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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08
#1. 호텔 레스토랑 (N)
지애와 소현이 밥 먹고 있다.
소현, 아직 음식 많이 남았는데 냅킨으로 입가 곱게 누르더니 포크 놓고.
지애, 먹다가 소현 남기는 거 보고 더 먹고 싶은 거 참으며, 우아한척 포크 놓는다.
지애 : 괜히 저 때문에 바쁘신데 시간 내신 거 아니에요?
소현 : 아니요. 안 그래도 같이 밥 한번 먹고 싶었는데요 뭐.
지애 : 아우. 이러신 줄도 모르구~ 우리 그이는 별로 친했던 사이 아니라면서, 못 만나게 하더라구요.
소현 : 별로 친했던 사이 아니래요?
지애 : 네? 아, 그게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요. 제가 사모님한테 폐끼칠까봐 그런 것 같아요.
소현 : 선배두 거짓말 하네요?
지애 : 네?
소현 : (의미심장한 미소로 물 한 모금)
지애 : (보면)
소현 : 우리... 꽤 친했는데?
지애 : (반갑고) 어머나, 그래요?
소현 : 그럼요. 그리구, 지금도 친해요. 꽤 많이.
지애 : (그건 좀 이상하고) ...네?
소현 : (빙긋하며 뭔가 얘기할 듯)
지애 : (??? 하는 표정인데)
소현 : 달수 선배는요... (말하려는데)
달수OFF : 늦어서 미안!!
달수가 천식환자처럼 헥헥거리면서 뛰어 들어온다.
지애 : 여보... 어머 이 땀 좀 봐. 뭘 얼마나 뛰어온거야.
소현 : 회사에 일 있었던 거 아냐?
달수 : (쇳소리로 숨쉬는) 얼른 끝내고 왔지 뭐. (불안) 둘이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헥헥대며 물 마시는데)
지애 : 당신, 사모님이랑 디게 친하다면서?
달수 : (지애 얼굴에 확 뿜는다)
지애 : (아 드러... 열받는 표정 있다가, 소현 때문에 겨우 삭히며 부드럽게) 이이는 정말. 이게 뭐야. 다 젖었잖아.
달수 : 미...미안. 뛰어오느라 하두 숨이 차서.
지애 : (이 앙물고) 기다려. 나 이거 좀 닦고. (소현에게) 저 잠시만 실례할께요.
소현 : (우아한 미소로) 그러세요.
지애 : (일어나 가면)
달수 : (눈치 보다가) 어떻게 된거야 이게!
소현 : (장난스레) 내가 선배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선배 와이프랑도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 그런거야.
달수 : 장난치지 말구...
소현 : 뭐 특별히 얘기할 것도 없어. (의미심장) 물론 선배가 나랑 하룻밤 보낸 건 사실이지만~
또 내가 선배 볼에 키스한 적도 있고. 또~
달수 : (소스라치며) 야아!!
소현 : (재밌어서 깔깔 웃는다)
지애가 냅킨으로 닦아내며 온다. 달수 얼른 입 다물고.
지애 : 사모님이랑 얘기 좀 하구 있었어?
달수 : 어? 얘기는 뭐. (티나는 거짓말) 오랜만에 만나서 할 얘기나 뭐 있나.
소현 : 선배의 부인 사랑이 대단하네요.
달수 : !!!
지애 : 네?
소현 : 저보구 부인 잘 부탁한다고 그러면서, 둘이 차도 마시고 친하게 지내라구, 자꾸 부탁하네요.
지애 : (좋아서) 어머. 정말요?
달수 : (버럭) 아니야!! 내가 괜한 부탁을 했지? 너 힘들테니까 신경쓰지 마!
소현 : 힘들긴. 나 친구도 없는데 좋지 뭐. 이번주 토요일에 뭐하세요? 전 집에 있을건데. 놀러오세요.
지애 : 집에요?
소현 : 네. 달수 선배는 놓고, 혼자만 오세요. 우리끼리 놀아요. (이쁘게 웃고)
지애 : (그저 좋은) 네 사모님.
달수 : 당신 안 바빠?
지애 : (웃으며) 안바빠.
달수 : (미치겠다)
#2. 영숙 집 거실 (N)
홍식, 텔레비전 뉴스 보는데. 리모콘으로 틱 끄는 영숙.
영숙 : 내 말 듣고 있는 거에요?
홍식 : 아, 듣고 있어. 왜 보고 있는 걸 끄구 그래.
영숙 : 그럼 내가 방금 뭐라 그랬는데요!
홍식 : (긁적긁적) 뭐라 그랬는데?
영숙 : 이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홍식 : 알았어. 얘기해. 뭔데?
영숙 : 기획실에 온달순지 뭔지 하는 인간 있잖아요?
홍식 : 응??
영숙 : 왜. 인턴에서 짤렸다가 다시 들어온....
홍식 : 아~ 당신이 그 와이프 맘에 든다고 입사 부탁했던 사람이잖아.
영숙 : 내가 미쳤지 진짜. 그거 다시 쫓아낼 수 없나?
홍식 : 왜 그러는데?
영숙 : 아주 맹랑한 것들이에요 그것들이. 내가 좀 멀리한다 싶으니까, 사장 와이프한테 가서 붙은 거 있죠. 하! 내가 기가 막혀서!
홍식 : 사장 와이프?
영숙 : 그것들이 머리 잘못 쓴거지. 진짜 실세를 못알아보고.
홍식 : 당신도 피곤하게.... 뭐 그런 사람들까지 일일이 신경쓰면서 살아?
영숙 : 신경이 쓰이게 한다니까요? 사사건건 걸리적거리면서? 특히 이번 일은 그냥 못넘어가요.
그냥 넘어가면, 평강회 다른 여자들이 볼 때 내가 뭐가 되겠어? (손바닥으로 머리 끝 매만지는)
홍식 : 그 여자도 거 된통 잘못 걸렸네.
영숙 : (안달 나서) 농담만 하지 말구. 당신 그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에요?
홍식 : 그럼~
영숙 : 회장님 성격 알죠? 진행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로... 티가 나면 안돼요.
당분간, 당신은 누가 봐도 사장의 오른팔이어야 된다는 거..
홍식 : 알아 들어요 글쎄. 이번 일로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들 한꺼번에 싹 쓸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기대하라구.
영숙 : 진짜??
#3. 로비 (D)
영숙, 정란과 향숙 거느리고 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이슬 딱 걸린다.
이슬 : 어머나 사모님. 제가 전화 드렸는데 통화가 안돼서.
영숙 : (쌩하니) 전화는 왜?
이슬 : 사모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정란 : 그날 사모님이 두눈으로 똑똑히 보셨는데, 오해는 무슨 오해?
이슬 : 전 그냥 그날 우연히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거 밖에 없거든요.
영숙 : 나한테 그런 해명 할 거 없어. (다정하게 정란에게) 김대리네? 한부장네한테 들으니까, 우리 김대리가 요즘 실적이 좋다던데?
김대리네가 제안한 웰빙초도 잘 나간다며? (걷기 시작)
정란 : 네 사모님. 감사합니다.
이슬 : (어떡하나.. 졸졸 따라가며 기어들어가는) 사모님...
영숙 : (향숙에게도 다정하다) 하대리도 잘하고 있지?
향숙 : 네 사모님.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정말루. 요즘 맨날 야근하구요.
영숙 : 그래. 하대리두 이제 과장 승진할 때가 됐지.
향숙 : 감사합니다.
영숙 : 우리 하대리가 그때 거제도 갔으면 어쩔 뻔 했어. (흘낏 이슬 보고) 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슬 : (헉!!! 하고)
영숙 : 올해 하반기엔 지방 쪽 지점으로도 충원이 돼야 한다던데..... 이사님하고 그 문제 상의해 봐야겠네.
이슬 : (놀라서 쫓아가며 절규) 사모님!!!!
정란 : (따라오지 말라며 밀어내고)
#4. 아이스크림 가게 (D)
예뻐 보이는 아이스크림들.
지애, 고르고 있다. 옆에선 달수가 초조하게 왔다갔다 하고.
지애 : 요거랑요. 요거. 아 요것두요. 안녹게 포장 되죠?
직원 : 네.
달수 : 진짜 가게? 주말인데 실례 아닐까?
지애 : (쳐다도 안보고) 초대 받아놓고 안 가는 게 더 실례 아닐까?
