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산책로 연장 vs 수달 보호
춘천산책로 연장공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첫번째가 대천교와 좌동교인데 여러 위험요소와 하천의 제약요건으로 다리 아래로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설되는 춘천산책로에서 대천교 위로 올라와 대천교와 좌동교를 지나 다시 춘천(대천)산책로로 내려서야 하는 현실이다. 최초 춘천산책로 연장을 주장했을 때는 장산역에서 차로를 거쳐 장산으로 향하는 여러 애로사항을 벗어나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장산으로 가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춘천산책로를 따라가지 못하고 다리 위로 올라 다시 보행자신호를 기다려 차도를 건너야 하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산책로를 연장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산책로 보강작업이랍시고 춘천 바닥에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돌판을 까는 작업이 춘천바닥에 길게 이어지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수달 보호대책이 미흡하다
두 번째는 바로 수달 보호구역이다. 춘천(대천)에 수달이 산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주민 목격담을 바탕으로 중2보도교 근처 주민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최소 3마리 이상이 근처에서 서식 중인 것으로 2021년 여름에 파악했다. 이어 수달 서식 사실을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환경단체 등에 전함과 동시에 본지를 통해서 주민들에게 알렸다. 더불어 해운대구청 환경위생과와 협의 끝에 중2보도교부터 춘천4교 아래 일대를 수달 보호구역으로 정해 보호 현수막을 3곳에 부착했다.
하지만 환경위생과에서 더 이상 수달 보호에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현수막이 낡아 떨어지고 찢어져도 새로 교체하지 않아 결국 3곳의 현수막이 다 사라졌는데도 이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새로 바뀐 담당자 역시 수달 서식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인수받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새 담당자는 “수달보호를 알리는 현수막을 서식지 인근에 새로이 부착하겠다”며 수달 보호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 수달 서식지 산책로 건설 없이 우회하기로
지난 11월 14일, 대천교 아래 60~70m 구간에 걸쳐 춘천 바닥에 콘크리트를 붓고 돌판을 깐 것은 산책로 보강을 위한 작업이라 차치하더라도 수달 보호구역의 공사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심정에 하천하수팀 관계자와 만났다. 중2보도교 위에서 만난 담당자와 공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춘천(대천) 환경이 파괴될 것을 걱정한 환경파수꾼 박용구 씨가 도착해 “수달 보호를 위해 공사를 당장 중지하라”고 했다. 또 지나가던 인근 주민 역시 “춘천(대천)에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공사를 더이상 벌여서는 안 된다”며 목청을 높였다. 하천하수 담당자와 오랜 대화 끝에 수달 보호구역에는 산책로를 만들지 않고 우회해서 통과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그후 춘천4교 아래 산책로의 물고임 현상 해결과 함께 계단식 대신 경사식으로 산책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여 관계자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다시 좌동교 인근으로 내려와 물고기 통로로 만들어진 어도가 제구실을 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던 중 박용구 씨가 이참에 좌동교부터 산책로를 따로 만들지 말고 춘천(대천)변에 있는 기존 도로를 이용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현실적으로 대천교 아래로 통과하지 못하고 위로 올라올 바엔 추가로 산책로를 만들지 말고 살아난 춘천(대천) 구간을 잘 살려 자연하천도 보존하고 수달의 이동 통로도 마련해 주는 취지였다. 이 제안을 놓고 구청 담당자와 논의한 끝에 그 역시 충분히 공감한다며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튿날인 15일 위와 같은 소식을 접한 옥숙표 장산습지보존위원장이 공사 담당 부서인 도시관리과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수달 서식지 보호와 더불어 좌동교와 중2동보도교까지 산책로를 연결하는 대신 기존 하천변 도로를 이용하기로 잠정 합의를 보았다고 전했다. 추가로 한 가지 의문은 삼정그린코아 옆 콘크리트보의 메움 공사였다. 구청에서 “은어 서식지와 인근 50m까지는 손도 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은어 서식지가 콘크리트와 돌판으로 메워졌다. 공사 관계자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매립이 공사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은어 서식지 확보 차원에서 매립된 부분을 걷어내고 어떤 형태로든 은어서식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공사 관계자와 논의했다.
◇ 산책로 공사의 방식과 형태 주민설명 미흡
양일에 걸쳐 구청 담당자와 의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주민설명회였다. 해운대구청에서 산책로 연장 방식과 형태에 대해 정확하게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면 이런 산책로 연장공사는 아마 진행되지 않았거나 진행되었더라도 최소한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왜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든다면서 주민설명회를 가지지 않았을까? 구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민설명회를 가질 수 없어 대신 주민센터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하는데, 주민센터를 통해 주민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의견을 수렴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친자연하천으로 어렵게 탈바꿈한 춘천(대천)에서 공사를 하려면 무슨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공사를 할 경우 그 생물들이 입을 피해는 무엇인지 미리 관련 부서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일 공사 설계 시 협의를 거쳤더라도 공사 시행 시점과 일정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재차 소통을 가질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다음으로 지역 의원들에 대해서다. 춘천(대천)의 수달과 대천호수의 귀이빨대칭이는 지역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였다. 앞으로 지역 내 천연기념물 존재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하천공사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한다.
◇ RE100 구호보다 수달과 함께 하는 환경을!
최근 수달이란 동물이 자주 언론에 등장하니까 흔한 존재로 여길 수도 있지만 수달은 귀하디 귀한 멸종위기종 1급인 천연기념물이다. 실제 야생에서 수달을 목격한 이가 얼마나 될까?
수달은 서식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현재 ‘RE100’를 부르짖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수달과 함께하는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이런 거창한 운동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수달이 서식하는 춘천(대천)! 이런 환경이야말로 지구를 보호하는 이상적인 방법이자 지역의 자부심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천연기념물 귀이빨대칭이가 살고 수달이 서식하는 춘천(대천)을 끼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아파트촌이 또 어디 있는가?
/ 예성탁 발행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