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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9회 ::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방송일: 2005.05.03.
극본 : 박 해 영
씬1/ 몽타주
타이틀 :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흐르면서
화려한 외국 그림 위주로
유명 헐리우드 배우 모습,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 쇼 모습,
유명 사업가들의 모습,
그리고 유명 여배우의 입에서 나오는 성우의 목소리
미자 (NA) ... 처음 일을 시작할 땐, 누구나 주인공을 꿈꾼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꺼라 생각한다. 최고의
배우, 최고의 디자이너, 최고의 사업가, ... 그리고 최고의 성우. ... 그러나 백명중에 최고는 한명뿐이고...
씬2/ 녹음실A / 대기실 (D)
미자 (NA) 아흔 아홉은...
아무 의욕 없는 멍한 미자 얼굴로 넘어와
남자 (OFF) 최미자씨!
미자 (약간 놀라, 일어나며) 네!
씬3/ 녹음실A (D)
녹음 상황.
SE) 노말한 ‘따르릉’ 소리 한번 난 후
미자 이건 또 언년 전화야?? (꽥) 여보~~!!
남자 다시 한번 갑시다. 들으면 쭈!뼛 서게.
SE) 노말한 ‘따르릉’ 소리 난 후
미자 이건 또 언년 전화야?? (꽥) 여보~!!
#핸드폰 컷. 따르릉 소리 난 후,
미자 (E, 벨소리) 이건 또 언년 전화야?? 여보~!!
미자 (NA) 백중에 아흔 아홉은 이렇게 산다.
씬4/ 몽타주
#녹음실A (D)
회상 느낌으로 의상 바꿔서
미자 (대본 보며, 다다다) 백기 올려 청기 올려 백기 올리지 말고 청기 내려 청기 올리고 백기 올리지마 백기 그대로
청기 올려...
#거리 일각(D) - ENG
청기백기 오락기에서 미자의 목소리가 나오고,
사람들 버벅대며 따라한다.
#녹음실A (D)
역시 회상 느낌으로 의상 바꿔서
미자 (대본 보며, 유아틱한 목소리로) 때려봐! 때려봐! (맞았다) 아야! 우씨! 죽을래?
이건 뭔가 싶은데,
#거리 일각(D) - ENG
두더지 기계에서 나오는 미자의 목소리.
사람들 허둥지둥대며 신나서 내려치고.
그 옆으로 오늘의 미자가 뚱하니 걸어가는.
미자 (NA) ... 누군들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
씬5/ 일반 가게 (D) - ENG
미자, 계산대 앞에서 카드 주고 물건 챙기고
여자, 카드를 긁는데
미자 (NA) 벨소리나 오락기 녹음은 그나마 양반이다.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미자 (NA) 이젠 사람들이 내 목소리만 듣고도 짜증을 낸다.
여자 (스피커 폰 누르며) 여보세요?
미자 (F, 음악 깔리면서) 월 10만원에 콘도 이용권도 받으시고~
여자 에이씨! (짜증내며 끊는)
미자 (NA, 켕기는 표정) 저 스팸 전화 목소리가 바로... 나다.
여자 (궁시렁) 돈 벌어먹을 짓이 그렇게 없나...
미자 (그 말에 욱!하고) 미안하네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홱 가는)
여자 (뭐래? 싶은)
씬6/ 미자방 (N)
어두운 방. 비디오(러브 스토리)만 켜져있고.
미자, 뚱하니 돌아가는 비디오만 본다.
미자 (NA)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돈을 버는지. 꼭 이렇게 벌어야만 하는지. ... 난
주인공을 꿈꿨었다.
<INS : 영화, 러브 스토리>
미자 (NA) 아름다운 영화 속의 주인공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입히고 싶었다.
병상의 여자 주인공 모습에 미자 목소리로 더빙
미자 (E, 너무 밝거나 너무 신파적이라 깨는 목소리로)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에요.
찌익! 테잎 말린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민망하고 허무한 미자의 표정에서.
씬7/ 마당 (N)
평상 위에 나란히 올라앉아
쓸쓸히 달을 보는 부록과 미자.
부록 일하기 싫으면 하지 마. 출근하기 싫으면 하지 마. 하루 빠진다고 큰일 안 나.
미자 (보며) ... 아빠, 난 일당 받잖아.