달수 : (못내 불안해서) 나도 갈까?
지애 : 나만 오라잖아. 이럴 땐 당신이 살짝 빠져주는거야. 그래야 여자들끼리 더 자연스럽게 친해지지. 이렇게 뭘 몰라요.
달수 : (답답하고)
#5. 퀸즈팰리스 주차장 (D)
태준 나오는데. 지애가 온다. 손에는 아이스크림 쇼핑백이 들려 있고.
태준 : 아줌마...?!
지애 : 또 보네요?
태준 : 그..러는 아줌마는요! 이 건물이 자기 집이야? 왜 이렇게 뻔질나게 드나들어?
지애 : (하! 한번 비웃어주고) 내가 지금 여기 누구 만나러 왔는지 알기나 해요? 알면 깜짝 놀랄걸?
태준 : 누구 만나러 왔는데요.
지애 : 나요, 퀸즈푸드 사장님 사모님 만나러 왔어요.
태준 : (헉 놀라고)
지애 : (훗..) 암만 백수라도 퀸즈푸드 좋은 건 알죠? 참, 태봉씨도 이쪽에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여긴 대부분 퀸즈식구들만 사는데?
태준 : 난 그런 거 없어요. 여기 월세 준 게 있어서 받으러 다니느라구.
지애 : 태봉씨꺼?
태준 : 우리 아부지꺼죠. 나 있는 집 자식이거든.
지애 : (그럼 그렇지) 있는 집 자식이면 뭘해. 사람이 자기가 자기 밥벌이를 해야지. (끌끌)
태준 : (표정 있다가) 그런데 아줌마는 사장 와이프를 어떻게 알아요?
지애 : 뭐, 설명하려면 너무 복잡하고. (좀 뻐기는) 암튼 제가 고위층하고 인연이 좀 있답니다.
태준 : (쳇.. 어이없고)
지애 : (괜히 시계 보고) 그럼 이만 난 바빠서? (우아한척 가버리면)
태준 : (뭐야... 궁금하고)
#6. 소현 집 거실 (D)
지애, 소현 앞으로 아이스크림 내놓는다.
지애 : 사모님도 이런 거 드시나. 유기농 아이스크림이래요. 그냥 오긴 그래서.
소현 : 그럼요. 저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같이 먹어요.
(컷튀면)
지애와 소현, 투명한 컵에 아이스크림 담아서 먹고 있는.
지애 : 다들 믿질 않더라구요. 제가 사장님 사모님이랑 안다고 하니까.
소현 : 제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럴 거에요. 제가 사람을 좀 가리는 편이거든요.
지애 : 그러시구나. 사실 전 친구가 평강회에 있는데, 뭐 아무 도움 안되더라구요. 도움은 커녕, 없는 게 차라리 날 뻔...
(의도적인 흉보기는 아니었다, 흡하고) 어머나 내가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야. (얼른 아이스크림 먹고)
소현 : (웃으며) 왜요? 친구랑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지애 : (가벼운 한숨 폭) 그 친구랑 어쩌다 이렇게까지 안좋아졌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7. 봉순 집 거실(D)
봉순, 머리 아픈 듯 소파에 앉아서 이마 짚고 있다. 표정 위로.
<사장 부인 뒤에 서 있던 지애 모습> 플래쉬컷.
이때 서재에서 책 한권 들고 나오는 준혁.
봉순 : 여보. 지애 말이에요.
준혁 : (멈칫)
봉순 : 사장 와이프랑 아는 것 같더라구요. 온달수씨 후배라는 것 같은데.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준혁 : ...그래?
봉순 : 지애가 우리쪽에 앙심 품고 있는데, 괜히 사장 쪽에 이상한 얘기 흘리면 좋을 거 없을 거 아니에요.
준혁 : (표정 있다가) 인사 정보 파일 어딨지?
봉순 : 아, 그거 지난번에 자료 업데이트 하느라구 안방에 뒀어요. 화장대 맨 밑 서랍 안에 보세요.
준혁 : 알았어. (하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8. 봉순 집 안방 (D)
준혁, 파일을 꺼낸다. 몇장 넘겨보면. 소현에 관한 자료들. 서울대 미학과. 동아리 활동 사항까지 자세히 적혀 있는데.
문 닫으려다가 문득 서랍 맨 아래에 숨겨진 낡은 일기장이 눈에 띈다.
뭐지 싶은 준혁. 꺼내서 휘리릭 넘겨보면 세월이 묻은 묵은 먼지 날리고.
툭툭 몇 번 쳐서 먼지 털어내고 그대로 집어넣어두려는데.
일기장 갈피에서 떨어지는 예전 사진 한 장. 고교시절 봉순과 지애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감회가 새로운 듯 그 사진을 들어서 보는 준혁.
지애OFF : 봉순이랑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제일 친한 친구였어요.
#9. 회상 컷들
- 봉순, 지애를 시녀처럼 쫓아다니는 그림 위로.
지애OFF : 봉순이가 저를 무지 좋아하면서 일방적으로 따라다녔던 거긴 하지만.
- 지애와 봉순 소개팅 장면. 빨대 가리키는.
- “그 남자 내가 사귀면 안될까?” 하는 부분.
지애OFF : 그런데 남자가 엮이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어요.
- 지애 대문에서 나오는데, 봉순이 준혁에게 안기는 거 목격하고.
#10. 소현 집 거실 (D)
지애 : (차 한 모금 마시고) 그 다음은 뻔하죠. 사랑과 우정 사이. 배신과 뒷통수? 뭐 그런 거... (웃는다)
소현 : (웃으며) 그럼 차인 거?
지애 :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죠. 세상에서 제일 못난이라고 생각했던 친구한테, 남자 뺏긴 거.
뭐, 따지고 보면 그덕에 지금 남편 만난 거지만.
소현 : (의미심장한 미소로 차 마시고)
지애 : (농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때 첫사랑이랑 잘됐으면 저도 지금 부장님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지낼텐데요.
소현 : 왜요? 달수 선배랑 결혼한 거 후회해요?
지애 : 뭐 후회라기 보단, 우리 남편이 워낙에 지 앞가림은 못하면서 오지랖만 팔당댐이라....
소현 : (웃는다)
지애 : (깜짝, 얼른 조신한척) 어머, 제가 사모님 앞에서 별 소릴 다하네요. (까르르)
소현 : (차 마시며 지애를 유심히 관찰한다)
#11. 봉순 집 안방 (D)
준혁, 일기장 보고 있다. 조금씩 표정이 변한다.
#12. 회상 컷들
- 봉순, 여자아이 시켜서 쪽지 줘 보내고.
- 지애, 약속 취소된 줄 알고.
- 준혁 앞에서 도둑 맞았다고 쇼하는 봉순
- 그리고 일부러 쓰러지며 준혁에게 안기는 봉순 모습까지. 빠르게 컷컷컷 지나간다.
#13. 봉순 집 주방 (D)
봉순, 차를 타다가, 문득 불안해지고. 얼른 안방으로 들어간다.
#14. 봉순 집 안방 (D)
봉순, 놀라서 안방 문 벌컥 열고 들어오면.
이미 다 본 준혁, 충격에 빠진 표정이고.
봉순, 표정 있다가 얼른 들어오며 아무렇지 않게.
봉순 : 다..당신 뭐해요? (얼른 일기장 낚아채며) 왜 남의 일기장을 보고 그래요. (일기장 가지고 나가려는데)
준혁 : (팔을 탁 잡는다) 당신 짓이었어?
봉순 : (표정 있다가) 내가 뭘요?
준혁 : 지애랑 나. 우리 갈라놓은 거. 당신 짓이었냐구!
봉순 : (파르르) 뭐라구요? ...우리?
준혁 : 그날.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도 들었다고 난리친 것도 쑈한거였어?
봉순 : 여보!
준혁 : 그렇게 착한 얼굴을 하고 그런 짓을 했어? 그리고 15년 지날 때까지 한마디도 않고?
봉순 : .... 나중에 얘기해요. (나가려는데)
준혁 : (팔 확 나꿔채며) 대답해 봐! 남의 인생 가지고 장난치니까 재밌었어?
봉순 : (화도 나지만 한편 겁도 나고) 장난친 적 없어요.
준혁 : 똑바로 말해! 무슨 짓을 한 건지!
봉순 : (파르르 보다가) 무슨 짓 한 것도 없어요. 난 그냥 첨부터 당신 좋아했고. 좋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준혁 : 최선? 하... 솔직히 말해봐! 당신 혁찬이도 일부러 가진 거 아냐?
