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차현진의 돈과 세상] [143] 한글타자기 표준 자판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입력 2023.10.04.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3/10/04/WTZFAXMVBNH27IO24VIRDS7N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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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서양의 언어는 알파벳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 나간다. 반면 한글은 오른쪽으로 쓰다가도 중간중간 밑으로 내려 적어야 한다. 모음과 받침 때문이다. 그것은 기계식 한글 타자기 개발에 치명적 장애였다. 그래서 주시경, 최현배 같은 한글학자들은 한글도 서양 언어처럼 계속 오른쪽으로만 적기를 제안했다. ‘한글’을 ‘ㅎㅏㄴㄱㅡㄹ’로 적는 방식이다. 이를 ‘풀어쓰기’라 한다.
일제강점기에 외국의 유학생이나 목사들이 서양 타자기를 개조해서 보급한 ‘언문 타자기’와 해방 직후 미 군정청이 보급한 미제 한글 타자기에 풀어쓰기를 적용했다. 읽기가 힘들 뿐 아니라 한자를 담을 수 없었다. 고민하던 정부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한자 사용을 포기하고 모든 공문서에 한글만 쓰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 부처마다 타자기 자판이 달랐다. 표준이 필요했지만, 문교부와 상공부가 서로 발을 빼고 모르는 척했다. 결국 힘없는 과학기술처가 그 숙제를 맡았다. 담당 공무원은 한글 전문가가 아니었다. 타자 빈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음은 왼쪽, 모음은 오른쪽으로 몰아넣은 뒤 기계식 타자기 표준 자판을 정했다.
이듬해인 1970년 한글날에 그것으로 ‘제1회 공무원 한글 타자 경기 대회’를 열었다. 받침 자음 때문에 왼손을 쓰는 빈도가 훨씬 높다 보니 오타가 많았다. 온 국민을 왼손잡이로 만든 그 표준 자판은, 지금 와서 바꾸기가 어렵다. 이런 진퇴양난을 경로 의존성이라고 한다. 현재의 의사 결정이 과거에 지배받는 상황을 말한다.
1948년 10월 9일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 법은 2005년 국어기본법으로 대체되고, 담당 부처는 교육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뀌었다. 한글 타자기 자판과 달리 한글 담당 부처는 경로 의존성을 탈피했다. 하지만 어문 정책을 학술과 교육이 아닌 문화로 접근하는 것은 이상하다. 문체부가 힘이 없어서 맡은 것이 아니기를.
문가이버
2023.10.04 07:26:51
공병우 자판을 뒤늦게라도 채택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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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보리
2023.10.04 09:15:13
무슨 글을 쓰다 만 것 같네요. 표준 자판 얘기를 하다가 경로의존성은 왜 거론하는지? 잘못된 정책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가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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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進韓國
2023.10.04 09:31:13
처음에 타자기에 한자를 적을 수 없어서 한글전용을 실시했다? 그랬다 치자. 그러나 지금은 알다시피 컴퓨터에서 한자도 마음대로 칠 수 있다. 그러면 한글전용을 폐지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어문정책을 문체부로 이관했다는 건 정말 미친 짓이다. 어문정책은 교육부 소관이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어문정책을 교육부로 돌려라. 그리고 한글전용 폐지하고 국한자혼용으로 바꿔라. 요즘 한글전용 교육받은 아이들이 어휘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어 어휘의 60% 이상이 한자어인데 한자를 안 가르치고 못 적게 하니 필연적으로 한국어는 망가지고 한국인은 국어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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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gt
2023.10.04 08:28:57
난 3벌식 자판 쓰는데 각인된 키보드가 아예 없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