부록 (미자 보다가 외면하며) ... 나가야겠구나. 일당... 무서운 말이지...
두 사람, 쓸쓸하게 달만 본다.
씬8/ 부록방 (N)
우현, 타자기 드륵드륵 치는데,
부록, 대짜로 뻗어서 멍하니 천장만 보다가
부록 별로 아프지 않으면서, 딱 한달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만한 병, 혹시 아나?
우현 (갸웃하다가) 꾀...병?
부록 (끄응 돌아눕는)
우현 ... 왜요?
부록 ... 회사 가기 싫다.
우현 (부러운 듯 멍하니 천장보며) 나도 회사 가기 싫다는 말 한번 해보고 싶다. 되게 멋져 보여요. 공주님이
진수성찬 앞에 놓고 ‘아 입맛 없어...’ 하는 거처럼 되게 안 와 닿는데 되게 근사하게 들려요.
부록 뭔 말인지... (돌아누우며 다시 자기 얘기) 어려선 학교 가기가 그렇게 싫더니, 이젠 회사 가기가 이렇게
싫으니...
우현 학교 가기 싫은 거랑 똑같애요? (회상에 잠기며) 학교는 진짜 가기 싫었는데...
하면서 회상으로 넘어간다.
씬9/ 우현방 (D) - SET (회상)
우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고,
머리맡엔 중학교 교복과 가방이 있다.
우현 (NA/ 무겁지 않게) 아직 도장을 받지 못한 성적표, 아직 외우지 못한 영어발음기호, 하루라도 고민이 없던
날이 없었다. 정말 학교 가는 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아침이면 이불 속에서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하고
수없이 바랬다. 그러나...
할머니 (문 드륵 여는 소리와 함께) 학교 안 가냐??
그 소리에 우현, 이불을 젖히며
누런 내복차림으로 벌떡 일어나
우현 (NA)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말 신고 교복 입는데 울상이다.
씬10/ 교실 (D) - ENG (회상)
선생님(여자) 앞에서 수업 중인데,
우현, 중간 정도에 앉은.
우현 (NA) 영어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얼른 집에 가야했다.
우현, 슬쩍 책상에 엎드린다.
우현 (NA) 이렇게 엎드려 있다가 선생님이 와서, ‘(다정하게) 왜 그러니? 어디 아프니?’ 그러면 콜록콜록 몇 번
기침 해주고, ‘(다정하게) 아프면 집에 가라’, 그러면... (잠드는 것처럼 말이 스르륵 끊기는)
교실 내가 조용하다.
선생님, 가만히 엎드려 있는 우현 옆에 서 있는데.
선생님, 이상해서 우현에게 귀를 갖다댄다.
우현이 코고는 소리 들린다.
선생 (책을 우현의 머리에 쾅! 내려치며) 자냐? 응? 이젠 아예 엎드려 자냐? 응?
놀라서 침 닦으며 게슴츠레 눈뜨는 우현.
씬11/ 부록방 (D)
부록,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고,
머리맡엔 양복과 서류가방이 있다.
부록 (NA) 아직 도장을 받지 못한 계약서, 아직 다 읽지 못한 원고... 하루라도 고민이 없는 날이 없다. 정말
회사 가는 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영옥 (문 드륵 여는 소리와 함께) 회사 안 가냐?
그 소리에 부록, 이불을 젖히며
속옷 차림으로 벌떡 일어나
양말 신는데 울상이다.
씬12/ 부록의 회사 (D) - ENG
#부록, 고개 빼고 안절부절해서 보며
부록 (NA) 사장이 오기 전에, 얼른 가야 한다.
#부록, 기회를 보다가 직원들이 가까이 오자
갑자기 쓰러지는 척 연기를 하는데 영 어설프다.
쓰러지는 걸로 보이지도 않는다.
직원 뭐하세요?
부록 응?
직원 (키득거리며 가는)
부록 (혼잣말) 혼..절... 이라고나 할까?
씬/ 방송국 외경 (D)
씬13/ 방송국 / 회의실 (D)
미자 원준 영진, 있는.
원준 성인 게임 녹음 들어왔는데, 너 할래? 월 백은 보장되는 거야.
미자 (그렇게 좋은 걸) 선배가 하지 왜?
원준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하냐?
미자 ... (빤히 보다가) 웃긴다. 그럼 나는 해두 되구?
