, 4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인 7월 24일, 16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안산대리구 와동일치의모후본당은 여전히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본당 부설 유치원생 어린이의 재잘거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주일학교 초등부 신앙학교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노인대학 사물놀이 팀이 장구채를 휘두르며 연습이 한창이다.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본당 공동체는 아파하고 있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모습과 이름을 꾹꾹 새겨 놓고 절대 잊지 않겠다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주님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이들을 기억하소서!”라고 적힌 성당 벽면의 노란 현수막이 그들의 결심을 대변한다.
박영이(크리스티나·58)씨는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 시대 이 나라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한 주님의 메시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참사의 생채기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성당을 벗어나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로 향했다.
참사 100일임에도 분향소는 평소보다 한적했다. 조문객 다섯 명이 단원고 학생들의 안식을 기도할 뿐이었다. 기자도 다른 조문객들과 함께 영정들 앞에 향을 피우고 고개를 숙였다. 부지불식간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바로 옆에는 희생자의 부모로 보이는 40대 부부가 서로 얼싸안고 통곡했다. 그들의 아이 영정 아래에는 평소 좋아했던 과자와 사탕이 수북하게 놓여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특검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가 있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분향소를 떠나 길거리 위에서 단식 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가슴에 묻은 아이들의 안식을 위해서.
부모들의 이러한 노력은 분향소 현장에서도 계속된다. 출구 인근에 ‘세월호 참사 수습 및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대에는 많은 이들이 서명한 종이와 볼펜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엄마 아빠 제주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꿈으로 가는 제주여행 글귀를 보니 감정이 북받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향소를 찾아오는 인원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참사 당시 재빠르게 설치됐던 종교계 부스도 이제는 천주교 부스밖에는 남지 않았다. 다행히 수원교구가 운영하는 천주교 부스에서는 매일 봉헌되는 미사가 유가족들에게는 위로가 된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던 7월 24일도 오후 8시에 어김없이 미사가 있었다.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주례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100일 추모미사’에는 25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이성효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직후 형성된 ‘사람이 먼저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라는 국민적 합의가 한 발짝도 진척된 게 없다”며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들 각자의 ‘의식’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 주교는 또 “사람이 먼저가 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저 건너편 유가족 부스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 지금 우리 사회를 향해 다시금 일깨워주는 간절한 절규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미사가 끝나고 돌아 나오는 길이 야외음악당으로 이어졌다. 양쪽 길가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색, 검정색 리본이 줄지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추모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아이들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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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인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드는데 앞장서야” 수원교구 인터넷신문 |입력 2014-07-24 | http://casw.kr/i8PQWlfPUL | | |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7월 24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 위치한 와동일치의모후성당. 성당 첨탑의 흰 십자가 바로 아래 벽면의 본당 주보 ‘일치의 모후’ 성모상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굽어보고 있다. 성모상 아래 화단 앞에는 본당 부설 성모유치원의 ‘가브리엘’, ‘미카엘’, ‘라파엘’ 등 석 대의 노란색 승합차가 유치원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유치원 차량 너머 성당 벽에는 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의 현수막이 적막함 속에 도드라져 보인다. “주님,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이들을 기억하소서!” 성모동산에 올라 내려다보니 나무 울타리에 ‘2014 주일학교 초등부 여름신앙학교’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시편 70,5)
성당 정문 왼편에는 유치원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이 대여섯 명이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즐거이 뛰놀고 있다. 그리고, 성모동산 계단을 내려와 성당 1층 교육관에 들어서니, 본당 노인대학 사물놀이 팀이 장구채를 휘두르며 연습에 한창이다. 노인대학 봉사자 박영이(크리스티나·58·와동일치의모후본당) 씨는 “세월호 참사로 16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본당공동체가,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여 평상으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다”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 시대 이 나라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한 주님의 메시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당 정문을 걸어 나오다 문득 돌아보니 ‘일치의 모후’ 성모상 바로 밑에 수원교구 50주년 성구가 확연히 보인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오후 5시.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 분향소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영정들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니 울컥하며 두 줄기 눈물이 내린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되게 하소서!”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왼쪽을 바라보니, 40대의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이내 서로 얼싸안으며 통곡한다. 영정 아래에는 그 자녀가 평소 좋아했던 과자와 사탕 등이 수북이 놓여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이날,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가있어, 이곳 합동분향소에는 평소보다 인적이 뜸하다. 출구에서 돌아보니 분향소 안 조문객 다섯 명이 보인다. 출구 근처에는 ‘수습 및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대가 놓여있고, 그 너머 “엄마 아빠 제주여행 잘 다녀왔습니다!”의 ‘꿈으로 가는 제주여행’ 글귀를 보니, 감정이 복받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합동분향소에서 야외음악당에 이르는 길 양쪽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랑, 검정 리본들이 줄지어 걸려 바람에 휘날린다. 매일 오후 8시에 미사가 거행됐던 야외음악당은 주변 숲속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만 들릴 뿐 휑하다. 우리 교구는 지난 7월 16일부터 미사 장소를 합동분향소 앞 ‘천주교 수원교구’ 부스로 옮겨 매일 같은 시각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천주교 수원교구’ 부스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100일 추모미사’에는 25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교구 사제단과 공동 집전으로 이날 미사를 주례한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직후 형성된 ‘사람이 먼저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라는 국민적 합의가 한 발짝도 진척된 게 없다”며 “그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들 각자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효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 제55항을 들며 “우리는 돈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효 주교는 끝으로 “사람이 먼저가 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저 건너편 유가족 부스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지금 우리 사회를 향해서 다시금 일깨워주는 간절한 절규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성기화 명예기자 | 기사제공 : 수원교구 인터넷신문 | 등록일 : 2014-07-29 오후 4:23: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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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제주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 [꿈으로 가는 제주 여행]
수원교구 원천동성당 중·고등부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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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이 아프네요~~ 너무나 안탑깝고요~~~ 흐르는 시간속에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현실에서~~
우리들 만이라도 기억하고 있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