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익사와 의령읍을 가르는 남산천 변에 의령공설운동장이 있다. 강 쪽 벽면에는 그림을 그려 콘크리트의 삭막함을 가리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설운동장을 중심으로 4월22일 의병 창궐 일에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17장령을 비롯한 의병들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받들기 위하여 의병제전 및 군민의 날 예술 행사가 3일 동안 열려 의령은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른다.
축제는 매년 4월 21일 느티나무에 북을 매달아 의병을 모았던 의령군 유곡면 현고수에서 성화 채화를 시작으로 전야제가 서막을 열고, 다음날 의병의 애국 혼을 추모하는 추모 제향과 달집태우기, 무형문화제 20호 의령 큰 줄땡기기, 소싸움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필자가 답사를 하던 날, 충익사에는 창원 모 초등학교에서 관광버스 10여대를 타고 현장학습을 왔다는 어린이들이 안내 해설사 없이 경내만 둘러보고 돌아가고 있었고,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소풍 온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놀이에 한창이었다.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교육적인 사적지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문화유산 해설사를 양성하여 배치하면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객원 문화유산해설사 제도가 가장 잘 정착된 곳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이다. 그 지방 행정기관의 문화관광담당 부서에 연락을 하면 시·군에 소속되어있는 문화유산해설사를 쉽게 소개받을 수 있다. 그리고 휴일에는 대부분 잘 알려진 유적지에는 항상 배치되어있어 생생한 현장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충의문을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잘 가꾸어진 수목과 잔디밭이 있다.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곽재우 장군 유적정화기념비와 웅장하지는 않으나 작으면서 화려한 다포식 팔작지붕의 충의각이 있다. 이곳에는 18장령에게 사후(死後)에 내린 벼슬과 본관(本貫)등이 적힌 명판이 있다.
충의각 길 건너 잔디밭에는 경상남도 기념물 83호로 지정된 모과나무가 있다. 충익사 모과나무의 나이는 5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8.5m,둘레는 3m이다. 나무의 줄기가 근육모양으로 울퉁불퉁하게 골이 패여 있는데, 오래된 모과나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이 모과나무는 원래 가례면 수성마을을 지켜주고 보호하던 당산나무(堂山木:마을 지킴이 나무.)로 토속신앙의 대상이었으나, 1978년에 곽재우 장군 유적지 정화사업을 실시할 때 충익사로 옮겨졌다.
모과나무에 대해서는 필자에게 특별한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박2일간의 수학여행을 삼십리 가량 떨어져있는 장성의 백양사로 갔었다. 참외를 교과서에서 그림으로만 보았고, 모과나무는 전혀 본적이 없었다. 당연히 참외와 모과를 구분 할 줄 몰랐고, 달빛이 내리는 가을밤에 탐스럽게 열린 노란 모과를 참외로 알고 친구들과 모과나무에서 한 자루를 땄다. 다음날 아침 스님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졌고, 우리들은 땀을 흘리며 넓은 백양사 경내 청소를 다하고서야 훈방되었다.
모과나무 옆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본 떠 만든 인공연못이 있는데 붉은 잉어를 비롯한 관상어가 풍치를 더해준다. 어린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서 안전한 울타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못에서 기념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왼쪽을 보면, 곽재우장군과 17장령 및 수많은 무명의병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충익사당이 있다. 사당을 나와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건물이 기념관이다. 이곳에는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의 유물과 기마도, 의병창의도, 정암진 승전도 등이 전시되어 있어 임진왜란 때의 전투장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있는 곽망우당 유물 6점은 보물 제671호로 지정되어있다. 장검(長劍)은 길이 86cm, 너비 3cm(자루 16cm)로서 임진왜란 때에 장군이 사용하던 것이다. 칼과 칼집이 한 쌍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손잡이 부분이 나무로 되어 있고 겉은 가죽끈을 교차하여 감았다. 그 아랫부분은 꽃 모양으로 앞면과 뒷면을 파서 조각하였고, 칼등은 위로 조금 휘여있다. 칼집은 윗 부분이 약간 부식되어 떨어졌으며, 그 아래 간격을 두고 2개의 테를 돌렸고, 그 윗부분은 고리가 부착되어 있어, 끈을 묶었던 것으로 보인다. 칼집의 아랫부분에는 반원형의 구리장식이 되어 있으며, 그 앞과 뒤는 꽃 모양으로 장식하였다.
심재근(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