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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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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사진---^^ 스크랩 해돋이와 달뜨기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일월산(`13.5.18)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76 13.05.27 05: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일월산(日月山, 1,218.6m)

 

산행일 : ‘13. 5. 18(토)

소재지 : 경북 영양군 일월면과 청기면의 경계

산행코스 : 당리저수지(찰당골)→방아목→배틀바위→쿵쿵목이→일자봉(일월산표지석)→쿵쿵목이→월자봉→윗대티마을(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태백산맥의 남쪽 끝에 위치한 높은 봉우리로 산세(山勢)가 웅장하고 거대하나, 산정(山頂)은 의외로 평평하다. 이러한 산세로 인해 산나물의 보고(寶庫)로 불리며, 영양군에서는 매년 봄이면 이곳에서 산나물축제(祝祭)를 열고 있다. 또한 일월산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탓에 경북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해마다 이곳에서 해맞이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해맞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일월산이란 이름도 해와 달이 솟는 것을 가장 먼저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의 정상은 일자봉과 월자봉이 서로 마주하고 있으며 제일 높은 봉우리인 일자봉에서는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동해바다가 훤하게 보인다.

 

 

산행들머리는 당리 저수지

중앙고속도로 영주 I.C에서 내려와 36번 국도를 이용하여 영주와 봉화를 경유하여 법전면(봉화군)까지 간다. 법전1교 교차로에서 31번 국도(영양방향)로 옮겨 들어가다 공이재삼거리(봉화군 소천면 임기리)에서 이번에는 933번 지방도로 우회전(재산면방향), 그리고 재산면소재지를 경유한 후에 만나게 되는 남면삼거리(봉화군 재산면 남면리)에서는 918번 지방도(청기면 방향)로 좌회전하여 14km정도 진행하면 청기면 당리에 이르게 된다. 당리에 있는 일월초교 청북분교를 지나 당교(橋)를 건너기 전에 왼쪽 찰당골로 좌회전하여 4km정도 들어가면 당리 저수지이다.

 

 

산행은 당리저수지의 둑 위로 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도로를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산길이 열린다. 입구에 등산안내도와 이정표(일자봉 4.4Km)가 세워져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으로 들어서면 산길은 계곡을 따라 나있다. 비가 많이 올 경우에는 이 길을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산길은 어른의 팔뚝만한 다래넝쿨이 늘어져 있는 등 원시(原始)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역시 산이 깊기로 유명한 영양 땅에 들어선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능선 위로 오르는 산길은 가파르지만 다행이도 그 거리는 짧다. 15분 정도 땀흘리다보면 능선 위(방아목)에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방아목에 올라서면 이정표(일자봉 3.9Km, 쿵쿵목이 3.3Km/ 찰당골 1.3Km) 외에도 산행안내도가 하나 보인다. 그런데 이 안내도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이정표에는 갈림길이 없이 그저 가야할 일자봉과 조금 전에 산행을 시작했던 찰당골만 표시되어 있는데, 지도에는 이곳에서 길이 네 갈래(정상 3.5Km/ 찰당골 1.2Km/ 당리 5.7Km/ 도곡리 4.5Km)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상까지의 거리도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하긴 정상까지 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이정표들도 거리표기는 약간씩 차이가 나고 있었다.

 

 

 

방아목에서 시작되는 오르막 능선은 경사(傾斜)가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편이다. 능선은 대부분 참나무들로 채워져 있는데, 우람하고 오래 묵은 소나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런데 그 소나무들마다 눈에 거슬리는 특징들을 갖고 있다. 나무들마다 일정부분이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송진을 채취한 흔적일 것이다. 다른 산들에서 보았던 저런 흔적들은 대부분 일제(日帝) 때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곳도 그때의 아픈 상처가 아닐까 싶다. 오르막길을 15분 정도 치고 오르면 아랫예개봉이다. 아랫예개봉은 길가에 서있는 이정표(일자봉 3.4Km, 쿵쿵목이 2.9Km/ 찰당골 1.7Km)를 보아야만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별다른 특징이 없는 봉우리일 따름이다.

 

 

 

 

아랫예개봉을 지난 능선은 안부를 향해 급하게 고도를 낮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능선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가파르게 위를 향하고 있다. 오늘 산행의 특징이다. 능선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능선치고는 골이 깊은 것이다. 때문에 다음지점인 배틀바위(이정표 : 일자봉 2.6Km, 쿵쿵목이 1.7Km/ 찰당골 2.9Km)까지 가는 데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배틀바위까지의 거리는 800m에 불과한데도 거의 30분 가까이나 걸리는 것이다. 배틀바위는 전망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바위 위에 서면 오른편에 일월산 정상과 군부대(軍部隊) 시설이 또렷이 나타나고, 건너편 산은 신록에 물들어, 보는 이들의 가슴까지 콩닥거리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5월 ‘계절의 여왕’인 것이다.