원준 (무안) 그냥... 생각 있으면 하라는 거지. 소개시켜줘도 난리야.
미자 (기분이 좀 나쁘다)
영진 야, 나한테 넘겨.
원준 연봉도 탑이면서 후배 일을 탐내냐.
영진 내가 왜 탑인데? (미자 표정 위로, OFF) 이것저것 안 가려서 탑이다 임마. 배들이 불렀지.
씬14/ 방송국 / 휴게실 (D)
원준과 미자 있다.
미자 (뚱한데)
원준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마. 생각해서 너한테 소개시켜준 거야. 요즘 모바일 서비스 일 독점하면 월 백은 우습게
들어오니까. (머쓱) 성인 게임인데, 나 알잖아. 성인물 잘 안되는 거. 민지도 소개시켜달랬는데...
미자 하지 뭐... 고마워요...
원준 정 내키지 않으면 하지 말고.
미자 아냐. 고마워요. 생각해줘서.
그때 현우 지나가다가 보는.
현우 여기서 뭐해요?
미자 (밝게) 아녜요. 연습 들어가야죠?
미자와 원준 가버리면,
현우, 무슨 일 있나 싶은 표정.
씬/ 녹음실 외경 (D)
씬15/ 녹음실B (D)
미자, 대본 들고 마이크대 대고 녹음 중.
미자 (섹시한 하이톤) 오~ 고에요~
감독 컷. 그게 아니고, (낮고 죽어가는 야한 톤-김영진씨 시범 참조) 오~ 고야~ 으~ 따닥이에요~ 아~ 좋아~
좋아~
미자, 얼굴이 벌개진다.
미자 (E) 주제 없는 것들. 고스톱에 이런 섹시 코드가 어울리기나 하냐? 나 이래뵈두 공중파 물먹은 성우야. 어디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감독 (OL) 자 다시 갑니다. 큐!
미자 (바로 자존심 접고 시범 보여준 대로) 오~ 고~ (꾹 참고, 더 야하게) 아~ 따닥이에요~ 어쩜 좋아~ 아~
땀 나~
씬16/ 녹음실B / 대기실 (D)
황당하고 뚱한 미자의 표정 컷.
감독 멀뚱멀뚱 앞에 서 있고.
감독 계좌번호 기억 못해요?
미자 성우... 처음 쓰시나봐요?
감독 예?
미자 성우는 원래 그 자리에서 일 끝나면 바로 주는 직불제에요.
감독 요즘에 직불이 어딨어요? 막노동판도 다 월말 결제구만.
미자 (NA) 막노동판..까지 나왔다.
미자 (메모지에 계좌번호 쓰며, 뚱하게) 다음에 성우 쓰실 일 있으면 직불인 거 알아두세요. (메모지 주며) 내일까지
입금해주세요. (가는)
씬17/ 거리 일각 (D) - ENG
미자, 자괴감에 빠져 우울하게 걷는데,
현우, 뒤에서 뛰어와
현우 이제 끝났어요?
미자 깜짝이야. 나, 기다렸어요?
현우 미자씨 기분도 안 좋은 거 같아서 같이 놀라구요. 윤아씨하고 지영씨도 불렀는데, 괜찮죠?
미자 뭐...
현우 일곱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잠깐 드라이브나 갈까요? 차 타고 한 30분 나가면... (계속 떠드는데)
미자 (NA) 내 남자친구는 내가 성우다운 성우이길 바라겠지? 내가 지금 어떤 녹음을 하고 왔는지 알면... (현우를
바라보는데 쓸쓸하다)
씬/ 카페 외경 (N)
씬18/ 카페 (N)
현우 미자 지영 윤아, 있는데,
미자 혼자 많이 취했다.
미자 난 프로야! 절대 아마추어가 아냐! 때문에! 프로이기 때문에 뭐든 다~~ 할 수 있어.
윤아 (물잔 입에 대주며) 그래, 다해, 다. 물 좀 마셔!
미자 (뿌리치며) 하지만!!
윤아 (그 바람에 물이 튀고. 으차!)
미자 뭐든 다 해선 안돼! 왜냐? 프로이기 때문에! 프로이기 때문에 아무거나 막 해선 안돼! (계속 떠드는)
현우 (그런 미자를 보기만 하는데)
지영 (눈치없이 현우에게) 미자 또 갈궜죠?