봉순 : 뭐라구요?
준혁 : 계획적으로 임신해서 결혼하자고 덤빈 거 아니냐구!
봉순 : (기어이 눈물 고이고) 어쩌면 당신... 그런 말을....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나 당신 와이프야!
당신이 하룻밤 갖고 논 여자 아니고. 고3때부터 7년을 당신 뒤에서 해바라기했던 당신 부인이야. 당신 군대 갔을 때도
당신 부모님 생신까지 다 챙겨가면서 달력에 가위표 쳐가며 기다렸던. (가슴 치며) 나야 나. 양봉순이야!!!
준혁 : 누가 그렇게 해달랬어? 난 한번도 그러라고 시킨 적 없었어!
봉순 : (독기 어리고) 당신 정말...
준혁 : 그것만 확실히 말해! 그때 천지애가 나 배신하고 딴남자 만난 게 아니라. 니가 가운데서 농간 부린거였어?
봉순 : (눈에 뵈는 거 없고) 그래요. 그랬어요. 내가 그랬어요. 두 사람 갈라놓고 싶어서 내가 그랬어요. 그래서 뭐?
준혁 : (분노) 뭐라구?
봉순 : (격한) 그깟 풋사랑 깨진 걸 이제 와서 나보구 책임지라구? 이제 와서 뭘 어쩔건데!
준혁 : (손을 확 쳐들었다가, 참고. 주먹으로 벽을 쾅 친다)
봉순 : (기막혀 본다, 절로 눈물이 난다)
준혁 : 그깟 풋사랑? 니가 7년 동안 나만 보고 있을 때. 내가 어땠었는지. 어떤 지옥에서 살았는지. 한번 돌이켜 봐!
그꼴을 다 지켜봐놓고 어떻게.... (낮고 독하게) 너한텐 그런 게 사랑이야?
봉순 : (울며 노려보다가 그대로 뛰쳐 나가 버리고)
준혁 : (복잡한. 미치겠는)
#15. 퀸즈팰리스 옥상 (N)
옥상 구석에서 봉순, 일기장 불태우면서 끅끅 울고 있다.
유난히 작아 보이는 봉순의 몸.
#16. 봉순 집 안방 (N)
복잡한 준혁. 일기장에서 떨어진 지애의 옛날 사진 주워서 보고.
플래쉬컷> 배신을 밥먹듯 한다던....
지애가 왜 그랬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억울하고 미치겠는 준혁.
#17. 지애 집 거실 (N)
기분 좋은 지애, 과일 파프리카 샐러드 먹는다.
지애 : 집이 진짜 끝내주더라구. 그런 집은 평당 얼마나 할래나?
달수 : (혼자 초조) 그나저나, 소현인 별 말 안해?
지애 : 무슨 말?
달수 : (다행이다) 아니야. 암튼 앞으론 소현이 찾아가고 그러지 마. 나는 인맥이니 라인이니 그런 거다 필요없고.
내 실력으로 승부할거니까.
지애 : 으유~ 당신이 진짜 무슨 쉬리야? 혼자만 깨끗한 물에서 놀라 그래. 쉬리 쉬리 하다가 영원히 쉬는 수가 있어 진짜.
달수 : 알았어..
지애 : 기분도 좋은데 우리, 간만에 그거 한판 어때?
달수 : 그거?
<컷 튀면>
지애 달수 군용담요 깔아놓고 맞고를 친다.
지애 : (패를 이마에 딱 붙이고) 나 흔들었다. 딴소리 하지마.
달수 : 서방님 피박이나 면하게 바닥에 좀 깔아주구 그래봐라 좀.
지애 : (내리치며) 깔아주긴 뭘 깔아줘.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거거등? (패까서 내리치고) 앗싸 쪽!!! 피 한 장 주시고.
달수 : 에이 진짜.... (피 내주고 치는데) 아우! (하며 뒤집어지는)
지애 : (거의 동시에 꺅 환희의 비명 지르며) 쌌다 쌌어! 설사다 설사야!!
달수 : 좋냐? 좋아?
지애 : 좋지 그럼! 왜냐? 내가 다 먹을거니까! (쫙 쳐서 싹 쓸어가고) 앗싸 쓸!!
달수 : 와 진짜 잔인하다.
지애 : 맘 같애선 쓰리고까지 하고 싶은데. 부부지간 정도 있고. 여기서 스톱.
달수 : 고마워 죽겠네.
지애 : (점수 계산한다) 당신 피박에 고박에.... 내가 흔들었으니까 3800원.
달수 : (백원짜리 몇 개 던져주고) 없어. 이게 다야.
지애 : 뭐야 이런 게 어딨어.
달수 : 있던 거 다 쓸어가놓구 뭐. (주머니 홀랑 까주며) 이거 봐. 없어.
지애 : 좋아. 그럼 몸으로 때워.
달수 : 몸으로 뭘.... (두렵다)
지애 : 알잖아. 내가 좋아하는 거. (손가락 딱딱 튕기며 다가오고)
달수 : (두렵고) 여보... 그것만은... 여보...
지애 : (따악 손가락 날리면)
달수 : (뻐억 이마에 제대로 맞고)
지애 : (낄낄낄 좋아한다)
#18. 봉순 집 주방 (D)
봉순, 애써 아무렇지 않게 아침 차린다.
서재에서 양복 입고 나오는 준혁.
봉순 : 여보... 아침 먹어요. (하는데)
준혁 : (그대로 나가 버린다)
봉순 : (표정)
#19. 기획실 (D)
달수, 이마에 살짝 뻘건 자국.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양과장, 들어오다가 서류철로 책상을 꽝 치며.
양과장 : 뭐하는거야!
달수 : (깜짝 놀라 일어나며) 아 죄송합니다.
하대리 : 잠 못 잤어?
달수 : 네. 마누라가 하두 괴롭혀서..
준혁 : (그 말이 거슬린다)
하대리 : 오~ 아직도 그런 정열이 남아 있단 말이지? 좋을 때다.
준혁 : (조용히 째려보고 있다가) 온달수씨!
달수 : 예?
준혁 : 우리 온달수씨 정식으로 입사했는데. 환영회도 못해준 것 같아서 말이야.
달수 : (오히려 당황) 예?
양과장 : (얼른 수첩 꺼내며) 회식 장소 잡을까요?
준혁 : 아니. 팀회식이니까 간단히 온달수씨 집에서 하는 건 어때.
달수 : 저희.. 집에서요?
하대리 : 하긴~ 우리 기획부는 말이야. 승진턱, 축하턱 이런 거 다 집으로 초대해서 내거든. 일종의 전통이랄까.
달수 : (난감한데)
준혁 : 오늘 저녁에 시간 다들 어때.
일동 : (좋다는 반응이고)
준혁 : 그럼 오늘 퇴근 후에 단합대회 겸 온달수씨 환영회 하는 걸로 하지 뭐.
달수 : (표정) 예?
#20. 소현 방 (D)
소현, 스킨 바르고 있는데.
똑똑 노크소리. 태준 들어온다.
소현 : 왜?
태준 : 어제 말이야. 누구.. 집에 오지 않았어?
소현 : 아.. 당신이 어떻게 알아?
태준 : 그냥 나가다 본 거 같아서... 누군데?
소현 : 있어.
태준 : (표정)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구. 어떻게 아는 사람인데?
소현 : (표정 있다가) 친구라고 해두지 뭐.
태준 : 친구? 당신한테 친구도 있어?
소현 : 그거 물어보려고 일부러 내방까지 온거야?
태준 : 어? 아니.. 뭐하나 해서... (괜히 둘러보는데)
이때 전화벨 울리면. 얼른 꺼내는 태준. 액정에 나일롱이 보인다.
앗... 기분 좋은 태준. 소현 눈치 보면서 얼른 방에서 나간다.
#21. 소현 집 계단 (D)
하지만 막 받으려고 액정에서 손가락을 조금 더 치우면. “나일롱 친구”
기분 잡치는 태준. 받지 말까 싶다가, 할 수 없이 받는다.
태준 : 여보세요.
#22. 점집 (D)
화자 : 안녕하세요. 저 미스지. 지화자에요. 방금 저한테 전화하고 싶으셨죠.
태준OFF : 아니요?
