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쓸쓸한 하늘가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데 헤어진 지 보름도 못되어 또 편지를 받으니 이 무슨 기연인가? 보배를 푸른 하늘(蒼空)에서 얻는 것 같아 읽고 또 읽느라 종이가 달아 짐도 알지 못하고 읽었으니 그 기쁨을 누슨 말로 비유하리오. 하물며 2천리나 머나 먼 길에 오셔서 여러 날을 편치 않게 지내시며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협조 받지 못하였다 하니 두 곳의 형편을 뒤늦게 듣고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들도 또한 일가들이거늘 이와 같이 몰상식하고 비정할 수 있단 말이오. 그저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부탁하신 서문은 일가의 뜻을 저버릴 수 없어 두어줄 얽었으나 어찌 글이라 할 수 있으리오. 보내신 서신마저 무슨 글자인지 알지 못하여 다만 남유(南遊)에 의미를 두니 견강부회(牽强附會)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존체는 편지를 보낼 때와 같이 강녕하시겠지요. 먼데 있으면서 궁금합니다. 저는 쇠잔한 모습이 날로 더 합니다. 걱정을 끼칩니다. 다만 섣달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금년도 그저 태평하게 지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늙은이가 이후로도 편지주시기를 어찌 바라리오. 편지를 대하면서 근심스러울 뿐입니다. (이와 함께 함흥종인들의 요구에 따라 다음과 같이「선조충렬공타령지소재함흥(先祖忠烈公妥靈之所 在咸興)」이란 제목의 한시를 보냈다)
◊ 경차충렬사신건운(敬次忠烈祠新建韻)(충렬사신건을 공경함) 美諡易名正合公(미시역명정합공) 좋은 시호로 명실에 맞아 공께 어울리니 殊恩常典表丹忠(수은상전표단충) 특별한 은전으로 단충을 표창하였네 日星不滅暉暉德(일성불멸휘휘덕) 해와 별이 불멸하듯 찬란한 덕 지녔으며 天地長存烈烈風(천지장존렬열풍) 천지간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풍도 있네 史筆大書光異代(사필대서광이대) 청사에 대서하니 후대에 빛이 나고 王庭配食享元功(왕정배식향원공) 종묘에 배향하니 큰 공을 세웠다네 嚴嚴廟貌江頭起(엄엄묘모강두기) 웅장한 사당 모습 강가에 우뚝 세우니 八域儒生妥侑中(팔역유생타유중) 팔도의 유생들이 영령을 위로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