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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산, 봉화산에서, 햇볕이 익기 전인 아침 일찍 왔더라면 환상적인 가경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기를 내어 한 발짝 내딛기로 했다.
길이 있어서 한 발짝 내딛는 게 아니라
한 발짝 내디뎌야 비로소 길이 열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 한비야, 『1그램의 용기』에서
▶ 산행일시 : 2016년 1월 30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3명(버들, 자연, 모닥불, 악수, 상고대, 두루, 신가이버, 해마, 제임스, 승연,
가은, 대포,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3분
▶ 산행거리 : 도상 17.9km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2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55 - 홍천군 홍천읍 삼마치리 삼마치, 산행시작
08 : 15 - Y자 능선 분기봉, 왼쪽은 한강기맥 금물산으로 감
08 : 42 - 높은터고개
08 : 52 - 귀영고개
09 : 13 - △652.2m봉
09 : 30 - 621.1m봉
10 : 00 - 537.6m봉
10 : 40 - 봉화산(烽火山, △691.4m)
11 : 49 ~ 12 : 24 - 송전탑, 점심
12 : 50 - 585.7m봉
13 : 26 - △466m봉
14 : 07 - 장전터널
15 : 00 - 460.1m봉
15 : 32 - 남산(△412.6m)
15 : 45 - 감토봉(탕간봉, 371.5m)
16 : 19 - 오룡산(五龍山, △356.4m)
16 : 38 - 홍천군 홍천읍 검율리 새말, 월드아파트, 산행종료
16 : 47 ~ 18 : 50 - 홍천, 사우나, 저녁
20 : 1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봉화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대포, 상고대, 두루
2. 멀리는 대학산(?)
2-1. 멀리는 한강기맥 만대산, 응곡산, 덕구산
▶ 봉화산(烽火山, △691.4m)
5번 국도 삼마치터널 앞에 오른쪽 산등성이로 삼마치 옛길이 한적하다. 고갯마루로 오르기
전 산모롱이에 (어디를 탐방하게 되는지 모를) ‘탐방로 입구’ 방향표지판이 보여 그리로 가
자하고 차에서 내린다. 골짜기에 들어서자마자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 숲이다. 이런 숲에 들
면 괜히 기분이 상쾌하다. 으스름한 아침에 내 맘이 다 환해진다.
자작나무 숲 지나면 하늘 가린 잣나무 숲이다. 장대한 열주를 사열하니 발걸음이 왠지 모르
게 근엄해진다. 숯가마터 나오고 그 위로 세 가닥 지능선이 당차게 뻗쳐오른다. 세 팀으로 나
누어 덤빈다. 나는 자작나무 숲 가까운 맨 왼쪽 지능선을 잡는다. 경사 가파른 간벌지대다.
간벌한 나뭇가지 헤치거나 비키는 게 여간 숨찬 고역이 아니다.
20분 가까이 가시덤불과 잡목 속에서 몸부림하여 세 가닥 지능선을 모은 능선마루에 오른
다. 고개 드니 방금 전의 가쁜 숨을 잊게 하는 가경이 펼쳐진다. 이 첩첩한 산중에 가리산과
공작산만 알아보겠다. 공작산은 오늘 우리 산행 내내 눈부신 등대였다. 등로가 갑자기 훤해
지고 오음산 주릉과 만나는 Y자 삼거리다.
왼쪽은 한강기맥 금물산(이정표에 8.73km이다)으로 간다. 1대간 9정맥 빼면 걸을만한 길이
영춘기맥과 이 한강기맥이다. 우리가 가는 오른쪽 봉화산 가는 길도 아주 잘 났다. 갈잎 낙엽
헤치며 지금은 보무당당히 나아간다. 나뭇가지 사이로 공작산과 오음산을 곁눈질하며 410m
봉을 오르고 첫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 마신다. 안주는 메아리 대장님의 일품 과메기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고 넘는다. 그 잘 났던 길은 어디선가 자취를 감췄다. 절개지 돌아 뚝
떨어진 안부는 임도가 지나는 높은터고개다. 절개지가 높아 맞은편 586.3m봉 오르기가 꽤
까다롭다. 잡목 숲 헤치며 긴다. 애써 오른 586.3m봉을 대깍 내리고 인적 드문 산간 귀영고
개다. 일행 간 떨어진 거리를 낙엽 지치는 소리로 짐작한다.
