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사례비에 대한 세금과 신앙의 자유
김선배 교수
(침신대 신학과, 신약학)
요즘 사회적으로 목회자의 사례비에 대한 세금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일부 교회의 분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마치 많은 교회들이 재정 사용에 문제 있는 것처럼 호도되는 측면도 있으며, 세금 부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재정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단초인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막 12:17)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달리 하나님의 것마저도 가이사에게 주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1:3~4)는 교훈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 신약성경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전문가와 토론하며 그 의견을 구해 보았습니다.
납세의무
조세는 나라 살림의 근간을 이루는 재정의 원천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비전은 석유나 광물과 같은 부존자원이 미약한 상태에서 결국에는 조세 수입을 통한 재정 조달을 통해 실현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납세의무는 헌법 제32조에 명시되어 있는 데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납세의 의무를 가집니다. 납세의무의 구체적인 실현의 근거는 개별적인 세법에서 규정하는바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그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조세법률주의의 주된 내용은, 법률에 의해 조세(세금)의 납부근거가 되는 기본사항인 납세대상,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 등을 정하여 국민에게 납세의무를 지워야 하며 그 한계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국민적 합의에 의해 법률로써 국가에 위임된 내용 범위 내에서만 국민에게 납세의무를 지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세 가지 권한
국가가 행사하는 조세의 획득과정에 부여된 권한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첫째는 세금의 부과권입니다. ‘부과권’이란 법에서 규정된 세금의 납세의무가 성립한 납세 의무자에게 세금을 납부하도록 명령하는 법적 권한입니다.
납세 의무자가 이를 회피할 경우 국가는 공권력으로 일정 기한 내에 산출된 세액을 국가에 납부하라는 명령을 납세 의무자에게 고지합니다. 이 부과권을 교회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이럴 경우 추가적인 납세 대상이 교회 안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목회자의 사례비는 법적근거가 불분명하지만 근로소득으로 부과권을 행사하게 되고, 업무추진비, 여러 수당(자녀, 사택, 교육 등), 일정수준을 넘는 차량 구입 및 유지비(보조비), 목회활동비 등은 근로소득으로 분류되어 그 부과권이 행사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복리후생비 중에서 소득으로 구분되어 부과될 항목이 있는데, 대부분의 교회에서 사명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는 국내선교비, 해외선교비, 장학과 구제비 등의 지급액에 대하여는 교회가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부과권이 행사돼야 할 것입니다.
기타 정부의 조세 부과권을 교회 재정에 적용하자면 생각하지도 않았던 많은 예산지출 항목들이 납세의무의 이행의 대상이 되어 부과권이 행사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조세의 징수권입니다. ‘징수권’이란 납세자가 세금을 법적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할 경우에 국가는 법적권한으로서 강제적으로 조세의 징수를 행사하는 법적권한입니다.
통상적으로 5년 이상의 소멸시효로 징수권은 장기간에 부여된 권한입니다. 만약 납세자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체납할 경우에 국가는 재산압류 등의 방식에 의한 강제집행을 통해서 조세를 확보하여 징수하게 됩니다.
따라서 교회가 그 재정의 형편에 따라 조세를 체납할 경우 목회자와 교회에 대한 재정의 강제집행이 이루어져 교회의 고유목적 이행을 위한 재정 집행에 장애요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조사권입니다. ‘조사권’이란 납세자가 성실한 납세의무를 해태할 경우로 판단되면 국가는 납세의무자의 소득이 발생되는 그 원천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자본주의의 틀에서 세무조사권은 법적권한으로서 국가의 막강한 권력입니다. 조사권의 행사는 교회재정의 수입과 지출의 전분야를 국가가 합법적 권한인 조사권의 행사를 통해 들여다보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교회재정은 의도적이지 않게 세속권력에 전부 노출되게 될 것입니다.
신앙의 자유와 국가권력
이렇게 국가 권력에 의해 집행되는 목회자와 교회에 대한 세금 문제는 신앙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헌법 제20조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에 중대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헌법 제20조에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중요한 개념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만일 국가의 조사권이 선한 의도로 행사되지 아니하면, 국가는 조세권의 확보를 명분으로 교회 신앙생활(종교)의 제한과 억압을 얼마든지 이행할 수 있습니다.
교회 재정은 교회를 굳건히 세워가고 하나님나라를 확장해 가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요소에 국가의 조세권의 대표적인 부과권, 징수권, 조사권이 잘못된 의도에 의해 적용된다면 사실상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는 중대하게 침해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종교의 자유권과 납세의무는 상호간에 일정한 수준에서 상충관계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부동산, 자동차세, 주민세, 물품구입, 기타 등과 관련해서 교회와 목회자의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는 현재 대부분 이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목회자의 사례비 등의 지극히 협소한 과세문제만 남아있는 것인데, 여론이 마치 교회 및 목회자는 조세 납부에 열외가 되어 조세형평에 크게 벗어나 있는 것으로 호도하는 면이 있는 것이기에, 이 시대의 기독교계가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로마서에서 바울은 “너희가 조세를 바치는 것도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바로 이 일에 항상 힘쓰느니라 모든 자에게 줄 것을 주되 조세를 받을 자에게 조세를 바치고 관세를 받을 자에게 관세를 바치고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하라”고 말합니다(롬 13:6~7).
이는 정당한 세금 징수와 납세에 대한 양면성 있는 교훈입니다. 또한 바울은 13장 1~5절에서 세속의 권력이 하나님께로부터 왔기 때문에 권력자들도 이를 공정하게 사용해야 하며, 따라서 그리스도인들도 이러한 권력에 복종할 의무를 가르칩니다.
상호 보완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가르침입니다. 교회재정의 투명성은 교회의 자체적인 시스템과 관리를 통해서 이뤄집니다. 국가에서 목회자들의 사례비 등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확보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의 자유와 직결되는 교회재정에 간섭하려는 국가 권력의 눈짓에 당황하지 말고, 세금의 적절한 징수와 사용, 국가 권력의 바른 사용에 대해서 감시와 견제를 끊임없이 준행하는 시민으로서의 사명도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요소입니다.
- 출처: 침례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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