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자꾸 나를 화나게 한다.
이때 사람들은 내 손으로 반드시 복수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평생 원수를 갚기 위해 ‘정의로운 증오심’을 불태우며 불같은 마음으로 무슨 일이든 한다.
물론 이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평생 원한과 증오심을 품으며 산다는 것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다.
아버지 원수를 갚겠다고 20년, 30년 동안이나 마음속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원한으로 사무쳐있겠는가.
그 마음은 자신의 온몸의 세포를 파괴하며 결국 자신을 죽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서도 문동은은 학창 시절 학교 폭력에 대한 증오심을 갚아 주고자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었다.
문동은이란 이름보다 ‘연진아~’라는 대사가 여운이 남는 것을 보면, 우리는 성장한 연진이가 두려워 떠는 모습에 복수의 통쾌함을 맛본다.
동은이의 인생 원동력은 복수심이었지만, 만약 삶의 동력이 복수와 증오가 아닌 ‘사랑’과 ‘나눔’ 같은 아름다운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사실 우리는 원수를 갚을 필요가 없다.
세상의 이치로 봤을 때 원수는 무조건 갚아야 할 것 같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복수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무려 기원전 1700년 전에도 함무라비 법전에서 ‘눈을 멀게 하면 제 눈도 멀게 하라’, ‘이를 부러뜨리면 제 이를 부러뜨리라’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 오래된 고전은 그 시대에 어쩔 수 없이 필요했던 것일 뿐이다.
불교에서는 대신 ‘놓아버려라, 용서하라’라고 말한다.
내가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다. 우주 법계가 더 확실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주 법계는 업의 불균형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법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