3. 삼마치 들머리 자작나무 숲
4. 삼마치 들머리 자작나무 숲
5. 잣나무 숲길
6. 잣나무 숲길
7. 멀리는 가리산
8. 공작산
9. 오른쪽 멀리가 공작산
△652.2m봉은 능선 마루금에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났다. 선두(상고대, 신가이버 등 다수)가
거기를 간 건 아무래도 알바일 혐의가 짙다. 삼각점을 알현하기 위해서라는 강변이 저간의
그들의 행보를 감안할 때 느닷없다. 나야말로 갈림길에 배낭 벗어놓고 삼각점을 알현하러 간
다. 사방 조망 가린 나무숲 속 삼각점은 ‘홍천 435, 1988 재설’이다.
길게 내렸다가 잠깐 오르고 길이 헷갈리기 쉬운 ┫자 갈림길이다. 자칫하면 직진하여 621.1
m봉 넘어 큰말이나 샛말로 가기 쉽다. 일행은 ┫자 갈림길에서 휴식하고 나는 혹시 조망이
트일까 하고 621.1m봉을 다니러 갔는데 참나무 숲 울창하여 아무 볼 것이 없다. 북동사면은
가시철조망 두른 산양삼재배지다.
간식이 걸다. 버너 불 피워 어묵 끓인다. 떡국 떡 넣고 감자수제비, 계란도 넣었다. 술은 마가
목주다. 금방 얼근해진다. 봉화산이 나무숲 베일에 가렸지만 대단한 첨봉으로 보인다. 봉화
산 가는 길은 독도주의 구간이다. 미로다. 낙엽송 숲길 능선이 넙데데하고 야트막한 봉봉마
다에서 잘 생긴 지능선들이 여기로 어서 오시라 다투듯이 유혹한다.
발로 더듬어 간다. 553.6m봉을 내렸다가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울창한 봉우리 넘고 봉화산
자락에 다가간다. 봉화산이 지도에서도 아름답다. 촘촘한 동심원 14개(1개는 고도 10m이
다)가 가슴 설레게 한다. 곧추선 오르막이다. 더구나 수북하게 쌓인 갈잎 낙엽은 눈보다 더
미끄럽다. 몇 번 엎어지고 나서 낙엽 쓸어가며 오른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땀께나 뺀다.
첨성대 모양의 봉화대와 안내판, 장의자, 유인산불감시초소, 철탑 관망대, 정상 표지석, 이정
표가 봉화산 정상의 풍경이다. 삼각점은 ‘304 복구, 76.8 건설부’이다. 철탑 관망대는 오르려
면 약간 오금 저리지만 빼어난 경점이다. 백운봉, 용문산, 봉미산이 분명하게 보인다. 햇볕이
너무 익어 조금 아쉽다. 이른 아침에는 가히 환상적인 가경이었겠다.
10. 봉화산 가는 길
11. 봉화산에서, 모닥불 님, 멀리는 오음산(930m)
12. 멀리는 한강기맥 만대산, 응곡산, 덕구산
13. 공작산
14. 오음산
15. 멀리는 대학산(?)
16. 뒤는 한강기맥 금물산, 성지산 연릉
▶ 남산(△412.6m)
봉화산 정상에서는 신가이버 님의 봄동 배추전이 일미다. 정상주 탁주의 안주로도 그만이다.
봉화산 내리는 길. 애교스런 알바가 있었다. 자연 님 선두로 북진하는 목재계단 좋이 내리는
세 여인을 소리쳐 불러 뒤돌아 오르게 하고 잡목 숲 헤치며 서진하는데(우리는 뻥 뚫린 등로
를 그다지 믿지 않는다) 상고대 님의 빼~액 하는 외침이 들린다.