현우 (그 말이 걸리고, 지영을 노려보는)
지영 (딴청) 누가 갈궜지?
미자 나, 최미자, 나! 니들 친구, 지피디님 애인 최미자! 프로야. 당당한 프로야. 그니까 나가서 나 땜에 창피해
하지 않아도 돼!
그런 미자를 보는 현우.
씬19/ 대문 앞 (N)
현우, 취한 미자를 들여보내고
현우 (안절부절) 조심, 조심해요.
미자 안녕히 가세요~ (들어가려는데)
현우 (잡고) ... 미자씨...
미자 (비틀거리며 보는)
현우 난 항상 미자씨 편이에요...
미자, 비틀거리며 들어가고,
현우, 말없이 바라본다.
씬20/ 거실 (N)
할머니 셋, 고스톱 치고 있는데,
미자,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영옥 저거저거 또 술 마셨어 또. 말만한 년이 꺼뜻하면~
미자 (주저앉아, 녹음실에서 했던 것처럼 야하게) 오~ 쓰리고~ 아~ 난 몰라~
영옥 어멈! 이건 또 뭐하는 짓이래?
미자 (더 야하게) 원 고~ 오~ 투 고~ 어쩜 좋아~
할셋 (황당!)
혜옥 (기겁해) 얘가 시집을 못 가더니... 어머어머.
미자 (누우며) 좋아~ 한번 더~ 좋아~
할셋, 부록과 우현 들을까봐 기겁해서
미자의 입을 틀어막는.
#대문 앞.
현우, 베란다 창으로 그런 미자를 보고.
씬/ 집 외경 (D)
씬21/ 주방 (D)
미자, 꾸역꾸역 밥을 먹는데,
할머니 셋, 물 따라주는 척 일하는 척 하면서
슬금슬금 미자를 살핀다.
미자 (쳐다도 안보고) 그만 봐요.
영숙 (뜸들이다가) 너 어제...
미자 (OL) 몰라요. 기억 안나요.
영옥 (그런 미자를 보다가, 툭)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비워놔. 청파동 고모할머니한테 선 자리 부탁해 놨으니까 그런
줄 알고,
미자, 그 말에 먹다말고
쿵쾅거리며 나가버리고
영옥 (크게) 나가서 점심 먹는 건 줄 알어!!
혜옥 그럼 미스터 김하고 지피디는?
영옥 아 그 놈들이 맥 놓고 있으니까 저게 저렇게 된 거 아냐. (일하며) 에이, 썩을놈들.
씬22/ 거리 일각1 (D) - ENG
#미자, 표정은 뚱하나 발걸음은 당찬.
미자 (NA)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어느날 담임선생님이 내게 꿈이 뭐냐고 물으시더니, 그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시면서, 내 귀에 대고 비밀스럽게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잊지만 않으면 된다고. 내 꿈이 뭔지
잊지만 않으면... 난 웃으면서 그랬었다. 우리 아빤 대통령이 꿈이셨다는데요. 선생님은 아빠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하셨다.
혹시 그 꿈을 잊고 사시진 않으셨는지.
#버스 정류장 정도
미자 (NA) ... 잊지만 않으면 된다. 잊지만 않으면 그 근처에는 머무르게 된다고 했다. 난 돈을 많이 버는 게
꿈이 아니고, 여주인공의 목소리를 입히는 게 꿈이었다. 그 꿈에 가까이 가는 일만 하자. 잊지 말자, 내 꿈이 뭐였는지.
카메라에서 프레임 아웃되며 사라지는.
씬23/ 부록방 (D)
부록, 웅크리고 누워있는 모습에
부록 어제는 사장이 출근을 안 해 위기는 모면했다만 오늘은... 오늘은 또 어쩐다... (웅크린 모습에서)
씬24/ 우현방 (N에서 D까지) - (회상)
우현, 영어책 펴놓고 외우고,
몰래 성적표 보며 가슴 졸이는 표정에
우현 (NA) 아직도 영어발음 기혼 헷갈리고, 아직도 성적표엔 도장을 받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았다.
우현, 아픈 듯 멍하니 누워있는 모습에
우현 (NA) 내가 이러다 지레 죽지 싶었다. 마음이 병드니 정말 몸도 아파 오기 시작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아침으로 디졸브
노파 (누워있는 우현의 이마를 짚어보곤, 일어나며) 약국 문 열었을래나...
