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를 맞아 흐드러진 꽃잎처럼 들뜬 여심과 입대를 앞둔
작은 녀석의 초조함을 달래주려고 4일 오후 집을 나섰다.
전에는 콘도를 자주 이용하곤 했는데 예약한 것도 없을뿐더러
딱히 가보고 싶은 목적지도 없었다. 그러나 마라톤의 즐거움과
개띠 마라톤클럽 친구들의 끈끈한 정서를 아직 잘 이해치 못하는
거들 짝에게 살아있는 개띠들의 전설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바다와 회와 소주가 있는 청룡의 나와바리로 핸들을 꺾게 되었다.
나와 20년 넘게 살아온 여인은 봄을 유난히 많이 탄다.
따뜻한 햇살아래 활짝 핀 벚꽃과 개나리, 백목련이 필 때면
터질 것만 같은 감성의 가녀린 소녀가 되어 시를 읊기도 하고
이유 없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백목련이 지기 전에 한번쯤 여행을 떠나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과 술이 바쁘다는 핑계로 봄의 여심을 달래주지 못하면
마라톤의 내조를 제대로 받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점수
확보 차원의 계산이 깔려있는 행보이기도 하다.
내가 잘해야 봄이 편해지고 달리기도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는 차들이 많았다.
휴게소에 만개한 꽃들과 봄놀이 떠나는 많은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빈곤이 없는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착각을 해보기도 한다.
전군구간 주로 주변의 벚꽃나무들은 남쪽 지방임에도 차가운 해풍의
영향인지 아직은 활짝 피지 않았다.
월령공원에는 벚꽃축제 기간이라서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직은 활짝 피지
않았기 때문인지 꽃을 구경하는 사람보다는 장사꾼들과 포장마차 안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뿐이었다.
군산에서 청룡을 만나지 않고 어찌 그냥 갈수 있을까?
월령공원에서 청룡의 소리통에 소리를 보내고
11일 대회를 앞두고 연습중인 청룡을 은파유원지에서 만났다.
달려오는 청룡을 보고 있던 나의 여인은 저 사람이 청룡일거라고 말을 한다.
일면식도 없는 나였지만 마라토너로 달련되고 잘빠진 몸매와 인정 많게
생긴 얼굴이 100% 청룡으로 다가온다.
청룡!
반갑게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파 유원지 조깅코스는 청룡이 군산시장에게 건의해서
우래탄으로 시공을 했단다.
청룡의 마라톤 열정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부드러운 촉감이 뇌까지 전해오는 우래탄 코스에서 호수의 맑은 공기를
마셔가며 달리는 청룡의 모습은 상상만 해봐도 쥑이지?
닉이 청룡인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에서 태어나 항구도시에서 살면서 매일 호숫가를 달리는 사나이!
정녕 그대는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닉이 궁합에 꼭 맞는 청룡견이라고....
비응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호남에서 가장유명하다는
청룡의 어부인도 동승을 했다.
청룡친구도 잘 생겼지만 처녀 때는 청룡의 마음을 후려 놓고 남을
아직도 미소녀같은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우리부부들은 이 세상에 한날 동시 창조된 친구와 커플처럼
다정다감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진한 정을 나누었다.
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모임을 만든 쥔장! 참 나쁜넘
(너무 좋아서 역설적인 표현)이라고 생각을 했다.
무슨 조화로 모두가 이렇게 끈끈한 우정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가?
이제까지 이런 경험은커녕 상상도 못해본 일들이로다.
아무튼 전국을 넘어 멀리 전 세계에 퍼져있는 견 친구들아!
청룡과 바커스는 비응도에서 쭈꾸미, 농어, 조개, 개불, 도다리로
두꺼비를 잡고 2차로 호프집에서 말톤 이야기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며 살맛나는 새 문화를 역어가고 있었다.
청룡은 화술도 달인이었다.
쉽게 개띠 마라톤에 접근하지 못하던 나의 여인이 11일 전군대회에
청룡부부의 포로가 되어 자봉요원으로 약속을 하는 언변을 보여줬다.
청룡 ! 친구덕에 나의 여인도 마음은 견 클럽에 준준회원 상태라네.
청룡부부의 후덕함에 진하게 느껴지는 감동을 안고 하룻밤을
군산에서 거하고 친구와 점점 멀어짐을 아쉬워하며 대천을
경유하여 대전에 도착하였다.
첫댓글 진짜 나뿐넘들이네.쭈꾸미,농어,조개,개불,도다리를 어찌 내 생각도 한번 안하고 걍 다 먹고 마셨는고?
일필문구에 담긴 정경과 정감에 와~~~환장하겄다. 뺑 돈다. 58개띠 달랑 하나만으로 그리 돈독할수 있다니...나도 그럴수 있을까? 흔쾌한 자답을 못 내린다. 그리고 청룡.바커스 보고잡다.
조~~카 속 은 괜찬아 나 도 그 날 망가졌어.전화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