화자 : 부정하지 마세요. 방금 필이 왔는데 뭐. (혼자 까르르하는데)
전화 왔다는 통화음 들리고. 액정 보면 천지애다.
화자 : 잠깐만요? 끊지 마세요, 다른 전화가 와서. (통화버튼 누르고, 톤 확 달라진) 왜!!!
#23. 거리 (D)
열심히 걸어가며 통화중인 지애.
지애 : 우리남편 회사 직원들 들이닥친다는데, 혼자 장보기 힘들어서 그래. 좀 도와주라. 응? (사이) 그래. 너밖에 없다.
일단 가락시장 쪽으로 와. (전화 끊고)
#24. 점집 (D)
화자 다시 태준과 통화중이다. 태준 쪽 화면분할.
화자 : 지애 기지배네요.
태준 : (표정) 천지애씨요?
화자 : 네. 집에 손님 들이닥친다구, 시장을 같이 보자나 뭐라나. 귀찮아 증말.
태준 : (표정 있다가) 저도 그쪽으로 갈까요?
화자 : (속 다 보인다는 듯이 웃는) 알았어요, 거기까지.
태준 : 뭘 거기까지..
화자 : (OL) 그 마음, 알겠다구요.
태준 : 알긴 뭘...
화자 : (OL) 다 알았다니까요. 접수했어요. 아이갓잇. 내 얼굴! 보여줄테니까 출발하면서 전화해요. (전화 끊고 큭큭 좋아하면)
태준 : (끊긴 전화 들고, 뭐야....)
#25. 시장 (D)
지애, 낑낑대면서 장바구니 들고 500원만 깎아달라면서 흥정하고 있는데.
화자와 태준이 온다.
지애 : (놀라며) 왜 둘이 같이 와?
화자 : (등짝을 철썩 때리며 수줍게 웃는) 기지배. 눈치없이 뭘 묻냐 그걸.
지애 : (헉 놀라며) 벌써 둘이?
태준 : 그런 게 아니라...
화자 : (손가락으로 태준 입 막아버리며) 쉿! 그럴수록 태봉씨와 나의 사랑이 만천하에 싸그리 들통날 뿐이니까.
지애 : 빠르네.
태준 : (에씨.. 억울한 표정 있다가 지애 들고 있는 거 확 뺏어들며) 그거나 줘요.
지애 : 웬일이에요. 원래 이렇게 매너가 좋으셨나?
화자 : 원래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 생기면 친구들한테도 잘하는 법이잖냐. 왜? 점수 따려구.
지애 : (피식) 그런 거에요?
태준 : (말을 못하겠고) 또 뭐 살 거에요?
지애 : 십만원 들고 나왔는데. 살 게 없네. 물가가 너무 올랐어요. (가면)
태준 : (표정 있다가 따라간다)
화자 : (신혼기분이 나네 어쩌네 하면서 따라가고)
#26. 시장 다른 일각 (D) * 몽따쥬
* 세 사람 장보는 그림들.
태준은 처음 하는 시장 구경에 신기하고.
지애, 과일 사는데. 하나도 몇번씩 들었다 놨다 고민을 계속 한다. 겨우 몇개 사서 담아가지고 가면.
뒤에서 짐 들고 있던 태준. 따라가는 척 하다가 과일가게 아저씨에게 가서 한봉지 가득 산다. 그리고 얼른 뒤따라간다.
고기, 생선, 야채 등등 살 때도 지애가 산 것에 훨씬 더 많이 사보태서 들고 뒤따라가는 태준.
아무 것도 모르고 가던 지애, 문득 뒤를 돌아보고 놀란다.
지애 : 어? 뭐가 그렇게 많아요?
태준 : (태연) 많이 샀잖아요.
지애 : 아닌데? 이렇게 안 많았던 거 같은데?
태준 : (얼버무리려) 다 산 거 같으면 이제 그만 가든가. 무거워 죽겠네. (하면서 얼른 앞서 가버린다)
지애 : (갸우뚱 하면서 따라간다)
#27. 지애 빌라 앞 (D)
태준 차 멈추고. 거기서 내리는 지애.
태준이 트렁크 열고 짐 내린다.
지애 : 암튼 덕분에 편하게 장 봤어요.
태준 : 들어다 줄께요. 몇층이에요?
지애 : 아니 됐어요!
태준 : (벌써 앞장 섰다)
#28. 지애 집 현관 (D)
태준, 현관에 짐 내려놓고. 휘 둘러본다. 서민스럽지만 아담하고 따뜻해 보이는 지애네 집.
가족사진 작은 재봉틀도 보이고. 작은테이블과 곰인형 예쁜 테이블보며 정겨운 분위기.
태준 : 집에 재봉틀도 있네요?
지애 : 네 뭐. 이거저거 만들어 입는 게 많아서. 암튼 오늘 고마웠어요. 짐 이리 주세요.
태준 : (건네주는데)
지애 : (무거워서 휘청하고)
태준 : (잡아주다가 손끝 스치고 혼자 두근... 해서 지애 보면)
지애 : 왜요?
태준 : 네? 아뇨. (머쓱)
지애 : 안 가요?
태준 : 사람을 머슴 부리듯 부려놓고. 차 한잔도 안줘요?
지애 : 미안해요. 커피가 똑떨어졌네?
태준 : (쳇!) 알았어요. 갈께요. (영 아쉽게 나가고)
지애 : 백수들은 저게 문제야. 좀만 잘해주면 어떻게든 눌러붙어서 시간 좀 보내볼까 하구.
(끌끌끌 혀차면서 짐 영차 들고 주방 쪽으로)
#29. 휘트니스 센터 (D)
봉순 요가동작하고 있다가 멈칫한다.
봉순 : 뭐? 누구네 집에서?
정란 : (낑낑대면서 요가 따라하는) 천지애씨 집에서요. 방금 우리 애아빠한테 전화 왔었잖아요.
봉순 : 부서 전체 회식이라구?
정란 : 네~ 부장님이 갑자기 천지애씨 집에서 하자고 그러셨다던데요?
봉순 : (요가 동작 계속하면서 표정 있다가) 천지애씨, 집 좀 알아봐.
정란 : 네 사모님! 양과장네가 가봤다 그랬으니까 물어봐서 알려드릴께요.
#30. 지애 집 현관 (D)
지애, 어이없는 표정이고. 봉순이 와 있다.
봉순 : 앉으란 얘기도 안하니?
지애 : (기막히고) 어떻게 왔어?
봉순 : 여기서 팀회식 한다며. 부장 부인으로서 가끔 이런 거 돕기도 하고 체크도 하고 그래.
지애 : (얄미워 죽겠고) 그래? 부장 부인이면 이렇게 전화 한통 없이 막 들이닥치구 그래도 되는건가?
봉순 : (무시하고) 몇평이야? (쓱 둘러보는)
지애 : (자존심 상하지만) 스물 두평.
봉순 : 방이 두개밖에 없어?
지애 : 세식구 사는데 방 두개면 되지. 사는데 안불편해.
봉순 : 그래? (하며 바로 주방으로 가는)
지애 : (입속으로만 욕하면서 쪼르르 따라간다)
#31. 지애 집 주방 (D)
봉순, 빽을 식탁 위에 놓더니 식탁 의자에 다리 꼬고 앉는다.
봉순 : 이런 덴 얼마나 해?
지애 : 뭐?
봉순 : 집값 말야. 얼마나 하냐구.
지애 : 글쎄? 정확한 시세는 모르겠는데?
봉순 : (놀랍다는 듯이) 혹시 전세야?
지애 : (꾹 참으며) 뭐 그 비슷한.....
봉순 : 설마... 월세?
지애 : (자존심 상한 표정)
봉순 : (가볍게 쯧쯧거리며) 어렵게 사네.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지애 : 뭐하러 온건데? 나 약올리러?
봉순 : (훗) 왜? 사장님 사모님이 뒤에 받쳐준다 생각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봐?
지애 : 뭐?
봉순 : 일어탁수라고 하지? 딱 너같은 앨 두고 하는 말 아닐까? (냉장고 쪽으로)
지애 : (일어탁수? 입엣말로 해보는. 뭔가 안좋은 말 같긴 한데, 정확히 뜻을 몰라 대들지도 못하겠다)
봉순 : 준비하자. 시간도 없는데.
하면서 냉장고를 연다. 그리고 경악하는 표정.
봉순 : 지금 이게 다 뭐야?
지애 : 아니... 왜....?
