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수박서리
백화 문상희
오늘도 보람된 하루
포근한 잠자리에 들었고
꿈속에서 어린 시절 나를 내려다보았다
신나는 여름방학
낮에 잡은 메뚜기볶음
그 맛있는 반찬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지
초승달 캄캄한 밤
살금 삼금 친구 따라나선 길
설익은 수박 밭으로 향했다
원두막 할베
금방이라도 쫓아오는 듯
가슴 졸이며 낮은 포복으로 기었다
따끔거리는 팔다리를 무시한 채
어둠 속에 장터에서 본 대로 따라서했지
두드려보고 또 두드려보고 품고 온 잘 익은 놈이다
냇가에 둘러앉아 깨트린 수박
목줄을 타고 내려가는 풋내 가득한 시원함
허겁지겁 먹으니 주린 배가 벌떡 일어났다
지나친 욕심에
옷 속에 숨긴 수박 한 통
내일 먹으려고 집으로 가져왔지
친구가 부추겨 갔다지만
아버지께 들키면 무지막지한 매 타작이다
나는 아무도 몰래 우물에 던져 놓고 잠들었다
야 이놈아,
빨리 일어나거라 해가 중천이다
나는 아버지의 호통소리에 화들짝 놀랐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웬 수박이 우물에 둥둥 떠있다 이놈아
밖으로 나와서 건져보거라
나는 그래도 모른 척 시치미 뚝
오르락내리락 두레박 질
건져 올린 풋내 나는 줄무늬 수박
죄짓고는 못 사는 법
그 생각을 할 때면 오금이져려와
나는 지금도 간이 두 근 반 세 근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