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월 27일 바닥 이후 나흘 만에 35% 상승. 이후 주가 정체.
삼성중공업, 10월 28일 바닥 이후 닷새 만에 100% 상승.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 보다 하루 빨리 반등한 이유가 무엇일까?
10월 27일만 해도 국가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다. 주가가 싸진 것이 분명하지만 주변 상황이 워낙 흉흉해 종목 선택이 최우량주로 몰렸는데 이런 힘이 삼성전자를 다른 주식보다 한 보 빨리 오를 수 있게 했다.
외환 위기 직후인 ‘98년 1~2월 까지 반등 때에는 삼성SDI가 삼성전자의 역할을 했었다. 당시 삼성SDI는 떨어지기 전 고점인 5만원은 물론 사상 최고치인 10만원까지 상승했었다.
왜 삼성전자는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계속되던 와중에 힘을 잃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미 10월초 하락을 시작되기 전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워낙 가격이 크게 떨어져 10월초 대비 상승 여력이 있어 오름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상승의 원동력은 하락에 따른 반등이다.
10월초에 종합주가지수는 1,400P 였다. 그러던 것이 불과 20일이 지나지 않아 900P로 추락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숫자가 나올 정도로 주가가 싸졌기 때문에 매수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흔히 있는 과정이다.
가까운 예로 올 5월 주가 동향을 보면 종합주가지수가 2,080P에서 석 달 만에 30% 가까이 떨어지자 300P 넘는 반등 과정이 있었다. 이 때 역시 갑자기 낮아진 주가에 투자자들이 적응하는 과정이었다.
반등이 얼마나 진행되느냐는 하락의 깊이와 연관된다. 하락이 클수록 그만큼 반등도 커지는데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어지간히 올라도 여전히 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반등을 밑바닥에 깔고 시장을 전망해 보자.
9.11 테러 직후 크게 떨어졌던 미국 S&P 500 지수는 두 달여 만에 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2002년 초에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저점을 갱신한다. 반면 같은 시점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9.11 테러 직후 460P에서 7개월여 만에 배 가까이 상승한다. 선진국 주식시장이 고점에서 횡보하고 있는 동안 우리 시장이 계속 상승한 보기 드문 경우였다.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은 경기 상황이다.
선진국 경기는 9.11테러 이후 정부의 통화 및 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별달리 회복되지 못했지만 우리는 카드 발행 확대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평소 대증적이라 치부했던 경제 변수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주가를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예였다.
9월 이후 국내외 경기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에 나오는 수치를 보더라도 8월과 9월에 차이가 너무 큰데 위기의 한복판으로 진입해야 하는 10월의 변수들은 한 단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2009년 전망이 좋지 않은 점도 부담이 된다. 세계은행은 내년 선진국 경제 성장률이 대부분 (-)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가가 경제에 선행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행한다는 것이 경제 변수가 한창 나빠지고 있을 때 주가가 반대로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경제 변수 둔화가 막바지에 도달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때 경기가 전환하는 시점보다 2~3개월 정도 빠르게 주가가 상승한다는 의미다. 지금이 경제 변수가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하는 때라면 주가 바닥이 왔는지는 불분명하다.
반등은 투자자들에게 무척이나 바쁜 시간이다.
삼성중공업 같이 시가총액 4조가 넘는 주식이 5일만에 배 이상 상승할 수 있었던 것도 반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격이 싼 것이 상승 이유이므로 이런 때에는 기업의 수익성이나 배당 수익률 보다는 매매의 편의성이 주가를 움직이는 관건이 될 것이다. 대형주이고, 낙폭이 크며, 절대 가격이 싼 주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형주를 몇 개 부류로 나눠 살펴보면
먼저 업종 대표주의 경우 삼성전자와 같이 반등 초기부터 상승을 주도해 가격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으므로 추가 상승 여력이 없다. 이들이 10월초 고점을 넘어 전진할 경우 이는 현재 주식시장의 성격부터 다시 규정해야 한다. 지금은 반등이 아니라 상승이 되고 경기 둔화는 크지 않으며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은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조선과 기계주.
많이 떨어졌지만 반등도 상당해 여력이 많이 남지 않았다. 오를 때는 3/4분기 실적이 그래도 괜찮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막상 고점에 도달하면 실적이 주가가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다.
셋째 금융주 특히 증권주.
증권주는 10월 중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주식이다. 분기별 적자가 계속되는 등 펀드멘털이 좋지 않지만 저점 대비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건설주와 은행주.
위기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약점을 보여줬던 주식들이다. 이 부분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