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박남식
살아오면서 늘 그리움처럼 가슴에 맴도는 말
너무 용쓰지 말고 되는대로 살거라
봄에는 누워있어도 차밭에서 만납시더.
내게도 고백하고 싶었던 진심 하나
무어든 일 등 하려 애쓴 적이 없었네
느림보 거북이처럼 뚜벅거리며 차만 축냈지.
2024년 여름
박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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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반야로차를 마시다/ 박남식
어김없는 계절도
그냥 오는 건 아니다
작은 잔 어루만지며
넓은 세상 품으라니
삼매로 한껏 부빈 차
당도할 줄 아셨을까.
환히 웃는 시인은
머리만 백발이다
깊은 곳 푸른 혈기
찻잔에 삭히니
맛이야 든 듯 만 듯이
향기마저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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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할미/ 박남식
사방 트인 작은 동산 쇠고삐 꼭 쥐소
긴 날을 소 먹이며 사색을 하던 아이
당산의 작은 집 하나 신전으로 품었다.
성전의 장막처럼 당산나무 드리우고
찬 바람도 끄떡없이 당당한 그 당집
꼿꼿한 정령의 꽃대 가슴 깊이 세웠다.
어릴 땐 늘 두려워 돌아가던 서낭당 길
이순도 한참 넘어 기어이 발길 닿은
당집의 할미 초상은 어째서 날 닮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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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맛은 어쩌나!/ 박남식
무르익은 가을이 찻상에 들어앉았다
소리 없이 차 마시는 자매의 속셈이 궁금하다
저 먼저 색향에 취하면 묘한 맛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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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박남식 시조집/ 시인과 반야로차를 마시다/ 책만드는집/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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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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