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흘렀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변곡점인 12·12사태가 벌어진 게 1979년 오늘(12일)이다.
10·26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자 권력은 순식간에 진공 상태가 됐다. 그 중심을 향해 진군한 게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필두로 한 ‘신군부’였다. 다음 해 9월 1일 전두환 장군은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불과 311일 만이다.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몰락은 처절했다. 전 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이자 평생지기인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백담사로 보내졌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두 사람을 ‘단죄’했다. 두 사람에겐 ‘반란’ ‘내란’ ‘비리’의 굴레가 씌워졌다.
권력의 급격한 팽창과 수축은 다양한 인간 군상(群像)을 낳았다. 끈끈함 못지않게 날카로운 배신의 얼굴도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 지금은 70∼80대로 은퇴한 상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희2동과 연희1동의 판이한 일상=신군부는 12·12는 “10·26의 마무리였고 구국을 위한 결단”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97년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엔 “훗날 역사가 알아줄 것”이라며 움츠러든 상태다. 언론과의 접촉도 극도로 피하고 있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들 갈 길이 바쁠 텐데 지나간 얘기를 들어봐야 뭐 하겠느냐”라고만 말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20년 만인 지난해 2월 말 이례적으로 “그동안 5공의 진실과 업적, 명예가 치명상을 입고 개인적으로 절망과 상처도 깊었지만 모든 과정이 평화적 정권 이양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공개 발언한 일이 있다. 이런 가운데 ‘연희2동’(전 전 대통령)과 ‘연희1동’(노 전 대통령)이 전혀 다른 일상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10여 년째 한학 공부를 하는 전 전 대통령은 근래 비서진에게 ‘덕불고 필유린(德不孤必有隣·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다)’이란 논어의 구절을 자주 말한다고 한다. 실제 연희2동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왕래한다. 정치권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부채꼴 모양의 인간 관계”라고 전했다. 매주 한 차례 측근들과 식사하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12·12 때 핵심 측근인 장세동(육사 16기)·허화평·허삼수·김진영(이상 17기)·이학봉(18기) 전 장군들도 왕래한다. 이 중 허삼수 전 청와대 사정수석은 전 전 대통령이 찾아가 만나는 경우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격의 없이 말하는 편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방문했을 때 “백담사에서 2년을 수도했고 그다음 교도소에 가서 2년을 수도했더니 웬만한 스님보다 내가 수도가 잘 됐다”고 농담한 일이 있다. 가끔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라운드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후려치는 스타일이라 장타 아니면 오비(OB·코스 밖으로 나가는 것)”라고 전했다. 78세인 나이 탓에 등산은 거의 안 한다.
77세의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고 투병 중이다. 지방으로 요양을 떠나거나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 한때 위독설이 돌기도 했다. 측근들은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을 못 하신다”고 전한다. 그래선지 왕래가 드물어 연희1동은 조용한 편이라고 한다. 90년대 일을 겪으며 연희2동과 연희1동 간 교류도 끊겼다.
◆재판 결과 기다리는 권정달=대부분은 조용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호용 전 의원은 헬스로 건강을 다지고 김진영 전 육참총장은 장로로서 독실한 신앙인의 삶을 사는 식이다. 허화평 전 의원과 안현태 전 경호실장 등 17기들은 가끔 함께 모여 골프를 친다.
12·12 때 육군본부 점령을 주도했던 박희도 전 대장만은 여전히 활발히 움직이는 편이다. 그는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이란 모임을 이끌며 “광주 5·18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재조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권정달 전 의원은 지난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올 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한다. 그는 신군부에서 ‘내놓은 사람’이다. 12·12의 주역이 아니었는데도 권력 핵심부에 진입했다가 가장 먼저 등을 돌린 사람이란 인식 때문이다. 그가 “12·12 때 집권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진술한 게 신군부 측이 유죄 선고를 받게 된 결정적인 증언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자유총연맹 총재를 지냈다.
◆앞서 간 이들도=신군부에 맞선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의 근래 건강은 좋지 못하다. 지난해 8월 폐암 수술을 받고 현재 요양 중이다. 장 전 장군은 평소 “나는 전두환 편보다는 배신자들을 더 증오한다. 정병주·김진기 외엔 전부 배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거명한 정병주·김진기 전 장군 모두 세상을 떠났다. 정병주 당시 특전사령관은 12·12 때 강제전역을 당했고 89년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진기 당시 육본 헌병감도 2006년 지병으로 숨졌다.
12·12 때 강제 연행당한 정승화 당시 육참 총장은 2002년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란 자서전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나는 어제도 군인이었고, 오늘도, 내일도 군인일 따름”이라고 썼다.
신군부 측에선 97년 재판 과정에서 유학성 전 대장이 숨졌다. 그는 “억울하지만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첫댓글 5.18 은 가공된 역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