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나들이 대학 선배님들과 함께 보문사 경내에선, 대학 선배인 고헌식 교장(우)과 김시철 교장님(좌) 8월 무더위가 한풀 꺾인 어느 날, 대학 선배인 고헌식, 김시철 두 분과 같이 간 곳은 석모도였다. 2017년 6월 28일, 석모대교가 개통된 후, 나에게는 두 번째 나들이였다. 서울 도심에서 차로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섬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산과 들, 그리고 바다의 향기까지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석모도를 자주 찾게 하는 원인일 것이다. 석모도는 강화도를 거쳐 연결되는 곳이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지만 김포시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좀처럼 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강화도는 고려 때 몽골의 침략을 피해 39년간 수도 역할을 했고, 외세의 침범으로 격전을 치르기도 했던 만큼 다양한 역사유적이 즐비하다. 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지, 단군왕검이 세 아들을 시켜 쌓았다는 마니산 삼랑성,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성당인 성공회 강화성당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특히 김시철 선배는 20여 년 전 낚시하러 강화도를 찾은 추억이 있어 강화도 여행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데 강화도의 서편에 길게 붙어 있는 작은 섬 석모도는 산과 바다와 갯마을과 섬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나를 포함하여 많은 관광객이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 즐겨 찾는다. 이 날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석모도, 그 풍광을 찾아 신나게 달렸다.
* 2017년 6월 28일 개통된 석모대교의 위용 * * 석모도미네랄온천 앞에 세운 석모도 안내판 * 석모대교를 건너서 강화도와 석모도를 연결하는 석모대교가 지난 6월 28일 개통됐다. 석모대교는 강화 외포리선착장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곳에서 석모도로 연결된다. 이전에는 외포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야했던 석모도 여행을 이제는 자동차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길이 1.54km, 폭 12m의 왕복 2차선인 석모대교의 개통으로 석모도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그만큼 간편해졌다. 석모대교가 개통되면서 강화 본섬과 석모도를 오가던 유일한 뱃길이 3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석모대교 개통 이전, 외포리선착장에서 석모도로 가는 여객선 항로는 1987년 삼보 7호(124t)와 삼보 1호(390t) 여객선이 취항했다. 이들 배는 각각 승객 166명·차량 32대와 승객 300명·50대를 태우고 매일 30분 간격으로 석포리와 외포리를 오갔다. 2000년부터는 삼보 2호(413t)와 삼보 6호(429t)도 같은 항로에 취항해 석모도를 찾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발이 됐다. 석모대교가 개통되기 바로 전에는 이들 여객선을 이용한 관광객은 84만 명, 차량만도 28만대나 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이 뱃길이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끈 것은 여객선에 따라붙는 갈매기 떼들의 곡예비행이었다. 10여분 남짓의 뱃길에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으려는 갈매기들의 이색적인 묘미를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어느 새 날아와 낚아채 가는 재주에 탄성을 질러댔다. 주변 경치를 즐기기에도 짧은 시간이지만 승객들은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며 여행 기분을 한껏 끌어올렸으나 이제는 모두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 석모도 뱃길에서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 갈매기들의 곡예, 이전 석모도 뱃길에서 찍었던 사진을 사진창고에서 꺼내 올렸다 * 석모도 ‘토담마을’에서의 점심식사 석모도 보문사 입구에 도착한 것은 11시 50분, 금강산도 식후경라 했던가? 먼저 점심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석모도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는 매운탕, 장어구이. 밴댕이 요리는 물론, 어류정항 어판장에서 싱싱한 활어회도 즐길 수 있지만, 우리는 보문사에 그리 멀지 않은 ‘토담마을’로 행했다. 이 집은 꽃게탕, 밴댕이회무침정식과 낙지볶음정식을 주 메뉴로 내놓는 식당이다. 마치 투구를 쓴 것 같은 둥근 원형 모양의 지붕과 입구에 심어놓은 각종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특별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집이다. 12시가 조금 안 되었는데도 주차장엔 차들로 꽉 차고 식당 안에는 벌써 손님이 꽤 많이 들어차 있었다.