봉순 : (간장이며 고추장이며 햄이며 계란이며 케쳡이며 등등을 꺼낸다)
지애 : (기분 나빠) 아 뭐하는 짓이야!!!
봉순 : 기막혀! 내가 오늘 냉장고에서 본 이 엄청난 것들! 이사님 사모님께 한번 말씀드려봐? 넌 정말 영원한 아웃이야!!
지애 : (당황) 냉장고가 뭐 어쨌다구...
봉순 : 우리는 퀸즈푸드 직원이야! 그런데 우리 직원 냉장고에서 타사 제품으로 가득한 거. 어떻게 생각해?
지애 : (헉!!!)
봉순 : 그런 나태하고 무개념한 정신 자세로 어떻게 다른 사람들한테 우리 제품 사먹으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
지애 : (헉하는) 아니 나는.. 그냥 세일하길래....
봉순 : (냉장고 안 살피며) 진짜 가관이다. (이거저거 꺼내며) 말이 돼 이게?
지애 : (죽겠는 표정으로 보고)
#32. 회사 로비 (D)
경비들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사장님 도착하셨습니다”
태준 들어선다. 모든 직원들과 경비들 고개 숙이는데.
이때 마주오던 준혁,양과장,달수,하대리 등등... 역시 얼른 비켜서서 고개 숙이고.
태준, 달수 발견하고 멈칫한다.
달수, 왜 날 보지? 내가 뭘 잘못했나? 싶고.
태준, 멈추긴 멈췄는데 딱히 할 말은 없고.
태준 : 수고해요. (하고 간다)
준혁 : (뭐지?해서 힐끗 보고)
경비들이며 직원들 태준 따라 우루루 몰려가고.
준혁도 양과장과 뭔가 얘기하면서 나간다.
달수 : (나한테 그랬나? 싶은데)
하대리 : 하.... 미치겠네. 이제 사장도 내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하는건가...?
달수 : (보면)
하대리 : (속삭) 봤지. 회사에서 내 위상이 이래. 달수 넌 진짜 줄 잘 선거야.
(좋아하며) 근데 니 와이프 요리 잘해? 오늘 뭐뭐 해놨대?
달수 : (날 본 것 같은데..? 갸웃하면서 따라간다)
#33. 지애 집 거실 (N)
직원들 들어와 있고. 긴 상위에 푸짐하게 한상 차려져 있다.
직원들, 지애에게 인사하고.
준혁, 지애 본다. 지애 어색하게 인사하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봉순.
봉순 : 오셨어요?
준혁 : (!!!!)
직원들 : (앉았다가 깜짝 놀라 다시 일어나 인사하는) 사모님!! /형수님 안녕하세요.. (등등 자유롭게 인사)
준혁 :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야.
봉순 : 우리 지애씨가 SOS를 쳐서요. 부원들 회식은 처음이라 당황해하는 것 같길래, 제가 도와주러 왔죠.
달수 : 아, 감사합니다.
봉순 : 감사는요. 이제 같은 퀸즈식구구. 또 그 이전에 친군데요.
지애 : (놀고있네 하는 표정)
봉순 : 차린 건 별거 없지만 많이들 드세요.
지애 : (기막혀.. 표정)
봉순 : (준혁에게 아무렇지 않게) 당신두 많이 먹어요?
준혁 : (시선 피하고)
지애 : (그 모습 본다)
봉순 : (지애 의식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예쁘게 웃는다)
#34. 지애 집 안방 (N)
달수, 지애와 함께 들어온다. 밖에선 시끌벅적한 소리.
달수 : 어떻게 된거야?
지애 : 몰라. 갑자기 들이닥쳤어. 으유 재수꽃다발. (문득 생각나서) 아 맞다 여보. 일어탁수가 뭐야?
달수 : 일어탁수? 물고기 한마리가 온 물을 다 흐린다, 뭐 그런거지.
지애 : 아아... 그런 뜻이야? (생각하니 뒤늦게 기분 나쁘고) 뭐야 그럼! 내가 물을 다 흐린다는거야 뭐야??
저 기지배가 사람을 지능적으로 엿멕이네?
달수 : 왜 그래.
지애 : 아니야. 어후... (열받아 손부채질)
#35. 지애 집 거실 (N)
술잔 주거니 받거니 무르익은 분위기.
하대리 : 야~ 술도 좀 먹었겠다~ 우리 야자타임 어때요. 딱 10분만! 네?
양과장 : 왜. 야자타임에 뭐 할 말이라도 있어?
하대리 : (깨갱해서) 아뇨 뭐. 그런 거 없습니다. (했다가 바로) 야자타임이 좀 거시기하면 진실게임은 어떤가?
여직원 : 아우. 하대리님 또 취하셨어.
하대리 : 왜요. 우리 기획부의 단합을 위해서, 서로 뭔 생각을 하면서 사나.. 알아보는 거. 좋잖아요?
양과장 : (하대리에게 위협적) 좋긴 뭐가 좋아!
준혁 : 그래? 재밌겠네.
봉순 : (표정)
양과장 : (바로) 누가 선 할까요 부장님? 제가 할까요?
준혁 : 아니. (빈 맥주잔에 숟가락 꽂아 흔들며) 내가 하지 뭐.
하대리 : (신나서) 음. 제가 질문 드릴께요. 부장님은 사모님이 첫사랑이세요?
봉순,지애 : (표정)
준혁 : 첫사랑? 첫사랑이라.... (너털 웃음) 아닌데?
일동 : (장난스레 오오....)
봉순 : (표정)
하대리 : 사모님 표정 푸세요. 요새 연애 한두번 안해보고 결혼한 남자 있나?
봉순 : 그럼요. (애써 미소)
준혁 : (갑자기 빈잔에 맥주 가득 채우더니 봉순에게 내밀며) 이번엔 당신.
봉순 : 네? 저요?
일동 : (분위기 파악 못하고 사모님! 사모님!)
준혁 : 당신은 내 첫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당신 때문에 첫사랑이 깨진 거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 안하나?
봉순 : (!!!)
지애 : (표정)
달수 : (지애와 준혁 번갈아 보고)
일동 : (어색)
봉순 : 당신 많이 취한 거 같아요. 그만 마셔요.
준혁 : 대답해야지. 진실게임인데.
봉순 : (쏘아보더니 맥주 원샷한다)
일동 : 오오.....
달수 : 저도 부장님 사모님께 질문 하나 있는데요.
지애 : (표정)
봉순 : (미소) 뭔데요?
달수 : 사모님은 제 와이프를 왜 그렇게 미워하세요? 어려서부터 친구셨다면서요.
지애 : (쿡 치며) 뭔 소릴 하는거야. 사람들 다 있는데.
봉순 : 그게, 그렇게 섭섭하셨어요?
달수 :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봉순 : (독이 오를대로 오른) 등잔 밑이 어둡다구, 아무리 부부지간이라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모를 때가 많잖아요?
아마 부인의 진짜 모습을 모르시는 것 같아요. 알면 그렇게 좋아하긴 힘들텐데.
지애 : 뭐?
봉순 : 이번엔 내가 너한테 질문할께. (술잔 척 내밀고) 너 결혼할 때 조건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한다구 으스댔잖아.
지금은 기분이 어때? 후회하지 않니?
달수 : (!!!)
지애 : (확 오르고) 후회? 후회 같은 거 안하거든? 왜냐면, 난 우리 남편 진짜 많이 사랑하니까.
일동 : (표정들)
준혁 : (표정)
하대리 : (이 분위기 뭐지 싶고, 얼른 수습하려) 아 이거 맥주가 없네?
지애 : (후 열식히며) 제가 사올께요. (얼른 지갑 들고 나가는)
봉순 : (표정 있다가) 안주 좀 더 드릴까요? (주방 쪽으로)
준혁 : (표정 있다가 일어나고)
하대리 : 어디 가십니까 부장님?
준혁 : 어. 술기운이 좀 올라서. 바람 좀 쐬고 올께. 마시고들 있어. (나간다)
봉순 : (주방에서 나와서 준혁 보는 표정)
#36. 지애 집 앞 (N)
지애, 달랑달랑 봉지에 맥주 사가지고 종종걸음으로 오는데.
괜히 얼쩡거리고 있던 준혁, 지애를 본다.
지애 : 왜... 나와 계세요?
준혁 : 말 편하게 해.
지애 : (표정 있다가) 여기서 뭐해?