지도 들여다보니 북쪽 목재계단 길이 맞다. 수직으로 가파른 사면을 짜릿하게 트래버스 하여
주릉에 든다. 한 피치 뚝 떨어졌다가 다시 한 피치 오르고 북서진하는 주릉은 가팔라 밧줄 달
린 바윗길이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다. 577.7m봉 오를 때는 비지땀 쏟는 사뭇 봄날
이다. 하도 봉봉을 넘다 보니 먹실고개를 짚어내지 못하였다.
508.5m봉일까? 송전탑 옆 너른 공터에다 점심자리 편다. 쉴 때마다 그렇게 먹어댔지만 점심
은 전혀 별개다. 주메뉴는 도미탕이다. 생선 맛은 예로부터 ‘봄 도다리 겨울 도미’라고 했다.
지난주 서부 모임에서 도미를 먹다가 악우 생각에 그만 눈물이 앞을 가려 오늘 산행에 도미
탕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대포 님이 13인분을 배낭에 넣어 지고 왔다. 이 겨울 산상별미다.
점심 중 누군가 그런 대포 님에게 왜 별말 없이 조용하냐고 묻자, 대포 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간거사 총대장님이 이 자리에 안 계시니 조금도 즐겁지 않을뿐더러 즐거워할 수도 없
지 않느냐고 대답한다. 이래저래 점수 딴다.
잔뜩 부른 배 안고 585.7m봉을 힘겹게 오른다. 585.7m봉을 기점으로 그저 내리막이려니 능
선이 까탈스럽다. 여러 잔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잔매에 녹아난다. 제임스 님은 다리에 쥐가
났다. △466.0m봉조차도 준봉이다. 삼각점은 ‘414 복구, 76.8 건설부’이다. 쭉쭉 내린다.
Y자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을 부드럽게 내렸다가 그 다음 Y자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을 급
전직하로 떨어진다.
장전평천(長田坪川)을 징검다리로 건너고 장전터널 아래 5번 도로에 올라서면‘민가네’ 음식
점 앞이다. 제임스와 자연, 버들 님은 이후 산행을 포기하여 내 뒤가 허전해졌다. 길 건너 엷
은 능선 붙든다. 공동묘지다. 여느 산행 때에는 망자를 만나면 신가이버 님의 출결상황을 고
하고 아울러 더덕을 점지해 주십사 빌었는데 오늘은 망자가 너무 많아 생략한다.
양지쪽 오르막이라 덥다. 해마 님은 자연 님과 버들 님이 중포하여 후미 도우미로서의 역할
이 필요 없게 되었다며(후미를 한참 기다리노라면 춥다) 속에 껴입은 쫄쫄이 바지를 벗는다.
이제 나는 듯 갈 터. 한바탕 비지땀 쏟아 능선마루다. 길 좋다. 남산 가는 길이다. 동네 산책
길로 났다. 아닌 게 아니라 맨몸 빈손으로 다니는 동네사람들과 자주 마주친다. 중무장하고
지도 들고 나침반 목에 건 우리의 행색이 어색하다.
그렇지만 길을 잃거나 헤매는 것은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많아서이고 우리는 이곳이 초
행이다. 등로는 봉봉을 산허리 돌아 넘지만 우리는 그 사정을 몰라 오로지 일로 직등한다. 면
계의 ┫자 갈림길 안부는 간이운동시설이 있는 쉼터다. 바짝 오른 지형도상의 남산(△412.6
m, 삼각점은 ‘홍천 416, 1988 재설’이다)이 남산이 아니다. 장의자 놓여 휴식하기 좋다만 이
정표의 남산정(南山亭)이 있는 남산은 0.8km를 더 가야 한다.
△412.6m에서 남산은 10분 거리다. 정자와 우람한 정상 표지석, 너른 데크전망대가 있는 산
상 광장이다. 아, 합창하게 사방팔방 훤히 트이는 경점이다. 홍천의 명산이다. 동네 산책길을
거니는가 마뜩하지 않던 발걸음이 일순 잘 왔구나 대견하다. 남산에 올라 둘러보니 홍천이
거대한 분지다. 북으로 영춘기맥이 남으로 한강기맥이 둘러쌌다.
17. 가운데 우뚝한 산은 매화산(?)
