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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하늘
 
 
 
카페 게시글
^^---산행 사진---^^ 스크랩 월출산의 기가 넘쳐 흐른다는 영암의 기(氣)찬 묏길(`13.5.25)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163 13.05.30 06:3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영암 기(氣)찬 묏길

 

산행일 : ‘13. 5. 25(토)

소재지 : 전남 영암군 영암읍과 군서면 일원

산행코스 : 천왕사주차장→기체육공원→기찬랜드→장곡제→월곡리주차장→월산사→왕인박사 유적지 갈림길→도갑저수지(소요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기(氣)찬 묏길’은 ‘기(氣)가 가득한 산길’이라는 뜻으로, 영암군에서 야심차게 만든 친환경(親環境) 명품 탐방로이다. 호남의 명산(名山)인 월출산과 도선국사와 왕인박사 등 이 지역출신 현인(賢人)들의 발자취를 한데 묶어 이야기가 있는 둘레길로 만들었다. 총 연장은 40㎞. 다섯 구간으로 나눠 테마별로 다르게 꾸몄다. 1구간(천황사 주차장↔기찬랜드)은 ‘기(氣)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공간, 그리고 2구간(기찬랜드↔월암마을)은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꾸몄다. 오늘은 이 두 구간을 걷게 된다. 나머지 3개 구간은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의 삶을 배우는 ‘역사 체험’ 공간인 3구간(월암마을↔학산 용산마을), 영암의 자연과 생태를 즐길 수 있는 ‘생태 체험’ 공간인 4구간(용산마을↔학산 학계마을), 그리고 삼림욕과 영암시내를 조망(眺望)할 수 있는 ‘오감 체험’ 공간인 5구간(학계마을↔미암면 미암리)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 우리나라에서 기(氣)를 얘기하려면 계룡산을 빼 놓을 수 없다. 한때 전국의 무속인(巫俗人)들이 산의 기를 받는다고 계룡산으로 모여들었을 정도였다. 그 결과 신도안(新都內)이라는 취락(聚落)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그러나 계룡산에 못지않은 산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영암에 있는 월출산이다. 월출산의 기(氣)는 조선시대의 실학자(實學者)인 청담(淸潭) 이중환(李重煥, 1690~1756)선생에 의해 알려졌다. 그는 저서인 택리지(擇里志)에서 월출산을 일컬어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표현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는 뜻이다. 영암군에서 월출산의 기(氣)를 스토리텔링(Storytelling)해서 야심차게 만들어 낸 상품이 바로 ‘기(氣)찬 묏길’인 것이다. 물론 이 지역이 배출한 현인인 왕인박사와 도선국사를 끼워 넣는 것도 결코 빠뜨리지 않았다.

 

 

‘기(氣)찬 묏길’의 들머리는 천황사 주차장

호남고속도로로 경유하여 무안-광주고속도로 나주 I.C에서 내려와 나주 방면으로 가다가 13번국도로 옮겨 타고 영암까지 가면 된다. 영암에서 계속해서 13번 국도를 타고 해남방면으로 달리다가 천황사교차로(交叉路 : 영암읍 개산리)에서 내려와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월출산 산자락에 자리 잡은 천황사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천황사주차장 입구의 반대편에서 영암의 명품 둘레길인 ‘기(氣)찬 묏길’ 걷기가 시작된다. 입구에 안내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걷게 될 구간은 1구간과 2구간, 현재 2개 구간만 개통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 걷게 될 거리는 천황사 주차장에서 기찬랜드까지의 1구간 6Km와 기찬랜드에서 왕인박사유적지까지의 2구간 8.9Km, 총 13.9Km가 될 것이다(안내도에 표시된 거리를 참조했다).