우현 (다 죽어가는) 할머니... 나 학교는...?
노파 그래서 학굘 어떻게 가? (나가는)
우현 (그 말에 미소가 번지는)
우현 (NA) 그 순간, 정말 씻은 듯이 병이 낫는 거 같았다.
씬25/ 부록방 (D)
영옥, 누워있는 부록의 이마를 짚어본다.
영옥 며칠동안 먹는 것도 시원치 않고 안색도 안 좋더니...
부록 (일어나는)
영옥 누워있어. 왜 일어나?
부록 (다 죽어 가는) 회사는 가야...
영옥 이래갖고 회사 가서 뭘 한다구. 누워!
컷 튀면
씬26/ 거실 + 부록방 (D)
#거실. 전화하는 영옥.
영옥 여보세요? 거기 출판사죠? 저기 저는 최부록 부장 애미 되는 사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애가 몸이 안
좋아서요...
#부록방.
누워있는 부록. 옆에 있는 우현.
영옥 (OFF) 며칠 푹 셔야 날 것 같아서요... 예... 예...
그 말에 부록의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그런 부록을 보며 같이 미소 번지는 우현.
부록, 뒤늦게 우현의 시선을 느끼고 팽! 하니 돌아눕는.
씬27/ 우현방(회상) + 부록방 (D)
#우현방.
혼자 삼각 구슬치기하며
신나게 노는 우현.
우현 (NA) 아프다고 했으니 대놓고 밖에서 뛰어 놀 순 없었다.
그때 노파가 문을 확 열고 들어오자
우현, 얼른 누워 이불 뒤집어쓰고는
앓는 소리내는.
#부록방.
부록, 누워서 다리 떨며 잡지 보다가
문이 확 열리자 놀라서 얼른 드러눕는데,
우현 (비실비실) 괜찮아요. 전 다 알아요.
부록 ??
씬/ 거리 외경 (D)
씬28/ 녹음실B (D)
미자, 대본을 보는데 얼굴이 굳어있다.
감독 자 들어갑니다. 큐!
미자 (대본만 보고 가만 있는다)
감독 (??) 자, 들어갑니다. 큐!
미자 (고개 들고) 얘기 좀 하죠.
씬29/ 녹음실B / 대기실 (D)
감독, 의자에 앉아있고,
미자, 그 앞에 대본 들고 서 있다.
미자 (덤덤) 대본이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네요.
감독 원래 게임할 땐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에요.
미자 따고 고!하는데도 욕인데요?
감독 좋으니까. 좋으면 욕 나오는 거 모르나?
미자 (덤덤하게) 이런 대본은 적어도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거 아니었나 싶네요.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정상적인
여자한테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인 대본을 던져주면서, 바로 슛 들어가는 건 실수하신 거라고 봐요.
감독 (황당) 아니, 성우한테까지 대본 검수 받나?
미자 (서서히 터진다) 성우는 대본 읽는 기계가 아녜요. 의도가 뭔지 주제가 뭔지, 꼭 욕설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 적어도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면 이렇게까지 황당하진 않겠어요.
감독 돈버는 일에 주제가 어딨고 의도가 어딨어요?
미자 (확 터진다) 난 돈 준다고 아무거나 다 하진 않아요!! 내가 아무리 이런 허접스런 녹음실 드나들면서 이따위 꺼
녹음한다고 해도, 내가 넘지 말하야 할 선이 있고, 내 자존심이 있고, 내 꿈이 있어요!
감독 (서슬에 놀라고)
미자 돈 몇푼 챙기고 싶어서 (대본 던지며) 이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밤새 머리 쥐어뜯으며 그딴 일을
왜했을까... 그딴 일을 왜 했을까... 더는 자학 못하겠다고. 돈만 챙기면 당신은 뭐든 다~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난
못 해! 안 해! 나한테도 꿈이 있어! 꿈! 알어?
미자, 기로써 감독과 스텝을 누르는 분위긴데,
스텝의 핸드폰이 따르릉 한번 울리고 난 뒤.
미자 (F, 벨소리) 이건 또 언년 전화야?? 여보~~!!
감독 (별 거 다하네 뭐, 그런 표정)
얼굴에 빗금 가는 미자.
씬30/ 거리 일각 (D) - ENG
미자, 벽에 머리를 쿵... 쿵... 박고 서 있다.
