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사랑 마음이 곧으므로[직심直心], 좋은 일을 하게 되고
좋은 일을 행하므로, 깊은 마음[심심深心]을 얻으며
깊은 마음을 따라 망상과 망념이 조복되므로, 말[言]대로 행하고
말대로 행하므로, 지어놓은 모든 공덕을 잘 회향[회향심回向心]한다.
좋게 회향하는 마음을 따라 방편이 생기고 방편을 따라 중생들이 청정
해지며, 중생들이 청정하므로 국토가 청정하다........(생략)........
즉,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심청정心淸淨 국토청정國土淸淨].
그 때 사리불존자가 생각하기를,
‘세존께서 보살행을 하실 때 마음이 청정했을 터인데, 어찌하여 이
사바세계는 왜 청정하지 못할까?’
라는 의구심을 갖자, 부처님께서 사리불의 마음을 간파하시고 말씀하셨다.
“해와 달은 늘 청정하지만, 눈먼 장님이 해와 달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중생이 지어놓은 무거운 죄업 때문에 여래의 국토가 청정함을 보지 못하
는 것이다. 청정한 불국토를 보지 못하는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 중생
의 허물 때문이니라.”
『유마경』「불국품」
부처님께서는 한 음성[일음一音]으로 중생들에게 평등하게 가르침을 펼쳐 보이건만 중생들은 자신의 그릇대로 받아들인다. 중생의 마음이 높고 낮고 하여 감히 부처님의 지혜자리에 따르지 못하므로 이 국토의 청정함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일 마음이 청정해지면 지혜가 우러나오며, 나아가 국토가 청정하고 극락세계로 장엄된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마음이 문제인 것이다. 우선 내 마음이 청정해지만 모든 이들이 청정해보임은 물론 이 세상이 불국토로 변한다. 그러나 마음이 청정하지 못하면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지옥인 것이다.
동물 중에서 털이 날카롭고 뾰족하기로 유명한 고침도치*란 동물이 있다. 어느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지극히 사랑하여 잠시도 떨어져 있기가 싫어 결혼해서 함께 살기로 하였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면서 말이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모든 행동반경을 함께 하다보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암놈 고슴도치는 점점 불만이 늘어갔고, 차라리 혼자 살아야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수놈 고슴도치의 털이 너무 뾰족하고 털이 많아 나를 자꾸 찌르니 도저히 더 이상은 봐줄 수 없다는 것이 이혼사유였다. 이에 재판장이 수놈 고슴도치에게 이혼을 받아들이겠냐고 물었더니, 암놈 고슴도치와 똑같은 답을 했다. “나도 참을 만큼 참았는데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습니다. 암놈 고슴도치의 날카로운 털이 나를 자꾸 찌릅니다”라고 하며 암놈 고슴도치와 똑같은 말을 하더란다.
마침내 고슴도치부부는 이혼하였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 아름답던 세상이 함께 있으니 지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서로가 상대에게 피해 받았다고만 생각하지, 자신이 상대에게 가해를 했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우리는 결국 남으로부터 받는 피해의식에 젖어있지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문제는 결국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피해준 것을 생각하고, 먼저 용서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바로 그 자리가 극락이요, 불국토일 것이다. 이에 달마선사는 ‘너그럽고 좋을 때는 천하를 다주어도 아깝지 않으나 한번 옹졸해지고 싫으면 그 마음에 바늘 구멍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라고 하셨다. 우리가 한 순간의 마음 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옥이 되기도 하고 불국토가 되기도 하며, 상대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지옥과 불국토가 달리 펼쳐진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 세상은 청정국토이건만 중생의 눈이 어두워서 해와 달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눈이 어두워서 상대방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곧 상대방의 마음은 부처와 같은 진실과 지혜를 갖추고 있으니 그 마음한번 돌리기만 하면될 터인데 말이다. 솔직히 필자부터 이를 알고 있건만 행이 따르지 못하고 길-게 업(카르마)덩어리만을 키우고 있으니........
몇년전 인환스님께서 법문하던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업을 바꾸는 데는 기도보다도 참선이 더 빠르다.’솔직히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참선보다 기도가 더 빠른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억측을 부렸다. 그러나 스님말씀이 옳았다. 우선 내 못된 업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 수행의 첫걸음이자, 불국토를 만드는 첫째 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통을 제거하고, 좀 더 나은 수행을 위해서는 나의 그릇된 업부터 바꿔야 할 것이며 내 기도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뇌로움을 주거나, 내 기도한다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으면서까지 기도한들 무슨 공덕이 있을 것이며 그것이 어찌 바른 回向이 될 것인가? 이는 모래위에 3층짜리 집을 짓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내 청정히 맑힌 업을 바탕위에 타인에게 미치는 불국토가 되어야 진정한 기도요, 수행이 아닐까 싶다.
주)
* 고슴도치는 몸길이 23~32cm, 꼬리길이 약 18mm이다. 네 다리는 짧고 뭉툭한 몸집을 가졌다. 얼굴 및 몸의 배쪽· 꼬리· 네다리를 제외하고는 날카로운 침 모양의 털이 촘촘히 있다. 평야지대의 삼림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민가 근처에도 나타난다. 야행성夜行性으로 낮 동안은 나무뿌리 밑의 구멍이나 바위틈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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