 

 

 

주차장에서 묏길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순수한 산길이 이어진다. 새로 개통을 시키면서 길을 조금 넓히는 등 사람의 손맛을 조금 탔으나 자연미(自然美)를 그대로 살리는 쪽으로 오솔길로 만들어 놓았다. 숲 사이로 난 길이 산의 지형을 따라 구불거리며 오르내린다. 산자락을 돌면서 가로지르다보면 가끔 숲이 열리면서, 영암 들녘이 내다보이기도 한다. 한 마디로 한적한 느낌이 드는 숲길이다. ‘기(氣)찬 묏길’의 1구간은 천황사주차장에서 기찬랜드까지의 6Km 구간이다. 이 구간의 테마는 ‘기(氣)를 체험 해보는 공간’이다. 월출산의 강한 기운을 느껴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1구간에서는 월출산의 헌걸찬 암릉이 조망(眺望)되지 않는다. 그저 새로 잘 단장해 놓은 둘레길에 울울창창하게 들어찬 소나무들을 보는 것이 다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월출산은 아주 가끔 산자락 일부분을 얼핏얼핏 보여줄 따름이다. 월출산의 기(氣)를 느끼기보다는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피톤치드(phytoncide)나 흠뻑 들이마시며 건강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편백나무 다음으로 피톤치드를 많이 배출하는 나무가 소나무라니까 말이다.

 

 

 

 

주차장을 출발해서 1Km 정도 걸으면 길이 탑동약수터이다. 달고 시원한 물맛이 일품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목을 축이고 가볼 일이다. 약수터에는 작고 예쁜 나무바가지가 놓여있으니 따로 잔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또한 약수터 옆에 ‘수질분석표’까지 붙어 있으니 마음 놓고 먹어도 괜찮다.

 

 

 

 

 

탑동약수터를 지나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이 시작난다. 우선 길이 널따랗게 변한다. 돌을 깔아 포장한 길이 나오는가 하면, 계곡을 건너야 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사람의 손을 탄 산길은 자연미를 잃어버린 게 흠이라면 흠이다. 주변 풍광(風光)도 별로 특이한 것이 없으니 다리 구경이라도 하며 걷는 것이 어떨까 싶다. 다리마다 모양새를 다르게 꾸몄으니 그것도 볼거리라면 볼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약수터를 지나 600m만 더 걸으면 길이 두 갈래(기체육공원 2.5Km/ 기체육공원 2.8Km/ 탑동약수터 0.6Km)로 나뉜다. 왼편은 새로 개설한 길로 능선을 곧바로 치고 넘도록 해 놓았고, 오른편은 기존의 길로서 산자락을 우회(迂廻)하고 있다. 당연히 우회하는 길이 300m가 더 길다. 여기서 하나 알아두고 가야할 것이 있다. 아래로 우회하는 길에 대해서이다. 주차장에서 이곳을 거쳐 체육공원까지의 구간은 ‘삼남길’과 그리고 ‘정약용 남도유배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삼남길은 해남 땅끝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국내 최장의 걷기 코스이다. 또한 정약용 남도유배길은 전남 강진 다산수련원에서 구림마을까지 이어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다. 이 3개의 길은 기찬묏길이 시작되는 천황사에서 만난다. 어떤 길도 월출산이라는 명승지를 비켜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남도유배길은 구림마을까지 기찬묏길과 함께하고, 삼남길은 중간에 마을로 빠져나가 백룡산을 거쳐 북진(北進)한다.

산자락을 에도는 산길을 걷다보면 가끔 영암읍내가 내다보인다. 드넓은 영암평야의 한가운데에 자그마한 도시가 둥지를 틀고 앉아있다.

 

 

 

 

자갈길을 걷다보면 돌을 바닥에 깔은 포장길이 나오고, 나무 데크로 만든 길을 지났다 싶으면 어느새 흙길이 이어진다. 거기다 볼품없는 시멘트길까지 보인다. 마치 세상의 모든 길을 죄다 모아 놓은 듯하다. 요새말로 길의 백화점인 것이다. 길가의 나무들도 각양각색(各樣各色)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참나무와 키 작은 소나무로 시작된 길을, 언제부턴가 녹음이 짙은 단풍나무가 대신하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산죽(山竹)이 군락을 이루며 한 낯인데도 어둡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기찬랜드에 가까워지면서 산길은 금강송(金剛松)들이 독차지 하고 있다.

