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GQ KOREA 2002년 12월 인터뷰입니다.
이 카페에도 몇번 올라왔었죠. 하신 질문에 답변이 될 거 같습니다.~
========================================================================
GQ: 왜 그렇게 인터뷰 하기 싫어했나?
김병현: 내가 만족을 못하고 내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인터뷰를 하나 하는.
GQ: 욕심이 많은 편인가?
김병현: 일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미디어에 계속 나와야한다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런 것에 휩쓸리다 보면 내가 옛날에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했던 게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아서 잘 안하려고 한다.
GQ: 워낙 쑥스러움이 많은 편인가?
김병현: 편한 사람들하고 있으면 말 잘 한다. 농담도 잘 하고.
GQ: 사진 촬영 전 당신의 말처럼 정말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나? 미국 간 이후로. 거의 다섯 번쯤 했나?
김병현: 스포츠 기자들은 거기 있으니까 시합 끝나면 내려오니까 와서 경기 내용에 관해 묻는 것 정도. 이렇게 따로 촬영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예전에 CF 촬영할 때 했지만 촬영장에 와서 잠깐 해 간 것이었다.
GQ: 컴퓨터 CF 때?그 이후에는 CF 요청이 뜸한가? 왜 안하나?
김병현: 작년에는 많이 들어왔다. 올해도 요청하는 데는 있는데 작년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마지막이 안 좋았다. 그래서 남들 앞에 나가는 게 부끄러웠다. 내 자신이 용납을 못 해서 더 좋은 모습일 때 나가자고 했다. 그런데 옆에 사람들은 지금 이때 돈 벌어야지 나중에 후회한다고 했었다. 물론 그 때 CF 몇 번 했으면 돈은 많이 벌었을 거다. 돈은 벌었겠지만 뭔가 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올해도 지금 얘기중인 건 있는데 잘 모르겠다.
GQ: 올해는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드나?
김병현: 글쎄. 내 이미지에 맞는 게 있으면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굳이 CF를 해서 돈벌고 싶진 않다.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닐테니까.
GQ: 그러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김병현: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재미있게 놀고, 인상 안 쓰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GQ: 그렇다면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야구인가?
김병현: 아니다.
GQ: 의외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김병현: 만화책 보는 것, 오락 하는 것, 영화 보는 것 좋아한다. 가끔 나이트 가서 친구, 형들이랑 노는 것도 좋아하고. 밥먹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GQ: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잘할 수 있는 건가?
김병현: 막상, 야구가 아니면 할 게 없다. 싫다기보다 하고 싶지 않다. 근데 너 뭐할래, 하고 물어보면 답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남들이 과외받고 그럴 때 운동만 해 온 나는 아는 게 없다.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인물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할 줄 아는 게 야구밖에 없다.
GQ: 스스로 잘 하는 야구선수라는 생각도 안 드나?
김병현: 잘 하는 야구선수라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멍청할 정도로. 어쩔 때는 거만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언제가는 분명히 최고가 될 거라고.
GQ: 지금은 최고는 아니라고 생각하나?
김병현: 아직은 아니다. 멀었다.
GQ: 야구선수 김병현이 아니라 남자 김병현은 어떤가?
김병현: 나쁜 놈이다.
GQ: 왜?
김병현: 글쎄, 야구를 빼놓고는 빵점이다. 뭐라고 할까? 야구할 때는 뭔가 목표를 위해 간다. 운동도 진짜 힘들게 목표를 잡아놨으면 그것을 다하고 안 끝났으면 절대 안 쉰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는 남들과의 약속들도 잘 잊고, 이기적인 면이 많다. 내가 싫으면 안 보고. 근데 한마디로 싫어하는 사람들하고는 말도 잘 못하고, 싫어하는데 좋다고 말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다 해 줄 수 있다. 한마디로 빵점이다.
GQ: 그게 왜 빵점인가?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 한다면서?
김병현: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너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다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GQ: 어떤 일이든 절대 타협이 안되나?
김병현: 안되는 것보다 이건 분명히 아닌데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는 거 보면 내가 보기엔 안 좋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안 그럴 텐데, 라고 단정짓는다.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지만 안 좋게 볼 때가 많다.
GQ: 미국에서 외롭나?
김병현: 가끔. '야, 너 여기서 뭐하냐? 야구하고 있잖아. 그거말고, 너 어쩌면 나이들어서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잘해서 후회 안 하게 하면 되잖아'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GQ: 여자친구는 없나?