18. 등로, 주로 굴참나무 낙엽 길이어서 미끄럽다
19. 멀리 왼쪽은 구절산, 연엽산
20. 남산 가는 길
21. 남산 가는 길
22. 가운데는 연엽산, 대룡산
23. 홍천시내
▶ 감토봉(탕간봉, 371.5m), 오룡산(五龍山, △356.4m)
뜻밖에 남산의 진경을 구경하여 흐뭇하다. 남산이 뭇 산들의 빼어난 조망에 더하여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야영지로 적당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하여
등로에 보안등과 LED 경관조명을 설치하였으니 밤낮으로 시끄러울 것이다. 남산에 더 머무
르고 싶지만 갈 길이 멀다. 데크계단 내린다.
안부에는 임도가 지난다. 야트막한 봉봉을 오르내린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면계
주릉에 솟은 371.5m봉이 감토봉(탕간봉)인데 이정표는 371.5m봉 북릉상의 346.2m봉을 가
리키고 있다. 뚝 떨어져 바닥 친 안부는 깃고개다. ╋자 갈림길 좌우는 이정표에 등산로가 아
니라고 한다. 또 봉우리 오르고 내려 ╋자 갈림길 안부다.
깃고개를 지나고부터 인적이 뜸하여 남산의 위수지역을 벗어난 것 같다. 나뭇가지 사이로 홍
천 건너 구절산과 연엽산, 대룡산이 가깝다. 뒤돌아보면 봉화산이 여전히 첨봉이다. 줄달음
하여 355.9m봉 넘고 오룡산이다. 정상은 군부대 참호다. 나무숲 가려 아무 조망 없는데 삼각
점은 2등 삼각점이다. 23 재설, 1976 건설부.
오룡산이 이름 붙어 산 대접 받는다. 산행표지기가 13개나 달렸다. 하산! 북진한다. 벙커 지
나고 교통호 넘어 군인의 길을 따른다. 안부에 오른쪽으로 잘 난 길이 보이지만 지능선이 맥
놓을 때까지 꼭 붙든다. 산기슭 폐축사 지나고 새말 월드아파트 앞이다. 연락 받은 두메 님이
바로 달려온다.
(부기) 저녁에 맨 소주를 먹을 수 없어 홍천 음식점 ‘파레스’ 사장님에게 미리 밭더덕이라도
사놓으시라고 부탁했다. 가두리더덕이면 더욱 좋고. 사놓은 더덕을 생으로 먹어보았더니 무
씹는 맛이 난다. 그래도 더덕주 조제하니 맛 좋다고들 건배소리 우렁차니 주선인지 주졸인지
분간하지 못하겠다. 전자일 공산이 크다. 전에부터 그 맛을 알아버린 신가이버 님과 나를 포
함하여.
24. 멀리 가운데는 공작산
25. 멀리 가운데는 운무산
26. 남산에서, 왼쪽부터 두루, 메아리 대장, 상고대, 신가이버, 승연, 해마, 대포, 앉은 이는
모닥불, 가은(오른쪽)
26-1. 멀리는 한강기맥, 맨 오른쪽은 오음산
27. 왼쪽부터 구절산, 연엽산, 대룡산
28. 왼쪽이 봉화산
첫댓글 산행이후 항상 기다려지는 ^산행기^
읽고나면 한번더 산행을 다녀오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사진들은 파스텔톤이 듬뿍 묻어 있어서
한장 한장 액자로 만들어 놓구 싶습니다.
항상 오지산행을 예술적인 사진으로 남겨주시는
악수 형님께 고마운 마음만 가득합니다 !!!
완죤 밭은 아닌디요,,대물 2수가 포함되었잖아유^^
참석하지 못한것을 뼈저리도록 아프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눈이나마 호강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자작나무를 못 보았는데..행님 눈엔 별것들이 다 들어오나 봅니다.ㅋ,ㅋ
모두가 기쁨이 충만하네요.산은 마음을 깨끗하게 마술을 부리는지..아주 좋았네요.
멋진사진 감사 드리며..
좋습니다. 사진도 멋지고, 우리팀도 멋지고, 대포의 멘트도 멋지고. ㅋㅋ. 남산 정상석도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