 

 

 

 

 

탑동약수터에서 새로 개설은 길을 따라 2.5Km를 걸으면 기체육공원삼거리이다. 기체육공원은 삼거리에 세워진 이정표(기체육공원 0.1Km/ 기찬랜드 1.4Km/ 탑동소공원 3.5Km)가 오른편 시가지(市街地)를 향하고 있고, 그쪽에 실내체육관이 보이는 것을 보면, 기체육공원은 체육관이나 종합운동장 등 영암군의 집단 체육시설 지역을 일컫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기체육공원에서 월출산으로 올라갈 경우 산성치가 나온다. 그러나 산성치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구간은 막혀있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 내려와야만 한다.

 

 

고래바위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기체육공원에서 1.4Km쯤 더 걸으면 기찬랜드이다. 기찬랜드는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가둬 만든 천연 풀장이다. 2008년 개장한 이래 방문자 수가 1백만 명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기찬 묏길’과 함께 서로 보완(補完)을 하며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크다 할 것이다. 계곡 주변에도 캠핑장 등 사람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꾸며 놓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계곡에는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가뭄 탓인 모양이다. 물이 없어서인지 아직까지 수영장(水泳場)이나 이와 관련된 시설들은 문이 굳게 닫혀있다.

 

 

 

 

수영장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용 두 마리를 머리에 얹고 있는 도백교(道伯橋)가 보이고, 용추폭포는 이곳에서도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용추폭포의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도백교 난간 아래에 있는 용치약수(藥水)로 향한다. 폭포에서 내려오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가뭄에 물이 말라 메마른 폭포로 변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용치약수는 지하 30m에서 용출(湧出)되어 나오는 지하 암반수(巖盤水)라고 한다. 이러니 물맛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용치약수

 

 

 

약수로 목을 축이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오른편에 야외무대가 보이고, 왼편에는 멋들어진 전통한옥지구(傳統韓屋地區)가 나온다. 숙박시설과 기(氣)건강센터, 그리고 친환경교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단다. 한옥지구를 빠져나오면 엄청나게 널따란 주차장이 나온다. 기찬랜드는 년간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이를 예상해서 저리도 넓은 주차장을 만들었나 보다. 저 주차장이 빼곡히 들어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기찬랜드가 월출산을 활용해서 새로운 관광(觀光) 소득을 올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니 말이다. 이곳 주차장에서 ‘기찬묏길’ 1구간은 끝을 맺고, 2구간이 시작된다.(이정표 : 왕인박사유적지 7.34Km)

 

 

 

 

 

‘기찬묏길’ 2구간은 도로라고 보아도 좋을 만큼 널따랗다. 아니 많은 구간에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농로(農路)와 임도(林道)를 이용하고 있다. 기찬랜드 주차장을 출발해서 녹암마을 갈림길을 두 번(이정표 #1 : 기찬랜드 0.3Km/ 왕인박사유적지 7.14Km/ 녹암마을 0.4Km, 이정표 #2 : 기찬랜드 0.67Km/ 왕인박사유적지 6.81Km/ 녹암마을 0.5Km)을 지나면 대동제의 둑 위(이정표 : 왕인박사유적지 6.59Km/ 기찬랜드 0.85Km)로 올라서게 된다. 주차장에서 대동제까지의 묏길은 마을 앞 들녘을 가로지르거나 마을 뒤로 난 산길을 걷는 느낌이 강한 길이다.