준혁 : (쓱 올려다 보며) 집 몇평이냐? 한 스무평 되냐?
지애 :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헛웃음 웃고) 아주 천생연분이구나? 둘이 너무 잘만났다. 어쩜 그렇게 잘 통할까?
준혁 : 뭐?
지애 : 아니야. 그런 게 있어. 그런데 우리집 몇평인 게, 왜 그렇게 궁금해?
준혁 : 니가 왜 이러고 살고 있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지애 :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
준혁 : 그때 니가 그랬지. 내가 배신이 쉬운 사람이라고.
지애 : 그랬지.
준혁 : 왜 그런 말을 했어?
지애 : 몰라서 물어? 모르면 할 수 없구. (하고 가려는데)
준혁 : (팔목을 턱 잡는다)
지애 : (엄마야 질색하며 털어내는) 왜 이래?
준혁 : 그때 우리 헤어졌던 게 오해 때문이면 어쩔래?
지애 : (기막힌) 오해? 무슨 오해?
준혁 : 난 너랑 사귀는 동안엔, 지금 내 와이프랑 좋아지내고 그런 적 없어. 그거 다 우리 와이프.. 그 여자가 만들어낸 일이야.
너랑 나랑 사이 오가면서, 그런 식으로...
지애 : (OL)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준혁 : 억울하지 않아? 만약에 너랑 나랑 이렇게 다른 인생 살고 있는 게 말도 안되는 오해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 일만 아니었다고 해도.... 어쩌면 우리는....
지애 : (끊어내듯) 착각하지 마! 니가 보기에 내가 참 웃기게 살고 있는 거 같지? 근데 나 생각보단 괜찮거든?
우리 남편은 나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야. 야 다시 태어나두 나랑 결혼할 거란다! 나밖에 없대요!
돈 없어서 좀 짜증은 나지만, 괜찮아 난. 행복해 난.
준혁 : (표정)
지애 : 내가 보기엔 양봉순이랑 한준혁, 니들 둘 다 하나도 안 행복해 보이거든? 내가 양봉순 대신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런 거 생각만 해도 기분 별로야. 니들 보기에 내가 불쌍할지 몰라도! 난 오히려 남의 여자한테 자기 와이프 까대기나 하는
그런 남편이랑 사는, 양봉순이 더 불쌍하거든?!!
봉순OFF : 야!!!!
지애 준혁 보면, 분노에 찬 봉순이 온다. 그리고 지애 뺨을 후려갈긴다.
지애, 뺨 잡고 눈 커지고. 야!!!!
봉순 : (부들부들 떨며 소리소리 지르는) 니까짓게 뭔데. 니까짓게 뭔데 내 남편한테 감히! 니가 뭔데 우리가 행복하니 마니 말해?
우리 행복해! 우리 서로 사랑해! 니가 뭘 알아!! 니가 뭘 알아!!!
준혁 : 당신 미쳤어?
봉순 : (발악하듯) 당신이 말해 지애한테! 우리 좋잖아! 우리 행복하게 잘 살고 있잖아! 말하라구! (하는데)
준혁 : (지애 살피며) 지애야. 괜찮아?
봉순 : 여보!!!
지애 : (뺨맞은데 아프고 서럽고 우는데)
이때 슬리퍼 차림으로 뛰어 나오는 달수. 여보... 하면서 달려오고.
시끄러운 소리에 나왔는지 하대리와 양과장도 뒤로 따라나와 힐끗댄다.
달수 : (감싸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왜 울어?
지애 : (입술 꾹 깨물고 있는)
달수 : (준혁 보며 도전적으로) 부장님! 무슨 일인데요! 이 사람 왜 이럽니까!
준혁 : (노려본다)
달수와 준혁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지애 수습하기로 마음 먹고.
지애 : (눈물 쓱 닦더니) 여보. 아니야. 나 괜찮아.
달수 : 괜찮기는. (살피고) 얼굴 왜 이래. (울컥) 당신 혹시 누구한테 얻어 맞았어? (하고 순간적으로 준혁을 의심하며 홱 보는데)
준혁 : 뭘 봐! 나 아니야!
지애 : (자르듯) 부장님 부부, 가신대. 인사드려!
달수 : ?
봉순 : (바들바들 떨며 지애 노려보다가 홱 돌아서 가버리고)
준혁 : (표정 있다가 돌아서서 가는데, 봉순과 다른 방향이다)
지애 : (그거 보고 있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들어가고)
달수 : (아무래도 이상하지만 일단 지애 따라 들어가고)
봉순 걸어가다가 우뚝 멈추고, 뒤돌아 보는데. “괜찮은거야?” 하면서 지애를 다정하게 감싸고 들어가는 달수 모습.
뒤에서 보며 부글부글 끓는 봉순.
#37. 지애 집 안방 (N)
지애 달수 돌아누워 있는데. 지애는 눈물이 자꾸 흐르고.
달수 : (답답한 듯 일어나며) 여보. 진짜 아무 일 없었어?
지애 : 불 좀 꺼줄래? 피곤해. 자자.
달수 : (별 말 못하고 불 꺼준다)
지애 : (눈 감아버리는)
#38. 기획실 (D)
준혁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다. 혼자 낙서를 했던 듯, 천지애.. 오해.. 크리스마스.. 등등 글씨 겹쳐쓰고 위에 동그라미도 몇겹.
하대리와 달수가 출근하다가 엎어져 잠든 준혁을 보고.
하대리 : 부장님!!! 거기서 뭐하세요?
준혁 : (놀라서 화다닥 일어난다. 얼른 자세 가다듬어 보지만, 웃기게 눌린 옆머리와 입가 희미한 침자국은 어쩌지 못한다.
하지만 카리스마 있게 다리 꼬고 올려다보며) 일찍들 출근하네요?
하대리 : 여기서 잔거에요? 찬데 엎드려 자면 입돌아가는데~
준혁 : (카리스마 있게 눈 부릅) 잔 거 아닙니다. 잠깐 뭐 좀 생각하다가.... (큼... 애써 아무렇지 않게 나간다)
하대리 : (쳇!) 안 잤다고? 참나... 침은 어쩔건데? 한준혁 쟤도 은근 가식적이야~
달수 : (준혁 책상 위를 보는데 알 수 없는 낙서들 속에 천지애라는 글씨. 확 달아오르는 표정)
#39. 화장실 (D)
준혁 일회용 면도기로 까칠한 수염을 깎고 있는데.
들어오는 달수. 준혁, 힐끗 보고 면도 계속하는데.
달수 : (손씻으며) 부장님. 어젯밤에 말입니다.
준혁 : (아얏! 면도기에 턱 벤다)
달수 : 어? 피...
준혁 : (신경질적으로 휴지 빼서 닦아내는)
달수 : 괜찮으십니까?
준혁 : (괜찮은게 아닌) 괜찮습니다.
달수 : (참 융통성이 없다) 그럼 괜찮다고 하시니까, 계속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준혁 : 무슨 일이라뇨!
달수 : 저희 집사람이 우는 것 같던데. 저 없을 때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해서. 한숨도 못잤거든요.
와이프한테 물어봐도 대답을 안해주고...
준혁 : (면도기 물에 씻으며) 온달수씨는 참 세상을 편하게 사는 것 같아요?
달수 : 네?
준혁 : (똑바로 서서 보고) 내가 안 어려워? 난 당신 상사야.
달수 : 어렵긴 하지만. 무섭진 않습니다.
준혁 : 무서울 리가 없지. 부장한테 밉보여서 짤려도, 또 부인이 구걸해서 취직시켜주면 되니까!
달수 : 부장님!
준혁 : 당신이 당당한 게, 당신 자신의 능력 때문이면 이렇게 우습지 않아! 그렇지만. 도망가면 받아줄 곳이 있으니까
지 할 말 다 하고 사는 거? 그건 비겁한 거야!
달수 : (표정)
준혁 : 직장이란 데가 왜 전쟁턴지 알아? 가장들이 싸우는 곳이니까. 그래서 피가 튀는 거야.
당신이, 당신 가족 위해서, 피 쏟아가면서 싸워본 적 있어?
준혁, 달수를 툭 치고 나가는데.
달수 : (뒤에 대고) 부장님은요?
준혁 : (우뚝 선다)
달수 : 제가 보기엔 부장님도 아닌 것 같은데요? 부장님은 가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싸우면서 사는 분 아닌가요?