현우, 오다가 그런 미자를 보고 달려와
현우 뭐하는 거에요?
미자 괴로워하는 중이에요.
현우 ... 왜요?
미자 괴로워서요. 너무 괴로워서...
미자, 계속 쿵쿵 박는데,
현우, 그 벽 위치에 손을 넣는다.
아플 꺼라는 생각에. 그만 하라는 뜻으로.
미자 (생각 없이 박았다가 푹신함에 현우의 손임을 알고) 아프겠다...
현우 ...
그때 울리는 미자의 핸드폰 소리.
미자 여보세요. (조금 있다가 전화 받으면서 큭큭큭)
현우 ... 누군대요?
미자 크크크... 내가 녹음한 스팸 전화, 나한테 왔어요.
현우 ??
미자 (전화기에 대고) 야! 최미자 너 그렇게 살지 마! 이딴 거 하니까 좋냐? 좋아? 하지마! 바보 등신! 하지마
이딴 거! (전화 끊고 코 훅! 들이키는) 이젠 안하겠죠?
현우 (표정)
씬31/ 거리 일각2 (D) - ENG
(부록의 현재와 우현의 회상 교차)
#현재. 부록과 우현, 한손엔 장 본 봉지 하나씩 들고
한손엔 핫도그 먹으면서 신나서 오다가
우현 오랜만에 기원에 들러서 한판 하까요?
부록 (땡기는) 시간도 남는데, 그러까?
하는데 마주오던 사장을 본다! 떠덩!
사장, 부록을 보고 응? 최부장? 하는 느낌인데,
부록 (헉! 홱 돌아서) 아프다고 했는데!!
#회상. 뽑기장수 앞에서 쪼그려 앉아
심각하게 별모양 뽑기 따고 있다.
이때 마주오던 선생을 보고 떠덩!
선생도 우현을 보고 잉? 저놈이? 하는 분위기다!
우현, 벌떡 일어나 도망치는데,
선생 (쫓아가며) 너 거기 안 서??
#현재. 부록, 필사적으로 도망간다.
골목을 돌아 도망가고, 도망가고.
뒤돌아보며 도망가다가 막다른 벽에 부딪히기까지.
주루룩 미끄러져 내리는 부록.
#회상. 우현, 필사적으로 도망가다가
다리를 접질러 발목 잡고 아파 어쩔 줄 모르는데,
#현재. 부록, 벽에 쓰러진 와중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한손으로 자신의 고개를
사장의 반대방향쪽으로 떨구어놓는데,
사장, 달려와 부록의 얼굴을 바로 잡고선 본다.
사장 아니 최부장! 아프다며...
부록 (눈 안 뜬다)
사장 (카메라 보며) 최부장!
선생 (카메라 보며) 아프다는 놈이 개구리 잡으면서 놀고 있어? 너 뭐가 될라고 그러니? 뭐가? 응? 그렇게 학교
나오기 싫어서 뭐가 될라고 그래? 내일 또 안 나오면, 그땐 알아서 해 진짜!!
씬32/ 우현방 (D) - (회상)
우현, 전날 다리를 접질러서 쩔뚝이는.
쩔뚝이며 교복을 갈아입고 가방을 매고
아주 불쌍하게 쩔뚝이며 나가는.
우현 (NA, 불쌍한) 이것이 학교 가기 싫어하던 내 꾀병의 말로였다...
씬33/ 공원 일각 (N) - ENG
공원풍경 훑다가...
현우와 미자, 벤치나 잔디밭 정도에 앉아있다.
뒤 배경의 하늘에 별(CG)이 많이 떠 있고.
미자 (하늘 보며, 차분하게) 난... 주인공이 하고 싶었어요. 꼭...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주인공 근처에 있는
사람은 할 줄 알았어요. 근데... (피식... 웃고 만다)
현우 (보다가)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비디오가 뭔줄 아세요?
미자 ??
현우 숭구리당당 어린이 만화에요.
미자 !!
현우 거기 나오는 삐돌이 목소리가 미자씨 목소리잖아요. 거기서 삐돌인 두 마디 밖에 안해요. ‘치! 몰라. 나
삐졌어.’ ... 보면서 매일 따라해요. ‘치! 몰라. 나 삐졌어’
미자 ...!!
현우 기분이 나쁘면 우리 동네 신호등 앞에 가서 서 있어요. 그럼 미자씨가 ‘파란불입니다. 건너세요’ 그러거든요.
