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다윈주의의 확장: 진화심리학과 실용주의 철학(1-1)
다윈주의는 과학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보편성을 추구한다. 사회생물학의 최신판인 진화심리학은 자연 선택이 인간의 몸을 산출했다면 인간의 믿음과 도덕을 포함한 인간 행위의 모든 측면도 자연산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신경계가 어느 정도 복잡한 수준까지 진화했을 때 뇌가 빠지기 쉬운 기능 불량 상태가 종교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 안에 있는 도덕이 자연 선택 때문에 진화된 것을 지지하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진화론적 전제를 받아들인 다음에는 증거 여부가 별로 문제 되지 않는다. 다윈주의자들은 강간은 생식의 성공을 극대화하려는 진화론적 적응 현상이며, 어미들의 감정적 회로가 특정한 상황에서 유아 살해를 감행하도록 진화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아 살해가 진화 때문에 선택된 것이라는 증거나 유전적 특질이라는 증거는 없다.
다윈의 이야기는 멘델의 법칙상의 증거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일단 다윈주의를 수용하고 나면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압력을 받게 되며, 문화의 전 영역에 적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보편적 다윈주의에 대응하여 그리스도인들은 보편적 설계를 내놓아야 하고 설계론이 포괄적인 기독교 세계관을 내어놓아야 한다.
도킨스는 유전자들이 인간의 몸과 정신을 창조했고, 인간은 유전자들이 스스로 영속시키기 위해 만든 복잡한 로봇에 불과하다고 말한 다음에, 갑자기 신앙의 도약을 감행하여 인간이 유전자라는 주인으로부터 반항할 힘을 갖고 있다고 선언한다. 이것은 자가당착이다. 어떻게 기계가 자신의 창조자인 DNA에 대항하여 일어설 수 있을까? 자유의지와 도덕은 부인할 수 없는 실재이며, 이것이 없이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상원, 《프란시스 쉐퍼의 기독교 변증》, p.2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