 

 

 

 

 

 

배틀바위를 지나면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오르는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고, 그저 주위 풍경(風景)만 조금 바꾸어 주는 정도이다. 아랫예개봉을 출발하면서 시작된 가파른 오르막길은 조금 누그러졌다고는 해도 힘들기는 아직도 매 한가지이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길가에 화사하게 핀 철쭉을 보는 즐거움이다. 배틀바위에서 윗예개봉(이정표 : 일자봉 1.7Km, 쿵쿵목이 1.2Km/ 찰당골 3.4Km)까지는 대략 25분 남짓 걸린다. 윗예개봉은 이정표가 봉우리가 아닌 등산로에 세워져 있다. 왼편에 보이는 봉우리가 윗예개봉인 모양이나 올라가보는 것을 포기하고 산행을 이어간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윗예개봉에서 아래로 내려섰다가 맞은편 능선으로 다시 치고 오르면 대관봉(이정표 : 일자봉 1.2Km, 쿵쿵목이 0.7Km/ 찰당골 3.8Km)이다. 대관봉도 역시 이정표가 아니라면 이곳이 봉우리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밋밋한 능선상의 한 지점일 따름이다. 윗예개봉에서 이곳 대관봉까지는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다. 가는 길에 가끔 집사람이 엎드리는 것이 보인다. 산나물을 찾고 있는 모양이지만 양에 차지 않아 하는 눈초리이다.

 

 

 

대관봉에서 짧게 내려섰다가 맞은편에 보이는 완만(緩慢)한 능선으로 올라서면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일자봉 0.7Km/ 오리리(불향사) 2.5Km/ 찰당골 4.4Km)로 나뉜다. 오른편에 보이는 길이 불향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일자봉으로 가려면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은 온통 참나무들 세상으로 바뀌어 있다. 산나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참나무들은 의외로 간격이 듬성듬성하다. 아마 산나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간벌(間伐)을 한 모양이다.

 

 

 

 

 

‘불향사 갈림길’을 지나자 주변이 너른 평원(平原)으로 변해버린다. 정상어림임에도 불구하고 평평한 고원(高原)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막 새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참나무들 아래는 연녹색 푸른 초지(草地)이다. 그리고 그 초지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금줄을 쳐놓고 출입금지 팻말을 매달아 놓았다. 산림자원보호를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산나물 축제를 찾아온 우리들은 대체 어디에서 산나물을 뜯으란 말인가. ‘불향사 갈림길’에서 200m만 더 걸으면 쿵쿵목이(이정표 : 일자봉 0.5Km/ KBS중계소 1.0Km/ 찰당골 4.5Km, 오리(불향사) 2.6Km)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가량 지났다. 쿵쿵목이는 땅 속이 빈 것 같이 쿵쿵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제자리에 서서 점프로 땅을 찧어본다. 그러나 푹신푹신한 느낌만 올 뿐 쿵쿵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월산의 정상을 겸하고 있는 일자봉은 오른편으로 가야하고, 월자봉은 KBS중계소가 있는 왼쪽방향이다. 양쪽을 다 둘러보려면 먼저 일자봉으로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후, 왼편 KBS중계소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영양군에서는 경사(傾斜)가 적은 구릉(丘陵)지역 전체를 산림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 등산객들이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등산객들의 발길로 인해 산나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조치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기사는 이곳에서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온천지가 산나물로 둘러싸여있다고 적고 있었다. 사실상 금줄 안은 영양군에서 관리하는 공식 산나물 채취구역(採取區域)인 것이다. 등산객 몇 사람이 금줄 안으로 들어가 산나물을 뜯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징그럽게도 산나물이 없네요.’ 산나물이 많으냐는 내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대체 얼마나 산나물이 없으면 징그럽다는 표현까지 쓴단 말인가. 그들에게 다가가 보니 비닐봉투에 든 나물이라곤 오직 단풍취뿐이다. 어제 강원도에 있는 사자산에 갔을 때, 집사람으로부터 산나물 취급도 못 받던 단풍취가 여기서는 유일한 나물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니 어쩌다가 산나물의 왕이라는 곰취도 보이기는 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설날에 ‘상서(祥瑞)로운 새’로 알려진 꿩의 육수로 떡국을 끓이던 옛날, 떡국에 넣을 꿩이 잡히지 않을 경우에는, 닭을 잡아 그 육수로 떡국을 끓여 먹는 데서 유래된 속담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쓰려는 것이 없으면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 사용하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오늘 산행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산나물이 드문 대신에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野生花)들이 보이는 것이다. 길가에 멸종위기종로 알려진 노랑무늬붓꽃이나 현호색 등 야생화들의 새순이 제법 높게 올라와 있는 것이 보인다. 원추리는 아예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고, 그 옆에 보이는 각시원추리는 자그마한 꽃을 피워내고 있다. 산나물을 채취(採取) 못한 아쉬움을 야생화를 관찰하는 즐거움으로 채우며 산행을 이어간다.