미자 ...!!
현우 기분이 많이 나쁘면 두더지 게임해요. 때릴 때마다 미자씨가 ‘아야! 이씨! 죽을래?’ ... 그래요.
미자 ...!!
현우 같이 있지 않아도 미자씨 목소리 들을 수 있고, 같이 있지 않아도 미자씨한테 위로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미자씨가 하는 일... 나한텐 다 즐겁고 고마운 것들이에요.
미자, 감동한 듯 현우를 보다가...
미자 (툭) 내가 언제 (무미건조) ‘아야 이씨 죽을래’ 그래요? (리얼하게) ‘아야! 이씨! 죽을래?’ 그러죠.
그러다 피식 웃는 미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두 사람, 마주 보고 슬며시 웃는다.
다시 공원풍경 훑으면서 음악 깔리다가.
씬/ 원룸 외경 (N)
씬34/ 남자원룸 (N)
어두운 방.
자던 정민, 핸드폰 벨소리에 부스스 해서
정민 이 시간에 전화하는 종자들은 어떤 종자들이야 진짜... (모르는 번호다) 누구야...? (받을까 말까 하다가,
귀찮은) 여보세요?
미자 (F, 심각한 낮은 목소리) ... 나에요.
정민 (정신이 번쩍 든다. 일어나고) ... 미자씨? ... 왠일이야?
미자 (F) ... 할말이 있어서요.
정민 ... 뭔..데?
미자 (F)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어요.
정민 ... 뭔..데?
미자 (F) ... 사랑해요.
정민 .......................................!!
그런데... 잠시 후 들리는 소리.
미자 (F) 저와 통화를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정민 (??, 1번을 누른다)
미자 (F, 밝게 하이톤으로) 안녕하세요~ 빠른 대출 서비스! 빨라빨라 론서비스!
너무나 황당한 정민의 얼굴 위로.
미자 (F) 담보 보증인 없이 최고 천만원까지 당일 대출됩니다...
씬35/ 남자원룸 (N)
주방. 정민, 등지고 서서 창밖을 보고 있다.
신숭생숭해서 잠이 안 온다.
화장실에서 부스스해서 나오던 동직,
동직 안 자구 뭐해?
정민 (가만있다)
동직 (왜 저러나 싶은)
<시간경과>
정민, 빠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동직, 부스스해서 듣는.
정민 좀전에... 모르는 번호가 뜨길래 받을까 말까 했는데... 미자씨였어.
동직 왜?
정민 미자씨가 사랑한다고 하드라.
동직 ...!! (멍한 표정) 술 취해서?
정민 아니.
동직 맨 정신에?
정민 ... 스팸 전화였어.
동직 ...??
정민 그럴 수 있는데... 성우니까... 미자씨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게 스팸 전화란 걸 안 게 1초 상간인데,
그때가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1초였던 거 같애. 1초 동안에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오늘 알았잖아.
동직 (가만히 보다가) ...... 지어낸 얘기지?
정민 (피식... 마시기만 한다)
씬36/ 거리 일각 (N) - ENG
건널목 신호등 아래서 손을 잡고 있는 미자와 현우.
기분이 많이 풀어져 유쾌하게 잡은 손을 흔들고 있다가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바뀌는 순간
미자 (E) 파란불입니다. 건너세요.
미자와 현우, 그 소리에 맞춰 익살스레 걷는다.
#남자원룸. 정민,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신나서 건널목을 걷는 미자의 모습에서 스틸.
손으로 쓰는 것처럼 [자막 :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써지면서 F.O
씬37/ 부록방 (D) - 에필로그
F.I 되면서.
눈치보며 넥타이를 건네는
우현의 모습부터 보인다.
우현 진짜... 아프신데... 그냥 가지 마요,
보면, 부록 멍든 얼굴을 하고
침통하게 양복을 입고 있다.
부록 (순간 울음이 터진다) 이~~히히힉!
우현 (울먹) 매형...
부록 (마음 다잡고) 저리 가! 출근해야 돼! (앙 다물고 마저 옷 입는데)
우현 매형...
부록 (다시 울음 터지는) 이히히히히...
우현 (다 알겠다는 듯 토닥이며 같이 우는) 가기 싫으면 가지 마요... 매형...
같이 껴안고 우는 부록과 우현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