김병현: 솔직히 말해서 만나고 싶다. 누군가를. 그런데 돌아가야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여자친구 소개해 준다고 많이 그러는데. 혹시 만나서 진짜 좋다고 해도 만날 수가 없다. 벽을 그어 놓는다. 나는 갈 거니까.
GQ: 미국에 간다고 해도 한국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되는 일 아닐까?
김병현: 이것도 잘못된 생각인데, 몸이 떨어지면 마음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어쩌다보면 그 친구에게도 더 좋은 남자친구가 생기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나의 정신적인 위로를 위해, 나 좋자고 그 친구가 갈팡질팡하는 것보다는 그냥 없었던 일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결혼할 나이도 아니고 나이가 찬다면 누군가 한 사람 만나겠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다. 그리고 뭐라고 할까? 주위에서 자주 보는. 일하는 동료, 학교 친구, 동네 어디에서 만나는 자주 볼 수 있는 여자, 자주 가는 슈퍼, 만화가게 딸, 무심히 보다가 하는 행동이 예쁘다 해서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그런 게 좋다.
당신의 경기 중계를 보면 감정적인 모습이 보여질때가 있다. 눈물을 글썽거린다거나...
눈물을 글썽? 마운드에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아, 딱 한번 있다. 고등학교때, 그때 팔이 너무 아팠다.
아파서 울었나?
아니 분해서, 팔이 아팠는데 외야 수비를 나갔었다. 내가 그 전에 많이 맞아 투수체인지를 하고 외야수비를 나갔는데 날아오는 공에 내 눈을 맞았다. 야간경기여서 라이트 안으로 다이빙을 했는데 공이 날아왔다. 안보이는 상태에서 눈에 맞고 공이 굴러갔다. 눈에 멍이 들어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상황이 안좋아서 또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야 했다. 그때 내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더 잘 할수 있는데, 더 보여줘야 하는데, 분해서 한번 운적은 있는데 그외에는 마운드에서 운적이 없는것 같은데...
작년인가? 'BK 만루맞고 눈물 글성' 이라는 1면의 기사 제목도 있었다.
잘 모르겠다. 작년에 홈런 맞았을때는 울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내 자신보다 주위사람들, 감독, 감독이 날 믿어줬었고, 나는 그것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것으로 인해 그 사람이 곤경에 빠질 처지에 있다는것, 또 팀의 나이 많은 친구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는 최악이었으니까. 그리고 이걸 보고있을 팬, 우리엄마, 아버지 한국사람들 생각하니까 앞이 깜깜했다.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들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집에 전화했더니 홈런맞았다고 전화한 기자들에게 엄마가 계속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아버지가 역정을 내셨다. 내가 엄마에게 화를 냈다. 엄마가 왜 죄송하냐고, 이건 그냥 야구인데 맞을 때도 있고 질때도 있는것이지 엄마가 왜 죄송하냐며 울었다. 그것때문에 내 자신이 안됐기보다 너무 마음니 아팠다. 하지만 결국 이겼고, 그것 때문에 유명해졌고 그러니까 신경쓰진 않는다.
화면에 가장 많이 잡히는 사람은 투수다 당신 마음이 표정으로 자주 읽힌다.
사람들이 겉모습을 보고 판단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실실 웃고 던진다. 속으로는 얘를 잡아야겠다고 하니까 독한 맘을 먹지만 겉으로는 웃는다. 그런데 팀 동료들이 너 왜 실실 웃냐고 무표정으로 해라, 인상쓰고 던져라. 해서 그래 알았어, 하고 인상을 쓰고 던졌더니 애들이 너무 그러는 것 같아서인지, 무모할 정도로 연습을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건지, 이건 야구닌까 편하게 하라면서 다른 소리를 했다. 감독도 그렇고, 한게임 잘못된다고 큰일 나는 것 아니니까 편하게 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런데 분명히 겉모습으로 따지자면 인상 더럽고 덩치 큰 애들이 잘 해야 하는것 아닌가,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지 않은가!
만약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있는데 내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던져서 결과가 좋게 나왔다, 그러면 아무 말도 없을 것 아닌가? 아마 그런것은 결과만을 따져서 그런 건데, 그런식으로 따지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덩치 튼 선수가 잘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는데 당신은 투수로서 그다지 좋은 체격조건은 아닌게 사실이다. 스스로의 체격에 대해 만족하나? 불만족스럽다면 그것을 느낀때는 언제인가?
촬영할 때 배 안봤나? 체격에 관해 생각해 본적 없다. 내가 갖고있는,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거기에서 최선을 다한다. 가끔은 내자신에게 이런건 한다 '너 쟤보다 힘 쎄냐? 아니지! 쟤보다 키 크냐? 아니지? 그럼 뭐 해야되지? 쟤보다 운동 더 많이 해야하지. 그렇구나' 한다.