우리는 이 지역 특산물의 하나인 밴댕이무침 정식을 주문했다. 두 분 모두 밴댕이 무침은 처음이라고 했다. 밴댕이 하면 ‘밴댕이 소갈머리(속알딱지)’라는 말을 떠올리지만 실제 밴댕이는 더없이 고소하고 깔끔한 육질을 자랑한다.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인 밴댕이는 멸치와 비슷하게 생겼고 주로 회나 구이로 요리해 먹는데, 잡은 지 12시간이 지난 것은 젓갈로 이용한다. 산란기를 맞아 기름기가 오르는 음력 오뉴월에 가장 맛이 좋다. 밴댕이를 강화 인근에서 잡을 수 있는 기간은 1년 중 40여 일에 불과하다. 7월 중순부터 산란에 들어가면 금어기로 정하여 밴댕이 잡이는 불가능하다. 요즘 강화에서 사철 밴댕이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제철에 잡아놓은 밴댕이를 냉동해두고 쓰기 때문이다. 밴댕이회무침은 밴댕이에 당근, 파, 오이, 깻잎, 미나리 등의 야채를 넣고 고추장 양념을 듬뿍 넣어 무치는 것이다. 우리는 싱싱한 야채에 버무린 밴댕이무침 외에 된장찌개가 함께 곁들인 석모도의 별식으로 점심을 맛있게 들었다. * 석모도 '토담마을' 전경, 앞을 가리고 있는 것은 포도덩굴 * * '토담마을'에서 내놓은 밴댕이회무침 정식 *
3대 관음성지, 보문사 둘러보기 점심식사 후 첫 탐방지는 보문사였다. 모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관세음보살이 관련된 성지)으로 불자들이 많이 찾는 사찰이다. 석모대교 개통 이전부터 강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였다. 선덕여왕 4년(635)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석모도로 넘어와 세운 절이라고 한다. 서해가 훤히 보이는 낙가산 중턱에 자리 잡은 보문사는 현재 대웅전ㆍ석굴ㆍ마애석불좌상ㆍ관음전ㆍ요사채ㆍ삼신각ㆍ종각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 특히 보문사 석굴 안에는 나한상이 봉안되어 있고, 마애석불좌상과 천인대(千人臺)는 보문사의 상징처럼 유명하다. 보문사 뒤 낙가산 암반 절벽에 조각한 마애석불좌상은 1928년에 금강산 표훈사의 승려인 이화응이 보문사 주지 배선주와 함께 조각한 것으로 높이 9.2m, 폭 3.3m이다. 석불좌상의 상부에는 거대한 눈썹바위가 있고, 좌측에는 비명(碑銘)이 있으며, 불상 앞에는 소규모의 석등이 있다. 또 천인대는 길이 40m, 폭 5m의 큰 바위이다. 그리고 보문사에서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풍광은 바로 해질 무렵 바다로 내려앉는 석양을 보는 일이다. (인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629) * 대웅전 뒤로 바위로 된 낙가산이 보인다, 바위 절벽에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 * * 낙가산 중턱의 바위절벽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 * 대웅전 * * 석굴 * * 높이 9.2m, 폭 3.3m나 되는 마애불상 * * 모습과 표정이 모두 다른 오백나한상 * * 와불전 안에 모신 와불 * * 각종 도자기를 진열한 찻집, 감로다원의 외관(우)과 내부(하) * * '감로다원'에서 차 한 잔 주문해 놓고 주변을 들러보는 두 교장님 * 민머루 해변과 장구너머 포구 석모도 해변은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이다. 영화 취화선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민머루 해변은 하지만 모래가 별로 없다. 파도에 쓸려나가 모래사장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해수욕보다는 물이 빠지면 나타나는 1㎞ 정도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 갯벌 체험장으로 인기가 높다. 주변 경관이 뛰어난데다 조개, 게 등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을 관찰하거나 잡을 수 있어 여름철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 단단하면서도 감촉이 부드러워 갯벌 위를 걷는 것도 재미있다. 더구나 수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는 포인트로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 자동차 200여 대를 동시에 댈 수 있는 주차시설을 갖췄으며, 화장실과 샤워장도 크게 늘렸다.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871-2) * 민머루 해변, 썰물로 드러난 갯벌에서 게와 조개를 줍고 있다 * * 민머루 해변 위로는 민박, 횟집들이 즐비하다 * 민머루 해수욕장을 윗길을 따라 차로 가다보면 작고 아담한 ‘장구너머’란 이름의 작은 포구가 있다. 장곳항이라고도 부른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장구처럼 보인다 해서 이름을 얻었단다. 횟집과 식당이 있는 포구엔 작은 어선들이 물 빠진 갯벌위에 누워 있어 한가롭게 보인다. 멀리 앞 바다에 떠 있는 주문도, 아차도, 볼음도가 눈에 잡힐 듯하다. * 정겨운 '장구너머 포구(장곳항) 모습 * 어류정항의 간이횟집들 민머루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류정항이 있다. 석모도의 남쪽 끝이다. 어류정항은 북쪽의 하리보다 배도 많고 횟집도 많다. 포구에는 어민들이 잡은 회를 떠서 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는데 어선 이름을 딴 간이 횟집들이다. 이들 횟집들은 출어기에만 개장하며 금어기(7월15일~8월15일)가 되면 철시한다. 이곳의 회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잡은 생선이라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낚시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855-41) * 어류정 정자 * * 어류정에서 바라본 풍경 * * 어류정항의 간이횟집들, 어선 선주들의 판매장이다 * 석모도 수목원과 자연휴양림 이외에도 석모도에 와서 곡 들러야 할 곳으로 석모도수목원과 자연휴양림이다. 