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한방 기행
방송일 2024년 9월 2일(월) ~ 9월 6일(금), 768편.
*영상보기ㅡ>https://youtu.be/b5CLaRTr7CU?list=PLvNzObWMMx6vYVQFfFq10QnHHumb_dhoO
그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올여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줄 ‘한방’이 간절한 시기.
그래서 준비했다.
당신을 위한 특별한 ‘한방’
걷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국내 최대 약재시장부터
왕의 보약이라 불린 ‘경옥고’와
가을 산의 보물이라 불리는 ‘석청’
내 인생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한 특별식까지.
묵직한 ‘한방’으로 원기 보충하고,
기운찬 새로운 계절, 가을을 맞아보자.
1부. 서울약령시 한 바퀴
조선 시대 때 가난하고 병든 백성들을
보호하고 구제하던 기관인 ‘보제원’이 있던 자리,
1960년대 약재를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었으니~
이름하여 ‘서울약령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서울약령시’는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70%의 한약재가 유통되는
국내 최대 약재시장이다.
이곳에서 찾아서 없으면, 대한민국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방’과 ‘한의학’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서울약령시에
네덜란드에서 온 청년 야닉이 찾았다.
16살 때 백혈병을 앓았을 때, 우연히 접했다는 ‘한의학’.
이후, ‘한의학’에 매료돼 한국을 찾았다는 그에게
이곳은 꼭 오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입구부터 한약재 향이 풍기는 골목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가게는
무려 300여 가지의 약재가 진열된 임경수 씨의 약재 가게이다.
44년 동안 매일 아침 6시부터 출근해 약재를 팔고 있다는 경수 씨.
약재의 달인이라 불리는 그에게 ‘약재’를 추천받고,
수삼 골목에 들러 보양식에 넣을 ‘인삼’도 추천받았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약재시장의 명맥.
30년간 아버지가 운영해 온 제분소를
10년째 동갑내기 친구와 운영하는 조용현 사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건, ‘침향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에 야닉도 손을 거들어보는데….
서울약령시에선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한의사에게 체질을 진단받아, 내 몸에 맞는 ‘한방차’를 마시고
전통 의관 옷을 입고, 솔잎 향 가득한 물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할 수 있다.
난생처음 해보는 경험에 잔뜩 신이 난 야닉!
그가 꼽은 최고의 장소는 어딜까.
대한민국 ‘한의학’의 모든 것! 서울약령시로 지금 떠나보자.
2부. 산중 보물찾기
아찔한 절벽, 그 틈 사이 ‘한방’
깊은 산속 절벽, 바위틈에 숨겨진
가을 산의 보물, 석청.
높은 지대에서 만들어져 찾기 어렵고
그 양도 적어 꿀 중에서도 가장 귀한 꿀이란다.
어머니의 천식을 치료하고자 마을 어르신들을 따라
석청을 캐기 시작했다는 박명수 씨.
어느덧 50년 차 석청꾼이 되어 67세의 나이에도
전국 산을 누비며 가파른 절벽을 타고 있다는데.
남편 걱정에 뒤따라 산행을 시작했다는 아내 조영자 씨도
이제 25년 차 어엿한 산악인.
부부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도 없는 산에 ‘보물’을 찾아 떠나는데.
말벌에게 선수를 빼앗기면 석청을 찾아도 무용지물.
하루에 대여섯 곳은 돌아야 귀하디귀한 석청을 볼 수 있단다.
시원한 그늘에, 배낭에 챙겨온 식빵을 꺼내
갓 채취한 석청 한 조각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
석청꾼만 누릴 수 있는 호사에 웃음이 절로 난다.
부부의 인생을 책임지는, 바위 틈새의 ‘한방’
아찔한 절벽 아래 누리는 행복은?
‘나 홀로 비박’도 두렵지 않은 ‘여성 약초꾼’의 ‘한방’
길 없는 산도 홀로 척척!
집보다 이제는 산이 더 편하다는
20년 차 약초꾼 김은수 씨.
평범한 주부로서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았던 그녀가
산에 푹 빠진 건, 11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때문이었다.
송이를 캐는 일을 했던 남편.
홀로 남을 아내가 걱정됐던지
병환으로 떠나기 전까지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주고 갔다는데.
이제 산은 은수 씨만의 놀이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산속 꼭꼭 숨은 보물을 캐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라는데.
빈손으로는 절대 보내지 않는다는 산.
오늘도 산은 자연산 더덕에, 10년 묵은 산삼까지 내주었다.
내 인생의 ‘한방’, 그 보물을 찾아
가을이 시작되는 산으로 떠난다.