만약, 팀을 옮겨야 한다면 어디로 가고싶은가?
어디 가나 똑같다.
요즘 심경은?
너무 많이 놀았다. 어제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심경이 복잡하지 않나? 구단과의 관계가 복잡한 것 같은데.
지금은 그 단계를 벗어나 그냥 편하다. 지금까지 한마디로 말해 팀도 걱정하고 나도 걱정했다. 내가 작년에 잘못했기 때문에 분명히 만회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 겨울에는 다른 기회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그것을 하고 나서 하자는 마음으로 진짜 열심히 했다. 나는 분명히 준비가 됐었고 보여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한 것이다. 그 쪽에서는 내 생각은 모르고 그 사람들 편한쪽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시즌 처음에 혼자 힘들었을때도 많았다. 마음이 급했으니까, 나는 괜찮다고 그 사람들을 안심시켜야했으니까, 그런데 그럴때마다 기회가 안 왔다, 어떻게 보면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팀이 먼저니까, 하지만 그 때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안했다. 자기들이 편할때만 그렇게 하고 아닐때는 아닌 것이었다. 그런 얘기들을 친한 형들한테 했더니 세상이 다 그런 거라고, 네가 원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라고, 좋은 경험했다고 다 잊어버리라고 했다. 지금은 그냥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내가 트레이드 돼야 되는 상황이라면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트레이드 되고싶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트레이드 인가? 잔류인가?
트레이드 되어도 좋고, 있어도 좋고, 어렸을때부터 '아 이팀에서 꼭 뛰어야겠다'는 게 없기도 했지만, 이 팀에서 많은것을 배웠기도 하고...
잔류로 결정된다면 당신은 선발을 강력하게 원하는 건가?
그렇다. 지금은 안 될수도 있다. 그 사람들이 내가 선발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 코칭 스태프와 계속 불화설이 나오는건가? 원래 누구 밑에서 고분고분하게 일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원래 남 밑에서는 잘 못 지내는 편이다. 적성에도 안맞고,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내가 싫다고 해서 그게 전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사람들이 내 위에 있겠는가? 내 밑에 있을것이다. 그냥 혼자서 내가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하고 혼자 돌아 다니는게 좋다.
야구는 그럴 수 없지 않은가?
투수는 가능하다. 야구는 단체운동이지만 개인운동이다. 마찬가지로 타자가 홈런만을 칠 순 없지 않나, 안타도 치고, 누군가 받아서 죽여야 죽는거니까, 선수가 생각이 있다면 결국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다시 묻자면 팀내의 불화설은 언론의 호도인가?
다 잘 지냈다. 다만 나는 미국에서 영어도 잘 못하고, 말하기도 좋아하지 않아 인터뷰를 잘 안한다.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감독이 어떤말을 했을때 그것을 좋게 받아 들일 수도 있고, 안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시즌 끝날때까지 감독과는 웃고 잘 지냈다. 불화설은 뭐 그냥 만들어진 설 중의 하나다. 나는 감독을 싫어하지 않는다. 스타일이 다를뿐이지 . 어쨌든 그 문제에 있어서는 한발짝 떨어져 있으려고 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김병현이 정말 잘하는 배역은 무엇인가? 선발, 중간, 마무리 중 어떤역을 맡고싶고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이유를 밥 브랜리 감독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면?
육하원칙에 의해서?... 솔직히 내가 지금 하고있는 마무리를 계속 하면 안정적이다.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안전하다. 그런데 선발투수를 어려서부터 하고싶었다. 미국에서 야구를 했다면 지금 하고있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을텐데, 한국에서는 선발투수가 게임을 처음부터 끌어나가고 풀어나가는 역할이다. 그걸 하고싶다. 내 생각으로는 마무리 투수들은 한마디로 뒤치다꺼리 하는 것이다. 앞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풀어나간 것을 뒤에서 마무리 하는 것이지만 내 성격에는 안 맞는다. 차라리 죽이 든 밥이 되는 내가 다 하고싶다. 모험이다. 선발투수가 돼서 잘 될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지만.
선발투수로서의 김병현의 장점은 무엇인지 당신이 김병현의 에이전트라고 생각하고 말 할 수 있을까?