 

 

금줄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마침내 일월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나무 데크로 조성(造成)한 널찍한 전망대의 맨 위에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사실 이곳은 일월산의 정상이 아니다. 정상은 정상석의 뒤로 300m정도를 더 올라가야만 한다. 그런데 정상을 군부대가 점령하고 있는 탓에 이곳에다 정상석을 세워놓은 것이다. 나무 데크는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전망(展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모여 도시락을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널찍하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길은 네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 하산하려고 할 경우, 윗대티로 내려갈 수도 있고(이정표 : 윗대티 2.8Km, 용화선녀탕 2.7Km), 일월산자생화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다. 나머지 두 길은 월자봉으로 가는 길인데, 하나는 아까 지나왔던 쿵쿵목이로 돌아간 다음 KBS중계소를 경유하여 월자봉으로 가는 길이고(이정표 : 쿵쿵목이 0.5Km, KBS중계소 1.5Km), 다른 하나는 KBS중계소의 뒷담을 따라 월자봉까지 가는 길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쿵쿵목이쪽 길을 권하는 편이다.

 

 

 

매년 연초면 이곳에서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인근에서 이곳이 가장 높은 탓에, 동해(東海)에서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 데크에 서면 왜 이곳이 해맞이 장소로 이용되는지 금방 실감이 난다. 동쪽이 뻥 뚫리면서 시야(視野)가 일망무제(一望無題)로 트이는 것이다. 겹겹이 쌓인 저 산군(山群)들 너머에는 동해바다가 있을 것이다. 사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태백과 소백 그리고 청량산과 동해바다까지 거칠 것 없이 조망(眺望)된다고 한다. 참고로 정상표지석의 뒷면에는 소설가 이문열씨의 ‘日月頌辭(일월송사)’라는 글이 적혀있다. 그동안 보아온 정상석 중에서 가장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느낌에 어울리는 글이 아닐까 한다.

 

 

다시 쿵쿵목이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KBS중계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는 산길은 오른편에 보이는 능선을 어께에 짊어지고 산사면(山 斜面)을 훑으며 이어진다. 일월산 정상이 있는 오른편 능선 위를 군부대(軍部隊)가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쿵쿵목이에서 KBS중계소 앞까지는 1Km, 10분 남짓 걸리는 이 길은 아직은 덜 자란 연록의 이파리들을 매달았지만 햇볕을 막아주는 숲이 너무 상큼하다.

 

 

 

 

 

KBS중계소 앞에 도착하면 의외의 광경에 눈이 크게 떠진다. 너른 시멘트포장 임도(林道)가 보이고 너른 주차장에는 꽤 많은 숫자의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산행안내도가 세워져있는 임도에 다가가면 이번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일월산 정상표지석(1,219m)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일자봉 정상이 일월산 정상을 겸하고 있는데도 이곳에다 또 다른 정상표지석을 세워, 찾는 이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임도에서 KBS중계소가 있는 오른편으로 잠깐 걷다가 돌탑 4기가 세워진 곳에서 왼편 언덕으로 올라서면 다시 돌탑 1기가 보이면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월자봉 0.4Km/ 일자봉 1.4Km)로 나뉜다. 오른편에 보이는 길은 일월산 정상에서 군부대의 뒷담으로 난 길을 따를 경우 이르게 되는 길이다. 또한 윗대티마을로 하산할 경우에도 이 길로 내려서야 한다.

 

 

 

 

KBS중계소 옆 삼거리에서 완만한 산길을 따라 5분 정도를 걸으면 월자봉 정상이다. 5평 남짓의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월자봉 정상은 정상표지석과 산행안내도, 삼각점, 그리고 이정표(KBS중계소 0.4Km/ 일월재 1.2Km)가 지키고 있다. 정상은 잡목(雜木)으로 둘러싸여 있는 탓에, 조망(眺望)은 북동쪽으로만 열린다. 멀리 통고산을 비롯한 산군(山群)들이 첩첩이 쌓여 있다. 일월산의 정상인 일자봉은 해맞이의 명소(名所)인 반면에 이곳 월자봉은 달맞이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산군들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그려 넣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KBS중계소 옆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이번에는 왼편의 일자봉 가는 길로 접어든다.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길은 두 갈래(이정표 : 큰골(윗대티) 1.1Km/ 일자봉 1.4Km/ 월자봉 0.4Km)로 나뉜다. 곧바로 나아가면 일자봉으로 가게 되므로, 윗대티마을이 있는 큰골로 내려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윗대티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傾斜)가 엄청나게 가파르다. 그 내리막길에는 침목(枕木)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너무나 가파르기 때문에 계단을 설치하지 않고서는 길을 만들지 못했던 모양이다.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둥근 원(圓)을 그리면서 아래로 뻗어가는 계단의 자태에 취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 철쭉꽃과 야생화는 눈요깃거리로도 충분하다.

