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이 아주 많은, 그러니까 이제 딱 100살이 된 거북이 한 마리가 나무 밑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이름은 '니나'라고 하고요,
특징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에요.
행동도 느리고,
말도 느리고,
뭐, 그렇게 모든 게 느린 그런 거북이이지요.
니니는 지난 100년간 수많은 여행을 해 왔지만, 이제는 왠지 이 여행이 거의 '끝'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
그런데 그 '끝'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렇게 니나는 알고 싶은 그것을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글쓴이 - 알프레도 코렐라
그린이 - 호르헤 곤살레스
옮긴이 - 이현경
펴낸곳 - 소원나무
개미
개미에게 물었습니다.
'끝'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끝?
끝은 나쁜 거지!
가을 내내 모아 둔 먹이가
다 떨어져
겨울을 날 수 없다는
뜻이니까.
애벌레
끝은
내가 평생 기다려온
순간이야
애벌레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꽃 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올려다보았지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나타난 머리 위로 보이는 무리는 이제야 남쪽으로 떠나는 제비 떼인가요?
제비
끝은 아마
방향을 바꿔야 할
순간일지도 몰라.
여름이 끝나가면 따뜻한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고,
겨울이 끝날 때 다시 돌아온다는 제비는 거북이에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는 홀연히 날아가 버렸지요.
음...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거북이가 이번엔 또 다른 친구를 만난 것 같네요.
뱀
따뜻한 햇볕 아래 꾸벅꾸벅 졸고 있던 뱀은 거북이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여기를 봐.
끝은 여기야.
내 꼬리로 원의 시작과
끝을 이었어.
끝이 어디인지
알겠니?
꾀꼬리
꾀꼬리의 노랫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 좋았습니다.
저렇게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꾀꼬리는 과연 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내 노래는 중간에
끝나는 법이 없어.
모든 음표를
하나로 이어서 부르거든.
하지만 사실
모든 음표는
한 번의 소리만 내고
끝이 나지.
니나는 그래도 꾀꼬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어쨌든 마지막 음표가 끝나면 노래도 끝이 나는 거 아닌가요?
얼마나 걸어온 걸까요?
니나는 그렇게 큰 강가에 다다르게 되었고 그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럼 이번엔 강물에게 한 번 물어볼까요?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하지만 끝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야.
나를 봐.
나는 바다에서 끝나지.
니나는 지금까지 끝의 의미를 찾아 헤맸지만,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어요.
어쩌면 끝이 없어서 일 수도 있고,
끝이 두렵다고 느껴져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니나는 생각했지요..
그렇게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
그 속엔 언제 떴는지 모를 커다란 달이 니나를 내러다 보고 있었어요.
그래요.
그 달은 지금 니나에게 또 다른 여행이 끝이 났음을 알려 주는 거였어요.
이 그림책 속의 니나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자기의 길을 가고는 있지만, 언젠가 이런 여행도 곧 끝이나리라... 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지요.
하지만 그 '끝'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그 '끝'뒤에는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다들 저마다의 생각을 털어놓은 속에서 니나는 어렴풋이 그 끝이라는 것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이 반드시 그 뒤에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니나의 여행처럼
어느덧 이 책도
끝이 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책을
펼칠 수 있답니다.
시작해야 하는
'바로 그때'이니까요.
이것 또한
끝의 아름다움이랍니다.
《끝의 아름다움》
작가는 마지막에 아주 친절하게도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말해줍니다.
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고, 우리도 그 의미 정도는 다 아는 거지만, 저 동구박은 그래도 니나가 만나는 동물들이 하는 끝이라는 정의를 들으면서, 그 식상한 주제가 사실은 이렇게도 심오한 내용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느낄 수가 있었답니다.
게다가 니나가 혼자서 길을 걸어가는 그 장면 장면의 묘사를 보면, 장소가 바뀔 때마다 니나는 니나의 색을 감추는 듯 그곳에 녹아들어 있는 그런 색감으로 존재를 하는데요, 그런 표현 속에서 '그래... 이것이 바로 인생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요.
무언가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그게 시간이든 공간이든 나의 관심사든 그 안에 있는 나는 나의 색깔로 살고 있는 듯하지만 저 멀리서 나라는 존재를 그 시공간에 들어있는 '하나의 상'으로 본다면 그것은 그곳에 나름 어울리는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지요.
나는 분명 나인데,
어디선가는 그냥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구성요소...
그렇게 이어가다 보면, 사실 우리가 끝이라고 규명하는 그것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정말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끝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것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크고 작은 끝과 시작을 계속해서 맞닥뜨리며 살고 있는 것이 되겠지요?
앞 면지와 뒷 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