3부. 스님 오시는 날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병을 달고 살았다는 최금옥 씨.
복수가 찰 정도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녀를 살린 건
산과 들에서 나는 ‘약초’였다.
내 몸이 원하는 곳은 자연이라는 것을 깨닫고
30년 전 남편의 고향인 담양 삼지내 마을로 왔다는 금옥 씨.
요즘도 그녀는 계절이 선사해주는 선물을 찾아 산으로 들로 다닌다.
그런 그녀가 오늘 특별한 밥상 준비에 나섰다.
산에서 ‘산초’를 캐서 김치를 담그고,
논에서 자란 연꽃을 따서, 약재와 찹쌀 넣고 연꽃 밥을 만들었다.
그녀의 음식에는 단 하나의 인공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
설탕 대신 호박을 갈아 넣고, 견과류도 좋은 양념이 된다.
이토록 정성스럽게 밥상을 준비하는 이유!
귀한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인데.
3년 만에 찾아온 손님은 큰아들 세진 스님.
어릴 때부터 피부병을 달고 살았던 아들.
사회생활이 쉽지 않아 마음의 상처라도 입을까,
엄마 금옥 씨는 아들을 설득해 승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늘 아들에겐 미안하고 고맙다는 엄마 금옥 씨.
그 마음을 담아 자연의 재료로 손수 천을 염색해
아들이 입을 승복을 만들어오고 있다.
애틋한 부자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떠날 시간.
엄마는 아들을 위해 봄에 딴 매실로 자소 잎을 더해 장아찌를 담그고
가을에 입을 고운 승복을 만드는데.
아들을 위한 엄마의 마음이 담긴
맛있는 ‘한방’, 약초 밥상을 만나본다.
4부. 어머니를 위한 '덩이차'
남쪽으로는 고리봉이 우뚝 솟아 있고,
북으로는 문덕봉이 자리한 아름다운 골짜기를 지닌
남원 보련산 자락, 매촌마을.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조용한 시골 동네!
이곳에 소문난 ‘효자’가 산다?
그 주인공은 보련산 밑에 그림 같은 초가집을 짓고
89세 노모를 모시며 사는 오동섭 씨.
도시에서 사업에 실패한 후, 우연히 접한 야생 차 맛에 반해
16년 전, 고향인 이곳에 손수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사실, 동섭 씨가 사는 매촌마을은
조선 시대 작가인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으로 알려진 곳.
동섭 씨는 평소 존경해왔던 김시습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기 위해
찻잎을 덖어 동그란 덩이 형태로 숙성시키는 차를 만들어오고 있다.
가장 좋은 차를 만들어 누구보다 먼저 그가 드리는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
2년 전, 어머니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기억이 하나둘 잊혀 가는 어머니.
가난한 살림을 꾸리며 6남매를 키워주신 어머니이기에
효를 당연히 행하여야 한다 말하는 동섭 씨.
그는 오늘도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시장에서 ‘갈치’를 사서 찌개를 만들고,
계곡에서 어머니와 뒤늦은 휴가를 보낸다.
삶에도 때가 있다고 말하는 동섭 씨.
그래서 동섭 씨가 어머니와 보내는 이 시간은
더욱 간절하고 소중한데.
꿈에 그리던 집에서, 사랑하는 노모와 함께 만들어 가는
효자 동섭 씨의 아름다운 계절을 만나본다.
5부. 오죽 숲의 삼라만상
풍요로운 나의 숲에서
“산은 높고 골은 깊고 물은 아래로 흐르네요.
흰 구름만 왔다 갔다 합니다”
경남 하동의 지리산 화개골에는 11대째 터를 지켜오며
넓은 다원을 가꾸는 주해수 씨가 산다.
백발에 비녀, 삿갓 복장의 해수 씨는
3만 평의 숲 안에서 대나무의 귀족 ‘오죽’을 재배하고
키운 오죽으로 직접 정자를 짓기도 하며
주변으로 나는 망태버섯, 적하수오, 더덕 등을 캐어 살아간다.
오늘은 다원에 손님이 방문하는 날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단짝이었던 용배 씨는 친구인 해수 씨 얼굴도 볼 겸,
한 번씩 일손을 거들어 주러 오다 이제는 자기 집처럼 다원을 드나든단다.
오죽을 잘라 사이좋게 찻잎 손질을 하고 나면
출출해져 대나무 통에 삼겹살을 익혀 먹는 게 그들만의 일과라고.
자신만의 터를 닦아
자연과 함께 느리지만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해수 씨의 집이자 놀이터인 오죽 숲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