 

 

 

대동제(堤) 둑에 설치한 나무 테크를 걷다보면 골짜기 너머로 월출산이 내다보인다. 기암괴석(奇巖怪石)으로 이루어진 구정봉이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월출산의 기(氣)가 너무 강하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대동제의 ‘둑방길’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월출산의 봉우리들을 조망(眺望)할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이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 한눈을 팔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거기다 운이 좋으면 철새들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기찬 묏길’은 원래 1구간은 ‘기(氣)의 체험’, 그리고 2구간은 ‘문화(文化)의 체험’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막상 걷다보면 1구간은 월출산의 기를 느끼기보다는 ‘소나무 숲길’이 인상적이었고, 월출산의 기(氣)는 2구간에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곳 대동제의 둑 위에서 바라본 월출산은 오늘 둘레길 걷기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대동제를 지나면 주암마을 갈림길 두 번(이정표 #1 : 기찬랜드 1.81Km/ 왕인박사유적지 5.63Km/ 주암마을 0.2Km/ 이정표 #2 ; 기찬랜드 2.70Km/ 왕인박사유적지 4.74Km/ 주암마을 0.45Km)과 호동마을 갈림길 두 번(이정표 #1 : 기찬랜드 2.95Km/ 왕인박사유적지 4.49Km/ 호동마을 0.50Km, 이정표 #2 : 기찬랜드 3.05Km/ 왕인박사유적지 4.39Km/ 호동마을 0.30Km)을 지나 월암사입구(이정표 : 기찬랜드 3.90Km/ 왕인박사유적지 4.39Km)에 이르게 된다. 대동제에서 월암사입구까지의 길은 두 가지 느낌을 받게 된다. 먼저 대동제에서 ‘주암마을 갈림길’까지의 1Km구간은 그야말로 자연의 풍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는 편백나무 숲은 물론,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기는 산죽 숲, 그리고 행운의 상징인 클로버(clover)와 찔레꽃이 만개한 들길 등 산골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을 그대로 드러내 놓는다. 반면에 ‘주암마을 갈림길’에서부터 이어지는 묏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나 임도가 대부분이다. 농로(農路)를 겸한 묏길은 들판의 한가운데를 지난다. 길가의 논에서는 보리이삭이 한창 여물어가고, 마늘밭 너머로는 월출산이 의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인삼밭이 보이는가 하면, 분뇨냄새가 코를 찌르는 한우(韓牛) 사육농가(飼育農家)도 지나게 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길가에는 공장(工場) 건물들까지 보일 정도이다. 이정도면 묏길이 아니라 웬만한 도로를 걷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당연히 시골길을 걷는 낭만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기(氣)찬 묏길’은 혼자 걷는 것 보다는 함께 걸어야 제 맛인 길이다. 가파른 오르막이나 험한 지형(地形)이 없는 순한 길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길의 곳곳에는 월출산의 조망(眺望)이나 들꽃 등 구경할 것도 많다. 이런 길을 그냥 걷기만 한다는 것은 괜한 시간낭비일 것이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걸어도 좋고, 그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걷는다면 오늘의 나들이는 웰빙(well-being)을 넘어 힐링(healing)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중간 중간에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정자(亭子)와 벤치들도 만들어 놓았다.

 

 

 

 

길이 너무 넓은 탓에 햇빛을 완전히 차단(遮斷)시키지는 못한다. 그늘을 ?아가며 묏길을 이어가다보면, 심심찮게 정자(亭子)나 벤치들이 나타난다. 햇빛 때문에 지친 나그네들에게 잠시나마 그늘에서 쉬어가라는 모양이다. 그리고 가끔 나타나는 장승들은 인사성도 밝다.

 

 

 