사간이 촉박하여 들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석모도 삼산면 상봉산 계곡을 따라 조성되어 오염되지 않은 석모도 수목원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수목원에는 각종 테마원(고사리원, 바위이끼원, 고산습지원 등)을 조성하였다. 앞으로 서울 및 인천 부근에 위치한 해안가 수목원으로서 생태적 보존 과 학습 및 탐방의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산 133-2, 070-4174-3900) 또, 석모도 자연휴양림은 석모도수목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넓은 들판과 바다가 한 눈에 보여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객실은 콘도형인 산림문화휴양관, 독채 통나무집 형태인 숲속의 집으로 나뉘어 있다. 총 200여명 수용 가능한 규모로, 4인실부터 22인실까지 여러 인실로 구성되어 있어 객실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부대시설로 100명 수용이 가능한 회의실과 체육활동이 가능한 야외 족구장이 갖추어져 있다.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산 154-2, 032-932-1100) * 시간에 쫓겨 둘러보자 못해 아쉬웠다 * 석모도미네랄온천 또 석모도에는 석모도미네날온천이 개장되었다. 석모도 미네랄 온천수는 460m 화강암 등에서 용출되는 51℃ 고온의 미네랄 온천수를 원수로만 사용하는데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염화나트륨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온천은 실내탕과 노천탕(15개), 황토방, 옥상 전망대, 무료 족욕탕 등을 갖추고 있다. 서해를 바라보며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감상하며 온천을 즐길 수 있고, 해풍과 햇빛이 그대로 몸으로 전해져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에 좋다. 매월 첫째, 셋째 주 화요일 휴장. (삼산면 매음리 645-27, 032-933-3810) 강화도 남부 해안도로 드라이브 석모도에서 돌아오는 길은 석모대도를 건너 우회전하여 강화도 남쪽으로 달렸다. 강화도에서 빠져 나갈 때는 초지대교를 건널 겸 강화 남쪽 해안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날씨도 좋고 길도 한적하여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는 최적의 여건이었다. 먼저 만난 외포리 선착장은 과거의 석모도 뱃길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제 ‘외포리-볼음도-주문도’ 노선만을 운영한다. 여름이면 늘 여행자로 북적이던 외포리 선착장은 한산했다. 다리가 이어지면서 배를 타는 선착장은 인적이 끊겼다. 당연한 풍경인데, 몹시 낯설었다. 볼음도와 주문도는 석모도 넓이의 3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볼음도 가는 오전 9시 10분, 오후 4시 10분 고작 두 번뿐이다. 약 1시간 넘게 걸린다. * 외포리선착장은 과거의 영화를 잃어 쓸쓸해 보였다 * 외포리선착장을 지나 남쪽을 향해 달리는 해안길은 우리가 방금 다녀온 석모도를 바다 건너로 바라보며 달리는 쾌적한 길이다. 이어 화도면의 선수밴댕이횟집촌으로 유명한 후포선착장을 지나면서 강화도 남쪽 해안길이다. 곳곳에 예쁜 펜션들이 보이는 마을들을 지나면 동막 해변이다. 동막 해변은 강화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비교적 일찍 개발된 곳이다. 밀물이 시작된 지 오래건만 갯벌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우리나라에서 보존상태가 양호한 몇 남지 않은 갯벌이다. 이곳 갯벌이야말로 경제적 생산성은 물론 자연 정화능력, 해양 생태계의 보물창고라 할 만하다. 이어 분오리돈대(동막해수욕장)-동검도 입구-선두리 해안을 돌아 마지막으로 황산도선착장으로 향했다. 황산도는 예전에는 길상면 초지리에 속하는 섬이었으나 육지와 이어졌다. * 동막해수욕장 풍경, 해변 뒤로 소나무 숲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 황산도 선착장에서 전어구이로 마무리 황산도에는 강화본도와 항산도 사이를 막아 만든 양어장(낚시터), 어판장, 갯벌 위로 연결된 해양생태관찰로, 어촌전시관이 있다. 정박해 있는 고깃배 뒤로 초지대교가 무지개처럼 보여 풍광이 아름답다. 또 황산도는 강화나들길 8 코스와 연계되어 먹거리와 볼거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넓은 주차장 우측에 황산도 어촌전시관은 지난 2008년 어판장과 함께 개장, 강화 어촌의 변천사와 고기잡이에 사용했던 어망, 그물, 해녀들이 쓰던 망태기 등 어민들의 손때가 잔득 묻은 도구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특히 이곳 어판장 횟집들은 황산도 앞바다에서 직접 잡은 요즘 제철인 왕새우, 꽃게와 뱀장어, 숭어, 농어, 민물장어 등 싱싱한 자연산 횟감을 부담 없는 가격에 맛 볼 수 있어 강화도 관광의 필수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 황산도선착장에 있는 황산도어촌박물관 * * 황산도에 정박된 고깃배들이 한가롭다 * * 수복호 아주머니가 구워낸 전어 * 이곳에 오면 내가 가끔 들르는 수복호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커피 한 잔 들고 가라는 말에 전어구이 한 접시 먹고 가기로 하였다. 가을전어는 아직 제철이 아니지만 가끔 잡힌다고 했다. 전어 굽는 냄새와 잘 구워낸 전어 맛이 우리의 코와 입을 행복하게 했다. 이 행복한 여행에서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 주신 선배 김시철 교장님, 다정다감한 말씀으로 귀를 즐겁게 해 주신 대선배 고헌식 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사진 남상학> |
출처: 시솔길을 함께 걸어보실까요? 원문보기 글쓴이: 혜강(惠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