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배 할아버지, 히말라야를 가다-역마살 인생
어느 날 문득 등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1990년 미국 요세미티 100주년 암벽등반을 비롯해서, 거의 매년 해외등반에 나섰다고 했다.
해외등반에 걸림돌이 된다고 양산시청 기술직 공무원의 신분도 때려치웠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4,101m), 대만 옥산(3,952m), 히말라야 초오유(8,201m), 일본 북 알프스(3,190m),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 남미 안데스 최고봉 아콩카구아(6,959m), 히말라야 가셔브롬 2봉(8,035m),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 알프스 몽블랑(4,810m), 이란 최고봉 다마반드(5,671m), 히말라야 메라피크(6,654m), 북미 최고봉 맥킬리(6,194m),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5,642m), 히말라야 히무룽(7,126m) 등이 그동안 그가 오른 산들이라고 했다.
그 등산 이력만으로도 그의 세계적인 역마살이 읽혀졌다.
이번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기획한 이상배 대장은 그렇게 화려한 이력의 알피니스트였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 쌓은 이력이라고 했다.
그 고비 중 하나를 이렇게 기록으로 남겼다.
「조심한다 했는데 풀린 다리는 어느 순간 휘청하더니 미끄러지면서 빙판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경주를 하듯 빠른 속도였다. 몸이 한 바퀴 돌아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추락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히말라야에서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르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속도가 줄어들더니 멈췄다. 고글이며 헤드랜턴은 추락 충격으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산소도 떨어진지라 체력이 더욱 빠른 속도로 고갈됐다. 한 번 그러고 나자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가 없을 만큼 의식도 흐려졌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 아들이 이렇게 죽습니다.” 소리쳤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엉덩이로 깔고 앉아 미끄러지고 기는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사우스콜 가까이 내려서자 불빛이 보였다.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한동안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C4 방향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갔다. 어느 순간 무지개 같은 빛이 보였다. 저승사자가 잡아가기 위해 다가오는 듯싶었다. 두려웠다. 그렇다고 도망칠래야 도망칠 힘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저승사자는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다가온 셰르파들이었고, 무지갯빛은 그 셰르파의 헤드랜턴에서 나온 불빛이었다.」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경상남도연맹에서 펴낸 경상남도 산악연맹 30년 사인 「산 따라 바람 따라」에 “어머니~, 아들이 이렇게 죽어갑니다.”라는 제목으로 실은 글의 일부다.
2006년도에 경남 양산산악회 대원들을 이끌고 에베레스트 원정을 나섰다가 위기를 맞은 순간의 사연이 그랬다고 했다.
이번 트레킹에 나서기 보름 전이었던 2013년 3월 4일 월요일 오후 6시쯤에, 이 대장이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행복으로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우리가 걸어야 할 트레킹 길목과 준비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준답시고, 그가 사는 경남 양산에서 천 리 길을 달려온 것이었는데, 그때 그의 구릿빛 얼굴에서 느껴지는 직감으로, 그가 진정한 알피니스트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제 그와 함께 했던 15일 일정의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그 일정에 따라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
산 따라 바람 따라 갔던 그 길목들에 대해서 말이다.//
5년 전으로 거슬러, 2013년 4월 15일의 일로, 내가 카페지기인 우리들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사랑방에, ‘안나푸르나, 풍요의 여신을 찾아-산 따라 바람 따라’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 그 전문이다.
그 직전에 그 글의 주인공인 이상배 대장과 함께 14일 일정으로 도전했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라운드트레킹을 끝낸 그 기록의 시작이었다.
역시 산 따라 바람 따라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역마살 인생’이라는 자신의 필명을 지었다.
그때 그렇게 이 대장을 따라 트레킹을 했던 것이 그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 이후로 지난해인 2017년 4월에는 아내까지 끌어들여, 히말라야 트레킹으로는 고전이라고 하는 해발 5,545m의 칼라파타르를 오르는 15일 일정의 에베레스트 클래식트레킹을 다녀왔었고, 이번에 또 아내를 동행하는 14일 일정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나선 것이다.
이제는 내 인생에도 그렇게 역마살이 끼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첫댓글 히말리야를 간다...꿈같은 이야기같은데...대단한 친구여 부럽고 부럽다....
명희가 뭘 모리넹^^
지난달에 갔다 온걸 왜?모르니...ㅎㅎ
이제 그여정을 글로 써내려는 쏘똥구리 속셈, 구래이 알을 항개썩부화씨켜 내~놓으려면
12월이 모자랄걸!?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