 

 

 

 

나무계단과 로프구간을 지나면 산길은 임도(이정표 : 일월산 0.8Km)와 만나면서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가파른 산길이 임도로 변하면서 길은 넓고 또 완만(緩慢)하게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영양군에서 얼마만치 일월산에다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눈치 챌 수가 있다. 길가에 보이는 벤치는 그렇다 치고라도 그네까지 만들어 놓을 정도인 것이다. 특히 산행 중에 보았던 이정표와 산행안내도는 신선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정표에 현 위치를 표기하는 것과, 전체적인 산행을 그려볼 수 있도록 그 곁에 산행 안내도를 세운 것은 등산객들의 입장에서 제작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산에서도 이런 시설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네가 달린 지점(이정표 : 주차장 2.1Km)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큰골이 시작된다. 큰골은 다른 유명한 계곡에 비해 규모면에서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경관(景觀)만은 결코 뒤지지 않을 것 같다. 원시림(原始林)에 가까운 숲으로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바위절벽이 자못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킬 정도인 것이다. 일월산은 음기가 강한 여(女)산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그믐날 내림굿을 하면 점괘가 신통해진다 하여 전국각지의 무속인(巫俗人)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어두컴컴할 정도로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큰골을 내려오며 느끼는 이 오싹함은 혹시 음기가 아닐까?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 임도는 개울을 몇 번에 걸쳐 건너게 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곳에는 어김없이 다리가 놓여있다. 나무 데크로 반듯하게 만들어 놓은 다리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통나무를 엮어서 다리를 만들었고, 또 어떤 것은 통나무 두 개를 길게 걸쳐 놓은 다음에 잔가지를 엮어서 그 위를 덮어 놓았다. 계곡을 흐르는 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리가 없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곳에다 이렇게 멋진 다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다리를 건너다보면 임도가 끝나면서 화엄정사가 나온다(이정표 : 일자봉 3Km/ 월자봉 2Km/ 반변천 발원지 700m). 화엄정사는 얼핏 보면 절인줄 모를 정도로 전각(殿閣)의 외형이 여염집을 닮았다. 절 앞에 보이는 석탑과 연등이 아니라면 누구나 여염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월자봉에서 화엄정사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산행날머리는 용화리의 천문사 앞 주차장

산자락이 끝나는 윗대티마을의 화엄정사에서 산행이 종료되는 용화리의 천문사까지는 포장도로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물론 윗대티 마을 입구에 화장실까지 갖춘 번듯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초행길인 관광버스 기사들은 대부분 천문사 앞에다 주차를 한다. 편도(片道) 1차선인 도로를 따라 잘못 들어갔다가 차를 못 돌리는 낭패를 우려해서일 것이다. 화엄정사를 출발해서 20분 이상 걸으면 오른편 계곡 건너 소나무 숲 사이로 전각(殿閣) 몇 동이 보인다. 천문사라고 한다. 전각의 생김새가 사찰(寺刹)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나 사찰은 아니고 토속신앙을 모시는 일종의 당집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곳을 창건한 사람은 무당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일월산에 들어와 기도를 하다가 황씨부인을 접신하게 되었고, 이후 황씨부인을 모시기 위한 불사를 일으켰는데, 영험이 있었던지 지금의 규모로 크게 되었다고 한다. 주요 전각으로는 산신령을 모시는 산신각(山神閣)과 천하대불(天下大佛)이라는 전각, 그리고 용왕당(龍王堂)이 있다. 그런데 천하대불이라는 전각이 이름에만 불(佛)자가 들어갔을 뿐, 모시는 신은 부처가 아니고 황씨부인이니 이곳은 사찰이 아니고 토속신앙을 모시는 곳인 것이다. 일월산에는 황씨부인에 얽힌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조선 순조 때 ‘아들을 못 낳는다.’는 시어머니의 학대를 못 이긴 며느리가 일월산에 올라가 자결했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그 뒤에 이곳 주민들은 그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황씨부인당’이라는 당집을 세웠고, 황씨부인의 넋이 동네를 지켜준다고 해서 어려운 일만 생기면 부인당을 찾아가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 천문사에서도 그 황씨부인을 모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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