에이전트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말을 부풀려야 한다. 부풀릴건 없으니까 내 자신이 나를 보고 얘기하자면, 잘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2년 고생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분명히 잘 될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자신 할 수 있는게, 자랑은 아닌데, 아니 자랑이다. 뭔가 뺏는것을 잘한다. 운동할때만, 다른 선수에게 뭔가 좋은 게 있으면 금세 내 몸에 받아들이고 불편한 점은 빼버리는 것을 잘해서 선발투수를 해도 잘 할 것이다. 1년 동안 서른 세번을 던져야 하고, 그걸 한번 해본 다음 그게 내 몸에 맞춰지게 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것 같다.
1,2년 동안 선발투수에 적응하다가 성과가 좋지 않아 다시 마무리 투수가 된다면?
그때 내가 판단할 것이다. 안될 것 같다면 포기해야할 것이고, 아니 조금만 더 해보자면 더 열심히 할 것이고.
포기가 빠른편은 아니것 같은데.
그렇다. 포기 안한다.
당신이 본 랜디 존슨, 커트 실링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으면 한다.
내가 그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내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옆에서 봤을때, 둘 다 최고의 투수다. 그리고 이기적이다. 나도 이기적인 부류이긴 한다. 왜냐하면 마운드에서 게임이 시작되려면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시작하고 자기가 끝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분명히 좋은 투수라면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랜디 존슨은 자신이 할 것만 하고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안쓴다. 어떻게 말하면 팀웍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고 자신이 하는 일만은 최선을 다해 잘 하니까 팀웍이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반면 커트실링은 자기가 하는 일을 잘 하면서도 남의 일에도 신경을 쓴다. 나쁘게 말하면 자기가 남들보다 월등하니까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해라, 하지마라, 그런식으로 말도 많이 한다. 팀을 걱정하니까.
얼마전 코리안 시리즈 결승전 봤나?
물론 봤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지기도 힘들고 이기기도 힘든 경기였다. 마해영 선수가 안경을 썼는데 그 형이 홈런을 치고 끝냈으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 아닌가, 그런데 안경이 없어서 안보이는 채로 안경을 찾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한국에 있는 선수 중 누가 실력있는 투수 같은가?
직접 본 적이 없어서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좀 있다. 먼저 구대성 선배님이 대단하시고 진필중 형, 임창용 형의 플레이도 좋게 생각된다.
야구 외적인 것 혹은 야구로 본받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박찬호 형에게는 몸 관리, 자신을 생각하는 것을 배우고 싶다. 가끔 술자리가 있지만 난 술을 잘 못 먹는다. 모인사람들이 한 잔만 하라고 하면 두 잔 되고 세 잔 되고 그러지만 찬호 형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
얼마 전 연예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끝낸 영화배우 정준호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으니 박찬호가 전화했다면서 술먹으러 가야 한다고 한게 방송에서 나왔는데..?
내가 알기론 찬호 형은 술집에 가긴 가는데 술은 안 먹는다. 한번도 먹는 것을 못봤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야구를 비롯해 모든것을 본받고 싶은 선수는 기아의 이대진 형이다. 매일 같이 다닌다. 어깨가 아파 한 4년 쉬었는데 그 형을 보면 나를 보는 것처럼 비슷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다.
미국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박찬호와 비교된다.
주위 사람들이 만드는 것 같다. '쟤랑 쟤랑 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냐? 이런식으로, 다 우스운 얘기다. 분명히 하는 일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니까 그런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한다.
선배로서 동료로서 박찬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굉장히 섬세한 것 같다. 어떻게 말하면 깍쟁이, 자기 자신을 되게 아끼는 사람 같다.
올해 박찬호의 부진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
'아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야, 너는 저렇게 됐을때 어떻게 할거니? 너 지금 찬호 형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 하고 내 자신에게 말했다. 찬호형은 힘들면 내게 전화를 자주 했다. 형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잘 안한다. 옆에 있으면 잘 챙기지만 안보이면 잊는건 아닌데 신경을 못쓴다.
한국에서 당신은 연예인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다 그런 인기를 누리는것을 어떻게 느끼나?
내가, 나는 유명한 사람이다, 대접을 받아야하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면 택시도 안타고 다녔을테고 사람 만나는 것도 피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야구선수는 야구장에서는 최고라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밖에서는 일반인인 사람이다. 만약 내가 야구가 아닌 비인기 종목에서 최고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진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 다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종목의 운동 선수고 그 사이에서 인정을 받는 정도지, 내가 유명인이거나, 거의 연예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신은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이상이다. 박찬호와 당신의 수입과 보통사람의 월급을 비교한 기사가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런 것 때문에 오해를 하는데, 나는 그런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 속으로 참 한심스럽다. 보기에는 재미있을것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을것이다. 분명히 어디에서 어떤 사람이 타고 다니는 차값의 반도 안되는 집을 사려고 고생고생하고 아끼고 아껴서 애들 학교 보내고 하는 사람들이 보면 허무할 것 같다. 열패감 같은게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당신의 부와 명성을 좇아 누군가가 접근래 사랑에 빠진 척할 수도 있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팔자려니 하고 살 것 같다.