월암사입구에서 왼편에 보이는 월출산방향으로 들어서서 100m쯤 올라가면 월암사가 나온다. 월암사는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아직 단청(丹靑)도 하지 않았는데, 대웅전(大雄殿)과 요사(寮舍)채, 그리고 간판을 달고 있지 않은 단칸자리 전각(殿閣)이 전부인 자그마한 사찰(寺刹)이다. 그러나 기가 넘친다는 월출산의 암릉을 배경으로 서 있는 대웅전은 다른 유명사찰의 풍모(風貌)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참고로 이곳은 도선국사와 인연이 깊은 곳이라고 한다. 현재 3차 문화재발굴조사가 준비 중인데, 2차 발굴과정에서 ‘월산사’라고 쓰인 기와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월명사의 터가 월산사지(寺址)로 밝혀질 경우에는 도선국사가 스님이 되기 위해 머리를 깎았다는 불교의 성지(聖地)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월암사에서 440m만 더 걸으면 월산주차장이다. 오른쪽에 제법 넓은 주차장이 보이는데 이정표(월산주차장 0.14Km/ 기찬랜드 4.34Km)는 이곳에서 오른편 주차장 방향을 지시하면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새로 개통되었다는 왕인박사유적지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주차장으로 내려가 보지만 끝내 나머지 구간의 진입로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지도(地圖)를 검색해본 후에야 아까 이정표가 있던 삼거리에서 곧바로 직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영암군청에서 나머지 구간을 개설하면서 이정표 정비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happening)이다. 기체육공원 근처에서 영암군수를 만났었다. 수행원 2명을 대동하고 둘레길을 둘러보던 그가 한 말은 ‘자주 찾아와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올레길을 잘 꾸며야할 것이다. 이정표 하나도 제대로 정비를 해놓지 못하고 다시 찾아오라고 부탁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일일 것이다. 이 뙤약볕에 주차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방문객들이 과연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월산주차장 진입로에서 80m 정도만 곧장 나아가면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문화체험길’ 진입로를 알리는 이정표(죽정마을 2.3Km 무지개목교 500m/ 기찬랜드 4Km)를 만나게 된다. 이곳부터는 새로 개설된 흔적이 역력하다. 아직까지도 황토색깔이 그대로인 길바닥에는 파쇄(破碎)된 자갈들이 깔려있고, 길을 만들면서 깎은 산사면에는 아직까지 풀 한포기 자라나지 않은 상태이다. 당연히 길을 걷는 낭만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출산은 예로부터 기가 센 산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월출산의 둘레를 감싸고도는 둘레길의 이름도 ‘기찬 묏길’이라고 붙였을 것이다. 월출산이 기가 세다는 것은 이중환선생이 ‘택리지’라는 책을 읽어볼 필요조차도 없다. 그가 얘기한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은 기상(氣像)을 지녔다’는 표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하늘을 향해 솟구친 수많은 암봉들은 보기만 해도 뭔가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지개 다리

 

 

 

 

무지개육교에서 1.2Km, 그러니까 월산주차장에서 1.8Km를 걸으면 월암마을 표지석이 세워진 삼거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는 이정표(죽정마을 600m/ 봉창바위/ 왕인박사유적지 1.7Km)가 지시하는 죽정마을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삼거리에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봉창바위 방향을 바라보면 산 중턱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의젓하게 앉아있다. 그러나 생김새만 봐서는 왜 봉창바위라고 부르는지 선뜻 감이 잡히지 않는다.

봉창바위

 

 

 

 

월암마을 표지석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400m쯤 걸으면 오른편에 쉼터를 겸한 주차장이 보인다. 이곳에서 이정표(왕인박사유적지 1.7Km/ 주차장 20m/ 봉창바위 400m)가 가리키는 왕인박사유적지 방향으로 조금만 더 걸으면 자동차도로를 만나게 되면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왕인박사유적지는 이곳 삼거리(이정표 : 왕인박사유적지/ 도갑사/ 기찬랜드)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어야 하나 오늘의 묏길 탐방은 이곳에서 접기로 한다. 책굴 둥 왕인박사유적지는 지난번 월각산을 오르는 길에 둘러봤기 때문이다.

 

 

 

둘레길 걷기의 날머리는 도갑사주차장

왕인박사유적지갈림길에서 도갑사주차장까지는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갑자기 집사람의 발걸음이 더뎌지기 시작한다. 거리도 거리이지만 땡볕에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보통 고역(苦役)이 아닌 모양이다. 도갑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힘이 들기는 매 한가지인 모양이다. 하나같이 더위에 지친 모습들인데, 주차장까지의 남은 거리를 묻는 표정들이 거의 죽을상이다. 삼거리에서 2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도갑저수지가 나오고, 주차장은 저수지의 위쪽 끄트머리에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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