준혁 : (저 자식이!! 확 열받아서 돌아보는데)
직원들 들어온다.
준혁 표정 있다가 그대로 나간다.
달수, 자기도 모르게 긴장 했다가 탁 풀리는 표정.
#40. 사우나 (D)
홍식과 준혁 사우나에 앉아 있다.
홍식 : 역시 싸우나는 근무시간에 해야 맛이야. 내가 말야, 우리 회장님이랑 언제 친해졌는지 알아?
준혁 : 글쎄요.
홍식 : 내가 부장 시절에 땡땡이 치고 싸우나에 와 있다가 당시 사장님이던 우리 회장님한테 딱 걸린거야.
첨엔 식겁했는데. 서로 벗고 만나니까 이거 뭐... 인간은 똑같더라구. 사장이라고 잴 것도 없고. 부장이라고 쫄 것도 없고.
준혁 : (웃는다)
홍식 : (별 얘기 아닌 듯 자연스레 얘기한다) 기흥에 생산 라인 새로 만드는 거. 알지?
준혁 : 그럼요. 팔백억이 넘는 설비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지 않습니까.
홍식 : 그렇지. 회장님께서 이번에 개발하는 새 조미료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계신다는 증거지.
준혁 : 네.
홍식 : 그런데 말이야. 그게 성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준혁 : 네?
홍식 : 이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격인 허사장이. 그 공을 다 먹을 거라구. 주주들한테 별 반발 안사고, 후계자 지명 되겠지.
준혁 : (표정)
홍식 : 그런데, 반대로 실패로 돌아간다면?
준혁 : 아무래도 회장님의 발언권에 힘이 빠지지 않을까요. 사실 주주들은 자연재료로만 조미료를 만든다는 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수지타산이 안맞을 거라고 반대하는 입장이니까...
홍식 : (OL) 주주들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안그래도 허사장 탐탁치 않아 하는 분위긴데.
준혁 : 예.
홍식 : (모래시계 뒤집고) 나는 말이야. 내가 올라가면. 내 빈자리로 한부장 생각하고 있어. 물론 파격적인 인사겠지만.
원래, 개혁은 파격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
준혁 : (표정에서)
#41. 엘리베이터 (D)
준혁, 생각에 잠긴.
홍식OFF : 우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 그렇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야 하네.
그럼 허사장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던 대주주들이 가만 안있을거야.
이때 문 열리며 태준 올라타면.
준혁 얼른 인사하며 표정.
#42. 복도 (D)
준혁 걸어간다.
홍식OFF : 자연조미료 실무팀 한번 구성해 봐.
#43. 기획실 (D)
준혁 들어서는데.
양과장이 ‘똑바로 못해?’ 어쩌고 하면서 하대리와 달수를 구박하고 있다. 덤앤더머 같아 보이는 세사람.
준혁, 세 사람을 보는 표정.
홍식OFF : 실컷 부려먹고, 나중에 책임 지워서 짤라버릴,,, 왜 그런 놈들 있잖나. 절대, 이 일을 못해낼 놈들로 한번 골라봐!!
준혁 : (표정 있다가) 양명근과장, 하참대리, 온달수씨. 세사람 회의실로 오세요.
#44. 회의실 (D)
준혁 가운데 앉아 있고. 양과장,하대리,달수 앉아 있다.
양과장 : (들뜬) 네? 제가 새 조미료 CM을 맡으라구요? 김과장이 아니구요?
준혁 : 양과장도 큰 거 하나 맡을 때 되지 않았습니까?
양과장 : 감사합니다 부장님!!!
준혁 : 그리고 밑에 팀원으로 하대리랑 온달수씨 줄께요. 두 사람도 잘해 보세요.
하대리 : (감격) 감사합니다!!
달수 : (좋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왜 저러지 싶기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양과장 : (표정 있다가 속삭) 저 그런데 부장님? 전 그렇다 치고. 팀원들이 좀 약한 거 아닌가 싶은데... 둘 다 우리 부서 폭탄들이라...
하대리 : (듣고 기분 나쁘고) 과장님!
준혁 : 다른 직원들도 가끔 끼어들어서 도와주라고 지시할테니까, 양과장이 잘 이끌어 나가 보세요. 양과장 그럴 능력 되잖아요.
양과장 : (으쓱하면서도 의욕 불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준혁 : (끄떡하고 달수 보면)
달수 : (갑자기 왜 저럴까...)
준혁 : (나간다)
양과장 : (감개무량하고 바로 전화하는) 여보세요? 여보? 나 새 조미료 CM 맡았어. 당신 찍혔다고 걱정하더니. 괜찮은가봐.
그래 너무 걱정마 여보.
하대리 : (눈치 보다가 구석으로 가며 전화한다) 여보? 저번에 부장 마누라 찾아갔댔지? 그게 드디어 빛을 보나봐.
여보 수고했어. 이제 고생끝이야!!
달수 : (두 사람 번갈아 보다가 자기도 전화기 꺼내 단축번호 1번 누른다) 여보!
#45. 지애 집 거실 (D)
지애 : 정말? 잘됐다. 축하해 여보. 그럼 오늘 늦어? 알았어. 밥 잘 챙겨먹구. (전화 끊고 좋으면서도 걱정된다) 뭐야. 준혁이가 왜....?
(좀 걱정도 되고) 아 그 부부는 잘해줘도 불안하니까. (찜찜한)
#46. 봉순 집 주방 (D)
봉순, 찌개 끓이고 있다. 그 표정 위로.
플래쉬컷.
지애 : 니들 보기엔, 내가 불쌍할 지 몰라도! 난 오히려 남의 여자한테 자기 와이프 까대기나 하는 그런 남편이랑 사는,
양봉순이 더 불쌍하거든?!!
봉순, 정신 차리면. 부글부글 끓다가 넘치는 찌개.
달칵.. 불끄는 봉순. 분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표정 있다가 싱크대 서랍에서 위장약 꺼내 물과 함께 먹는다.
#47. 회사 문화홀 (D)
태준모와 소현, 그리고 여기자가 와 있다.
태준모, 소현 손을 꼭 잡고 딸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여기자 : 이번에 그룹 차원에서 직원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여는 건, 참 신선한 발상인 것 같은데요.
이런 기획을 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세요?
태준모 : 이건 우리 소현이가 기획한 거에요. 발상이 참신한 것 같아서 제가 밀어줬구요.
소현 : (보일듯 말듯 미소만)
여기자 : 두분이 언뜻 보면 고부간 같지 않고 모녀간 같으세요. 원래 그렇게 사이가 좋으세요?
태준모 : 제가 아들만 하나다 보니까 딸 있는 엄마가 제일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저랑 코드가 딱 맞는 며느리가 들어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손 쓰다듬으며) 쇼핑도 같이 가고. 여행도 같이 가고 그래요.
여기자 : 정말 좋으시겠어요.
소현 : (미소 끝엔 그늘진 표정)
#48. 관능센터 (D)
양과장, 하대리, 달수, 그리고 여직원 한명 정도 앉아서 회의중.
하대리 : (두가지 시료를 놓고 얘기중) 이쪽 시료는 기존의 제품이구요.
이쪽이 MSG 핵산 산분해간장 설탕 그리고 합성착향료가 없는 제품입니다.
양과장 : (맛 보고 찡그리는) 너무 맹숭맹숭하잖아.
하대리 : 합성착향료 없는 게 결정적인 이유죠 뭐.
달수 : 그럼 쇠고기맛 합성착향료 대신, 원재료인 쇠고기를 더 많이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양과장 : (짜증) 그걸 누가 몰라? 돈이 많이 드니까 그렇지. 단가 올라가면 누가 사먹겠어?
달수 : 아... 그래도 그게 몸에 좋을 것 같은데.... (해맑게 웃으면)
양과장 : 뭐야 저거. 달수가 아니라 닭수 아냐 닭수? 닭대가리잖아 완전히!
하대리 : 에이 과장님 왜 그래요~ 처음이라 뭘 잘몰라서 그런건데.
양과장 : 그러니까 여기가 무슨 신입사원 연수원이냐고! 가르쳐가면서 하게! 눈치껏 지가 따라와야지!!
하대리 : (얼른) 달수씨. 우리 커피 마실까? 과장님 마시고 하죠. 졸린데.
양과장 : (못마땅)
하대리 : (나갔다 오라는 눈짓)
달수 : 예. 그럼 커피는... 밀크 커피.. 아니면 설탕... 아니면 블랙...
