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의 ‘침공?’… 트럼프 ‘막말’ 격화
▶ 승리연설 중 이민자 비하
▶ CNN 등 방송 중간 끊어
▶부인 잃은 카터 모욕도
2024/01/18
미국 대선 레이스의 첫 출발을 끊은 지난 15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첫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사진·로이터) 전 대통령이 유세 등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민을 ‘침공’으로 표현하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반대파들과 당내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후보 등에 대해서도 비난과 조롱을 멈추지 않는 등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과반수 넘는 득표로 승리를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 연설 도중 “우리는 수백만, 수천만 명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침공(invasion)’을 겪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를 생중계하던 CNN 방송은 화면이 갑자가 앵커 멘트로 바뀌면서 트럼프 연설 중계가 끊겼고, MSNBC는 승리 연설이 시작되려고 하자 아예 현장 화면을 중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달에는 뉴햄프셔주 선거 유세 도중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며 이민자들을 겨냥한 인종혐오 망언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또 다시 이민자 유입을 ‘침공’으로 표현하며 반이민 혐오 조장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최근 부인상을 당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하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그는 연설에서 “내 아내는 두 달 전 로절린 카터(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정말 아름다웠고 지미 카터도 거기 있었다”며 “나는 속으로 지미 카터는 지금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는 조 바이든에 비하면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을 테니까”라고 말해 99세의 나이로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인도 혈통을 다시 건드리며 ‘인종주의 공격’을 재개했다. 그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지난 밤 니키 ‘님라다(Nimrada)’ 헤일리의 정신 나간 연설을 들은 사람이라면, 그녀가 아이오와 프라이머리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CNN은 인도계 이민자인 헤일리 전 대사의 결혼하기 이전 이름은 니마라타(Nimarata) 니키 란드하와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를 공격하며, 그녀의 이름을 ‘나마라타’도 아닌 ‘님라다’로 잘못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를 경계해 최근 여러 차례 인도계 출생 배경을 거론하며 음모론에 기운 자격 시비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헤일리 전 대사가 헌법상 미국의 정·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음모론 사이트 ‘게이트웨이 펀딧’의 주장을 트루스소셜 계정에 퍼날랐다.
미국 헌법 상 태어날 때부터 시민권자여야 대통령 출마 자격이 주어지는데 헤일리 전 대사 출생 당시 부모가 미국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근거없는 주장이다. 미국은 국적 문제에 있어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출생한 헤일리 전 대사는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태어날 때부터 시민권자다.
CNN은 “이같은 공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 쏟아냈던 인종주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출생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이후에는 그의 가운데 이름이 ‘후세인’이라고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고 전했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