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판서 김좌명이 하인 최술을
서리로 임명해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얼마 후 과부인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그 직책을 떨궈 다른 자리로 옮겨달라고 청했다.
이유를 묻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대감의 은덕으로 밥 먹고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중요한 직책을 맡자
부자 집에서 사위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처가에서 뱅엇국을 먹으며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합니다.
열흘만에 사치한 마음이 이 같으니
재물을 관리하는 직무에 오래 있으면
큰 죄를 범하고 말 것입니다.
외아들이 벌 받는 것을 그저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일을 시키시면서 쌀 몇 말만 내려주어
굶지 않게만 해주십시오".
김좌명이 기특하게 여겨 그대로 해주었다.
'일사유사(逸士遺事)'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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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 남재의 손자 남지가 음덕으로 감찰이 되었다.
퇴근하면 할아버지가 그날 있었던 일을 자세히 물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급 관리가 창고에서 비단을 슬쩍 품고 나오기에
다시 들어가게 했습니다.
세 번을 그랬더니
그제야 눈치를 채고 비단을 두고 나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너같이 어린것이 관리가 되었기에
매번 물어 득실을 알려 했던 것인데, 이제 묻지 않아도 되겠다."
'국조인물지(國朝人物志)'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