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에/김용호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머니의 옛 얘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한국 대표 명시2, 빛샘]===
김용호(1912~1950) 호는 학산, 야돈, 추강.
경남 마산 출생. 마산 상고를 거쳐 일본 메이지 대학 법과 졸업.
시 『춘원』 및 『선언』등을 <동아일보>에 발표.
'백' 동인. 첫시집 『향연』을 도쿄에서 간행하고 귀국하여 언론계에 종사함.
단국 대학교 문리대 학장 역임. 『해마다 피는 꽃』, 『푸른 별』, 『날개』, 『의상 세례』 등의 시집과 서사시집 『남해찬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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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한국대표 명시2, 빛샘 출판사에 있는 소개합니다.
1999년에 6월에 발행되어 25년이 된 시집입니다.
이 시를 감상하면서 화롯불에 앉아
할머니의 구슬픈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인두로 고구마나 흰떡을 구워먹었던 추억에 잠겨 봅니다.
수(水)요일, 행복이 물처럼 스며드는 오늘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