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사)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경기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유경미
'그린케어' 지적장애인의 희망이 자란다 ⑵스위스 편 | ||||||||||||||||||||||||||||||||||||||||||||||||||||||
[유럽의 지적장애인들] ②'스위스' 바거렌호프 재단 | ||||||||||||||||||||||||||||||||||||||||||||||||||||||
| ||||||||||||||||||||||||||||||||||||||||||||||||||||||
KBS 라디오 주미영 PD는 얼마 전 약 2주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세 나라의 지적장애인 시설을 취재했다.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유럽 지적장애인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독일 취재를 마치고 이번에는 스위스 경제의 중심지 취리히(Zurich)에서 북동쪽으로 약 2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우스터시의 바거렌호프(Wagerenhof)를 찾았다. 스위스에서 가장 큰 장애인관련 비영리단체인 바거렌호프는 인구 3만5천명의 작은 도시 우스터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도시를 이루며 오래된 스위스 양식의 주변 건물들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바거렌호프에서는 직원 550명(행정관련 60명) 중 225명의 장애인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보호작업장 60곳에서 각자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시설 안에는 물리치료와 승마치료, 음악치료 그리고 워터트리트먼트 등의 치료시설은 물론 세탁장, 수선실, 꽃가게, 화훼농장, 가축농장, 미용실 등이 있다.
이어 어떤 점에 신경을 쓰며 경영하느냐고 묻자 그는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장애인과 어우러지는 삶을 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특별히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데 신경을 씁니다”라고 대답했다.
지금의 한국 실정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들이 주변 지역주민과 통합하지 못하고 분리된 삶을 살았었는데 지금은 우스터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시설은 국가의 지원과 연방주의 지원, 그리고 자체 수익금과 외부 후원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철학은 바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있으나 장애인은 없다’라는 것이다. 바거렌호프에서 취재를 도와준 홍보담당의 엘린 부르넬리스(Elin Vournelis)는 우스터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 이곳을 지날 때 바거렌호프의 장애인들을 길에서 자주 만났었는데,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지만 자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그는 이곳에 취직한 후 장애인을 대할 때 더는 외모가 아니라 인성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저희는 3마리의 암퇘지가 있습니다. 1년에 새끼돼지 60마리를 낳죠. 일부는 판매하고 저희가 생산하는 대부분 고기나 채소는 바거렌호프에서 소비됩니다. 말 두 마리, 당나귀 세 마리, 소 여덟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 젖소들에서 생산하는 우유로 이 시설의 모든 우유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식당 벽에 붙어 있는 하루 일과표를 보며 설명해 주었다.
수터 씨의 안내로 장애인들이 사는 기숙사로 들어가니 집안 구조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어 보였다. 계속해서 그가 집안을 둘러보며 설명해 주었다. “여기가 우리 농장 장애인들 다섯 명이 생활하는 집입니다. 이들은 함께 일하고 함께 식사하고 여가를 함께 보내죠. 이곳은 비장애인들과 같은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보통 가족들이 사용하는 집의 구조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살 수 있고요. 단지 여기서 특이한 것은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거죠. 여기 엘리베이터도 있고 목욕탕도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제 아내와 딸 4명도 여기서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집과 일터가 함께 있다 보니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자라며 대가족생활을 해서인지 이런 생활에 익숙합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점이지요.” 취재 중 만난 17세 청년 아드리아노는 특수학교 졸업생으로 농장에 실습을 나왔다가 특별히 동물을 좋아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힙합바지를 입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17세 가르멘 솅커 역시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고 배설물 치우는 것을 좋아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집중력입니다. 여기 보면 씨앗이 들어가는 홀이 있지요? 음……근데 이곳에 너무 많은 씨가 한꺼번에 모이면 안 돼요. 그래서 집중해서 몰리지 않게 해야 해요. 이 토마토 모종도 제가 했어요. 여기 있는 상추, 고추 다 제가 했어요. 저희는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요. 모두 유기농이에요. 사람들에게 아주 좋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재배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해요.” 모종 전문가 페터 씨는 자신의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페터 씨를 도와주고 있는 원예전문가 모니터 그라프 양은 페터 씨처럼 농사일에 적성이 맞는 장애인 직원을 찾아내 역량을 더욱 키워주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라고 했다. 모니터 그라프의 말이다. “사회성 개발, 팀워크도 중요하고요.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저는 여기서 그 부분에 가장 많이 신경을 씁니다. 지적장애인들이 자신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그들에게 알맞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일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거렌호프에서 일하는 장애인들 225명 중에는 노인도 있다. 이들은 일하기보다는 노인시설에서 체조 등을 하며 재활에 힘쓰고 있었다. 노인 장애인들은 일주일에 세 번씩 이곳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필자가 찾아갔을 때는 체조 시간이었다. 10여 명이 구호에 맞추어 열심히 체조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체조뿐 아니라 노래, 그림 그리기, 뜨개질, 만들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바거렌호프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다양한 직종에서 적성과 취향에 맞는 일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단에서는 장애인들이 만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종을 만들어 놓고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는 주민이 언제든 방문해서 이들의 생산품을 구매해 주니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자연스러운 통합이 이루어진다. 바거렌호프를 취재하며 우연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다운증후군 헬렌의 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를 끝내고 떠나오려는 시간, 바거렌호프 곳곳을 안내해준 홍보담당 엘린 부르넬리스는 한국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저는 한국인들에게 부탁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지적 장애인을 데리고 외부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행사를 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자주 만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 엘린 부르넬리스의 말처럼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외부로 나와 직장에서 일하며 부모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여 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 ||||||||||||||||||||||||||||||||||||||||||||||||||||||
장애인의 역사와 미래, 진보 장애인 언론 함께걸음(cowalk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