양과장 : 밀크.
달수 : 일반커피랑 고급커피 중에...
양과장 : 아 아무거나 가져와!!!!
달수 : (놀라서 얼른 나간다)
#49. 문화홀 앞 복도 (D)
태준모와 소현이 나온다. 걸어가면서 표정.
태준모 : 니 엄만 요새 뭐하고 계신다든?
소현 : 어머니 대학 일로 바쁘시...
태준모 : (OL) 아니, 그 어머니 말고. 니 친엄마.
소현 : (표정 있다가) 잘 모르겠는데요.
태준모 : (조금 얕보는 듯한 표정 있다가) 집안내력인가? 니 아버지도 본부인한테서 애를 못봐서, 밖에서 겨우 너 하나...
소현 : (보면)
태준모 : (큼...) 암튼, 근데 왜 너두 그렇게 애가 안서는건지. 내가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되도 않는 변명하느라
아주 애간장이 녹는다. 어쩔거니?
소현 : 어머니. 전... 오빠랑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어요. 같은 방 안쓴지도 오래 됐구요. 그러니 아이가 생길 리가 없잖아요.
#50. 복도 다른 일각 (D)
달수, 커피 세잔 뽑아서 입에 물고 양손에 아슬아슬하게 들고 가는데.
커브 돌자 소현과 태준모 모습이 보인다. 멈칫하는 달수.
태준모 : 너 그게 자랑이니? 내가 니 나이 때 회장님은 날 그냥 가만 냅두질 않으셨...(표정 있다가 다시 교양있게)
그건 여자 할 나름인거야. 우리 태준이가, 애가 워낙 일밖에 모르고, 여자엔 흥미가 없어서....
소현 : (헛웃음이 나고)
태준모 : (매섭고) 삐끗해서 태준이랑 너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누구 손핸지 한번 잘 생각해봐! 우린 크게 아쉬울 거 없다.
그렇지만 우리집에서 내쳐진 널 받아줄 데가 있을 것 같으니?
소현 : ...
태준모 : (문득 달수를 본다. 표정 가다듬으며 우아하게) 그래. 그럼 수고하고. 전시회날 보자꾸나. (도도하게 걸어 사라진다)
소현 : (달수를 본다. 당황스럽지만 눈물 뚝)
달수 : .... (커피 양손에 들고 입에 문 채 표정)
#51. 가라오케 (N)
준혁과 홍식, 나이사 등. 술 마시는.
홍식과 나이사는 어린 호스티스 데리고 노는 맛에 폭 빠졌고.
준혁 혼자 노래 고래고래 부르고 있다. 오래전 그날 정도?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날. 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뭐가 그렇게도 좋았었는지. 우리둘만 있으면”
- 노래 위로 준혁과 지애의 좋았던 날들
- 군복 입고 지켜보던 준혁
- 결혼식날 지켜보던 준혁
- 쓰레기 봉지 들고 가던 지애. 재회한 준혁
- 봉순에게 뺨맞던 지애 등등
지 감정에 취해 소리소리 지르며 노래 부르는 준혁 때문에 홀딱 깨는 홍식.나이사 등등.
홍식 : 저놈 저거 왜 저래? 아 시끄러. (귀막고 여자에게 집적대는) 저놈 시끄럽지. 우리 나가까? (어쩌고)
#52. 봉순 집 거실 (N)
혁찬 잠들어 있고. 봉순, 머리 쓸어주다가. 전화한다. 꺼져 있다는 안내음. 메시지 녹음한다.
봉순 : (애써 밝게) 여보. 나에요. 왜 하루종일 통화가 안돼요. 지금 회사에요? 야근중인 것 같아서
간식이랑 갈아입을 속옷 좀 가지고 가요. 메시지 들으면 연락 좀 줘요. (끊는다. 눈물 닦고 다시 전화하는)
김과장네? 잠깐 우리집 와서 있어줄 수 있겠어? 나 잠깐 나갔다 와야 돼서. 부탁해 그럼. (일어난다)
#53. 회사 옥상 (N)
달수와 소현, 맥주캔 하나씩 들고 앉아 있다.
소현 : 이상하지? 왜 자꾸 이런 모습을 선배한테 들키는 건지 모르겠어.
달수 : (연민으로 보고)
소현 : 짐작했겠지만, 나 그러고 살어. (눈물 닦고 웃는다) 미안.
달수 : ....
소현 : 내가 왜, 선배 와이프 보고 부럽다고 했는지 알겠지? 난 진심으로 그렇게 살고 싶거든.
사랑해주고. 사랑도 받고.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달수 : 우리 마누란 니가 부러워 죽겠다던데?
소현 : (웃으며) 그럼 바꿔살자 그럴까? 난 콜인데.
달수 : (웃으며) 너무 늦었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 주차장까지 데려다 줄께. (일어나면)
소현 : (팔짱 끼고)
달수 : (멈칫하면)
소현 : 아무도 없잖아. 잠깐만. 응?
달수 : (쉽게 밀쳐내지 못하고)
#54. 태준 차 안 (N)
비서가 운전하고 있고. 태준은 뒷자리에 취해 잠들어 있다.
차는 지애네 빌라 앞 근처에 멈추고.
비서 : 사장님?
태준 : (깬다)
비서 : 다 왔는데요.
태준 : 여기가 어디야?
비서 : 저도 잘 모르겠는데. 사장님이 이쪽으로 가라고 하셔서.
태준 : (? 해서 바깥을 본다. 보고 헉 놀란다) 내가 여길 왜 온거야.
비서 : 네?
태준 : 집으로 가.
비서 : 네. (하고 차 돌리는데)
현관에서 쓰레기 봉투 들고 나오는 지애 보이고.
태준 : 잠깐만. 멈춰봐.
차 멈추면. 창밖으로 지애가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모습 보인다. 머리가 자꾸 흘러내리는지, 넘겨가면서 분리수거하는 지애.
쓰레기 봉투 안으로 발 넣어 꾹꾹 밟기도 하고.
비서 : (뭘 보는거야? 두리번거리며) 사장님?
태준 : 어, 됐어. 출발해. (표정. 내가 왜 이러지...)
#55. 엘리베이터 안 (N)
밖이 투명한 누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소현과 달수.
달수 조심스럽게 팔짱 풀어낸다.
소현 : 으유. 소심대마왕.
달수 : 누가 보면 너 곤란할까봐 그러지.
소현 : 보긴 누가봐.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데.
달수 : 그래두.... 남아있는 사람들 가끔 있단 말야.
소현 : 선배. 나 소원이 하나 있는데....
달수 : 응?
소현 : 열세는 동안만. 나 하고 싶은대로 하게. 가만 있어주면 안돼?
달수 : 어?
소현 :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보고)
달수 : (보고)
#56. 회사 로비 (N)
작은 쇼핑백 든 봉순, 들어오는데. 경비 순찰 돌고 있고.
봉순 인사한다. 경비도 봉순에게 인사하고.
#57. 엘리베이터 안 (N)
소현 달수에게 가만히 안긴다.
달수, 양손 어정쩡하게 든 채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밀어내지는 못한다.
#58. 로비 엘리베이터 앞 (N)
봉순이 또각또각 걸어온다. 위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가 보이고.
봉순 아무 생각 없이 위를 보는데.
봉순 시선에서 달수가 어떤 여자를 안고 있는 게 보이고. 헉!! 놀라는 봉순.
그런데 그 여자의 옆모습을 보니, 소현이다!!! 거기에 더 놀라는 봉순. 그 표정 위로.
지애OFF : 우리 남편은 나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야. 다시 태어나두 나랑 결혼할 거란다! 나밖에 없대요!
돈 없어서 좀 짜증은 나지만, 괜찮아 난. 행복해 난.
엘리베이터 1층에 멈췄지만 그대로 안겨있는 소현. 안아주고 있는 달수.
봉순, 놀라고 혼란스런 표정 있다가. 어느 순간, 회심의 미소가 스친다.
#59. 엘리베이터 안 (N)
소현, 달수 품에 가만히 안겨 있는데.
소현 : 고마워 선배.... (눈물 또르르)
달수 : (그런 소현 보면 안됐고, 설레기도 하고, 어쩌지...)
소현 : (눈 감은 채 그렇게 있으면)
달수 :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들고 있던 손 소현 어깨로 내리고)
소현 : !!!!!
달수 : (따뜻하게 안아주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