어떤 여자가 좋은가?
내가 할 일을 챙겨주는 여자, 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50%를 도와주자고 하면 100% 도와주자고 대답하는 여자라면 더 예쁠 것 같다. 평상시에는 꼼꼼하고 깍쟁이 같다가도 그런 결정에 따뜻하고 시원한 여자가 좋다.
마음에 드는 스타일과 근접한 알려진 사람은 누구인가?
어렸을 때부터 예쁘다고 좋아한 적은 없다. 말해보고 성격 좋은 사람에게 빠질 것 같다.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 같은 역할이 좋다.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 지진이 났거나 비가많이 왔다면 흔쾌히 돕겠나?
가까이 지켜봣다면 분명히 도울 것이다. 아니 확실히 돕는다. 하지만 언론이 시키거나 언론을 생각해서, 언론을 통해서는 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직접 보고 느끼면 할 텐데 그 외는 사기처럼 느껴진다.
안정환은 페루자 시절, 외국에 나와 있는 선수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고국의 반응이라고 했다. 당신에 관한 한국에서의 반응이 운동하는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나?
어느정도는 그렇지만 지대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언론이 100% 밉지만은 않다. 그 사람들이 나를 많이 부각시켜줬기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하니까. 내 생각에는 나나 박찬호 형보다는 국내에 있는 비인기 종목들을 부각시켜줘서 자국 내에서 붐업을 시켜줬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선수들을 많이 다루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국의 반응에 민감하진 않은 편이다.
운동 외의 시간에는 뭘하나?
비디오,오락, 영화, 음악듣고 거의 잔다.
목표를 정해 놓고 운동을 하나? 그렇다면 목표는 사이영상?
내가 같이 다니던 스포츠지 기자에게 언뜻 그 얘기를 했는데 잘못 말한 것 같다. 그 때는 너무 잘 나가니까 내 자신이 '야, 쉽다, 너무 쉽다' 라고 생각해서 말 실수를 한 것이다. 최고의 투수가 받는 상이 사이영상이니까 앞으로도 그것도 받아보고 싶다란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당신의 목표는 무언가?
10년 15년 뒤에 과거를 돌아보고 아쉬운 점은 남아있겠지만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매순간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것으로 최선을 다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10년, 15년까지만 하고 싶나?
쉰살까지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고ㅡ 정확히 한 10년만 더 하고 싶다.
야구 외에 하고 싶은게 있기는 한 건가?
모를일이다. 생각을 안 해봤으니까.
적성을 보이는 일이 뭔지도 모른 것 같다. 해보지 않아서.
그렇다. 남의 밑에서는 죽어도 일 못하고, 만화가게 주인을 해야 할까?
그 만화 가게에서 만화 많이 빌려봐야겠다.
안된다. 아는 사람들이 빌려가면 안 가져와도 싫은 소리 못하기 때문에 빌려주기 싫다.
이렇게 말을 잘 하는 당신이 대인기피라니, 다시 생각하니 웃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중 중요한 것이 그것이다. 나는 야구 선수로서의 일만 열심히 할 뿐이다.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인기피증인 것은 아니다. 이렇게 긴 인터뷰를 하는 대인기피증 환자가 있나?
이 인터뷰가 길었다고 생각하나? 더 궁금한게 남았다면?
물론 더 궁금한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 평생 가장 긴 인터뷰였고 앞으로도 이런 인터뷰는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비슷한 얘기거나 똑같은 얘기를 왜 또 하겠는가? 나는 말이 많은게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여줄 것은 마운드에서 보여주면 된다.
만약 GQ가 당신이 승승 장구하고 있는 어느날 당신을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곳이 애리조나건 어디건?
안한다. 시즌중에는 운동만 하니까, 혹시 또 모를 일이다. 내가 너무 잘 해서 내년 겨울에 GQ 에서 한다는, 'Men of the year' 인가? 거기에 나오라고 하면 나올지도.
당신의 내년 성적은 어떨 것 같은가? 농담처럼 들리는 덕참처럼 2003년 GQ의 '올해의 남자' 가 될 것 같은가?
결정될 일이 많이 있어서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열심히 하면 성적은 나올 거라는 것...
첫댓글 이 기사 원래 잡지에서 옮겨서 올리신 분이 쮸님인지 니콜님인지 잘 몰라서, 크레딧을 넣지 못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